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나무와 장산, 장산국
석가모니가 도를 깨쳤다고 하는 보리수는 어떤 나무인가? 그리고 ‘보리수 장(萇)’ 자(字)를 쓰는 장산이나 장산국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귀한 나무답게 한자도 귀한 장(萇)은 쉽게 용처를 찾아볼 수 없다. 유독 해운대에서 장지마을과 장지봉에 장이 붙어 있으며 장산과 장산국끼지 이어진다. 그러고 보면 보리수 장은 마치 해운대의 대명사 같다. 일찍이 금관가야에서 출발한 장산국의 선인이 바로 불교도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수 있다. 보리수 역시 선인을 따라 해운대로 와서 장산에 널리 퍼진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보리수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보리수나무는 다른 종(種)이다. 보리수는 인도가 원산지며 높이 30m, 주위 6m 정도로 자라는 아주 큰 나무다. 열매도 무화과처럼 생겨 검은 자줏빛으로 익으면 식용한다. 이 나무를 불교에서는 범어로 마음을 깨쳐 준다는 뜻의 ‘Bodhidruama’라고 하며 ‘Pippala’혹은 ‘Bo’라고 하였는데, 중국에 불교가 전래되면서 한자로 번역할 때 그대로 음역하여 보리수(菩提樹)라는 이름이 생겼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이에 비해 보리수나무는 열매가 빨갛고 약간 길쭉하며 통통한데 까끌까끌해 보이는 반점들이 다닥다닥 찍혀 있다. 흡사 보리쌀과 닮아 ‘보리포구’, ‘보리똥’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여기서 보리란 곡물의 이름이 왜 보리가 되었을까?
보리수나무 역시 종류가 다양한데 열매가 작은 토종 보리수나무뿐만 아니라 열매가 더 큰 개량종도 많다. 어쩌다 이 땅에서 야생 보리수나무가 보리수로 둔갑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보리수란 이름이 인도에서 전해진 것만은 틀림없다.
이런 사실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장산반딧불이보존동아리에서 10여 년 전부터 장산습지 주변에 보리수나무를 심고 가꿔왔다. 그리고 보리수나무 열매로 청을 만들어 병에 담아 이웃에 나눔하는 행사도 가졌다. 마치 부처가 깨달음을 전하는 것처럼 보리수청을 나누면서 겨울철 감기 및 천식 환자들에게 치유의 즐거움을 전하는 기분을 느꼈다.
다행히 장산습지 주변에서 보리수나무가 잘 자라고 있고 등산객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참에 ‘보리수 장’의 이름을 가진 보리수나무를 장산습지 주변에 더 식재하여 습지도 보호하고 장산국의 의미를 되새겨봄은 어떨까?
/ 예성탁 발행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