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도행에서 테마여행도보 강원도 편 여섯번 째로 정선을 선정, 회원대상 신청받을 때 참여할 생각은 정선아리랑, 그 많은 정선아리랑이 어떻게 생겼고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서였다. 정선이 자랑하는 레일바이크도 전통시장 5일장의 흥청거림 보다는 그 많던, 1500곡(실지 7-800곡)이나 헤아린다는 정선아리랑이 현주소였다. 이런 기대를 갖게 한 것은 이번 여행 중 “전옥매 여사의 옥산장에서 곤드레 정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며 전 여사님의 구성진 정선 아라리를 청해 들으려고 합니다.” 한 대목이었다.
옥산정에서 정선아리리를 소개하는 전옥매 여사
그래도 기대보다는 “그 지역 아라리나 잘 부르는 사람이겠지” 하는 정도였다. 인터넷도 아닌 스마트폰 세상에서 정선아리랑이 설 자리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정선에 도착, 레일바이크를 타고 아우라지역에 도착, 정선아리랑의 모태가 된 여량리 아우라지에 들려 남자 뗏목꾼과 그를 사모하다 강을 건너지 못해 강물에 빠져 죽었다는 여인상을 보고, 옥산장으로 향했다. 옥산장이 자랑하는 곤드레 정식으로 허기를 채우자 78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단아하면서 밝은 인상이 전옥매 여사가 발도행 일행을 반가이 맞아 주며 정선아리랑의 몇가락을 소개한다. 본인은 아라리를 잘 부르지 못한다 하면서 소개차원이라 할 때는 음식점 패키지 서비스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선군 여량면 아우라지에 있는 옥산정 입구 모습
전 여사는 정선아리리를 하면서 걸쭉한 성적 농담도 잘 풀어내 발도행 여성회원들의 뜨거운 호응을 유도하는 등 아라리 가사에 얽힌 사연들을 잘도 풀어내셨다. 정선 가기 전 전 여사가 평범한 분일거라는 예단에 정보 조사도 없었고, 식사 전 이번 여행 진행을 맡으신 로따님에게 온갖 산전수전 다 겪으신 분이라는 정도만 들었던 나로서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정선아라리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끝나고 전 여사가 평생 수집했다는 수석에 관한 얘기를 듣기 위해서 음식점 한켠에 있던 <돌과 이야기>방에서 수석 얘기를 듣는 순간 귀가 번쩍 뛰였다.
전 여사의 정선아라리를 경청하는 발도행 회원들
어린 나이에 중신아비 말을 잘못들어(?) 지질이 가난한 집에 시집온 것도 기막힌데 시각장애인인 시어머니의 수발까지 들어야 했던 전 여사. 가난과 외로움, 팍팍한 삶에 하늘이 무너지는 회한을 안고 살아가던 시절, 시도 때도 없이 아우라지 강가에 나가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다 우연히 돌에 마음을 두고 하나 둘 씩 모았다는 수석. 그런 수석들과의 인연속에 억척스런 삶이 이어지고 오늘날의 성공을 거두셨다는 얘기였다.
물론 수석으로 기암괴석을 모아 돈을 버셨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궁핍과 바닥모를 절망 속에서 수석을 통해 위안을 삼았다는 얘기이며, 강원도 여인 특유, 아니 한국 여인의 전형이라 할 억척스러움으로 오늘날의 옥산장을 이뤄낸 것이다.
78새의 나이에도 정정하고 단아하고 참 밝으신 분.
사실 전 여사의 성공스토리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 1994>에 실리지 않았다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천하의 유홍준 교수가 일반인이나 감동받을 그런 얘기에 혹해 자신의 책에다 소개하는 그전 수준일까? 유홍준 교수를 움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 천하의 입담가도 탄복하게 만든 건 전 여사의 구구한 인생스토리 아닌 그녀의 진정성과 삶 전체를 관통하는 의지와 낙관적 삶에서 온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한평생 정선군 여량면 아우라지에서 사셨던 전 여사의 삶은 궁핍과 절망 그 자체였다. 엉망인 결혼 초는 말할 것도 없고 탄광 하나만 바라보고 살던 정선은 70년대 후반 석탄합리화 사업으로 쇠락의 길을 걷는다. 아우라지에서 구절까지 석탄을 나르기 위해 부설됐던 정선선은 74년을 전후로 더 이상 철도의 역할을 못한 것이다. 자연환경마저 척박한 정선은 먹거리 조차 풍족치 않은 지역이었다. 어쩌면 강물에 빠져죽은 그 여인상의 여인처럼 전 여사도 심연과 같은 절망속에 극단적 선택을 어찌 안했을까?
그 어려운 환경에서 80-90년대 이런 곳을 답사온 유홍준 교수 일행을 따뜻히 맞아 주고 넉넉한 인심을 보여준 전 여사. ‘아는 만큼 보인다’, ‘人生到處 有上手(사람들 사이엔 고수들이 숨어있다는 뜻)’을 외치던 고수 유홍준은 바로 삶의 고수 전 여사를 알아보고 인정한 것이리라.
