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얗고 파란 하늘이 빚어내는 눈꽃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을 몸과 마음을 달래며 로맨스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추천한다. 겨울이라 더욱 빛나는 여행지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애인의 따뜻한 손을 잡고 겨울여행을 나서보자.
갯벌에 비치는 선홍빛 노을을 겨울에 만나다 - 영흥도
차창을 내리면 차갑지만 맑은 겨울 바다가 가슴으로 다가온다. 연육교로 육지와 연결된 영흥도에 가면 겨울바다의 낭만이 가득하다. 이번 주말,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면 아직은 움츠린 몸에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겨울 낭만드라이브를 나서자. 영화 속의 장면보다 아름다운 로맨틱 여행지가 수도권 지척에 숨어 있다. 12월에 선홍빛으로 세상을 수놓는 겨울 바다가 보고싶다는 여자친구의 성화에 한동안 여행지를 찾느라 고민했다. 정동진이나 속초는 인파로 북적거리고, 안면도나 강화도는 오가는 시간을 길에 버려야할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번이고 고민을 되풀이하다 번개처럼 떠오른 곳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제부도도, 대부도도 아닌 바로 영흥도다.
여자 친구에게 영흥도 얘기를 했더니 역시나 엉뚱하다는 말부터 한다. 어떻게 섬으로 드라이브를 가냐고 말이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가던 섬 여행지였던 영흥도는 2003년 여름부터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2002년 11월 영흥대교 개통으로 대부도와 연결된 뒤부터 자동차로 곧바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차 저차 여자친구에게 영흥도를 설명한 뒤 이번 주말엔 바닷바람 소슬한 영흥도로 드라이브 코스를 잡았다. 영흥도의 붉은 홍시처럼 아름다운 노을을 기대하며 부르릉 출발!
영동고속도로 월곶 IC를 빠져나가 15분.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듯한 착각 속에 시화방조제를 넘는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듯한 직선도로를 만난다. 하늘을 달리는 것처럼 여자친구가 환호성을 지른다. 일단 드라이브 시작부터 대만족! 시화호 방조제 직선도로를 10분쯤 대규모 식당촌이 자리잡은 방아머리 산착장 부근이 나온다. 방아다리를 곧장 달리면 옹진군의 막내섬 선재도가 나타난다. 10여 분을 달리면 선재도를 관통한다. 영흥대교를 넘으면 영흥도 여행이 시작된다.
영흥대교 아래 선착장을 지나 3km 가량 포장도로를 달리면 십리포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십리포해수욕장은 뭔가 입구에서부터 느낌이 다르다. 해변 양옆으로 삐죽 나온 바위가 마치 해수욕장을 감싸안고 있는 형상이다.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시선에 박힌다. 멀리 두었던 시선을 당기면 벤치 옆으로 울퉁불퉁한 근육처럼 생긴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에서 단 한 곳뿐인 서어나무 군락지다. 십리포해수욕장을 나와 언덕을 넘어 10분쯤 달리면 장경리해수욕장. 물이 빠지면 사람들은 부랴부랴 양손에 그릇을 들고 바다로 나간다. 갯벌에서 바지락을 서둘러 줍기 위해서다. 장경리해수욕장은 차가운 갯벌에 사람들이 제법 많다. 한겨울에
해수욕 보다 바지락이나 조개를 줍기 위해 갯벌을 사람들이 일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장경리 노송숲에 잠시 차를 멈추고 연인과 무드를 잡고 응큼한 생각을 해도 좋다. 이곳은 연인들을 위한 숲터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우리 커플도 여기서 살짝 키스로 애정표현의 증거를 남겨본다. 그렇다고 너무 응큼하다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영흥도는 이미 연인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것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멋진 노을을 배경으로 로맨틱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ㆍ 가는 길
영흥도를 찾아가는 길은 주말마다 교통체증이 심하다. 대부도, 제부도, 시화호 등으로 나가는 길목인 영동고속도로 월곶 IC 부근은 정체가 심하기 때문에 오후 2~3시에 귀가를 서둘러야 한다. 아니면 영흥도의 노을을 보고 느긋하게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화방조제를 넘어 대부도 내의 길은 좁고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과속은 절대 금물. 선재대교 부근 경찰의 과속 단속 주의. 영흥도 내의 드라이브는 비포장길이 구간별로 이어지니 안전 운전.
