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밥을 해왔지만 물 대중을 맞추고 진밥으로 할지, 된밥으로 할지, 입맛이 각기 다른 식구들의 취향을 생각하자면 고민이 됩니다.
이처럼 까탈스러운(?) 밥은 어디에나 필요합니다.
가정의 아침식탁에도, 직장인들이 북적대는 점심 구내식당에서도 모처럼 외식하는 뷔페에서도 늘 '밥'은 든든히 많은 사람들의 배를 불려 줍니다.
사순절, 40일 동안 우리에게 매일의 밥을 김기현 목사님이 준비해주셨습니다.
매일매일의 밥을 너무 흐물흐물 하지 않게, 또 너무 뻑뻑 하지 않도록 정갈하게 잘 담아내셨습니다.
매일의 밥은 낭독에서 시작됩니다. 밥은 오물오물 씹어 10번 이상은 곱씹어야 그 밥알의 참 맛을 깨닫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매일 첫 순서는 그날의 말씀 낭독입니다. 낭독을 통해 소리로 맛을 깨달았다면 이제는 손맛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필사입니다. 필사를 통해 한번더 그 말씀의 맛을 손끝으로 느껴봅니다.
손맛 이후로는 머리로 올라갑니다. 이 말씀의 뜻은 무엇일까. 묵상의 고수인 김기현 목사님이 우리의 눈높이로 맞추어 해석해주십니다.
그러나 이 묵상은 사실 오롯이 내 묵상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 말씀을 다시 소화시켜 내 가슴으로 가져가야합니다. 그것이 오늘의 묵상으로 이어집니다.
그 묵상을 기도로 담습니다. 주님 오늘 하루 가상칠언을 통해, 사순절 내가 해야할 것인지 무엇인지 알려주소서.
이 기도 끝에는 우리의 발끝이 담겨야 합니다. 실천, 즉 삶으로 살아내도록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가상칠언, 그런데 왜 매일의 구성을 6가지 (낭독-필사-해석-묵상-기도-실천)로만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넘겨보니 아! 7일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의 끝에는 나눔과 질문이 있습니다. 6일 동안 개인의 삶에서 살아내었다면 이제 주일에는 함께 모여 서로의 삶을 나누고 질문함으로 몸된 교회로써 살아내도록 저자의 목회적인 세심한 배려가 담겨 있었습니다.
사순절 이 따뜻한 밥을 우리 교회 식구들과 함께 나누면 어떨까요? 김기현 목사님이 차려주신 40일간의 동일한 밥을 먹고, 같은 삶을 살아내어 주님의 고난을 함께 밥먹는 '식구'로서 살아내는 사순절이 되어보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