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내 생일이 지나갔다.
어릴 때 어머니는 생일날에는 찰밥과 미역국을 끓여주셨다.
주구장창 보리밥만 먹다가 쌀밥도 아니고 찹쌀로 된 찰밥에다 한발도 넘는 마른 자반으로
끓인 미역국을 배불리 먹었다. 그것이 생일선물인 셈이었다.
나이가 들어 외손주와 손자가 다섯이나 생겼다.
애비 생일이라고 서울서 두 딸 가족이 모두 내려왔었다.
큰 외손녀는 초등6학년, 그 밑에는 세살이고 다른 딸의 큰 딸은 초등3학년 그 아래 손자는 6살이다.
외할아버지 생신이라고 케익을 자른 다음 각자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여섯살짜리 외손자는 티스푼, 초등3학년 손녀는 발이 추울까봐 양말을, 제법 나이가 든 6학년 외손녀는
술잔을 선물했는데 할애비가 술을 좋아하시는 줄을 알고 건강을 생각했는지 술잔에는 '원샷금지'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젊을 때야 양주든 뭐든 원샷이었지만 지금은 나이깨나 먹어 세근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원샷은 하지 않는다.
아니 하고 싶어도 몸이 받아 주지 않는다.
술은 적게 마시면 보약이지만 많이 마시면 독약이다.
친구들중에는 술을 좋아해서 많이 마셨던 친구들이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났다.
내가 배를 탈 때 신체가 아주 강건하고 일도 잘 하던 남방(넘버 원 오일러)이 있었는데 하루 저녁에 조니워커(Red)를 반병씩
하루도 걸러지 않고 마시던 사람이었는데 2년후 시력이 완전히 가버렸단 소문을 들었다. 아마 지금은 저 세상에 먼저 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술에는 장사 없다는 말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