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꿈을 새긴 소년의 이야기
『목판에 새긴 꿈, 대동여지도』를 읽고
도건영 글. 이수현 그림 ㅣ개암나무
조선시대 양반 자제들은 입신하기 위해 글공부에 전념했다. 글을 안다는 것은 신분을 유지하는 견고한 권력이었다. 조선후기에는 부를 축척한 평민이 양반 신분을 사기도 했다.
『목판에 새긴 꿈, 대동여지도』는 그 시대를 배경으로 아버지를 이어 판각수가 되고자 하는 문수의 성장 이야기이다. 글을 모르는 아버지가 <복덕원만(福德圓滿)>을 <화덕원만((禍德圓滿)>으로 새긴 일로 호되게 당한다. 써준 대로 새겼는데, 福(복 받을 복)이 禍(불행 근심 화)로 새겨진 것이다. 이게 다 글을 몰라서 벌어진 일이다. 문수는 결심한다.
“나는 글을 익힐 거야.” (13쪽)
아버지는 문수를 데리고 평민에게도 글을 가르쳐준다는 서당을 찾아가 훈장의 허락을 받는다. 문수는 글을 아는 판각수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흑덕재를 넘어 샛말에 있는 황 진사댁에 어머니 바느질 심부름을 하러 가다가 길을 잃어 힘들어한 일, 아버지를 찾아 평양으로 가는 길을 몰라 고생한 일 등을 겪으며 지도의 필요성을 느낀다. 길을 잃어 힘들어할 때 만난 고산자 김정호가 얼마나 큰일을 하는지 알게 된다. 지도가 권력이었던 시대, 자신의 입신양명이 아니라 지도가 진짜 필요한 백성을 위해 지도 제작에 힘쓰는 고산자를 통해 삶의 올바른 방향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문수는 아버지에게 묻는다.
“늙어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요?”
“살다 보면 옳지 않은 걸 알면서도 뜻을 굽혀야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은 대단히 훌륭한 사람일 게야.” (79쪽)
문수는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글공부가 한낱 자신의 출세와 가문의 명예를 높이는 데 쓰이고 그치게 된다. 너희들 모두 자신을 넘어 나라를 위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108쪽)
문수는 훈장님의 말에 고산자 어르신이야말로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천자문을 다 마친 날, 훈장님은 문수에게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묻는다.
“아버지와 함께 현판을 만들며 돈을 벌 것입니다.”
“돈을 버는 것은 먹고 살아갈 방도일 뿐, 그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으면 안 된다. 네가 현판 일을 한다니 뜻깊은 글을 나무 판에 새기고 네 마음 판에도 새기면서 세상에 도움되는 사람이 되도록 해라.” (118쪽)
문수는 나라를 위하고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어떠한 어려움에도 의롭고 높은 뜻을 꺾지 않는 사람은 고산자 어르신이라고 확신한다. 문수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고산자 어르신을 돕기로 결심하고 길을 떠난다.
『목판에 새긴 꿈, 대동여지도』는 2023년 한국안데르센상 대상 수상작으로 고산자 김정호를 만난 소년 문수가 세상을 향해 꿈을 새기고 쓸모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한 생각들도 문수를 성장시키는 힘이 되어 준다. 문수의 마음이 자라서 큰마음이 되기까지 그들의 역할이 참으로 고맙다.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널리 이로운 일을 행하는 삶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책이다.
출처 : 생명과문학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