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선의 「꽃 속에 산이 잠들다」 감상 / 문태준
꽃 속에 산이 잠들다
이성선 (1941~2001)
아이야
꽃 속에 산이 잠들었다
깨우지 마라
가까이 다가가지도 마라
놀라 깨어나
나비로 날아가면
어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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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참 좋은 때이다. 이 꽃이 피었다 지면 저 꽃이 핀다. 꽃 피었다 지고 새잎 돋으면 신록이 펼쳐질 것이다. 이처럼 생겨나고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보는 일은 우리 삶의 생기를 북돋아 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우리도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서원한다.
작은 꽃 속에 육중하고 큰 산이 들어가 잠들어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리고 혹시 아이가 가까이 가서 놀라게 하면 잠에서 깬 산이 나비가 되어 날아갈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이런 대목에서 이성선 시인의 맑고 깨끗한 시심이 돋보인다. 크고 작다는 분별도, 무겁고 가볍다는 생각도, 안과 바깥이라는 구별도 없다. 산은 꽃과 아이와 나비와 함께 어울린다. 산과 산빛은 꽃 속에도, 아이의 동심에도, 나비의 춤에도 있다.
문태준(시인, 불교방송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