광학탐지장비·공대지미사일 장착
야간에도 주변 수색·목표 좌표 계산
최대 5㎞ 거리 움직임 자동 포착·추적
2세대급 전차·장갑차 일격에 격파
촘촘한 방공망 뚫고 제공권 장악 계획
불리한 전황 극복 임시방편 관측도
최근 러시아는 레이저 정밀유도 공대지미사일 운용능력을 갖춘 신형 무인공격헬기의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가 실전 배치에 박차를 가하는 신형 무인공격헬기는 바로 MDP-01 터마이트(Termite)다. 러시아 군부는 2024년 상반기 내에 MDP-01 터마이트 신형 무인공격헬기를 우크라이나 전선에 대량 투입해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전세를 역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의 새로운 비밀병기
러시아 군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MDP-01 터마이트는 러시아어로 흰개미(термит)를 뜻하며 그 존재는 2020년 처음 확인됐다. 2021년 러시아 쿠빙카에서 개최된 ‘ARMY-2021’ 국제군사기술포럼에서 처음 실물 일반공개와 양산계약 체결이 이루어졌다. 양산계약 체결 당시 MDP-01 터마이트의 실전배치 계획은 늦어도 2027년 이전에 진수될 러시아 최초의 범용 상륙함(UDC)에 함재기로 탑재-운용되는 것이었다. 2022년부터 본격적인 양산과 실전배치가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신형 레이저 유도 공대지미사일의 통합 문제로 최초 계획보다 2년이나 지연됐다. 하나의 주날개와 꼬리날개가 있는 일반적인 헬리콥터의 형상을 갖추고 있으며 외형상 기수에 장착된 광학탐지장비(GOES)와 동체 아래에 장착된 공대지미사일이 특징이다.
사실 MDP-01 터마이트 자체는 2016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민수용 BVS-VT 450 무인헬기와 큰 차이가 없다. 두 기체 모두 자체 중량 270㎏, 최대 이륙 중량은 450㎏ 수준이며 최고속도는 시속 150㎞, 순항속도는 시속 90㎞ 수준이다. 최대 상승고도는 해발 3500m이며 최대 비행시간은 6시간이다. 일부 정보기관에서는 동일한 기체 성능 때문에 민간 판매용 SmartHELI-450과 MDP-01 터마이트를 BVS-VT 450의 민수용 및 군용 파생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터마이트의 강력한 독침과 탐지능력
민수용과 차별되는 MDP-01 터마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최대 사정거리 6㎞에 레이저 정밀유도능력을 갖춘 S-8L 공대지미사일이다. 그리고 벌새-SWIR로 불리는 광학탐지장비의 조합을 통해 이러한 정밀공격을 가능케 하고 있다. 먼저 S-8L 공대지미사일은 러시아군의 기존 항공 유도로켓 S-8을 더욱 정밀하게 개량했으며, 러시아 측은 S-8L이 미국의 첨단 정밀타격무기체계(APKWS)보다 높은 정밀도와 명중률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의 APKWS는 기존 70㎜ 히드라70 무유도 로켓을 레이저 정밀유도가 가능하도록 개조한 것으로 헬파이어 주니어 또는 미니 헬파이어로 불린다. S-8L 공대지미사일은 반능동 레이저 유도 방식으로 최대 3발을 MDP-01 터마이트 동체 아래 장착할 수 있으며 고폭탄 파편 탄두로 2세대급 전차와 장갑차를 일격에 격파할 수 있다.
한편 벌새-SWIR 광학탐지장비는 단일 회로 3축 안정화 기술을 바탕으로 주·야간 관계없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변을 수색하고 목표물의 좌표·거리를 자동 계산할 수 있다. 중량 12㎏에 좌우 64도, 상하 25도의 시야각을 갖는 광학 및 열화상 카메라와 레이저 거리측정기 등을 조합해 최대 5㎞ 거리 밖의 움직임을 자동 포착하거나 지상통제소에서 지시한 표적을 자동추적할 수 있다.
러시아군의 무인 무기 전략
현재까지 공개된 MDP-01 터마이트의 성능은 이미 전력화된 서방세계의 동급 무인 공격헬기와 비교할 때 비슷한 수준으로 별다른 특이점은 없다. 하지만 튼튼한 기본기와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대량생산된 MDP-01 터마이트가 전선에 투입된다면 러시아 군부는 인명피해를 전혀 걱정할 필요 없이 소모전을 강요할 수 있게 된다. 만약 MDP-01 터마이트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다면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러시아군은 현재 위축된 근접항공지원을 MDP-01 터마이트를 활용해 더욱 공세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전투기와 공격헬기의 무덤으로 불린다. 지대공 요격미사일에서 각종 대공포까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인 방공망 덕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제공권 장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도 확실한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는 계속 누적되고 있으며 특히 전투행동반경이 좁고, 속도가 느린 러시아군 공격헬기의 생환율은 처참한 수준이다. 전선 인근 러시아군의 이동 상황을 손바닥 보듯 꿰차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이중, 삼중의 방공망을 펼쳐 근접항공지원에 나선 러시아군 공격헬기를 사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실된 공격헬기는 새로운 공격헬기로 대체할 수 있지만 숙련된 조종사들의 빈자리는 쉽게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선에 투입된 MDP-01 터마이트를 미끼로 활용해 위치를 계속 바꾸며 러시아군의 감시망을 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방공망을 노출시키는 것은 물론 역공도 가능해진다.
러시아군의 암울한 현실
신형 무인 공격헬기를 대량 배치해 전쟁의 판도를 뒤바꾸겠다는 러시아군의 야심 가득한 계획은 오히려 무인 무기체계(UWS)에 기댈 수밖에 없는 러시아군의 처참한 상황을 대변한다.
먼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매달 1만 대 이상의 다종다양한 드론을 포탄처럼 소모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드론 확보와 운용 측면에서 우크라이나가 살짝 우세를 점하고 있다. 드론으로 상징되는 무인 무기체계의 운용이 이미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한 축이 되었다는 것은 물론 MDP-01 터마이트의 실전 투입이 전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러시아군은 숙련된 장교와 부사관이 부족해 최첨단 무기 운용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전방에서 전투에 투입되는 보병은 소모품 취급을 받는 상황이며 제대로 훈련받지 못하고 변변한 무기도 없는 신병들은 전사자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축차 투입되고 있다. 결국 러시아 군부의 MDP-01 터마이트 실전 투입 결정은 현재의 불리한 전황을 극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과연 러시아 군부의 기대와 같이 MDP-01 터마이트는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의 국면전환자가 될 수 있을까? 서방세계 전문가들은 밀고 밀리는 현재의 전황이 러시아군 MDP-01 터마이트의 활약 여부보다 우크라이나군의 대응 전술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예측을 불허하는 현대전 특성상 아무리 우수한 성능을 갖춘 무기라고 해도 전황을 극적으로 역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