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밭에 다녀 왔습니다.
강원도는 일찍 추워지기때문에 고구마도 캐야했고
고추도 따고 농사도 마무리해야 할 시기입니다.
둘이서 하려면 힘도 들지만 하루에 다 못할 거 같아서
아들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흔쾌히 가겠다고 나서는 며느리들이 얼마나 이쁘던지요.
아들놈들은 ㅇㅋ 사인을 혼자 내기 어려워졌고
며느리들의 허락이 이젠 필요하기에~~ ㅎㅎ
부지런히 길 나서서 둔내 하나로 마트에 도착하니
딱 맞춘듯이 작은 아들놈 차도 왔습니다.
요새는 앱이라나 뭐라나 그걸 깔아 놓으면
어딜가도 행선지가 실시간 공개돼 꼼짝 못하는 시대인지라~~
맞춰 온 건지도 모릅니다.
반갑게 손주들과 뽀오도 하고 마침 둔내 장날이라
장구경을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명절이 지난 장날 풍경은 과일과 채소를 파는 노인들도 없고
왠지 휭하고 쓸쓸했어요. 명절이 지난 다음 장날은
늘 그렇다고 하는데 이해가 됐습니다.
에이 모처럼 손주들에게 떠들썩한 장구경 시켜주겠구나 했는데
예상은 빗나갔고 장날의 대표 먹거리
꼬치오뎅(1꼬치500원)과 순대(1팩 3천원), 족발(만원) 등
너무나 싼 가격의 간식거리를 샀습니다.
밭에 도착하니 풀들의 함성도 있지만
밤송이는 벌어져 있고 고추도 다글다글 열려 있고
방울토마토는 이쁘게 익어 있어서 따 먹으니 어찌 그리 맛이 좋던지...
둘러보는 시간 잠시하고 모두 몸빼로 갈아 입었습니다.
손주들도 앙증맞은 장갑까지 준비하고 왔더군요.
요즘은 아이들도 체험학습을 가서 쬐꼬만 장갑도 파나 봅니다.
박스를 하나씩 들려서 윗밭으로 갔습니다.
2돌 지난 손자놈도 박스 하나를 들고 약간의 오르막길을 잘도 걸어 갔습니다.
우리 작은 아들과 며느리는 아이가 따라 오던지 말던지
신경도 안쓰고 가더군요. 늘 그렇게 아이를 걸렸다고 합니다.
기특했어요. 정말~~ 윗밭에 도착해 아이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호미들고 첫번째로 캔 고구마 흐미~~뭔일이랴?
엄청시리 커서 모두 모여 소리를 질렀습니다.
너무나 가물었던 여름인지라 그렇게 씨알이 굵은
고구마가 나올지 상상도 못했거든요.
댓빵 하나 캐고 나니 신이나서 모두 열심입니다.
큰놈은 일처리 할 게 있어서 점심쯤에나 도착이 되겠다고 연락이 오길래
둔내서 만나 점심을 먹고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5줄 심은 고구마 3줄은 캤고 2줄은 남겨 놓았습니다.
큰애들 식구들도 자연학습의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ㅋㅋ
점심을 둔내버스 정류장 앞에 중국식 식당에서 해물쨤뽕과 자장면을 시켰습니다.
해물 쨤뽕이 어찌나 맵던지 눈물 콧물 흘리며 먹었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다는 큰놈은 정말 맛있다고 먹었고
자장면을 먹는 손주들은 맛있다를 연발했지만
우리 부부는 해물쨤뽕이 너무 매워서 다시는 여기 안 올끼다 했습니다.
매운 거 좋아하시면 강원도 여행 하시다 들리셔요. 강추입니다.
점심 먹고 나서 밭으로 오니
작은 놈은 한잠 자야겠다고 누워 버리고
큰놈 식구들은 고구마 밭에서 신이 났습니다. ㅋㅋ
우린 고추 따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윗밭에 심은 고추가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올해 다 말리면 20근 넘을 것 같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수확일거라 여기고 빨간 고추만 땄지요.
마침 윗뜸에 사시는 동네 이장님이 가다가 들리셔서
농약 한번 안 뿌리고도 고추 농사를 정말 잘 지었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만난김에 우린 오늘까지만 딸 거고 서리가 올지 모르니
풋고추는 반장님이 따시라고 전했습니다.
봄에 밭갈이를 못하고 있었을 때
반장님이 작은 밭은 면에서 갈아준다고 알려주셨기에
고마움의 표시를 했습니다.
이장님이 엄청 좋아라 하시고 바로 연락해서
온 반장님은 고맙다는 인사는 하고 따야한다면서
(픗고추로 따서 파시는 분)
청양 고추를 안 심었는데 비싼걸 준다고 무척 좋아 하시더군요.
가을 걷이 끝나고 나눔한 거 같아 우리도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벌어진 밤송이를 털어서 알밤도 둬됫박 땄고
고구마 똑같이 나눠 싣고
무우 심은 거 솎아서 김치 담그라고 줬고
차 만들 꽃도 조금 땄고
온 식구가 모여서 가을걷이 했으니
올 농사는 대성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제 오후 며느리들이 전화를 했네요.
고구마가 커서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달고 맛이 있다고~~
그래서 내년에도 심을께 했습니다. ㅋㅎ
사는 게 뭐 별건가요?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요.^^
첫댓글 수확의 기쁨이 전해지네요.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즐거운 시간 되셨군요.
