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북쪽 지역인 스코틀랜드는 로마제국에도 ‘정복되지 않는 땅’이었다. 서기 43년 잉글랜드를 정복한 로마는 84년까지 여러 차례 이 땅을 공격했으나 스코틀랜드는 끝내 굴복하지 않았다. 험한 산맥과 깊은 계곡들로 이루어진 지형도 한몫했다. 그 뒤 잉글랜드는 300년 동안 로마의 지배를 받았지만, 스코틀랜드는 로마로부터 자유로웠다.
전설적 인물 윌리엄 월레스
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간에는 전쟁이 많았다. 주로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공격하는 형세였다. 그럴 때마다 스코틀랜드는 나라를 잘 지켰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북쪽에 위치한 스털링(Stirling)은 ‘항쟁의 땅(Place of Striving)’이라는 의미인데, 스코틀랜드를 위기에서 구한 전설적인 인물 윌리엄 월레스(Willam Wallace)가 잉글랜드군을 크게 무찌른 곳이다. 월레스는 1297년 9월 스털링 다리 전투에서 농민이 주축이 된 5000명의 군사로 2만5000명의 잉글랜드 정예군을 격파했다. 하지만 폴커크 전투에선 잉글랜드군에게 패했다. 월레스는 도피 중 잡혀 사지가 찢기고 내장은 불태워졌으며, 머리는 런던 다리에 걸렸고, 팔과 다리는 영국의 네 군데 변방에 경고용으로 보내졌다.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이 배경
영화 ‘브레이브하트’는 13세기 말, 스코틀랜드의 독립전쟁을 배경으로 윌리엄 월레스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와 실제 벌였던 스털링 다리 전투, 폴커크 전투, 베녹번 전투를 차례대로 다루고 있는데, 스코틀랜드가 독립해 자유를 얻기까지의 희생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280년,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의 왕 롱섕크의 압정에 시달리고 있었다. 윌리엄 월레스(멜 깁슨)는 연인 머론을 만나 결혼하지만, 그녀는 잉글랜드군에게 처형된다. 월레스는 머론의 죽음에 복수하고 그 과정에서 농민들을 모아 스코틀랜드군을 이끄는 지도자가 된다. 월레스 군대는 스털링 다리 전투에서 잉글랜드에 큰 승리를 거둔다. 월레스 군대의 용맹함에 당황한 롱섕크는 휴전을 제의하면서 공주 이사벨(소피 마르소)을 화해 사절로 보낸다. 하지만 이사벨은 오히려 월레스의 애국심과 용맹함에 매혹돼 잉글랜드의 침공 계획을 월레스에게 알려준다.
폴커크 전투에서 다시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월레스는 스코틀랜드 기사들의 배신으로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게 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월레스는 다시 군대를 정비하려 하나 롱섕크의 계략에 속아서 잡히고 공개 처형된다.
“프리덤”을 외치던 처형 장면 감동 물씬
영화를 감독한 멜 깁슨은 스코틀랜드의 독립영웅 월레스에 집중하면서도 역사적인 사실과 영화적인 드라마를 잘 녹여, 러브 스토리를 곁들인 웰 메이드(well-made) 전쟁영화를 만들어냈다. 마지막 순간까지 “프리덤(freedom)”을 외치며 스코틀랜드의 자유와 독립을 알리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 월레스의 처형 장면이 감동적이다.
영화의 주제는 ‘자유’다. 영화는 결코 쉽지 않은 스코틀랜드 독립 과정을 보여주면서 자유 쟁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월레스가 아버지를 여의고 슬픔에 잠겨 있을 때 그의 삼촌은 말한다. “넌 자유인이다. 용기를 갖고 꿋꿋하게 살거라.” 이 말은 월레스의 가슴에 깊이 박히면서 그의 좌우명이 되는 동시에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테마가 된다.
그는 스털링 전투에 나가는 병사들에게 “달아나면 당분간은 살 수 있겠지만, 세월이 흘러 죽게 됐을 때 오늘과 그때의 시간을 맞바꾸고 싶어질 거요. 이 단 한 번의 기회를 얻어 적들에게 외치고 싶을 거요. (그들이) 우리의 목숨은 앗아갈 수 있지만, 우리의 자유는 못 뺏을 거라고!”
영화는 또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힘들고 어려웠음을 보여주는데 잉글랜드의 회유책과 이해관계에 따른 스코틀랜드 귀족의 분열, 귀족과 농민들 간의 갈등 등을 해결하기 위해 월레스와 브루스 등 몇몇 전쟁영웅들이 설득, 타협, 투쟁해 가는 과정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영화는 스코틀랜드의 산과 강, 들판 등 자연경관과 성(城)들을 많이 보여준다. 그것은 조국의 땅을 강조하면서 영화의 주제인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자유를 은연중에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월레스의 죽음, 독립운동에 불 지펴
윌리엄 월레스의 죽음은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에 불을 지폈다. 그가 죽은 뒤 스코틀랜드 귀족인 로버트 더 브루스와 스코틀랜드군은 1314년 잉글랜드 왕인 에드워드 2세와 싸운 베녹번 전투에서 크게 승리한다. 이 전쟁으로 브루스는 스코틀랜드 왕 로버트 1세로 즉위하고 스코틀랜드는 비로소 독립하게 된다. 영화는 베녹번 전투를 막 시작하면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