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제3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홍수 및 가뭄 피해가 빈발함에 따라' 4대강 사업을 통해 '홍수방지와 물 부족 및 물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13조9000억 원을 투자하는 '녹색뉴딜사업'으로 19만개의 일자리와 40조 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했고, 이는 결국 2009년 7월 마스터플랜을 통해 22조 원 규모, 34만 일자리 창출 계획으로까지 확대됐다.
4대강 사업에는 자전거길 건설이나 천변 조경 작업이 대거 포함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634km의 물길에서 5억6000㎥의 모래를 준설하고, 16개의 댐을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5억6000㎥의 준설량은 폭 100m, 깊이 10m 규모의 준설을 560km에 걸쳐 진행했을 때 가능한 엄청난 양이며, 평균 높이 10m 길이 500m에 달하는 댐들은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대형 댐에 속할 정도로 규모가 큰 것이다. 이를 통해 4대강은 물이 가득한 호수들이 줄줄이 연결된 형태가 됐으며, 무엇보다 선박 운항에 유리해진 반면 4대강 고유의 생태와 지형은 영영 사라지게 된 셈이다.
4대강 사업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말했듯 질풍노도처럼 몰아쳐 2011년 말 대부분 완료됐다. 1991년 시작한 비슷한 예산의 새만금 사업이 2025년을 목표로 하는 것에 비하면, 계획부터 완공까지를 3년 만에 마무리한 4대강 사업의 속도는 그 비교급을 찾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랜드오픈이니, 개장식이니 하는 행사들을 여러 번 진행했음에도 반년이 넘도록 준공허가를 내지 않고 있다.
아마도 분명 법적으로 공사가 완료되면, 수도 없이 발견될 하자들과 부정적 영향들이 곧 법적 책임으로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준공허가는 누더기 공사의 실체를 감추기 위해 겨울철을 넘기고, 수질 오염의 논란을 피하느라 봄철을 넘기고, 홍수유발의 책임을 감추기 위해 또다시 여름철을 넘길지도 모를 일이다.
수많은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예상대로 4대강 사업의 효과는 애초 정부의 공언과는 정반대로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그 폐해 또한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2012년 현재 전국적인 가뭄 소식이 한창인 지금 4대강사업이 실질적인 가뭄 대책에 도움이 됐다는 뉴스는 없고, 홍수기를 앞두고 댐의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건설사와 공무원들의 부정과 비리, 담합과 횡령 소식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으며 수자원공사는 8조 원의 빚더미에 앉았다. 물론 일자리 창출 얘기도 사라진지 오래됐다. 더구나 정부에서도 하천관리비용은 열배쯤 늘어 연평균 2400억 원 규모라는데, 이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 또한 불거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정권 최대 치적으로 4대강 사업을 거론하고 있고, 상식적이지 않은 다양한 논리로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 이에 4대강범대위와 <프레시안>은 기획시리즈를 통해 그 실상을 점검하고자 한다. 기사는 가뭄, 홍수, 생태, 레저 등의 계획에 대해 주요 환경단체의 활동가들이 맡는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은 비극을 반복한다.'는 역사저술가 아이리스 장의 경고를 되새겨, 다시는 이런 터무니없는 사업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업의 문제점과 우리 사회의 한계를 밝힐 예정이다. 물론 이런 작업은 역사의 기록을 바로 하고, 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지금 당장 정부는 4대강 사업과 같은 방식으로 15조 원 규모의 지천 살리기 프로젝트를 또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 세금을 엉뚱하게 낭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실체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두 번째로 홍수대책으로서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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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지난해부터 잦았다. 집중홍수 피해가 컸던 지난해 6월 25일, 집중홍수로 인해 붕괴된 경북 칠곡국 약목면 '호국의 다리(구 왜관철교)'의 모습. 호국의 다리 붕괴 원인으로는 4대강 사업에 포함된 낙동강 공구 준설로 인해 빨라진 유속이 꼽혔다. ⓒ뉴시스 |
오랜 가뭄으로 농심이 검게 타들어가고 있다. 4대강 사업이 가뭄에 무용지물임이 입증되었다. 그렇다면 홍수는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는 한결같이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 방지에 무용지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오히려 4대강 사업이 홍수피해를 높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작년 자료와 4대강 사업 시작 전의 자료를 중심으로 4대강 사업의 홍수피해 방지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폭우재해 취약지구와 지난 10년간 홍수피해가 큰 지역은 4대강 본류와 무관
