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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보고 아파도 본 몸 이야기 1-1
2025년 가을 박현 선생님 이야기마당
(입력: 2025년 11월 1일 / 서해진 녹취)
인사 올리겠습니다.
낯이 익은 분들이 대다수이긴 한데 아니신 분도 몇 분 계시네요. 다섯 번에 걸쳐서 드릴 이야기의 주제는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늙어도 보고 아파도 본 몸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 과거형을 써도 되는 것이 그리고 또 줄임 말로 제목을 붙였다 생각하고 늘려도 되는 것이, 저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늙어도 봤고 아파도 봤고 그래서 늙어도 보고 아파도 보는 몸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이야기하는 사람을 거기에 얹으면 ‘늙어도 보고 아파도 본 사람의 몸 이야기’ 그렇게 해도 됩니다.
아무튼 오늘 이야기부터 5회에 걸쳐서 그렇게 말씀을 드릴 텐데요. 제가 이야기를 드리는 이 수단은 한국어로 말씀을 드립니다. 당연히 영어가 아니죠. 이 얘기를 왜 드리냐 하면은 한국어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특히 한글학회가 한글을 무척 어렵게 만들어 놨어요. 물론 우리 역사가 길어서 어려워지기도 했어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한글학회와 관련해서 우리 한글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한번 볼까요? 우리가 이런 글자를 씁니다. 말로 할 때도 읽을 수 있지만, 이런 ‘돌’이라는 글을 쓰면, 다 ‘돌’이라고 읽어요. 심지어 한국어의 자음 모음만 배운 사람들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돌’이에요.
돌에 담긴 세 가지 의미
이 뜻이 뭐냐고 그러면 헷갈려 해요. 그리고 외국인들에겐 더 어려워요. 옛날에 이 ‘돌’은 이런 ‘돍’도 있고, 이런 ‘돌’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돓’도 있었죠. 이게 오늘날 한글학회에 의해서 전부 돌이 돼 버렸거든요. 차라리 이렇게 ‘돍’이라고 그랬으면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처음 배울 때는 조금 더 난감했을지는 몰라도 나중에는 쉬웠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이걸 ‘돌’이라고 쓰면, 어느 것인지 몰라요. 지금 이 ‘돍’을 영어로 하면 스톤이에요. 돌이에요. 이 ‘돍’은 어느 지방에서는, 가령 내륙 지방에서는 ‘돌’이라고 주로 썼고요. 바닷가라든가 남도 지역에서는 주로 ‘독’이라고 주로 썼어요. 그래서 동해안이라든가 남해안 특히 전라도 서해안 지역 대다수에서는 ‘돍’에서 ‘ㄱ’ 받침이 상당히 강하게 음가를 가지고 있었어요. ‘돌’이라고 하기보다는 ‘독’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기 경상남도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돌 던지고 노는 것을 ‘독 싸움’이라고 그래요. 삼척이나 울진 영덕 포항에서도 그렇게 불렀어요. 그러니까 저 바다 멀리 ‘돌로 된 섬’이 하나 있는 거예요. 그 사람들은 ‘돌섬’이 아니고 ‘독섬’이라고 했던 거예요. 그 ‘독섬’이 한자로 하니까 독도(獨島)라고 부르게 되죠. 그러니까 독도의 ‘독’은 발음을 내기 위해서 채택한 거죠.
왜 홀로 독(獨)자를 썼냐 하면, 홀로 독자의 발음이 한자와 발음이 긴 발음이에요. 짧은 ‘독’ 아니고, 긴 ‘독~’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독립이 아니고 ‘독~립’이에요. 그래서 그 발음을 살리려고 하다 보니까 독도가 됐죠. 이 ‘돍’은 스톤이고 그냥 돌(石)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돐’이라고 썼을 때 여기 계신 분들은 딱 두 부류로 나눠져요. 어떻게 두 부류로 나눠지느냐 하면, 어릴 때 1년이 돼서 찍은 사진 밑에 꼭 써 놓잖아요. 한 돌 기념, 즉 첫 돌 기념이죠. 그래서 첫 돌일 때 받침을 ‘돐’이라고 쓴 사람과 사진에 ‘돌’이라고 쓰인 사람으로 나눠져요. 여기도 그래요.
한글학회가 이렇게 ‘돌’로 고친 이후 태어난 분들, 물론 고쳐도 한참 동안 안 따라가는 분들이 있죠. 아직까지 쓰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어쨌든 차츰차츰 한글학회에서 개정한 이후로 사진관에서 ‘돐’이라고 쓴 분들은 사라지죠. 지금은 이렇게 ‘돐’이라고 사진에 그렇게 박아주는 데는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여기에서는 이제 세 세대로 나눠 지긴 해요. 어떻게 나눠지냐 하면, 사진에 한 돐 혹은 첫 돐 기념하고 쓰인 분들이 있죠. 그 다음에 ‘돌’이라고 쓴 분들이 있고요. 그리고 그냥 농담으로 덧붙이는 얘기인데 저처럼 아예 돐 사진이 없는, 사진 찍을 엄두를 못 낸 세대가 있죠.
그리고 이 ‘돐’은 한 바퀴 돈다는 의미예요. 라운딩의 의미죠. 그러니까 우리가 돌다고 할 때는 받침이 ‘돐’로 되어 있는 거예요.
이렇게 여러 ‘돌’이 있었는데 현대 사회에 와서 보니까 한글만 쭉 써왔던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한 거예요. 그러니까 없애서 그냥 ‘돌’로 만들었어요. 근데 외국인이 보면 어려워요. 차라리 시옷이 받침으로 있는 것만 못해요.
다만 ‘ㅅ’을 받침으로 씀으로써 발음이 중간 정도로 살짝 짧은 의미에요. 이 ‘돌’ 발음이 길었다면 ‘독~’ 하는 것처럼 길 때는 ‘돍’의 돌이 되죠. 이 ‘ㅎ’이 들어가 있는 ‘돓’은 아주 짧은 역할을 해요. 히읗이 들어가거나 뒤에 비읍이 들어가 몇몇 자음과 만나면 경음이 일어나죠.
그래서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것, 현재는 말 자체가 거의 사라지긴 했는데 돌배, 돌복숭아, 돌미나리가 있죠. 그렇다고 돌미나리는 스톤(stone) 의미의 돌미나리가 아니에요. 돌배라고 하면 마찬가지로 스톤배가 아니죠. 근데 오해하기 쉬운 게 돌배들을 먹어보면 진짜 돌처럼 딴딴하긴 해요. 돌복숭아도 그렇죠. 복숭아에게 또한 돌이 붙으면, ‘아 이거 맛없겠다!’ 이런 느낌도 주죠.
