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봉촌리(鳳村里)를 ‘사촌(射村)’ 또는 ‘쏘온골’이라 불렀다.
그것은 임진왜란때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곽재우 장군과 왜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무수한 화살을 봉계 골짜기로 쏘아부쳐 생긴 이름.
‘쏘온골’이 나중엔 ‘손골’로 불려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봉촌마을 뒤에 있는 산이 봉황산인데, ‘봉황을 보고 활을 쏘는 것은 좋지 않다’하여 봉촌이란 이름으로 바꿔 부른 것.
그러나 정작 마을 뒤에 있다는 봉황산이 어느 산을 지칭하는 지는 알 수가 없다.
영동마을은 령(靈)이 있으되 동서(東西)로 두령(二靈)이 있어 동쪽에 있는 령을 ‘령동(靈東)’이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의 이령리(二靈里) 영동(靈東)마을이다.
영동마을 앞산인 ‘어미산(母山)’은 어미가 치마를 두르고 있는 형상이어서 모산(母産), 봉산(峯山), 어짐산(仁山)으로도 부른다.
마을 사람들은 이 산의 정기를 받아 마을이 번성하고 자손이 번창한다고 믿고있다.<칠북면 지명유래 참고>
‘어미산(母山)’은 곧 지형도의 ‘어시미산(323.8)’이고, ‘시모산(264.1)’은 ‘시어머니산’으로 확신 ‘媤母山’으로 표기했다.
‘시미’는 ‘시어미’의 경상도 표현이고, 접두어 ‘어’자는 ‘어미’에서 따왔으면 중간에 들어와야했다.
또 ‘어미’에서 가져왔다면 ‘시(媤)’ 자는 앞에 왔어야 했는데, 뜬금없이 중간에 들어왔으니 더욱 헷갈린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어짐산(仁山)’이 ‘어지미산’으로 변하고, 다시 ‘어시미산’으로 발음이 전이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어미와 관련한 영험한 두 산(어시미·시모산)이 마을을 보호하고 있으니 마을이름도 ‘이령리(二靈里)’가 되었을 것.
함박산(278.4)은 한국에 너무 흔한 산이름이다.
함박산(咸朴山 또는 含朴, 函朴)은 함지박을 엎어놓은 것 같아 붙은 이름으로 한백산·함백산(咸白山), 뜻을 따라 작약산(芍藥山) 또는 모란봉(牧丹峰)으로 옮기기도 한다.
천지가 물에 다 잠겼을 때 산꼭대기만 함박만하게 남았다는 전설에 기인한다.
함박은 ‘한+밝’ 발음이 변화된 것으로 즉 함박산의 원래 이름은 ‘한밝산'인 것이다.
‘한’은 ‘크다, 넓다’는 뜻이고, 밝’은 밝다는 뜻이니 결국 ‘크고 밝은’ 정도의 뜻을 가진 우리말인 셈이다.
고어(古語)가 현대어(現代語)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크고 밝은 산’이라고 하는 의미를 가진 이름으로 변화하게 된 것.
또한 우리나라 중부이남의 산은 모두 태백산(太白山)의 가지라 하여 도가(道家)에서 높은 산에 붙여 부르는 이름이니 함박산이 전국에 흔한 이유다.
어시미산 동쪽 능선 끝 낙동강가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있었던 밀포(密浦)나루가 있다.
밀포는 바닷물의 조수가 이곳까지 밀어붙인 것에서 유래하였고, 멸포(蔑浦,滅浦) 또는 매포(買浦)라고도 하였다.
안상(岸上)에 아담한 정자가 있어 길손들이 쉬어가며 물건을 거래하기도 하였다.
이 나루는 함안에서 창녕군 길곡면에 있는 영산장을 보러가는 데에 이용되었고, 창녕, 대구, 칠원, 마산 지역의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에 행상인들이 많이 이용하였다.
지금은 이곳에 ‘창녕함안보’가 건설되어 밀포나루는 이름만 남았다.
산행코스: 외봉촌마을회관-이령1교-농로-능선진입-어시미산-동릉-도로-상천재-353.9(돌탑봉)-깔딱고개-함박산-시모산-(북릉)-감밭-원점회귀(5시간)
궤적.
고도차를 극복하며 약 10km를 5시간이 넘게 걸었다.
고도표.
미리 준비한 표지기. "福 받으시라"
네비엔 '외봉촌마을회관' 또는 '함안군 칠북면 봉촌리 1334-3'을 입력하여 마을회관 앞 도로변에 주차를 하였다.
그곳엔 정자쉼터와 벤치가 마련되어 있고...
북쪽으로 두루뭉실 어시미산이 솟아 보인다.
진로는 이령교에서 이령천을 끼고 어시미산의 서쪽으로 돌아드는 길.
산수유가 반기는 봄날이다.
400여m 들어오자 이령천을 가로 지르는 다리(이령1교)가 보인다.
