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오비도'
고요하게 가라앉아 평온함만이 감도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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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도 5개 마을 중 가장 큰 목바치 마을. 바다 건너 편이 육지로 이 사이를 흐르는 바닷길은 마치 호수처럼 평온하다. |
- 헤엄쳐서 건널 정도로 육지와 가까워
- 월명도 가는길, 품질좋은 바지락 주산지
- 문어·전복 등 패류 풍성해 살만한 곳
- 35가구 50여명 사는 정말 조용한 섬
- 자동차 한 대 없이 자전거로 왕래
경남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바닷가와 마주보고 있는 오비도(烏飛島)는
말 그대로 까마귀가 하늘을 날고 있는 형상이다.
섬의 남동쪽 해안에 꼬리처럼 긴 돌출부가 뻗어 있어 섬 크기에 비해 해안선의 길이가 긴 것이 특징이다.
풍화리 남촌마을 도선 선착장(냄비렁횟집 선착장)에서 손을 뻗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육지와 가깝게 느껴진다. 마치 조용히 흐르는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듯 하다.
실제 섬에 들어가보면 육지와 섬 사이를 흐르는 바다는 아주 조용하고 아늑하다.
섬 주민들은 예전에는 헤엄을 쳐서 육지로 건너갔다고 말했다.
■ 육지와 가깝지만 외로운 섬
지난 20일 오비도로 가는 첫 배(오전 8시20분)에는
승객 한명 만이 타고 있었다.
출발 시간이 지났는데도 운항할 움직임조차 없다.
도선을 20년 째 운항하고 있는 선장 김윤세(71) 씨는
"시내에서 섬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오는 승객이
더 있을 것 같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선착장에 도착한 시내버스에서 내린 아주머니 2명이 더 탑승하자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출발 시간에 개의치 않는 섬 사람들의 한가로운 여유가 묻어난다.
오비도는 큰 웅포, 작은 웅포, 사당개, 애박골, 목바치 등 5개 마을로 나눠져 있다.
그래봐야 35가구 50여 명이 살고 있는 조용한 섬이다.
도선은 웅포·사당개·애박골 3곳 마을을 운항한다.
뱃길로 5분 남짓 달려 도착한 웅포에서 한명의 주민이 내린 후 사당개는 그냥 지나쳤다.
10여분을 더 운항한 애박골에서 나머지 섬주민 2명이 내렸다.
도선에서 바라 본 섬은 5개 마을을 따라 시멘트로 해안도로가 포장돼 있었다.
섬에서 가장 큰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목바치는 애박골에서 걸어서 5분여 거리다.
섬은 무척 조용했다.
인적마저 드물었다.
취재진이 온다는 소식에 김쌍렬(69) 이장이 마을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 해준다.
육지 사람이 그리워서일까.
오비도는 외로운 섬이다.
한때는 주낙 어선어업이 발달하면서 장어잡이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했지만 다 옛말이다.
대다수 주민들은 떠나고 남아 있는 주민들은 70대 이상 고령이 대부분이다.
가끔씩 낚시꾼들이 섬을 찾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비도는 지나 온 삶을 조용히 되새겨 보기에 최적의 섬이다.
■ 억척스러운 삶이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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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이 대부분인 오비도의 큰 웅포마을. |
목바치 마을 앞에 있는 무인도인 월명도(月明島)는 보름달이 뜨면
바다에 비친 그림자가 아름답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목바치 마을에서 30여 m 떨어진 이 섬은
물때에 따라 걸어서 건너갈 수 있는 '모세의 기적'이 연출된다.
두 섬을 연결하는 이 길이 바지락의 주산지이다.
바닥이 두터운 모래로 덮여 있는 데다 조류 소통도 좋아
바지락이 자라기에 최상의 환경이다.
썰물때가 되면 월명도 앞바다에 물이 빠지면서 조개 채취가 가능하다.
이 곳 바지락은 통영에서도 가장 비싼 가격대에 거래되고 있어 섬 주민들의 주된 수입원이다.
어촌계가 관리하는 1종 공동어장에는 바다 속에 돌을 쌓아 각 집마다 채취 구역을 구분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다른 섬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월명도 앞바다에는 문어잡이 어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통발어구를 넣어 문어를 잡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한번 통발을 넣은 뒤 2~3일 지나 어구를 건져 올리면 문어가 가득할 정도로 이곳은 어족자원이 풍부하다.
섬과 육지 사이에서는 해녀들의 물질이 한창이다.