전옥매 여사의 자전적 얘기를 다룬 아우라지 별곡, 밑에는 전 여사를 전국적 유명인사로 만든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2.
사실 아우라지에 그 많은 돌들이 사연이 많다 한들 전 여사의 질긴 삶 만큼 다양했을까? 하찮은 돌멩이가 비바람에 마모돼 기암괴석이 된다 한들, 전 여사의 고통과 회한만큼 마모된 것이 있었을까? 그런 돌을 보면서 동병상련 이심전심 의지하면서,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밝게 살았던 전 여사의 진정성이 유홍준 교수의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닌지?
아우라지 수석과의 갖가지 인연을 소개하는 전 여사.
옥산정은 이제 대를 이어 따님이 운영
옥산정을 나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전 여사의 얼굴이 밝은 것은 자신이 성공이 흐뭇해서가 아닐 것이다. 끊어졌던 정선선 폐선(아우라지-구절역)이 2005년부터 관광지로 바뀌면서 레일바이크로 더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등 정선의 관광지로 부각되고 환영받는 것에 더 큰 기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 여사의 단아하고 유난히 밝은 얼굴이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옥산정을 나와 전통장터로는 최대라는 정선 5일장으로 향했다. 전통시장답게, 산나물의 명소답게 각종 산나물이 나와 있고, 주름이 깊게 패인 할머니 목에는 ‘신토불이 상인’이라는 정선군청이 보증하는 패찰을 목에 걸고 있는 등 전통시장 활성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평일인데다 불경기의 여파인지 물건을 다듬는 시장 상인들의 손길엔 힘이 들어 보였다.
여행을 통해 현지의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모하는 발도행 회원들, 정선 특산품을 한아름씩 구매하고 있었다. 나 역시 빈손으로 가기 멋쩍어 민둥산 수리취떡을 슬쩍 산다. 현지에 가서 현지물건 구매하는 공정여행, 발도행은 착한 여행의 모범이다.
전통시장 여흥행사에도 이젠 각설이타령을 볼 수 없다. 대신 컴퓨터음으로 기타 반주에 가요를 부르는 젊은이가 노래를 하고 있다.
사람이 반가운 할머니, 세상일에 무심한 할머니가 공연장을 지키고 있다.
그래도 정선이다. 레일바이크 탈 때나 옥산정에서 정선시장 갈 때는 멀쩡하던 하늘이 오후 3시가 되니 갑자기 찌푸려진다. 갑자기 비바람이 몰려오고 먼지가 인다. 일부 상인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좌판을 걷기 시작한다. 그래도 불평하거나 원망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가장 자연 친화적인 정선, 이곳의 사람들은 자연과 순응한다. 그래서 아우라지인가 보다.
전통시장 내 에스프레소(?) 전문점. 관광객 뿐만 아니라 현지 젊은이 대상으로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아우라지는 구절 방면으로 흐르는 송천과 삼척시 하장면에서 임계쪽으로 물길을 재촉하는 골지천이 합류해 어우러진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에서는 물길만 어우러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간에 어우러지는 곳이다. 그래서 정선이다.
그러고 보니 신입회원으로 처음 여행보도에 참여한 나도 발도행에 어우러지게 됐다. 아우라지는 많은 것을 어우러지게 한다. 그것도 자연스럽고 평범한 것을 은밀하고 위대하게....
진짜 ‘인생도처 유상수’, 고수들이 모인 곳이 발도행인 것 같다. 단순히 관광지가 아닌, 레일바이크 타고 정선 아라리를 들으러 오게 하는 것이 아닌, 이제 인생의 깊은 면을 스스로 깨우치게 만드는 여정, 고수가 괜히 고수가 아니다. 여행은 단순한 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그 길의 사람을 만나고 이어주게 한다는 것.
이런 좋은 여정을 마련해준 로따, 헬멧, 풀순, 날씬하신 날씬녀님 등 운영진에게 감사드리며, 신입회원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회원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직도 정선아라리 흥얼거림 속에 회원분들의 소소거림과 너울거림의 여운이 남아있네요.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낙화는 유수처럼
전옥매 여사가 아끼는 오장폭포 형상의 수석
* 단체 및 개인사진은 다음으로... 쟈니님에게 사진 배우러 갔다가 대타 뛰었습니다. 어설픈 실력 너그럽게 봐주시길...
첫댓글 낙화유수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처음 뵙지만 낯설지 않은... 첫인상이였지요.....
멋진사진후기 빨리 올려주심 감사하구요... 자주 뵈었으면 하는.... 다음에 뵙기를...
제가 좀 평범하게 생겼습니다. 몽타쥬도 자신없구요`~ 자주 뵙겠습니다`
유쾌한 만남이었습니다 낙화유수님~~
친근함으로 길벗님들에게 웃음을 주시고 요래 전옥매 여사님 이야기도 풀어주시니 ...