과일들은 끊임없이 개량해 왔잖아요. 여러분이 처음 먹던 사과는 홍옥이었겠죠. 홍옥이 어느 날 국광이 됐죠. 개량돼서 그렇게 됐죠. 그리고 이 사과와 국광을 결합시켜서 아오리를 만들죠. 그 다음 부사 사과가 들어오죠.
부사사과를 먹다가 홍옥을 먹으면 맛있다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딴딴하고 맛이 단순하죠. 홍옥도 개량된 것이거든요. 사과라는 것은 씹었을 때 모래처럼 스벅스벅한 맛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沙果(사과)라고 한 것이죠. 모래 씹듯이 스벅스벅한 과일이었죠. 모래 사(沙) 자의 사과(沙果)이거든요.
사과는 토종 과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 한자어예요. 17세기 이전에는 능금이었어요. 여전히 대구는 능금이라 그래요. 부사와 아오리를 키우면서도 능금이라고 그러는데 능금은 정말 딴딴해요. 아직도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능금들이 조금 남아 있어요.
어쨌든 이 ‘돌배’ 등의 ‘돌’은 ‘돓’이라는 돌이에요. 그 의미는 딴딴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토종이라는 의미예요. 미나리는 채소인데, 채소는 개량이 잘 안 되고 개량을 한 것보다는 야생에 있는 것이 더 맛있기 때문에 붙었는데요. 그래서 미나리는 돌미나리가 더 맛있고, 복숭아나 배는 돓배와 돓복숭아가 덜 맛있는 거예요. 근데 이런 게 한글학회에서 ‘돌’로 완전히 바뀌어 버렸어요.
이 ‘돓’을 많이 안 쓰니까 바꿨는데 그 순간 어떻게 읽게 되느냐? ‘똘배’가 아니게 되는 거예요. 히읗이 있으면 똘배죠. 똘배가 아니고 ‘돌빼’가 되죠. 그러면 돌배 즉 돌(stone) 복숭아죠. 근데 히읗이 없어지니까 돌배! 돌복숭아! 아나운서들은 이제 이렇게 읽어야 돼요.
역사와 말의 복잡성의 관계
우리 말을 이렇게 한글 학회가 좀 어렵게 만들었어요. 이렇게 어려운 거는 한글학회의 문제인데 또 다른 어려움으로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그 어려움은 뭐냐? 우리 언어가 적어도 수천 년 전부터 쓰여왔다는 거예요. 다양한 역사를 겪어온 말이라는 뜻이죠. 우리 역사에도 다른 나라 역사와 마찬가지로 분열되어서 나눠 살았던 때도 있었고, 통합돼 살았던 때도 있었죠. 한 번 통합이 된 이후로는 계속 그 범위 내에서 줄어들었다 늘었다 하며 살기도 했죠.
삼국시대만 해도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가 한국이라는 영역이 만들어지는 것은 고려 때부터잖아요. 그 이전까지는 분열의 시대였죠. 분열됐는데 말의 뿌리는 비슷한 거예요. 여기 제주도 분이 아니신 데도 불구하고 제주도 말을 듣고 다 이해하실 수 있는 분은 거의 없으실 거예요. ‘폭삭 속았수다!’ 정도는 알겠죠.
그런데 말 뿌리는 같았어요. 어법이 같고 기본적인 음운변화를 제외하면 말은 같았어요. 그러다가 이제 하나의 영역으로 오면서 그때부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이라는 영역이 계속 유지되는 거죠. 한 번 통일이 중요해요. 우리는 제대로 통일돼 봤던 적이 우리가 역사로서 우리가 인지하고 인식할 수 있는 역사로서는 고려가 처음이죠. 신라는 불완전했고요. 통일신라는 불완전했고요. 남북국으로 갈라져 있었고요. 발해의 영역이 우리 역사 영역에 아웃사이드가 되면서 우리라는 개념이 만들어지죠.
중국은 그게 진나라죠. 중국은 계속 자기들을 차이나라고 부르죠. 나라로서는 진나라였던 거죠. 우리는 코리아라고 부르죠. 그때부터 우리 영역의 표준이었던 거죠. 아무튼 그렇게 긴 역사 또는 다양한 경험이 가진 영역들이 통합된 역사를 가지다 보니까 말들이 아주 복잡합니다.
미국은 역사가 200년 조금 넘었잖아요. 1776년 독립을 선언했으니까 올해가 이제 250년째네요. 이렇게 249년 거기 역사에서 언어가 다양화돼 봐야 얼마나 다양화됐겠어요. 그런데 영어도 단순하지 않아요.
하지만 5천 년 가까운 언어의 역사 또는 더 오래될 수도 있는 언어로서는 더 오래될 수 있는 글자는 아니지만 그런 나라 말이 얼마나 힘들고 복잡하겠어요? 중국어도 마찬가지고요. 중국은 우리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게 우리보다 일찍 통일돼 가지고 통일된 영역 안에서 언어가 발전해 왔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싱(宜興)을 가잖아요. 여기 도자기 만드는 이심 북쪽 말과 남쪽 말이 달라요. 그걸 사투리라고 부르죠. 사투리라는 말이 전제가 있죠. 하나의 영역 안에서 지방이라는 거죠. 즉 통일성이 전제되는 거죠. 아니면 다른 나라 말이죠. 우리가 사투리 방언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지방이고, 그 지방은 더 큰 바운더리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말들이 너무 복잡해요.
술이라는 작용과 술이라는 말과 그 재료
역사가 오래돼서 마약이 아닌 그냥 기호식품이 된 것 중에 술이라는 게 있습니다. 술이 만약 역사가 200년밖에 안 됐더라면 마약 중에 1급 마약이었을 거예요. 세상에 먹고 튀어 갖고 주사 부리고 이럴 수 있는 물건이 술 말고 뭐가 있나요? 그 비슷한 건 다 마약이잖아요.
커피도 역사가 길게 되지 않았으면 마약 취급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어요. 제대로 된 커피를 제대로 로스팅해서 제대로 그라인딩을 해서 내리잖아요. 그러면 환각까지는 안 가더라도 순수한 각성보다 더 나가는 능력이 있어요. 어떤 능력이 있냐면, 아침에 그것도 빈 속에 커피를 잘 구워서 잘 볶아서 잘 부숴서 잘 내렸을 때는 시를 짓는 사람의 시상이 혹은 노래 부르는 사람의 악상이 떠오를 정도의 정신 작용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워즈워드 같은 시인들이 커피를 못 버렸던 거예요. 엄밀하게 보면 술까지는 아니고 마약까지는 아니지만 각성제 너머의 약간의 작용은 있는 거예요.
