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자립-가정복귀 위해 헌신
따뜻한 친정엄마이자 때론 시어머니 “가족 외면이 미혼모들에 가장 큰 상처”
“우리가 아빠를 이해하자, 용서하자. 우리가 사랑하면서 함께 살면 언젠가 우리에게도 가족이 생길거라 믿자. 아가야 할 수 있지?”
양육모 보호시설에서 거주하는 한 미혼모가 자신의 아기에게 남긴 글이다. 가장 의지하고픈 가족들에게, 특히 아기 아버지에게 외면당하고 외롭게 아기를 키우는 미혼모의 안타까운 심정이 묻어난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양육모 보호시설은 10여 개. 이곳에서는 항상 안도와 한숨이 교차한다. 미혼모들이 생명을 지켜내고 또 그 생명을 직접 돌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심한 사회적 편견을 뚫고 자립하기엔 힘겨운 현실 때문이다.
실제 급증하는 미혼모들의 수에 비해, 드라마에서와 같이 자기 삶을 개척하고 아기를 키우는 성공적인 삶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양육모 그룹홈 ‘스텔라의 집’(cafe.daum.net /stella3)은 이러한 미혼모들이 새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발판으로 지난해 문을 열었다.
인천시 남구 학익동에 위치한 한 빌라에 둥지를 튼 스텔라의 집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할머니’를 부르는 옹알이가 들렸다.
이번호 생명지킴이는 ‘할머니’이다. 늘 새로운 손주들을 맞이하고 돌보는 할머니. 하지만 자식은 ‘딸’밖에 없는 할머니이다. 주인공 허명숙 수녀(발렌티나·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는 현재 다섯명의 딸과 다섯명의 손주를 돌보고 있었다.
허수녀가 책임을 맡고 있는 스텔라의 집은 인천교구가 인천시의 위탁으로 운영하는 양육모 그룹홈이다. 이곳에서 허수녀는 입소자들과 아기들의 생활지원은 물론, 부모역할 교육과 각종 인성·교양교육과 영성생활을 돕는다.
“이곳에 들어온 ‘엄마’들은 어리기는 하지만 참 열심히 살려고 노력합니다. 비록 여러 가지 비정상적인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헌신적으로 지켜나가는 이들이지요.”
입소자들의 연령대는 대개 10대 후반에서부터 30대 초반 사이. 허수녀는 이들에게 따뜻하면서도 엄격한 친정어머니이자 시어머니로 자리잡았다.
특히 허수녀는 입소자들은 물론 아기의 아버지를 비롯한 각 가족들의 상담에 큰 힘을 쏟고 있다. 허수녀는 미혼모들이 가진 가장 큰 아픔은 혼자서 생계를 꾸려가는 일도, 아기를 돌보는 일도 아닌 가족들에게 외면당한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허수녀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아기 아버지와 한 가정을 이루고,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가 정상적으로 할 때까지의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과정을 돕기 위해 특별히 남성 신자들의 자원봉사 지원도 적극 받는다. 온종일 수녀님과 엄마, 자원봉사자 등 여성들만 마주하는 아기들이 남성의 얼굴에 낯설어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다. 현재 인근 주안3동본당 남성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매 주말 찾아와 아기와 함께 야외나들이를 간다.
허수녀는 중고등학생들의 자원봉사 또한 적극 환영한다. 허수녀는 양육모 시설운영을 책임지면서 길거리를 걷는 젊은 연인들만 봐도 걱정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부분적으로나마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하면서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삶의 방향을 세우는데 도움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직까지 양육모 보호시설 운영에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지금의 정부 예산으로는 입소자들이 검정고시를 치르고 실제 취업까지 연계되는 양질의 교육을 받기는 부족해 안타까움이 크다.
※문의 032-864-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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