여정에 후기도 기대할께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풀순 총무님 덕분에 숟가락 하나만 얹어 놓고 갓네요`~ 감사요`
낙화유수님 포스가 거의 우수회원중에서도 고참급에 버금 가시더군요...ㅎㅎ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
신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포스는 해리와님과 동의어이더군요`~
정선에서의 하루를 일목요연하게 이렇게 정리해 주시니 다시금 감회가 새롭네요.
횐님들을 위해 동분서주 하시는 모습,
레일바이크 타면서 여인네들 힘들까봐 온힘 다 하신것에도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다리가 후덜덜 합니다`~
어우라지에서 만난 낙하유수님 !
오래동안 힘께한듯한 다정다감하신 분을 만나뵈어서 반가웠어요..
자세하게 전옥매 여사님에 얘기까지 설명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함께 어우러짐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다음길에서 다시 뵙겠어요~~~~^*^
허리는 괜찮으신지요`~ 운전미숙으로 레일바이크로 박아서 지송합니다`~ 자주 뵈어요`~
낙화유수6님 감사 합니다. 정선 여행 도보 전과정을 소상이 표현 감사 합니다.
첫 걸음 이신데 열정적으로 동참 해주심 감사 드리며 같이 걷는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기대가 큽니다. 많이 이끌어 주시길...
사진과 더불어 멋진 후기까지... 버스안에서 열정을 다 바치겠다고 본인 소개하며 하신 말씀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
역시 쌜리님 멋지시네요~~ 관록과 여유가 보이셔서... 그런데 열정을 바치겠다고 한 건 아닌데..열심히 한다고 햇는데요~~~ `
처음이 아닌것같은 친근함과 열정도 갖고계신듯하여 님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어 감사드립니다.좋은길에서 자주뵙기를 바랍니다.~^*^
저두 자주뵙기를 기대합니다`~
와~~ 후기방이 후끈후끈하군요. 그 이유를 알만하네요.
낙화유수님~ 이 열기 책임지세요. ㅎㅎ 신선한 충격이란 말 오랜만에 씁니다요. 감사합니다.
이게 다 로따님과 운영진이 이뤄놓은 토대. 저는 과객일 뿐입니다`~
여러가지 그날다알지 못한설명,유수님의사진찍는열정 참으로감사합니다.
계속뵈올수 있겠지요~
힘닿는데 까지 자주 뵈어야죠`~ 좋은 분들이라 저도 즐겁습니다`~
어찌면 글도 사진도 그렇게 잘 표현하며 만들어 주셨습니까? 아주옛날 처녀상과 나룻배만 있을 (정선문화연구소의 진용선님이시든가? 안내를 받아) 아우라지 초창기시절에 어딘가 가서 그곡을듣고 식사했었는데 그땐 이분 전여사인지도 기억이 안나니, 세월은 많이 흘렀나 봅니다. 이 고우신 아우라지 전여사의 자세한 해설글로 다시 머리속의 기억과 감성을 돌이켜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과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날의 기억과 감성이 조금이나마 생각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전옥매여사님을 만난 기쁨이 낙화님의 후기를 보면서 벌써 그리워지네요
처음 참석에 이렇게 훌륭한 명품후기와 사진을 함께하시니 앞으로 인기가 대단하실듯
그런데 낙화님이 벌써 그리워지는건 왜일까요!!??
서귀포님 너무 띄우시네요~ 그러면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흉봅니다`~ ㅋ
낙화유수님~ 사진과 함께 멋진 글을 올려주셨네요! 저도 예전에 전옥매여사의 소리도 들었고 그곳에서 식사도 했었지요. 함께 하진 못했지만 명품후기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명품인 분을 보고 오니 그리 됏나 봅니다. 다음에 함께 할 기회를...
낙화유수님~ 우리 한번 만났었지요?
그래서 더욱 반갑네여.. ㅎㅎ 우산 쓰고 *낙산*.....
고요바다님.... 혹시... ㅎㅎㅎ 그렇군요`~` 자주 뵈어요`~
설명이 잇어 함께하지 못한님들도 알기쉽겠네요
정선 아리랑~을 한과 풍자로 엮어가신 여사님에 구수한 입답과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낼수있었네요
낙화유수님 더운날 수고 마니하셧습니다...
핑키님.... 사진은 잘 찍었는데.... 초점이... 다음에 핑키님 모습 그대로 사진 찍어드릴게요`~
사진이 참 좋으시네요...^^
편하게 엮어가시는 이야기에 잠시 전옥매 여사를 뵌 듯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아이고 멋지십니다
신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는줄 알았습니다.
후기가 아니라 사전자료를 올려주시면 더 많은 도움이 되지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많은분들께 행복과즐거움을 주시는분은 아주아주 자주나오셔야합니다.
같이가지는 못했지만 다녀오신분들 축하드립니다
낙화유수님~~ 신입생 열기에 주눅듭니다. 전 우수회원에서 정회원으로 강등당할 위기에 처해있는데요... 명품후기 잘 보고갑니다.
정말 즐거운 시간보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한 제게 사진으로 나마 뵙고 자세한 설명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미 있는 시간 보내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