그렇게 아침에 고요하게 커피를 마시고 보면 자기가 일하고 있던 사과밭이 다르게 보이는 거예요. 갑자기 거기에 선녀가 내려와 있는 느낌이 있어서 시가 저절로 나오는 거예요. 커피도 그런 능력은 있어요.
아무튼 술 이야기를 하는데 현재 이름은 ’술’이에요. 근데 술의 또 다른 이름들이 남아 있죠. 함경도 쪽에 지금 남아 있고 만주어에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아레끼’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리끼, 아레끼라는 게 만주어로 술이에요. 우리 말에는 어디에 남아 있나요? 술 찌꺼기를 뭐라고 그러죠? 찌께미(지게미)? 옛날에 콩팥의 우리 이름이 ‘오’인데, 그러니까 콩팥이 ‘오’인데 지금 콩팥이라고 부르죠. 이제는 뭔가 콩팥이면 콩과 팥이 들어온 다음에 지어진 이름이잖아요. 최소한 그렇죠. 콩과 팥이 없으면 콩팥으로 신장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우리는 그 이전부터 신장에 대한 이름이 있었고 그건 ‘오’거든요. ‘오’가 토해내는 게 ‘오줌’이거든요. 방광을 신장과 같은 영역으로 본 거죠.
찌께미는 그냥 말 그대로 그냥 좀 찌꺼기 이런 느낌이죠. 술 찌꺼기가 아니라 또 하나의 음식이에요. 지금은 술을 주 음식으로 보고 요즘 사람들이 더 해요. 1등 2등 3등 너무 나눠요. 그래서 술찌께미라고 그러는 것은 술 찌께미를 너무 낮춰 부르는 거예요. 그 이름을 뭐라고 그러냐면 아레끼라고 그래요 들어보신 분 있으신가요?
사전 뒤져보세요. 나옵니다. 술 아레끼라고 그래요. 아레끼가 바로 술 찌꺼기를 낮추지 않고 부르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술에 아레끼라는 말이 옮겨간 거죠. 아레끼는 뭐냐? 술을 먹었을 때 어떻게 되죠? 얼큰해지죠. 알딸딸해지죠. 그 술을 먹고 난 효과를 가지고 술이라는 그 물건에 이름을 붙인 거예요.
즉 어느 존재에 먹고 나니, 주사도 할 수 있고 먹고 나니 기분도 좋아지고, 먹고 나니 괜히 슬퍼지기도 하는 정신적 변화와 육체적 변화를 일으키는 그 물질에 대해서, 먹고 난 후에 작용을 가지고 이름을 붙인 게 이게 아리끼죠. 근데 술에 또 다른 이름이 있어요.
우리가 차는 뭘로 만들죠? 차나무에서 난 찻잎으로 만들죠. 근데 차라는 글자는 한 글자예요. 그 찻잎을 제공하는 소재가 되는 주인공의 이름은 차수(茶樹) 즉 차나무예요. 차나무가 먼저 있어야 차가 만들어지겠죠. 그러나 차라는 물건이 나오기 전까지 차나무는 이름이 없었어요. 그 잎으로 차를 만들고 나서야 그 잎을 차를 만드는 소재를 제공해 주는 나무라 해서 차나무라는 이름을 나중에 붙은 거예요. 자연 생산 과정에서 차나무 없이 어떻게 만들었겠어요?
차는 따라서 차나무로 만들기 이전에부터 존재하던 어떤 성질의 것이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지만, 주로 어느 나무에서 딴 잎으로 만들면서부터 그 나무가 차나무가 된 거죠. 이름은 차가 먼저예요. 차나무가 먼저가 아니어요.
마찬가지로 술도 또 하나의 이름이 있어요. ‘누루’예요. ‘누루’라고 불렀어요. 술을 누루라고 불렀는데, 우리 말에 ‘아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낙의 ‘아’는 ‘밝다’는 말이에요. ‘나’는 땅이라는 뜻이에요. 또는 공동체, 더 넓으면 ‘나라’ 할 때 ‘나’예요. 그 ‘나’를 밝게 해주는 사람이 ‘아낙’이에요. 원래 ‘아나기’인데 모음이 떨어져 나가고 자음이 받침으로 붙어서 ‘아낙’이 된 거죠.
이 ‘기’가 떨어져 나가고 받침으로 온 그 ‘ㄱ’은 대부분 불완전 사역형 명사예요. 사역형 불완전 명사예요. 뭐 뭐 해 주는 거! 즉 공동체 혹은 땅과 마을을 밝게 해 주는 이, 이것이 바로 아낙이라는 뜻이에요.
심지어 아낙은 결혼한 사람들만 아낙이 아니어요. 결혼을 안 했더라도 일정 연령에 도달한 사람들만 아낙이 아니에요. 어린아이들도 여성이면 다 아낙이고, 여성이라는 말의 순우리말이에요. 이 아낙이 음운변화를 조금 왜곡되게 겪어서 일본에 가면 온나가 돼요.
그 다음에 나라를 나라답게 먹고 살게 해주는 것이 ‘나라기’에요. 나라기가 ‘나락’이 되죠. 받침 ‘ㄱ’이 그렇게 되는데, 그럼 ‘누루’를 만들어주는 건 뭘까요?
받침 ‘ㄱ’만 붙이면 되겠죠. 누루기를 줄여서 나중에는 누룩 갖고 술을 만들어요. 이 누루는 누룩이 있기 전부터 있었던 거예요. 이름을 보면 술의 이름이 먼저고 술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이름이 나중인 걸 보면 자연 상태에서 어딘가 술이 된 것을 먹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인공적으로 만들고 싶죠. 왜 우리는 두 손이 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만드는 소재가 되고 있는 게 누룩이에요.
어쨌든 소재가 되고 있지만 누루라는 말은 뭘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소재와 관련해서 술에 붙여진 이름이죠. 그래서 술은 또 다른 거예요.
그러면 현재 술이라고 하는 술은 뭐냐? ‘술래’라는 단어 기억나시겠죠? 그 다음에 슬벙슬벙이 아니라 술벙술벙도 있을 수 있는데 현대에는 사라졌죠. 슬벙슬벙도 표준어가 아니게 됐으니까요. 어느 순간부터 슬금슬금으로 통일시켜 버렸죠.
