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법화 열반부
석가모니 부처님의 구원 성불과
오로지 일불성이 존재한다는 대승불교의
총체적인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는 《법화경》과 일체중생이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열반경》의 희망찬 메세지가 선포되고 있다.
제1장 법화경을 말씀하심
제1절 일승법을 말하기 위하여
1 부처님께서 어느 날 왕사성의 기사굴산에서 일만이천 명이나 되는 많은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모든 누가 다하여 다시 번뇌가 없으며, 깊은 진리를 얻어서 나고 죽는 윤회에서 벗어나 마음의 자유를 얻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아야교진여, 마하가섭, 사리불, 마하목건련, 수보리, 라후라 들이었다. 이와 같은 이들은 모든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큰 아라한들이다.
또 유학ㆍ무학 이천 인이 있었으며, 대애도 비구니는 그의 권속 육천 인과 함께 있었고, 라후라의 어머니 야수다라 비구니도 그의 권속과 함께 있었다.
보살마하살 팔만 인이 있었는데, 모두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다라니를 얻었으며, 말 잘하는 재주가 있어 항상 물러나지 않은 법을 설하고,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여 여러 가지 덕본을 심어서 항상 모든 부처님께서 칭찬하시는 바가 되었다. 자비로써 큰 지혜에 통달해서 피안에 이르러 이름이 한량없는 세계에 널리 떨치고, 수 없는 중생을 제도하였다. 그 보살들의 이름은 문수사리보살, 관세음보살, 득대세지보살, 상정진보살, 미륵보살 등인데,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 팔만 인이 함께 있었다.
그때 석제환인은 그의 권속 이만 천자와 함께 있었으며, 또 명월 천자 등 사대천왕이 그의 권속 일만 천자와 같이 있었고, 자재 천자와 대자재 천자는 그의 권속 삼만 천자와 함께 있었으며, 사바세계의 주인 범천왕 등도 그의 권속 일만이천 천자와 같이 있었다.
난타 용왕, 발난타 용왕 등 팔 용왕들도 각각 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다. 법 긴나라 왕 등 사 긴나라 왕도 각각 백천 권속과 같이 있었고, 악 건달바왕 등 사 건달바왕도 각기 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다.
바치 아수라왕 등 사 아수라왕도 각각 백천 권속과 같이 있었고, 대위덕 가루라왕 등 사 가루라왕도 각각 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다.
위제희의 아들인 아사세왕도 그의 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다. 이와 같은 대중들은 저마다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가 한쪽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은 사부대중에게 둘러싸여 공양과 존중 찬탄을 받으시고서 모든 보살을 위하여 대승경을 설하였다. 이름이 무량의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이 호념하신 바이다.
2 부처님은 이 경을 설해 마치시고, 가부좌로 무량의처삼매에 들어가 몸과 마음이 움쩍도 하지 않았다. 이때 하늘에서는 만다라 꽃ㆍ마하만다라 꽃 ㆍ만수사 꽃ㆍ마하만수사 꽃을 부처님과 모든 대중에게 뿌리고 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했다. 모였던 대중들은 처음 있는 이러한 일을 보고, 기쁨에 넘쳐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러보았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미간백호상에서 광명을 놓아, 동방으로 일만팔천 세계를 비치어 그 빛이 이르지 않은 곳이 없었다. 곧 아래로는 아비지옥에, 위로는 유정천에 이르렀다. 이 세계에 앉아서 그 나라 육취의 중생들을 모두 보며, 또 그 나라 현재의 부처님도 보고, 부처님이 설하는 법도 들을 수 있었다. 또 그 나라 사부대중들이 수행하여 도를 얻는 이도 보고, 모든 보살들의 갖가지 인연과 여러 가지 믿고 아는 것, 온갖 모양과 보살도 행하는 것을 보며,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는 것도 보고, 여러 부처님들이 열반에 드신 뒤 부처님의 사리를 위하여 칠보탑을 세우는 것도 볼 수 있었다.
3 그때 미륵보살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부처님께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것은 어떤 인연으로서 그러는 것일까? 그리고 부처님께서 삼매에 들어가 불가사의한 일을 나타내는 것은 누구에게 물으면 잘 대답해 줄까?' 그리고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문수보살은 법왕자로서 과거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가까이 섬기며 공양한 일이 있을 터이므로 그도 이렇게 이상한 일을 보았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물으리라'고, 그때 모였던 대중들도 이와 같은 의심이 나서 이것을 누구에게 물을까 하고 생각하고들 있었다.
마침내 미륵보살은 자기의 의심을 풀고자, 또 함께 모인 이들의 생각도 살펴서 문수보살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떠한 인연으로 이와 같은 상서로운 모양과 신통으로 큰 광명을 놓아, 동방 일만팔천 세계를 비추어 저 부처님 나라의 장엄한 모양을 모두 보게 하십니까?"
4 문수사리는 미륵보살과 모든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내 생각 같아서는 이제 부처님께서 큰 법을 설하시고 큰 법 비를 내리시며, 큰 법고동을 부시고 큰 법북을 울리시며, 큰 법의 뜻을 펴시고자 하시는 것이리라. 선남자여, 나는 과거 여러 부처님에게서 이러한 상스러운 모양을 보았는데 이와 같은 광명을 놓고 나서는 곧 큰 법을 설하셨노라. 방금 부처님께서 광명을 놓으신 것도 또한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세간의 믿기 어려운 법을 설하여 알게 하고자 하여, 이러한 모양을 나타내신 것이리라.