무주리조트는 지금 눈꽃 축제중 - 눈꽃을 배경으로 설원 데이트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한 무대가 곧바로 유명 여행지가 된다. "가을동화"와 "겨울연가"의 촬영지였던 속초와 남이섬이 대표적 케이스. 더불어 드라마로 새롭게 조명 받은 곳이 바로 무주다. 기억 속에서 막연한 오지로만 여겨지던 무주가 청정지역의 대명사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덕유산자락에 안겨있는 무주리조트는 겨울 낭만데이트를 즐기기에 안성맞춤. 카니발 스트리트는 "여름향기" 주인공들의 사랑이 피어나는 장소. 민우(송승헌 분)의 사무실이 있고, 혜원(손예진 분)이 노란 장미를 달며 장식을 하던 프로포즈 방, 꽃집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풍의 카니발 스트리트는 테마파크 기능을 갖춘 무주리조트 쇼핑의 중심지. 건물 하나가 풍기는 이국적인 모습 때문에 CF 촬영지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카니발 스트리트에는 한식당, 하나로마트, 커피숍, 나이트클럽 등 편의 시설이 다양해
리조트 내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이다. 이 중에서도 야외 카페 "팔라"는 손예진과 그녀의 매니저가 자주 이용하는 카페. 팔라의 3층에는 손예진이 극중에서 꾸미는 프로포즈 방이 있고 1~2층은 테이블이 놓여 있어 커피나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윤석호 PD는 아름다운 화면에 무척 신경을 쓴다. 메인 촬영지인 무주리조트 내 카니발 스트리트의 건물 일부는 밝은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데, 촬영진의 이야기에 따르면 윤석호 PD가 노란색을 좋아해 카니발 스트리트를 리모델링할 때 컨셉트를 "Yellow"로 정했다는 후문. 설천호수의 나무 보트도 노란색이다.
곤돌라를 타고 덕유산 설천봉에 오르면 눈꽃 천지에 넋을 잃고 만다. 첫사랑 은혜(신애 분)를 교통사고로 잃은 민우가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의 장소를 혼자 찾아간다. 그곳이 바로 덕유산. 민우가 추억을 회상하면서 노을 지는 향적봉의 바위를 베고 생각에 잠기는 장면의 배경지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하면 쉽게 오를 수 있다. 설천봉에서 평지를 걷듯 20분 정도 걸으면 향적봉에 도착한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오르는 나무 계단 옆으로는 온통 눈꽃천지다.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덕유평전, 중봉, 삿갓봉 등 봉우리들이 줄지어 설원을 이룬다.
ㆍ 가는 길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무주 IC에서 나와 좌회전. 빠져 나와 바로 만나게 되는 19번 국도에서 무주리조트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한다. 적상삼거리를 만나면 다시 좌회전하여 19번 국도를 탄다. 19번 국도를 조금 달리면 다시 49번 지방도로를 만나는 삼거리를 만나는데, 여기서 좌회전하여 49번 지방도로로 접어든다. 이 길을 달려 터널을 두 개 지나면 37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조금만 가면 무주리조트 입구인 심곡리가 나오고 조금만 더 가면 구천동계곡 입구인 삼공리를 만난다. 삼공리에서 우회전하여 들어가면 구천동계곡이다. 서울에서 약 3시간 정도 소요.
안개에 싸여, 갈대에 싸여 낭만 백배 - 순천 대대포구
순천만 여행은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하는 대대포구에서 시작된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에서 안개나루라고 표현한 대대포구의 안개는 소리 없이 찾아와 세상을 삼키고 토해내는 묘한 매력이 있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에 둘러싸인 순천만은 북쪽으로는 빽빽한 갈대밭, 남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갯벌이다. 지금은 70만 평에 달하는 염생 지대를 갈대 가 접수했지만 1998년만 해도 15만 평에 불과하던 것이 5년 만에 이처럼 늘어난 것이다. 장정 키보다 더 큰 갈대의 군무는 그야말로 탐스런 황금물결을 이룬다.그 갈대밭 사이로 S자를 그리며 물길이 생겨났고, 물길과 갈대밭 사이엔 어김없이 철새가 둥지를 틀었다. 한번 짝을 지으면 죽을 때까지
지아비나 지어미만 섬긴다 하여 고고한 선비에 비유되는 백로는 이제 텃새가 되었고,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청둥오리, 흑부리오리, 민물도요 등 200여 종 5만여 마리는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 드는 철새다. 굳이 쌍안경을 들이대지 않아도 낮에는 갈대밭 주변 논에서, 밤에는 갯벌에서 먹이 사냥을 하고 있는 철새의 고공비행을 관찰할 수 있다. 갈대밭을 따라 난 방조제 길은 차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장산마을 앞 갯벌까지 산책 삼아 걷다 보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순천만 생태 지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대포구에서 차로 10~ 15분 거리에 있는 와온포구는 유명한 꼬막 생산지이자 순천만 최고의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횟집이 서너 군데 있긴 하지만 와온은 아직 조용한 어촌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포구다. 밀물 때 나갔던 배가 썰물 전에 돌아오면 양식장에서 긁어 온 산더미 같은 꼬막을 분류하고 손질하는 어부의 모습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러나 정확한 일몰 포인트는 여기가 아니다. 대대포구에서 보면 마치 한 마리 용처럼 보인다 해 용산이란 이름이 붙은 야트막한 야산 정상이다. 토박이들조차 모르던 이곳을 발견해낸 건 외지에서 순천만의 일몰을 찍기 위해 찾아든 사진작가다. 과연 이런 언덕배기에서 갯벌이 제대로 보이긴 하는 건가
하는 의심은 기우다.
