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선원사 불화 속 ‘숨은 태극기’
-105년 만에 발견… “일제 눈 피해 그린 듯”-
남원시 소재 선원사 명부전에 있는 불화인 ‘지장시왕도’에 등장하는
한 캐릭터(노란 동그라미 표시)의 관모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왼쪽 사진은 태극기가 그려진 캐릭터를 확대한 모습. 대한불교조계종 선원사는
이 지장시왕도가 1917년에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지난해 11월 , 남원 선원사의 전각 명부전에서 주지 운문 스님이 아침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문득 부처 뒤편에 걸린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지장보살과 명부의 시왕을 그린 불화)’에서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아니 저건…!” 그림 속에서 태극과 4괘를 갖춘 태극기가 보였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분명 태극기였다.
105년 만에 발견된 ‘숨은 태극기’였다. 대한불교조계종 선원사는 16일 “1917년 제작 탱화
‘지장시왕도’(184㎝×171㎝) 속에서 태극기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독립운동 정신
고취를 위해 일제의 눈을 피해 몰래 불화 속에 태극기를 그려넣었다는 것이다.
지장시왕도 속 발견된 태극기를 확대한 모습. /대한불교조계종
태극기는 변성대왕으로 추정되는 그림 속 한 캐릭터의 관모에 사다리꼴 형태로 그려져 있다.
크기는 가로 8.3㎝, 세로 4㎝다. 아직 태극기가 오늘날의 형태로 정착되기 전이라 태극의 색깔과
4괘의 위치는 지금과 차이가 있다. 탱화 밑에는 ‘다이쇼(大正) 6년’(1917년)이라는 연도 표기와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이 적혔다. 이 그림은 1917년 11월 5~17일 당시 주지인 기선 스님이
화엄사 주지 진응 스님의 감독하에 수화승 만총 등이 그리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명호 전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불화에서 태극기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만해 한용운과도
교류했던 진응 스님이 항일운동의 일환으로 그려 넣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는 1912년
칙령 19호로 기념일 등에 일장기를 게양하도록 해 태극기를 금지했고, 이런 엄혹한 시기에
불화에 태극기를 그려 넣은 것은 위험을 무릅쓴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태극기가 그려진 관모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변성대왕은 칼로 남을 괴롭힌 죄인이 칼로 인한
고통을 받는 도산지옥을 관장하는데, 일제가 반드시 칼로써 망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얘기다. 선원사는 이 그림의 근대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광 불갑사 지장시왕도 (靈光 佛甲寺 地藏十王圖)
영광 불갑사 지장시왕도는 지장을 본존으로 하여 도명존자, 무독귀왕, 시왕, 범천, 제석천, 사자,
판관, 사천왕 등을 배열한 형식을 지니고 있다. 1777년 영산회상도와 함께 제작되었다.
밝고 선명한 색조, 가늘고 섬세한 필법, 안정적이면서 원근감이 느껴지는 화면 구성, 다양한 모습의
시왕 및 권속들의 표현 등 우수한 회화적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당시 조계산 선암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불화승 비현, 복찬, 쾌윤 등에 의하여 제작되었다. 하단의 부분적 손상이 있으나 전반적인
바탕화면과 색상의 보존상태가 좋고, 불화의 가치도 높다.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308호이다.
성남 약사사 지장시왕도(城南 藥師寺 地藏十王圖)는 지장보살과 여러 명의 권속을
묘사한 군도 형식의 불화로, 1880년 서울 경기지역의 대표적인 수화승인 한봉 창엽의 작품이다.
가운데 대좌에 지장보살이 앉아있고, 왼쪽엔 무독귀왕, 오른쪽엔 도명존자가 합장한 채
서 있다. 그 주위에 시왕(十王), 판관, 동자, 천녀, 장군, 옥졸 등이 배치된 구도다.
이 불화는 적색, 청색, 녹색을 주로 사용해 색의 대비가 강렬하고, 시왕의 관모에 부분적으로
금니(金泥)를 사용했다. 시왕이 손에 든 홀에는 부분적으로 조개나 굴 껍데기를 분쇄해 만든
호분을 쌓아 올려 문양을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고분법을 썼다. 18세기 이후 서울 경기지역에
성행한 지장시왕도의 화풍과 불교문화의 특색을 그대로 보여준다.
불화 조성을 총괄하는 수화승을 ‘어화편수(魚畵片手)’로, 표구 담당 화승을 ‘장회(莊繪)’로
표현한 기록도 있다. 불화승 소임에 관한 연구 자료로서 주목할 만한 용어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548호 합천 해인사 국일암 지장시왕도.
강원도 홍천 공작산 수타사(壽陁寺)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