알고 보면 한글학회에서 잘못된 조치를 의도치 않게 많이 했어요. 그분들이 우리 말을 쓰기 쉽게 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체를 조금 모호하게 만드는 면도 있었죠.
그 다음에 술래도 있지만 강강수월래가 있죠. 또 날아다니는 수리개가 있죠. 원래 솔개 이름이 술개예요. 수리개예요. 지금도 수리라는 말이 남아 있죠. 독수리 검독수리라고. 수리개의 수리와 솔개의 솔은 어원은 같은 거예요. ‘술’의 특징이 빙빙 도는 거예요. 돌리기에요. 술래도 돌리는 것이고, 수월레도 돌리는 것이고, 수리도 도는 새예요.
하늘에 보면 다른 새들이 직선적인 여행을 할 때 수리개들은 늘 돌고 있죠. 처음에 하늘을 관찰하고 이름을 줄 때, ‘쟤한테 무어라고 이름을 줄까?’ 그랬을 때, 수리라고 붙은 계통에 새들은 대부분 돌아요. 하늘에서 먹이를 보면서 도는 새들! 그렇게 솔개, 수리가 됐죠.
그 술이 붙은 거예요. 처음에 술은 뭐였죠? 하나는 먹고 난 효용과 소재, 이제 술을 마시고 올 때의 자세에 술 이름이 붙어요.
우리는 술을 어떻게 마셨죠? 우리 기마민족들이 술 마시는 풍습! 여러분 집에 술잔 없는 분들 안 계실 거예요. 아마 머그잔 없는 분들 안 계실 거예요. 머그잔 5개 있으면 술잔도 5개 있을 거예요. 심지어 옛날에 대(大)병 소주를 사면 술잔을 끼워주기도 했어요. 아직도 그 습성이 남아 중국에서는 마오타이를 사면 술잔 두개 끼워줘요. 그러니까 술잔은 어디 가나 있었죠. 간장 종지는 없어도 술잔은 있는 게 기마민족들의 생활 도구 풍습 중 하나였어요.
스웨덴 사람들은 물컵 있는 게 생활의 일부였고 엄청나게 큰 물컵을 들고 다니죠. 그게 나중에 우승컵 같은 것의 원형도 되지만, 가다가 물이 있으면 그걸로 떠서 가라앉혀서 먹는 거예요. 흐르는 물을 그냥 떠먹기가 겁나고, 고여 있는 물 그냥 떠먹기는 더 무섭고 해서, 큰 물잔에 놓으면 가라앉을 거 아니에요. 그걸 먹으니까 병이 덜 나죠. 안 나거나 하죠. 그것이 이제 줄어들어서 오늘날 머거가 머그컵이 된 거예요.
커피와 만나면서 컵의 크기가 줄어들었죠. 그래서 오늘날 머거는 커피와 만난 이후에 생긴 후기 머거예요. 그래서 그 잔은 무척 컸기 때문에 머그샷이라고 하면 얼굴만 했기 때문에 얼굴 샷이 되는 거예요.
근데 술잔은 많아요. 우리는 옛날에 술을 어떻게 마셨냐면, 물론 여기서도 쪼개집니다. 이제 세대로 나눠지는데요. 자기 술잔에 자기가 술 먹는 세대! 술잔을 돌리며 술 먹는 세대! 옆 사람 술잔이 있어요. 술잔이 없어서 내 먹던 잔 주는 게 아니에요. 그 사람도 잔 있고 심지어 어떤 사람 보면 맥주잔, 소주잔 같이 덮고 있어요. 근데 술잔 돌려요. 요즘은 안 하죠.
운남에 가면 술 대신 물담배를 돌려요. 공동체 구성원들의 정이에요. 내 맛있는 걸 너가 마시고 너 맛있는 걸 내가 마시고, 또 돌려 마시고, 서로 나눠 마시는 것이 술이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술은 하나는 마시는 방식과 문화에서 온 이름이 술이고, 그 중에서 대표 명사로는 술이 남아 있는 거죠.
그런 식으로 이름들이 너무 다양할 수 있어요. 이 다양한 이름들 가운데 오늘 제목에 나오는 늙음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돼요.
늙다 그리고 삭다
늙음이라는 말도 ‘늙다’라는 동사가 일단 어울리겠죠. 늙다는 아직까지 ‘늘다’라든가 ‘늑다’라든가 이렇게 하지는 않고 이 ‘ㄺ’이 다 있어요. 다 남아 있는데 그러면 늙다의 뜻이 뭘까요? ‘늙다의’ 뜻이 뭘까!
우리는 ‘늙다’고 그러면 당장 떠오르는 단어가 있죠. 예전 세대는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워갔고 1학년 때 나오는 단어죠. 올드(old)이죠. 늙다고 하면 올드로 생각해야 돼요. 그런데 ‘올드’와 ‘늙다’는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올드는 어떤 말이냐? ‘늙다’와 ‘삭다’라는 말을 합한 말입니다.
‘삭다’라는 말 아시죠? 원래 ‘삭다’도 ‘ㄺ’ 즉 ‘삵다’이어야 돼요. 이미 이것이 표준어로 된 것이 1898년 대한제국 교과서에서부터 ‘ㄹ’이 사라졌어요. 어쨌든 현재의 표준어를 그대로 써서, ‘늙다’와 ‘삭다’를 합한 것이 올드예요.
이렇게 되니까 감이 올 거예요. 늙은 사람은 뭐라고 그러죠? 우리 말 늙은이는 존중해서 늙은이에요. 그러면 우리 말 ‘늙은이’가 뭐죠? 원래 우리 말인데 이걸 쓰면 오늘날은 낮춤이라고 그래요. ‘늙다리’라고 들어보셨죠? 듣기 싫죠? 그래서 그런 것이지 원래 늙은이가 이상하게 어린이처럼 이상하게 만들어진 말이에요.
우리 말에 어린이는없어요. ‘얼라’죠. 여기에 절대 쓰면 안 되는 게 ‘꼬마’이죠. 꼬마는 쓰면 안 돼요. 꼬마는 새끼 무당이에요. 한 고을에 무당이 하나밖에 없을 때, 무당 수업을 받고 있는 어린 무당을 꼬마라고 불러요. 그건 쓰면 안 돼요.
