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업 시대에 ‘뜨는 자격증’은 어떤 것일까. 자격증 열풍 속에 국내에서 취득할 수 있는 각종 자격증이 줄잡아 1천여가 지가 넘는 상황에서 딱 “이거다!”하고 내세우기는 쉽지 않다.크게 국가 기 능자격증과 민간자격증,국제자격증으로 나뉘는 자격증 가운데 ‘뉴스피플’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한 것은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 좁히는 수밖에 없었다.
20∼40대 직장인들에게는 정보화시대에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는 자격증 취득이 단연 ‘화두’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 능력시험이 이미 보편적인 추세가 된 가운데 IT분야가 산업의 한 축으로 떠오르면서 정보처리기사 등 IT분야 자격증 취득도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뉴스피플’ 2월23일자 참조]
또다른 흐름은 금융·법률 분야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국제자격증 취득 열 풍이다.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교육은 물론 학원수강 등이 가능해진 것도 요 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관련 스터디 그룹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자격증 관련 전문 사이트인 서프21(www.surf21.com)의 황화숙 대표는 “자 신에게 가장 적합하면서도 희소성이 있는 분야를 고르되 현재 유망한 자격증 보다는 최소한 5년 뒤에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특히 선호하는 전문 자격시험의 일부를 골라 소개 한다.
◆미국변호사 시험(BAR EXAM) 국내에서 미국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이 들이 만만치 않다.
선발인원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국내 사법시험에도 합격하기가 쉽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어떻게 미국변호사 자격 을 따?”하고 의문을 나타낼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국제거래가 늘면서 이 자격증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계약이나 국제분쟁이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대기업의 법무 실에는 미국변호사 자격을 가진 전문가들이 한두사람 이상 있을 정도로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자격증 중의 하나다.연봉도 만만치 않다. 미국 명문대를나 온 경우 초봉이 연 10만달러선에 이르고 있다.
M&A와 해외투자 등이 늘면서 국내에서 미국 변호사의 수요가 더욱 늘고 있 는 점도 자격증 취득을 부추기고 있다.지적재산권 문제와 인터넷산업의 성장 에 이어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이 이뤄지면 또다른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주(州)마다 다른 미국변호사 시험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유학해 로스쿨을 나온 JD(법학박사)에게만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미국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자격을 따는 길도 생겼다.미국 로 스쿨과 제휴한 학원의 수강생으로 등록해 미국 로스쿨 학위와 변호사시험 응 시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이다.이 경우 직장을 다니면서 4년간 공부할 수 있어 소득의 유지와 함께 생활비 등 경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장 점이다.
미국 변호사 시험은 응시자격에 따라 4가지로 복잡하게 나뉜다.경우에 따 라서는 예비시험(Baby Bar Exam) 등을 거쳐야 한다.
국내에는 미국 대학의 로스쿨과 제휴한 학원이 여러 곳 개설돼 경쟁을 벌 이고 있다.미국 캘리포니아 SCUPS와 제휴한 ‘AP.SEOUL KOREA’가 99년에 가 장 먼저 문을 열었다.현직 변호사는 물론 법무사 외에 일반 기업체 국제업무 종사자들이 수강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토·일요일에 집중강의를 실시 하고 있다.온라인 강의를 실시하는 곳도 있다.초기여서 아직 합격자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미국공인회계사(AICPA) 역시 국내에서 공부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 다.IMF 체제가 시작된 이후 가장 각광받는 자격증으로 AICPA를 들어도 무방 할 것이다.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한국의 회계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게다 가 기업들의 분식회계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회계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높아져 AICPA의 몸값은 단연 상한가다.
수험생들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매년 두차례 실시되는 시험에 1천500명 씩 응시하고 있을 정도다.50∼300명의 합격자가 나오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KICPA)와 다른 점은 활동 무대가 미국 내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통한다는 점이다.세계 어디서나 인정받을 수 있는 글로벌 전문 자격증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모든 기업들에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재무제표를 만들도록 권고함에 따라 한국의 모든 금융기관의 회계감사는 국 제적으로 인정된 회계법인에 의해 감사를 받아야 할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도 AICPA 자격의 주가를 띄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응시자가 한국의 대학 및 대학원에서 취득한 학점은 미국의 외국인 성적관 리기구의 환산과정을 거쳐 시험에 필요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공부하는 경우 미국CPA협회에서 공식 지정한 외국인 성적관리기 구인 FACS에 등록된 회계(Accounting)전문교육기관인 한국회계학원(KAIS)에 서 수강을 통해 과목당 3학점씩 총 36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5월과 11월 미국(령)에서 시험을 치르며 국내 수험생들은 대체로 태평양상 의 미국령인 괌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국내에서 공부한 AICPA 합격자의 경우 평균 1년4개월 정도 걸리며,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기 때문에 국내 공인회계 사 시험보다 쉽다는 게 수험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다.합격한 이후에 1년반 정 도의 실무수습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한국공인회계사(KICPA)와 달리 AICPA만으로는 바로 취업이 되지 않 는 것이 한계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영어와 실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격 증이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시험에 합격하면 외국투자법인 등으로 옮기는 경우 도움이 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KAIS 차성웅 실장은 “시험이 한국 공인회계사보다 쉽다고 활용도가 낮다 고 볼 수 없다”면서 “영어가 되는 경우 AICPA 자격을 갖추면 금상첨화”라 고 말했다.