전복 소라 등을 비롯한 패류가 많아 해녀들도 신이 난다.
섬 안에서는 한뼘의 땅도 그냥 놀리지 않는다.
자투리 땅을 최대한 활용해 옥수수, 파, 고추, 참깨, 오이 등 온갖 작물을 심어 놓았다.
그만큼 이 섬에 있는 주민들의 삶은 억척스럽다.
■ 자동차가 뭡니까
목바치마을에서 거슬러 큰 웅포마을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봤다.
오비도는 차가 단 한대도 없는 섬이다.
그만큼 유유자적하다.
섬에서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
단지 마음의 평온만을 찾을 뿐이다.
약 3㎞에 달하는 해안도로는 천천히 걸어서 40여 분 거리다.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해안도로는 경치가 뛰어나다.
연인이나 가족 간 자전거 하이킹 도로로 제격이다.
섬 주민들도 대부분 자전거를 이용해 마을간을 왕래하고 있다.
집마다 문을 열어 놓고 살 정도로 주민 모두가 한 가족처럼 지낸다.
해안도로 중간에 위치한 사당개 마을은 옛날 초등학교 분교가 있던 자리다.
지금은 마을 회관으로 쓰인다.
목바치 마을이 섬의 주거단지라면 사당개는 행정마을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그 곳을 지나자 해안도로 곳곳에 굴 폐부이가 쌓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를 정비하고 싶지만 대부분 고령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웅포마을로 들어서자 섬의 유일한 숙박업소인 오비도펜션이 눈에 들어 온다.
웅포마을은 오비도 속에서도 낙후된 마을이다.
해안도로마저 이 곳에서 끊겨 버렸다.
그래도 90여 평생을 이 섬에서 살아 온 조연두·이차악 부부는 "여기만큼 마음 편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오비도는 풍화리 남촌마을 선착장(냄비렁횟집 선착장)에서 오전 8시20분, 11시 30분, 오후 2시30분
하루 3차례 운항한다.
일요일에는 중간 배가 운항하지 않는다.
도선 문의는 김윤세 선장(011-550-1953)에게 하면 된다.
# "목바치-월명도 사이 모래밭, 해수욕장 만들면 섬에 활력"
■ 오비도 이장 김쌍렬 씨
목바치 마을에 살고 있는 김쌍렬(69·사진) 씨는
13년째 오비도 이장을 맡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껏 줄곧 살고 있는 토박이다.
평생을 어선어업에 종사했다.
요즘에는 자연산 숭어 등을 조류 흐름에 따라 어획하는
주복(정치망어업의 일종)을 하면서 섬을 지키고 있다.
그는 현재 섬 주민 가운데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젊은 사람에 속한다.
그동안 섬은 많이 바뀌었다.
옛날 어릴적 땔감을 사용할 당시에는 나무가 많이 잘려나가 민둥산이었지만 지금은 숲이 우거질대로 우거져
예전 지겟길조차 찾을 수가 없다.
섬 주민들도 많이 떠났다.
주낙 어선어업이 성행하던 1970년대가 섬의 최대 번성기였다.
초등학교에 교사가 4명이나 있었지만 지금은 폐교된지 오래다.
이제는 학교의 흔적 조차 찾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섬의 삶도 나아졌다.
가장 큰 변화는 마을과 마을 사이를 잇는 해안도로가 연결되고 불과 몇해 전
상수도가 육지로부터 해저관로로 연결돼 물 부족이 해소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 이장을 비롯한 섬 주민들은 여전히 사람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목바치 마을과 월명도 사이 천혜의 모래밭을 천연 해수욕장으로 개발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수온과 수심이 적당하고 물이 깨끗해 해수욕장이 들어서기에 안성마춤이라고 섬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김 이장은 "워낙 조용한 섬인 만큼 해수욕장으로 개발되면 여름 한철 뭍 사람들을 만난 뒤 나머지 계절은
본연의 평온한 섬으로 돌아 올 수 있다"며 "해수욕장이 부족한 통영시의 특성상 육지와 가까운
이곳이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숲길 정비도 필요하다.
예전 지겟길을 조금만 정비하면 산책로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할 법도 하건만 섬 주민의 대다수가 고령이어서
어떻게 해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해안도로 정비와 확장도 풀어 나가야 할 숙제다.
선착장 연장 역시 섬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다.
기존 선착장 길이가 짧아 20여 척의 어선들을 묶어 두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