물론 요즘은 뜻이 다르니까 쓰고 있죠. 사람이 죽을 때, 그냥 뻗었다 혹은 죽었다 하는 것보다 ‘되졌다’는 게 가장 높은 말이에요. 사람답게 되어진 거니까요. 그의 자신이 성취된 거니까요. 그러나 지금 ‘되졌다’고 하면 큰일 나잖아요.
현대 표현이 그렇듯이, 아무리 늙다리가 원래 늙은이보다 정상적인 우리 말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늙다리’라고 그러면 낮춤말이 돼 있으니까요. 심지어 늙은이도낮춘 말이 돼가지고 다 어르신이라고 그러는데요. 어르신은 원래 백제의 여왕을 일컫던 이름이죠. ‘어루하’죠. 남자 왕을 뭐라고 했냐면, 지금은 거꾸로 돼 있습니다. 여자 왕이 원래 어루하이고, 남자 왕은 마노하였어요. 마노하가 마누라예요. 여성이 됐죠. 진짜 왕이에요.
어쨌든 간에 어른이라고 다 붙여요. 어른은 조건이 여러 가지가 있겠죠. 올드만 했다고 해서 어른이 되지는 않겠죠. 어른이라고 하는 분이 파고다원에 모여가지고 아무 데나 오줌 누고 아무 데나 술 막 토해놓고 이러겠어요. 뭔가 아닌 것 같잖아요.
그렇지만 그런 삭다리들도 어른이라고 불러야 되는 시대에 살고 있죠. 어쨌든 뜻은 늙다리와 삭다리예요. 삭다리도 들어보셨죠? 삭은 사람이에요. 늙다리와 삭다리는 같은 존재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에요. 나이가 들지 않고는 늙다리가 될 수 없어요. 나이가 들지 않고도 삭다리는 될 수 있어요.
한때 90년대 초반에 사람들이 6일을 일하면서 생긴 최후의 사회적 상황이 누구나 다 건강을 상실하는 거였죠. 많은 분들이 인정하기 싫을 수도 있지만은 자본주의 원시적 축적기에는 어디나 엄청나게 강도 있는 긴 시간의 노동이 이루어집니다. 전 세계가 다 그랬습니다. 유럽도 자본주의 초창기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점점 이게 쌓이면서 병들이 생기죠.
한국 사회 변화에 대한 하나의 예측
그래서 그렇게 생기기 이전에 정치적으로는 반드시 독재가 나타납니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초기 상태에서는 역사적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고 긍정하기 싫지만 어디나 다 독재가 있었어요. 단 그 독재가 원시적 축적의 임무를 끝내고 국민들에게 권리를 넘겨주는 상태의 민주주의로 가느냐 못 가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고, 또 하나는 그 독재가 사적인 욕망을 위해서 무슨 짓을 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 거죠.
그런 면에서 자본주의 초기 축적기에서 전 세계적으로 그래도 괜찮은 독재자를 만났던 나라가 이집트, 터키, 한국이 있습니다. 이집트의 나세르, 터키의 케말 파샤, 한국의 박정희가 그랬죠. 근데 그 이후의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돼야 될 단계에서 되다가 되돌아가 버린 게 터키죠. 그래서 중진국의 마지막 단계, 선진국의 초기 단계에서 간당간당하고 있죠. 이집트도 아직까지 진입이 어렵죠.
우리는 적어도 그 독재자가 정말 독재자로서 흉악한 독재를 했지만 적어도 조국의 원시적 자본 축적을 위해서 가난 해결을 위해서는 진심이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와 있는 거예요. 아무튼 간에 뭔가 지금 우리 엄청 잘 살죠 헬조선인데도요.
제가 여기서 예측 하나 하고 넘어 갈게요. 나중에 생활 한번 돌어보세요. 앞으로 7, 8년 있으면 국가로부터 다 월급 받습니다. 월급을 받는데 7, 8년 이후에 처음 받는 월급은 여러분들이 오늘날 화폐로 환산했을 때 125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 받을 겁니다. 그리고 15년 정도 지나면 300을 넘게 받을 겁니다. 어쩌면 액수로는 더 많겠지만 화폐 가치로 쳤을 때 현재의 1인당 300 정도 받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 한국은 세계 3강이라고 불릴 겁니다.
AI 시대가 그렇게 무서운 변화를 가지고 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됩니다. 어느 날 사실상 1강이라고 불리는 시절이 올 거예요. 그때 350 또는 더 받을 수도 있죠. 근데 그게 끝이에요. 거기서 다시 굴러 떨어져요. 어쩔 수 없어요.
오늘날 30대 20대들이 일해 가지고 노인네들 연금 내는 것 때문에 허리 휠 거다고 하는 것은, 일면 맞는 예측이지만 또 다른 요소를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집어넣었을 때는 그분들 한 10년만 고생하지 자기들도 더 받을 텐데요. 자기들도 받는 게 있는데요. 국가에 부담하는 건 고사하고 그래서 그것도 해결이 될 거예요. 물론 이것은 예측입니다. 저는 예언을 못하기 때문에 예측인데요. 딴 얘기로 그냥 흘러갔는데요.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건강이 화두가 되었을 때
90년대 이렇게 직업병이 쌓이면서 나타난 게 건강 상실이죠. 건강이라는 것이 이제 주요 사회 테마가 됐어요. 그래서 건강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하면서 처음에는 장사꾼이 다 개입하죠. 틈만 보이면 물건 파는 분들이 개입하죠. 거기서 등장한 웰빙은 뭐죠? 좋은 거 팔아 먹자예요. 지금도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죠.
지금은 술이라는 것의 이름이 우리 말로 세 가지가 아니에요. 카스도 술인 줄 다 알죠. 하이트 그러면 술인 줄 다 알죠. 클라우드도 심지어 술인 줄 알아요. 자본주의 시대는 모든 브랜드를 명사화시켜요. 랑방이 난방이 되고, 버버리가 자켓의 이름이 되고, 모든 브랜드가 일반 명사화 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자본주의 시대는 좀 달라요.
그 머리는 어디서 오느냐? 뭐든지 팔 수 있는 것에 눈을 떴다는 뜻이에요. 근데 이름은 다르지만 아무튼 건강이라고 부르죠. 건강도 뜻이 달라요. 우리가 건강 건강했지만, 어느 날 직업병으로서 건강을 말하니까 여기에 웰빙을 말하는데 웰빙으로 안되죠. 그 이후 주 5일 근무가 이루어지면서부터 웰빙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 먹는 것의 시대가 아니라 힐링의 시대로 넘어가죠.