겨울엔 칠면초가 없어 풍경이 덜하다는 마 을 사람들의 말이 무색할 만큼 아주 이국적이고 장엄한 풍경에 입이 떡 벌어진다. 핏빛으로 물들던 노을이 황금빛 해를 무는 순간, 갯벌을 휘감아 돌던 S자 수로는 승천하는 용이 되어 황금빛으로 빛난다. 갯벌이 완전히 어둠에 묻히면 와온포구에서 화포까지 가로등을 놓은 것처럼 별빛이 하얗게 쏟아진다.
ㆍ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광주를 지나 승주IC나 서순천IC에서 빠져 나간다. 순천시내 우회도로를 이용해 순천만 혹은 대대포구 이정표를 보고 따라가면 갈대밭이 펼쳐진다. 서울에서 이 곳까지는 약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말없이 포근하게 갯벌을 품은 마을" - 태안반도 갯마을 정죽리
바다에 동체를 문어발 형용으로 드리운 태안군의 땅덩이는 곳곳이 해안 명승지다. 일찌감치 만리포, 몽산포, 삼봉 등 열 곳쯤의 해수욕장이 개발되어 한 여름에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곳이다. 207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빛나기는 별떨기처럼 바다를 더욱 환상적으로 장식하고 있다. 일단 태안 이라는 해안 공화국에 이르렀다면 여행자는 아무렇게나 충동적이고 무모하게 길 하나를 골라잡아도 무방하다. 모든 길이 아름다운 바닷가까지 데려다 주니까 말이다. 이 수많은 감동적인 바다 여행 중의 하나가 바로 안흥항 더불어 갯마을 물씬 풍기는 정산포다. 정산포는 지령산을 사이에 두고 안흥항과 지척간이다.
큰길에서 3㎞ 들어가는 동안 한갓지고 잔잔한 갯마을들이 도란도란 펼쳐진다. 이 마을은 밀물 때 낙지를 썰물 때 바지락잡이를 주업으로 하는 갯마을이다. 여름에는 그물질도 한다. 낙지잡이는 마을 코앞에 펼쳐진 바다에서 벌어진다. 능겡이라는 작은 게를 네모진 작은 타일에 고무줄로 묶어서 미끼로 사용하는데, 미끼가 달린 타일을 긴 줄에 주낙처럼 매달아 배를 타고 나가 갯벌 물 속에 길게 늘어뜨린 후 해질 무렵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건져 올린다.
미끼를 빨판으로 흡착시키며 매달린 낙지를 재빨리 손으로 잡아내면 되는 것인데 날씨에 따라 적게 잡히는 날은 40마리 정도에서 많은 날은 몇 백 마리씩 잡는다. 차디찬 바닷물에 첨벙첨벙 연신 손을 담그니 춥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밤바다에 점점이 반짝이는 낙지잡이배의 풍경은 밤하늘의 별빛만큼이나 아름답다. 갯마을의 뭍은 그 들락거리는 물살을 받아 오래도록 긴 이야기를 들어준다. 뭍과 바다가 도드라졌다가 감싸 안았다가 하며 어우러진다. 쓸쓸함이 등을 밀어대는 겨울에 연인끼리 찾아가는 서해바다는 그렇게 말없이 포근하다.
ㆍ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에서 나오면 바로 해미읍성을 지난다. 해미에서 29번 국도를 이용해 서산으로 간 다음, 32번 국도를 따라 태안읍까지 간다. 태안읍에서 만리포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32번 국도를 따라가면 소원면 소재지가 나온다. 소원주유소 앞에서 "노을지는 갯마을"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서 들어간다. 신덕염전을 지나 갯바람펜션을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들어가면 정죽리 갯마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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