◆CFA(공인재무분석사) 생소한 이름의 자격증 가운데 요즘 가장 관심을 끄는 자격증은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다.
CFA는 미국 민간단체인 투자경영분석가협회(AIMR)가 인정하는 재무전문가 로 증권이나 투신,보험업체 등 전세계 금융기관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공인자격증이다. 때문에 CFA자격을 갖춘 경우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 다.반도체 경기 논쟁이 한창일 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단번에 세계 증 시의 흐름을 뒤바꿔 놓는 영향력을 보인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 애비 코언 도 CFA 자격증 소지자로 밝혀져 주목을 끌었다.
국내 자격증 취득자가 아직 54명에 불과하지만 지난 6월3일 치러진 올해 국내 응시자가 3천명을 넘었다.74개국에서 치러진 시험에는 사상 최대 규모 인 8만6천421명이 응시해 국제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국내 일부 증권사 는 직원들을 단체로 CFA에 응시토록 수강료 등을 지원해 주고 있다.증권시장 을 좌지우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CFA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기업 분석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AIMR가 주관하는 시험은 1·2·3차 시험이 모두 영어로 치러지며,이를 모 두 통과해도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입증해야 비로소 CFA자격이 주어진다.각 단계마다 250시간 정도 투자해야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출제된다.
이는 미국인 기준이므로 한국인을 기준으로 하면 2배 가까이 더 노력해야 한 다는 것이 합격자들의 설명이다.
자격을 취득하기가 무척 까다롭지만 일단 합격하면 메리트는 매우 크다.자 격증을 갖추면 연봉이 억대로 뛰는 것은 기본이며,회사 안에서도 승급 1순위 로 꼽힌다.해외에서는 MBA(경영대학원) 출신보다 더 높이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MA(공인관리회계사) CMA는 AICPA에서 떨어져 나온 국제 자격증이다.‘ 관리회계’ 전문가로 보면 된다.
외부투자자나 감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재무회계’와 달리 회 사 내부 종사자나 의사결정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관 리회계다.
따라서 기업경영의 주요 분야에 걸쳐 과거,현재는 물론 예측 가능한 미래 의 상황을 분석,검토하여 경영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생산,제공한다.필 요할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기업경영 활동에 핵심적인 역 할을 수행하기도 한다.예산편성과 원가절감 등을 강조하는 분야일 경우 CMA 자격증을 특히 필요로 한다.국내에서는 삼성화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CMA과 정 위탁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응시자격은 4년제 대학을 졸업자나 졸업예정자,AICPA합격자,GRE 또는 GMAT 50% 이상 득점자 중 한가지 요건을 갖추면 된다.TOEFL처럼 한미교육위원단 이 시험을 주관하며 한국회계학원 등에서 시험응시를 대행하고 있다.
경제학 등 4개 파트의 시험을 치러 파트별로 500점(700점 만점)이상이면 합격하며 부분합격도 인정된다.
한국회계학원 관계자는 “99년부터 시험이 시행돼 초기단계여서 아직 합격 자가 많지는 않다”면서 “국내 회계가 국제기준에 맞춰 정교해질수록 자격 증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FRM(국제재무위험관리사) FRM(Financial Risk Manager)도 아직 일반인 에 낯선 자격증 가운데 하나다.
주요 역할은 채권·주식 등 각종 금융자산의 가격변동 위험을 예측하고 관 리하는 기술을 지닌 고도의 금융전문가.IMF체제 이후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체계적인 금융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하면서부터 부쩍 주목을 받고 있다. 위험관리는 기업의 이익,나아가서는 기업의 존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므로 전세계적으로 FRM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위험관리사국제연맹(GARP)이 실시하는 민간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국내에는 97년에 처음으로 도입됐으며 99년에 첫 합격자가 나왔다.난이도가 높기는 하지만 2년 이상 금융기관에 종사한 금융인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세계적으로 145명의 FRM이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자격 소지자 는 외국계 회사나 국내 금융기관에 취업시 특혜를 받을 수 있다.올해부터 개 설된 국내 자격시험은 한국증권업협회가 주관하고 시험시행은 FRM코리아가 맡고 있다.
◆FP(금융자산관리사) 국내 자격증으로 은행,보험,증권의 고유영역 파괴 에 따른 필요성이 높아진 종합금융 전문가.일명 ‘재테크박사’로 통한다.
고객들이 요구하는 복잡한 금융의 맞춤 서비스에 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국민 1인당 평균 1천517만원에 이르는 금융자산의 투 자운영에 적합한 곳을 찾는 것이 FP의 중요업무다.금융감독위원회가 이미 판 매에 들어간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를 FP만이 취급할 수 있도록 한 것만 봐도 자격증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증권업협회도 FP자격증을 갖춘 사 람만이 랩어카운트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개정했다.
FP제도 도입은 세계적 추세로 앞으로 회계사,변호사처럼 공인으로서 부상 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계리인 국내자격증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끄는 것 중의 하나.보험상 품을 개발하고 보험회사의 전반적인 위험을 분석 평가 진단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방카슈랑스 등 종합금융이 시행될 가능성이 큰 데다 농수협 과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에서도 보험이나 공제를 취급할 예정이어서 수요가 크게 늘 전망이다.금융감독원이 실시하는 1·2차시험과 일정한 기간의 수습 을 받은 뒤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전문가들은 “보험계리인 시험의 난이도 가 높아 수학이나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의 합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 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