모든 선남자여, 과거 한량없고 헤아릴 수도 없이 아득하게 먼 옛날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이름은 '일월등명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시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이었다. 정법을 설하셨는데, 처음도 중간도 끝도, 모두 정법이므로, 그 뜻이 깊고 아득하며, 그 말씀이 묘하고 한결 같아서 그릇됨이 없고, 맑고 깨끗한 행실을 갖추었다. 성문을 구하는 이에게는 그에 알맞은 사제법을 설하여,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없애어 열반을 얻게 하시고, 벽지불을 구하는 이에게는 그에 알맞은 십이인연법을 설하시고, 또 모든 보살을 위해서는 육바라밀을 설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온갖 것을 다 아는 지혜를 이루게 하셨다.
다음에 또 부처님이 계셨는데 또한 일월등명이라 이름하고, 다음에 또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도 또한 이름을 일월등명이라 하셨다. 이와 같이 이만 부처님이 모두 똑 같은 글자로 일월등명이라 이름하고, 또한 같은 성으로서 바라타라 하였다.
미륵이여, 마땅히 알라. 처음의 부처님과 뒤의 부처님이 모두 같은 글자로 일월등명이라 이름하고 십호가 갖추어졌느니라. 그 마지막 부처님이 아직 출가하지 않았을 때, 여덟 왕자가 있었는데, 첫째 이름이 유의, 둘째는 선의, 셋째는 무량의, 넷째는 보의, 다섯째는 증의, 여섯째는 제의의, 일곱째는 향의, 여덟째 이름은 법의라 하였다. 이 여덟 왕자는 위덕이 자재하여 각기 사 천하를 다스렸다. 이 왕자들 그의 아버지가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는 말을 듣고, 오두다 임금의 자리를 버리고 아버지를 따라 출가하였다. 대승의 뜻을 일으키고 항상 깨끗한 행실을 닦아 모두 법사가 되었는데, 천만 부처님 처소에서 모든 선본을 심었다. 이때에 일월등명 부처님이 대승경을 설하시니 이름이 무량의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이 호념하신 바이다. 이 경을 설하시고 곧 대중 가운데서 가부좌를 맺고 무량의처삼매에 들어 몸과 마음이 움쩍도 하지 않았다.
이때 하늘에서는 만다라 꽃 등의 꽃비가 내리고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므로, 그때 모였던 대중들은 일찍이 없었던 감격을 얻어, 기쁜 마음으로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미간백호상에서 광명을 놓아 동방으로 일만팔천 세계를 비추니, 이제 보던 모든 부처님 세계와 같았다.
미륵이여, 마땅히 알라. 그때 모인, 군중 가운데 이십억 보살이 있어 법을 듣고자 하였다. 보살들은 이 광명이 부처님 세계를 널리 비추는 것을 보고, 일찍이 없었던 감격에서 이 광명의 인연을 알고자 하였다. 그때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이 묘광이라 하고, 팔백명의 제자가 있었다.
이때에 일월등명불이 삼매에서 일어나 묘광보살을 위하여 대승경을 설하셨다. 이름이 묘법연화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의 호념하신 바니라. 육십 소겁 동안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은 채, 설법 듣기를 밥 먹는 동안과 같이 생각하였다. 이때 대중 가운데는 한 사람도 몸이나 마음에 게으름이나 피로를 느끼는 이가 없었다.
일월등명불은 이 경을 설하신 뒤 이런 말을 선포하였다. '여래는 오늘 밤중에 무여열반에 들어가리라.'
그때 또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을 덕장이라 하였다. 일월등명 부처님은 그에게 수기를 주신 뒤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이 덕장보살은 이 다음에 반드시 부처님이 될 것이니, 그 이름은 정신여래 아라한 삼먁 삼불타라 하리라.'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수기를 마치시고 문득 그날 밤중에 무여열반에 드셨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뒤 묘광보살은 《묘법연화경》을 가지고 팔십 소겁 동안을 남을 위하여 설하셨다. 일월등명불의 여덟 왕자는 모두 묘광을 스승으로 섬기니, 묘광은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견고하게 하였다. 이 왕자들은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을 공양한 공덕으로 모두 불도를 이루었다. 그 마지막으로 성불한 이의 이름이 연등이시다. 그의 팔백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구명은 이익과 공양에만 탐착하여, 비록 모든 경전을 읽어 외울지라도 그 이치에는 통하지 못하고 잊어버림이 많았으므로, 그 이름을 구명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 사람도 온갖 착한 일을 한 인연으로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을 만나 뵙게 되어, 공양 공경하고 존중 찬탄하였다.
미륵이여, 마땅히 알라. 그때의 묘광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그는 곧 나다. 구명보살이란 바로 지금의 그대이고, 이제 이 상서를 보니 그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구나. 그러므로 헤아리건대, 오늘 부처님께서도 마땅히 대승경을 설하시리라. 이름은 묘법연화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의 호념하시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