이제 다시 주 5일 근무가 안착되고 불완전한 주 5일에서 안정적인 주 5일로 넘어가자 힐링의 시대로 넘어가죠. 먹어 갖고 해결 안 된다는 얘기죠. 그리고 힐링해도 해결 안 된다는 얘기죠. 힐링과 웰빙이라고 하는데 가만히 봤더니 본질적으로 장사라는 것을 다 알아버렸어요. 힐링도 장사라는 것을 다 알아버렸어요.
저도 웰빙 시대 때 얘기 많이 했어요. 근데 저는 웰빙 시대 때 얘기 많이 하면서 돈 10원도 안 벌었고 못 벌었어요. 왜? 저는 어떤 것을 먹으면 몸에 좋습니다라는 얘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어떤 것을 먹으시면 해롭습니다만 얘기했어요. 해로운 건 팔 수가 없어요. 장사로 이어지질 않아요. 그때 웰빙 시대 때 양심 지켰던 사람들과 돈을 지켰던 사람들의 차이가 나타났어요.
힐링도 마찬가지로, “뭘 하지 마십시오” 이지, “뭘 하십시오”를 하게 되면 돈이 돼요. 뭘 하지 마십시오! 이건 몸에 좀 해롭습니다! 해로운 거 빼고 다 하라면 되죠. 그럼 이건 돈이 안 돼요. 그래서 뭐 단체들도 꽤 크게 있고 했는데 10원도 못 벌었고 10원도 안 벌었어요. 해로운 것만 안 했기 때문에 아무튼 건(健)과 강(康)도 뜻이 다른데요.
健과 康 그리고 삭다와 늙다
‘건’을 굳이 비유하면 ‘삭다’와 상반됩니다. ‘늙다’는 강(康)과 상반돼 있는 함수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 보겠습니다.
우리 몸에서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고 하는 그 어떤 덩어리 구조! 그것을 우리가 그 포지티브(positive)하다고 했을 때 건(健)이라고 부릅니다. ‘삭다’는 우리 말로서 한자와 상관없지만 반대로 그 건과 관련된 차원에서 네거티브(negative)한 것을 삭다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건강하다 할 때 건(健)하다는 것은, 생긴 것과 눈으로 보이는 것과 냄새나는 것과 체취가 나는 것 또는 만져보니까 딴딴하게 근육도 있는 것 등등이 멀쩡하다! 그걸 건이라고 그럽니다.
신장은 못 만져보잖아요. 내부에 있는 건 못 만져보잖아요. 근데 낭만닥터 김사부에 보니까 돌담 병원에서는 손 넣어 심장도 만져보던 데요. 우리가 안 만지는 거지 만질 수는 있는 물질적 영역이죠. 물질적 영역에서 그 구조와 그 쓰임새 구성도가 positive한 것을 건(健)이라고 그래요.
강(康)이라는 것은 그 구조 구성도 안에서 에너지 작용이 positive한 것을 강이라고 그래요. 현실적으로 구분은 잘 안 될 수 있죠. 근데 옛날에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에너지가 더 중요했어요. 그래서 강건(剛健)이라고 불렀어요. 지금도 강건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죠.
근데 건강이라고 부르는 건 언제 생겼느냐? 산업혁명 이후에, 서양의 자본주의와 사실상 관념론도 있지만 산업혁명은 기본적으로 유물론이죠. 그 유물적인 견해 또는 유물론에 바탕을 둔 사회 문화가 동양으로 수입되면서, 특히 나가사키를 통해서 일본으로 수입되면서 이게 물질 중심으로 부르다 보니까 강건이 건강으로 단어가 재편이 됐어요.
우리도 지금 그걸 쓰고 있고요. 심지어 이 강건이라는 말을 많이 오래 써왔던 중국인들조차도 지금도 지앤캉(건강)이라고 부르지, 캉찌앤(강건)이라고 부르지는 않아요. 이미 거기는 더군다나 공산주의가 들어왔으니까요. 아무튼 에너지 상에서 positive한 것이 강이라면, 에너지 상에서 negative한 것이 ‘늙다’입니다.
‘삭다’라는 것의 반대말과 상대어는 뭘까요? 아니 ‘삭다’의 반대와 상대어로 안 하겠습니다. ‘삭다’의 그 다음 단계는 뭘까요?
삭다! 삭으면 그 다음에 어떻게 되겠죠. 삭은 것은 처음에 물건이 형성된 거죠. 태어난 게 아니고 물건이 형성된 거죠. 형태화된 거죠. 형태화 돼 가지고 그 형태를 유지하죠. 유지하다가 나중에 삭죠. 삭으면 허물어지죠. 허물어지고는 뿔뿔이 흩어져서 사실상 형체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되죠. 그걸 불교 또는 한자에서는 사자성어로 뭐라고 그러죠.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고 하죠. 형성되고 머물고 허물어지고 다 흩어져 사라진다는 거죠. 이게 ‘삭다’예요. 그러니까 삭는 것은 20대에도 삭을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삭는지 그 이유를 말씀을 좀 있다가 드릴 겁니다. ‘늙다’는 것은 그냥 ‘ㄱ’이 없다고 생각하시죠. 이 ‘삭다’도 ‘ㄹ’이 없다고 생각해도 되겠지만, 어쨌든 ‘늙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ㄱ’을 없애면 더 이해하기 쉬워요. 늘어나는 거예요. 나의 에너지의 시간 점유가 늘어나는 거예요.
공간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안 되죠. 이 건(健)의 전제하니까 그렇죠. 이 健의 전제하에서 내 에너지 작용이 시간을 더 점유해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늘어나는 거예요. 에너지가 늘어나면 나중에 어떻게 되죠? 끊어지죠. 끊어지면 어딘가 부분적으로 찍찍하다가 나중에 끊어지겠죠. 그런 것을 사자성어로 뭐라고 하죠?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하죠.
生은 태어나는 거예요. 이 生은 형성된 게 아니라 툭 나는 거예요. 에너지체로서 생명체로서 태어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예전에 아이를 낳으면 뭐라고 표현하죠? 출산(出産)했다 그래요. 출생(出生)이라고 하는 건 일본 말이에요. 서양적인 개념이 인체에 적용된 나가사키 일본어예요.