지난 6월 19일 국토연구원 국가도시방재연구센터는 전국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별 '폭우재해 취약성'을 분석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취약한 5등급 지역은 총 28곳이었다. 서울시 자치구 21곳과 부산시 중구, 경남 창원, 거제, 함안, 남해, 하동, 산청 등 남해안 지역이 포함됐다. 4등급도 50곳이었다. 서울의 나머지 4개 자치구와 수도권, 부산, 경남 일부 지역, 강원도 5곳(강릉·평창·정선·양구·인제), 전남 7곳(순천·광양·고흥·보성·장흥·강진·완도)이 포함됐다. 이번 연구는 강우일자, 저지대지역, 아스팔트·콘크리트로 싸인 불투수층 면적, 산사태 위험, 호우 피해에 취약한 단독주택이나 반지하주택이 많은지 등을 종합해 평가 분석한 결과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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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전국 및 수도권 폭우재해 취약지구 ⓒ중앙일보 |
지도에서 보듯 이러한 연구결과는 폭우재해 취약지구가 사실상 4대강 본류와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취약지국인 4~5등급 지역은 강원도, 경기 북부, 남해안 일대에 위치함을 지도는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2007년 6월 21일 '맑은물포럼'과 '강살리기네트워크'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홍수피해의 악순환, 어떻게 막을 것인가' 토론회에서 심우배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1971년부터 2005년까지 35년 동안 최대 홍수 피해액을 보여준 지도와 일치한다. 이 지도는 홍수피해 잠재성 지표로 활용하는 데 사용된다고 심우배 책임연구원이 발표했었다. 붉은색과 주황색으로 표시된 이들 지역도 4대강 본류와 상관이 없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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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최대 홍수피해 지역 ⓒ심우배, 2007 |
그림1과 그림2를 비교해 보면, 실제 지난 35년 동안 홍수피해가 심했던 지역과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폭우 취약지구를 연구 분석결과가 일치하는 것이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은 사실상 홍수 피해가 많은 지역과 상관없는 곳에서 진행된 것이다. 따라서 본류를 중심으로 진행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최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피해를 막는 데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입만 열면, 4대강 사업이 홍수와 가뭄피해를 막는다고 자랑이다. 이 정도면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이야기한 조고도 울고 갈 상황이다.
다가오는 장마와 집중호우 시기, 제2의 호국의 다리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
작년 여름철 장마와 집중호우로 4대강 공사현장에서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였다. 4대강 곳곳에서 호안을 보호하기 위해 쌓아둔 사석이 물살에 쓸려 유실되었고, 제방을 덮었던 사석 매트리스의 철망이 훼손되었으며, 지천과 본류가 만나는 곳곳에서 하상보호공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또한 역행침식이 곳곳에서 발생하였으며, 재퇴적이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또한 해평취수장의 취수용 구조물에 손상이 가 단수 사태가 벌어졌으며, 신진교에 이어, 왜관철교(호국의 다리)가 붕괴되었으며, 한천교가 붕괴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올해도 역행침식의 문제, 4대강 공사 구조물(하상/호안보호공, 사면, 댐 등)의 파손, 재퇴적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4대강 공사 대부분이 완공 허가가 났다는 점에서 올해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정부는 작년처럼 공사 중이라고 발뺌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행히 아무런 피해 없이 올여름을 넘기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만에 하나 장마철 강우와 여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것이 4대강 본류에서 발생하는지, 아니면 지천이나 상류에서 발생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어떤 피해를 낳는지를 똑똑히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책무이다. 그 기록을 토대로 강을 4대강 공사 이전의 모습으로 돌려놓아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