다리건너 우측으로 난 임도는 감나무단지로 들어가는 길이고, 다리건너 민가 뒤(화살표)로 들어가는 게 정답.
이령1교를 건너자마자 좌측 화살표 방향.
포장된 농로로서 좌우로 모두 감나무단지이다.
어시미산을 우측 어깨에 짊어지고 사면을 빙 두르는 형세. 우측 산자락으로 길이 있으려나 올려다보지만 모두 감밭.
좌측으로 낙동강이 보이고, 강건너는 창녕.
무덤이 있는 고개마루를 넘어가며...
다시 한 번 낙동강을 내려다 본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창녕함안보'.
어시미산을 반쯤 돌았더니 골짜기에 농장이 보이고...
농가가 한 채 있다. 농장주와 마찰을 피하고 싶어 좌측 화살표로 진입하여 좌측 능선으로 붙기로 하였다.
능선으로 붙는 길 입구에 무덤이 있고...
7~80m 진입하면...
다시 무덤. 그 뒤에 능선이 뻗어내리고 있다.
능선은 제법 반듯한 등로.
아래쪽으론 소나무 무덤과 잡목가지가 길을 막고 있다.
룰루랄라.
생강나무꽃이 반겨주는 능선길에서...
어렵사리 꼭대기에 올라선다.
운동기구가 비치된 산정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준비해간 표지기를 걸었다.
그리곤 무심코 내려섰다가 '알바'. 여양진씨 비석 앞에서 이를 인지하고 되돌아 섰다.
그렇게 10여분 알바후 되돌아 올라온 어시미산.
서쪽 능선이 아니라 동릉으로 내려가야 한다.
솔밭 밧줄이 길을 안내하는 내림길.
송전탑을 지나니...
길은 한결 넓어졌다.
얼추 내려온 무덤에서...
들판을 가로지르는 정면의 농로급 도로가 진로.
바로 밑 아스팔트로 바로 내려서...
봉촌천 간판이 보이는 아스팔트로 내려선다.
상천재로 향하는 포장농로에서...
내려온 길을 뒤돌아 본다.
우측으로 길을 찾아보지만 온통 감나무밭이어서 고집스럽게 1.5km남짓의 잘록한 상천재를 향하여 걷는다.
맞은 편에 마을버스가 보이고...
아스팔트 큰길로 이어진 버스정류장은 음달마을.
이제 농로를 벗어나 2차선 아스팔트를 걸어...
상천재(창원시 북면과 함안군 칠북면의 경계)에 도착한다.
고개를 넘어 창원쪽에서 뒤돌아 보며 촬영. 함박산 능선으로 오른다.
김해김씨(경파후손제단) 가족묘 뒤의 나즈막한 능선(지형도 상의 시경계)으로 붙었는데, 이는 잘못이었다.
우측은 감나무밭. 좌측 숲속으로 들어가 인수공용(人獸共用)의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올랐더니...
급기야는 커다란 바위들이 길을 막는다.
좌로 에둘러서...
능선에 붙었더니 "이런, 이렇게 좋은 등로가 있었다니...". 아까 상천재 초입에서 좌측 능선으로 붙었어야 했던 것.
얼마안가 돌탑이 있는 353.9m봉에 올라선다. 오늘의 최고봉이다.
리본에다 '돌탑봉(353.9)'이라 명명한 뒤 급조한 표지기를 걸었다.
앞으로 이어갈 능선 잡목사이로 뾰족한 함박산과 시모산이 짐작된다.
무명봉에 선 부도를 닮은 탑이 있고...
다시 능선 좌측으로 감나무 밭을 지나면...
(에구~) 좌측으로 임도가 올라온 안부에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함박산으로 오르는 데는 깔딱고개.
깔딱깔딱~ 15분여 만에 함박산에 올라서...
준비해간 표지기를 걸고 힘들어하는 나를 돌아보았더니, 아직 청춘인 줄 착각하고 있었다.
멧돼지 목욕탕을 지나자...
시모산.
셀프촬영한 인증사진을 보니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
서울청산수산악회의 시모산 표지판.
시모산에선 북릉을 타고 감밭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능선으로 희미한 족적을 좇아...
저수지가 보이는 지점에서 탱크수조.
이제 감나무밭으로 내려설 수밖에 없어...
감밭 모오레일을 따라...
농장 창고로 내려서며 도둑질을 한 듯 조마조마.
뒤돌아보니 시모산이 두루뭉실 나즈막하고, 내려온 감밭은 송전탑 좌측에 있다.
농로를 내려서며 맞은편으로 올려다보는 어시미산과...
뒤돌아보는 시모산.
이령천을 따라...
이령교에 닿았다. 이령천 위로 어시미산과 그 뒤로 함박산이 솟아있다.
나는 그렇게 한 바퀴 돌아 외봉촌마을회관 앞 정자쉼터로 무사히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