쉽게 말하면 출산이죠. 태어났어요. 날 출(出)인데, 뭔가 생산했어요. 생산이 이루어진 거예요. 그 생산된 것이 에너지의 시간을 점점 점유하면서 에너지가 늘어나요. 그래서 어느 순간 늘어나면 불안해지죠. 풍선을 처음부터 불 때 불안한 분들 안 계시죠. 터질까 봐, 일정한 정도로 빵빵하면 그때부터는 이제 언제 터질까 염려하면서 불죠. 고무줄을 당길 때도 처음 조금 당길 때는 불안하지 않죠. 더 당기고 더 당겨서 어디 아슬아슬한 순간이 오죠. 어딘가 찍찍 소리까지 날 수 있어요. 그러다가 그냥 툭 하고 끊어지죠. 늘어나는 것은 어느 날 끊어져요. 그게 ‘늙다’예요.
늙어서 끊어지는 거죠. 이제 그게 사(死)예요. 죽음이에요. 그러니까 죽음이라는 것과 형체 없이 허물어지는 것은 다른 차원의 설명이에요. 모든 물체로 보면 형성되고 머물고 그리고 허물어지고 사라져요. 생명체로 보면 그 생명체는 에너지체로서 생겨나고 그 에너지체로서 더 늘어나고 어느 날 에너지체에 이상이 생기고 에너지체가 끊어져요. 즉 죽어요. 그러니까 ‘늙다’와 ‘삭다’는 다른 말인데, 삭다라는 표현을 요즘 안 쓰잖아요.
그래서 ‘늙어도 보고’의 문장에서 ‘늙음’은 ‘삭다’를 함께 포함한 말이에요. ‘늙어도 보고 삭아도 보고’ 하는 뜻이에요. 늙어도 보고 삭아도 보고, 그리고 ‘아파도 보고’의 ‘아프다’는 말은 ‘위험하다’는 뜻이에요.
아프다는 것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아프다가 아니에요. 아플 통(痛)이 아니에요. 상처 날 상(傷)도 아니에요. 한자로 위험하다 할 때 위(危)자가 ‘아프다’의 뜻이에요. 아픈 사람이라는 것은 위험(危險)한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지금 현재 상태가 그의 존재 때문에 위험하다는 게 아니라 그가 위험하다는 뜻이에요. 나머지 소소한 것들은 아픔이라고 말하면 안 돼요. 오늘날은 다 합해서 크고 작은 것을 다 합해서 아프다고 하죠.
아픈 사람들이 아프던 사람들이 치료를 받으러 가면 머물러야 하죠. 집에 막 보내면 안 되죠. 죽을 테니까요. 위험한 사람은 그래서 머물러 두게 하죠. 그 머물러 두게 하던 데가 어디냐면, 오두막이에요. 지금은 오두막이 작아서 가난하고 없는 사람들이 소박하게 사는 곳으로 비치기 쉽죠. 영어로는 케빈이라고 그렇죠. 또는 가랫(garret)이라고 할 수도 있죠.
원래 오두막은 ‘오두’들이 살던 막이에요. 옛날에 병을 고치는 의사의 우리 말이 오두예요. 오두 중에서 그 원장쯤 되는 오두가 ‘오두시’예요. 오두시 또는 오두는 그 직업을 선택한 이상 무소유여야만 돼요. 무소유가 아니면 오두를 하면 안 됐어요.
지금이야 장사꾼이 돼서는 안 되는 5가지 직업 중에 제일 먼저 장사꾼이 된 게 의업이지만요. 의상배가 많고 오두는 없잖아요. 처음에는 젊어서 히포크라테 선서를 배우고 오두를 하죠.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서 과장쯤 되면 오도시는 되지 않고 의상배가 되죠. 종교는 종상배가 돼요.
어느 정치인이 저에게 묻더라고요. 자기 무엇을 하면 좋겠냐고! 그래서 ‘약탈 없는 나라’를 만들라고 그랬어요. 과거가 약탈당하지 않고 현재가 약탈당하지 않으며 미래가 약탈당하지 않는 그런 나라를 만들라고 그랬어요. 과거가 약탈당하지 않는 것은 역사가 약탈당하지 않는 거예요. 미래가 약탈당하지 않는 건 가치가 약탈당하지 않는 거예요. 교육이에요. 그래서 교육이 상업화되면 안 돼요. 그런데 다 교상배가 됐죠.
어느 날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옳고 그르고 OX만 있는 거예요. OX를 통해서 OX를 넘어서는 문장을 만들지라도 OX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흰 건 흰 거고 검은 건 검은 거예요. 그 기초적인 판단에 있어서 거짓이 개입되면 안 되거든요. 그런 건데, 이것이 학상배가 되면 안 되잖아요. 지금은 학상배 천지죠.
앞에 웰빙이 유행할 때 보면 뭐가 몸에 좋아요 그런다고 했는데요. 방송에 나와가지고 그게 좋다고 떠드는 사람들 다 학상배예요. 그 다음에 종교가 상업화되면 안 되죠. 종교인에 대한 97년의 통계만 알고 있습니다. 97년 조계종 종단에서 승려들을 상대로 무기명 여론조사를 했었어요. “정직하게 사후 세계에 대해서 믿으십니까?” 안 믿는다가 70%였어요. 어쩌면 지금은 더 늘어났겠죠. 그런데도 본인들은 사후 세계를 이야기해요. 종상배죠. 그게 어디 신부 목사라고 해서 다르겠습니까? 아닌 데가 겨우겨우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심지어 파가 갈려 싸우기도 해요. 사업 집단이죠. 그건 종교 집단이 아니죠. 종교 집단은 끊임없이 통합해 가야 종교 집단이겠죠. 남들이 나뉘어서 싸움질할 때 자기들은 서로 손잡아야 되죠. 그런데 아니잖아요. 아무튼 제가 이 얘기를 왜 하게 됐는지 모르겠는데요. (웃음)
현재가 약탈당하지 않는 건 우리 국민 자산이 약탈당하지 않는 거예요. 국민 자산이 엄청나게 약탈당하고 있죠. 공황을 짓는데 7조 예산이 필요한다는데 공항 건설비는 1조 7천이라면서요. 나머지는 어디다 쓰는 걸까요? 물론 나머지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해당 공정을 보면 사회는 원스텝이나 논스톱으로 달려갈 때, 거기에 행정 공정과 공공자산을 관리하는 데서 오히려 4 스텝, 5 스텝을 만들어 가요. 왜 그렇게 수많은 스텝이 필요할 거예요? 그래야만 합리가 보장될까요? 합리를 믿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는 한두 번의 검토면 충분해요. 검토를 합리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크로스 체크를 여러 번 하는 거죠. 이유를 보면 결국 그 과정에서 약탈당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약탈당하는 돈만 약탈 못 당하게 해도 지금 바로 (앞서 말씀드린 국가가 국민에게) 월급을 줄 수 있어요.