보는 저도 맘이 그득 차오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글치요.
모두 모였어요.
애들이 작아서 밭에서 함께 모이긴 어려웠었는데 ㅎㅎ
고구마 캐고 내년부터는 심을 때도 며느리들이 도와준다고 하더군요.
와---
비단이 부자다--
고까 비단이도 많이 컷나 봅니다
근데 -풀밭이여-- 채마밭이여---
애들이 서 있는 곳은 안 심은 곳이구요.
나연이 서 있는 곳은 올라가는 길
예초기 맛을 3번 보여줬는데도 풀을 못 이겼어요, ㅋㅋ
콩만 수확하면 끝.
아이구 귀여워라.~벌써 저렇게 컸군요.~^^
체험학습을 제대로 하네요.
큰 거 하나만 던져주세요.ㅎ
체험학습 했지요.
벌레 이름도 꽃 이름도 알려줬으니까요.
드릴수만 있다면~~
수확 할 때만 모여라 하시니 좋은 부모님 이십니다^^
중간에 오라면 오것어유? ㅋㅋ
누울자리 보고~~
올해 고추 엄청 비싼데 떼돈 벌었습니다.
이래저래 정말 자랑하실 게 많네요.
저는 고구마 캐는게 너무 힘들어 안 심습니다.
첨엔 1근에 28000원씩 했는데 요즘은 작년보다 싸다고 하는 거 같어요.
고추가 풍년이래요.
온가족이 모여 가을걷이 하시는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부럽습니다.
가족체험의 농장이네요, 아가들이 자라도 할머니 할아버지 밭을 기억 하면서 즐거워 할 것 같습니다.
장가가기 전엔 힘들게 농사를 왜 짓느냐고 그러던 아들들이
40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그 말이 쏙 들어갔습니다.
장마때는 아들들 손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오라면 잘 오더라구요.
며느리들에게 허락을 먼저 구하지만요. ㅎㅎㅎ
손주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어요.
달달한 행복이 느껴집니다^^
글이고 사진이니까요.
아~~나도 고구마 캐야겠다.
심어놓고 공장이 이사를 하는 바람에 돌보지를 못해서 반은 말라죽고 반은 풀에 치어서 어쩌고 있나 모르겠어요.
그래도 가보기는 해야 하는데...
식구들이 함께하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우리 애기도 크면 같이 고구마 캐야지~~~^^
애기 하나 생기고
희망도 생기고
할일도 늘고~~
우리 나연이가 정말 많은 걸 도와줘요. 첫딸이 살림 밑천 맞더군요.
올 농사가 풍년인줄 알았는데 진짜배기(자식농사)는 더 대풍이시네요.
가족이 다 함께 모이도록 지혜를 발휘하신 비단옷 님께 또 한 수 배워갑니다.
그나저나 며늘님 복이 아주 많으신 것 같아요~^^
우리 며느리들이 아주 착해요.
승질머리 즈랄같은 시어미 말을 잘 따라 줍니다. ㅋㅋ
2식구가 10명으로 되었네요.
@비단옷 비단옷님, 오즘 젊은 여성들 칼같은 시엄니가 좋대요.
뭐든 오픈 마인드!
쿨~~한 시엄니 만난 며늘님들도 큰 복을 지으셨네요!
@솜씨(파주) 아들들이 이번에 그러더라구요.
우리 엄마 어지간하면 절대 태클 걸지 않아 너무 좋다고~~
그 소리 들으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전 같으면 어느 집이나 흔한 일인데
요즘은 변한 세상이어서 그리 보이는 거 같습니다.
성공한 게 이런 거 일까요?
@비단옷 그럼요~
온 가족이 평화롭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시니 더 이상의 성공은 바라지 마셔야합니다.ㅎㅎㅎ
@솜씨(파주) 욕심의 끝은 죽는 날이래는디
저는 이미 그건 초월했습니다.
저라고 고민스럽고 걱정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웃고 살려고 그럽니다.
주어진대로 사니까 편해요.
농사 짓느라 입에서 단내 날때는 왜 내가 이 짓을 해야 하나?
우라질~~ 그런 욕도 합니다. ㅎㅎㅎ
비다니님?
진짜 이렇게 자랑하실 거욤, ㅎㅎㅎ
고구마 밤도 고추도
모두 부럽고
아들 머늘 나눠 주실것 있으니까 더 뿌듯하시겠어요
그 짬뽕도 먹고싶고
시방부러워서 배가 아파서
정로환 사러갑니다
정로환값 주이소오 ㅎㅎㅎ
만나서 남한산성으로 갑시다. ㅎㅎㅎ
올팍은 요새 공사중이라 갱치가 별로더만요.
아들, 며느리, 손주들과 즐거운 시간에 밤송이닌 쩍쩍 벌어졌고, 방울토마도 이쁘고, 고구마 수확하시는 기쁨을 그려보고 있어요.
축하드립니다. 성공하신 2018년 농사......^^
딱 한가지 하룻동안
아이들이 맘껏 뛰고 소리지르고 나무라거나 혼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
집에 돌아와 바로 곯아떨어지고 ㅎㅎ
그것이 제일 좋았어요.
아래층에서 올라올까봐 늘 조심스러웠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