이제 삭다 문제로 한번 더 가볼게요.
(어차피 제 얘기는 횡설수설로 왔다 갔다 해요. 제 자신이 생긴 게 보니까 짜임새 없게 생겼잖아요.)
앞에서 그 얘기를 했잖아요. “과거를 약탈당하지 않는다는 게 역사를 약탈당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역사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몸은 뭐예요? 이것도 역사예요. 아메바 시절의 역사도 우리에게 있고, 무척추 동물 시대의 역사도 있어요. 척추 동물 시대의 역사도 있어요. 그리고 그보다 더 파충류 시대의 역사도 있고 다 있겠죠.
우리 몸에 그렇게 차츰 차츰 순서대로 진화의 과정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 우리 몸이라는 거죠. 이 역사가 훼손되는 순간 우리 몸은 삭아요. 바로 삭아요.
체액과 살과 막
일단 우리 몸에 살이 있죠. 살이 있어요. 살은 무척추 동물일 때도 있었겠죠. 그 살을 칼로 쓱 그으면 어떻게 되죠? 며칠 있으면 아물어요. 긁지만 않으면 아물어요. 살아 아문다고 그래요.
뼈는 척추 동물 시대의 구성 요소가 내 몸에 쌓인 거죠. 부러지면 어떻게 돼요? 아물지 않아요. 붙어요. 붙기는 하지만 아물지는 않아요. 아물다는 것은 완전 회복되는 거예요. ‘상처가 아물었다’는 것은 살이 아물었다는 얘기예요.
그걸 알고 나서는 살을 막 꿰매 놓아도 나중에 오래 지나면 꿰맨 흔적도 없어져요. 뼈는 평생토록 붙은 흔적은 있어요. 그래서 뼈는 아물지 않고 붙는 것이기 때문에, 뼈 붙여주는 데가 있었죠. 옛날에는 접골원(接骨院)이라고 있었죠. 회복시키다는 복골원(復骨院)이 아니고 붙여준다는 의미예요. 뼈는 붙이는 게 최선이에요.
그 다음 단계로 고등동물 단계로 오겠죠. 고등 동물 단계로 오니까 심장도 생기고 간도 생기고 등등의 장기가 생기는 거예요. 이제 이것들은 뼈만큼도 회복이 안 돼요. 어떤 것들은 심지어 최첨단 영역들, 눈 귀 이빨 이런 것들이 있죠. 이빨은 아주 그렇진 않은데 이빨은 갈잖아요. 그러면 인간은 언제부터 이빨을 갈았을까요? 우리는 7살이나 8살에 이빨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죠. 구석기 시대에는 이빨을 못 갈았어요. 평균 수명이 11살이었거든요. 그때 이빨 가는 나이가 되면 애는 언제 낳아요?
지금 여성들이 생리를 평균 14살쯤, 요즘은 좀 살짝 빨라지고 있지만 남성들은 16살쯤에 하죠. 구석기시대 그때 그러면 애는 언제 낳아요? 11살까지 사는데 이빨은 언제 갈아요? 그때는 이 빨을 갈 때 애를 낳아야 돼요. 아니 애 길러야 돼요. 완전히 다르죠. 구석기 시대까지 그랬어요. 근데 요즘 뭐 구석기 다이어트를 한다고요? 11살까지만 살아볼 생각인가 보죠?
아무튼 우리 몸에 눈 같은 것이나 이빨은 뽑히면 다시 나는데 어떤 사람은 서른을 넘어서 다시 나는 사람도 간혹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금니도 다 났어요. (그러니까 제가 원시적인가 봐요.) 오른쪽에 사랑니를 제일 먼저 뽑았는데 위에 그거 다시 났어요. 잘 났어요. 아랫니 사랑이도 나나 그랬더니 안 나대요. 역시 50을 넘어서 뽑으니까 안 나는 거예요. 눈은 그러면요 뽑아버리면 다시 나나요? 아직까지 한 번도 안 나요. 첨단 기관이에요.
다시 말해서 이 역사를 보면 우리 몸에서 잘 회복되는 것, 아물 수 있는 것, 붙기만 하지 아물지는 못하는 것, 그럭저럭 수리가 되는 것, 아예 수선 자체가 불가능하고 교체 이외에는 답이 없는 것 등등이 내 몸에 쌓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지금은 교체가 되죠. 교체가 돼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교체가 되죠. 교체라는 건 뭐죠? 수선 불가라는 얘기죠. 수선할 수 있으면 수선하지 교체할 이유가 없죠. 그러니까 교체를 하는 게 답이다 하는 것은 수선이 안 된다는 거죠. 첨단 부분이라는 거예요. 이것들이 층차별로 우리 몸에 복합적으로 아주 복잡하게 쌓여 있는 거예요.
이 쌓이는 순서가 무너져요. 쌓이는 순서가 무너지고 그것이 몸속에서 흐트러져요. 그 순간 몸에 바로 ‘삭음’이 와요. 몸은 삭아요. 젊어도 삭아요. 예를 들어 사람 몸에는 어느 동물에게나 체액이 있어요. 그리고 살이 있어요. 그리고 막이 있어요.
이렇게 제일 처음 3대 요소, 즉 생명의 초기 3대 요소가 있어요. 막이 있어야 세포가 되잖아요. 무한정 흘러가지 않잖아요. 막이 있고 그 막을 구성하는 넓은 의미의 살이 있고, 그 살 안에 마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체액이 있어요. 이 세 가지와 다섯 가지가 더 있으면서 현대까지 와요.
이건 어느 과학자도 얘기하지 않는 제 나름대로의 이야기예요. 그 세 개 중에서 어느 날 지렁이가 밖에 나와서 수분을 잃어버렸어요. 죽죠. 누가 지렁이 껍질을 싹 벗겨버렸어요. 막을 벗겨버린 거죠. 그러면 바로 죽죠. 지렁이 형체를 유지하면서 안에 있는 살만 쏙 흡입해 꺼내버렸어요. 바로 죽죠.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섞여 있어야 살잖아요.
하물며 인간은 더 복잡해요. 이 복잡한 것이 대개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죠. 그 정도로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적응이 된 거죠. 8가지 요소는 다음 시간에 말씀드릴 거고요.
(1회차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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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돌아 업 시키고
식어면 돌아가 정신을 차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