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4.금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1567-1622) 기념일
히브8,6-13 마르3,13-19
믿는 이들의 신원
“안으로는 제자, 밖으로는 사도”
오늘 복음을 통해 믿는 이들의 신원이 잘 들어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열두 사도를 뽑으시는 내용입니다. 우선 배경은 산입니다. 상징적으로 산은 살아계신 하느님과 만나는 장소입니다. 불암산을 배경한 요셉수도원을 제가 늘 자랑스러워하는 까닭입니다. 날마다 늘 불암산 앞에 설 때 마다 저절로 솟아나는, 자주 인용해도 늘 정답게 느껴지는 사랑의 고백, 행복의 고백입니다.
“산앞에
서면
당신앞에
서듯
행복하다”
오늘 복음 첫대목입니다.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신 다음,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 그분께서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다.”
우리의 신원 및 성소, 믿는 이들의 공동체 성격이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성소의 주도권은 순전히 주님께 있습니다. 주님께서 원하는 사람들을 가까이 부르시어, 당신 중심의 공동체를 설립합니다. 안으로는 당신과 함께 지내는 주님의 제자들이요, 밖으로는 파견되어 복음을 선포하고 마귀들을 쫓아내는 일을 하는 주님의 사도입니다.
안으로는 주님의 제자, 밖으로는 주님의 사도, 예나 이제나 주님의 공동체에 속한 이들의 둘이자 하나의 신원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제자답게, 주님의 사도답게 사는 일이 우선적임을 깨닫습니다. 주님께 뽑힌 열둘의 면면도 참 다양합니다. 역시 공동체의 다양성의 일치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했을 때만이 가능함을 봅니다.
성소의 신비입니다. 주님께서 원하시어 뽑으신 제자들이자 사도들이니 우리가 왈가불가 할 수 없음은 오늘날 주님의 공동체에 속하는 우리 성 요셉 수도공동체만 봐도 자명합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부르셨는데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의 존재도 참 불가사의입니다. 새삼 성소의 은총도 본인이 끝까지 가꾸고 돌봐야 하는 노력할 책임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배반자 유다는 반면교사처럼 성소자들에게 끊임없이 경각심을 주는 상징적 존재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믿는 이들은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에 속하여 주님의 제자답게, 주님의 사도답게 살아야 합니다. 평생 날마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기도하고 공부하는 제자요,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면서 사도로서의 삶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영원한 현역의 제자이자 사도로서의 우리의 자랑스런 신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열두 사도들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히브리서 저자가 예레미야를 통한 예언이 마침내 새계약의 중개자 대사제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새계약이 실현됨을 봅니다.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더 나은 약속을 바탕으로 세워진 더 나은 계약의 중개자이십니다. 보라, 그날이 온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그들의 생각 속에 내 법을 넣어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리라.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
주님과의 새계약의 실현을 날마다 실감하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끊임없이 주님은 우리의 생각속에 당신의 법을 넣어주고 우리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어 주님과의 관계를 날로 깊게 하시니 더욱 주님의 제자다운, 주님의 사도다운 삶이겠습니다. 저절로 시편을 고백하게 되니 열두제자가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편 성구(40,9)입니다.
“내 주여, 내 기쁨은 당신 뜻을 따름이오니,
내 맘속에 당신 법이 새겨져 있나이다.”
(O my God! my delight is to do your will,
and your law is within my heart)
오늘은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입니다. 성인의 생몰연대를 보니 만55세 생애요, 저는 성인보다 21년을 더 산 셈이니 더욱 분발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초반까지 칼빈파가 득세했던 제네바의 주교가 되어 주님의 제자이자 사도로서 책임을 다했던 성인입니다.
그는 깊은 신앙심과 더불어 인문학 및 신학지식이 풍부했으며, 온화하고 점잖은 성품을 지녀 성별과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예의를 갖춤과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인, 그리고 곤경에 처한 여성을 성심성의껏 도와주어 훗날 “신사성인”이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영적지도와 형성에 관한 대표적 저술에는 ‘신심생활입문’과 ‘신애론’이 있습니다. 성인은 제네바의 보좌주교로 임명되어 외교사절로 로마와 파리를 오가며 교황 클레멘스 8세와 프랑스 국왕 앙리 4세간의 동맹을 맺도록 주선할 때 앙리 4세의 성인에 대한 평입니다.
“제네바에서 오신 이분은 독실하고 학식을 갖춘 분입니다. 독실할뿐 아니라 신사 그 자체입니다. 매우 드문 조합입니다.”
또 하나 그가 겪은 결정적 체험입니다. 그가 에비앙에 있을 때 살레시오 눈 앞에 갑자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나타나 말합니다.
“내가 한때 순교를 갈망했던 것처럼, 그대도 순교를 원한다는 것을 안다. 허나 나처럼 그대도 순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그 자신만의 순교적 수단이 되어야 한다.”
이 일을 겪은후 더욱 독실한 삶을 실천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선량한 친구, 강한 인내심과 온화한 성품, 해박한 지식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탁월한 강론 능력으로 명성을 떨칩니다. 성인은 영적동반자인 성녀 ‘요안나 프란치스카 드 샹탈’과 함께 1610년 성모 마리아 방문 수녀회를 안시에 설립하기도 합니다. 1622년 12월28일 뇌졸중으로 쓰러진후 마지막으로 “저는 주님께 모든 소망을 두었고, 주님께선 제 염원을 들어주어 저를 고통의 구렁텅이와 죄악의 늪으로부터 꺼내 주실 것입니다.”고백후 갑자기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임종을 맞이합니다.
이어 살레시오는 1661년 교황 알렉산데르 7세에 의해 시복되고 3년후 시성되며, 1877년 교황 복자 비오 9세에 의해 교회학자로 선언되고, 1923년에는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작가와 기자, 청각장애인의 수호성인이 됩니다. 후대에 더욱 평가받는 성인입니다. 성인에 대한 평과 어록도 나누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보기 드문 영성”<앙리4세>
“사부아의 보석”<교황 바오로 6세>
“하느님의 사랑을 잘 아는 박사”<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
“위대한 스승”<교황 베네딕도 16세>
“그의 융통성과 선견지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교황 프란치스코>
성인의 어록입니다.
“모든 것을 인내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인내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기애가 강하면 더욱 상처를 받습니다.”
“분노는 해가 저물어 밤이 되면 미움으로 변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하지 말고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성찰해야 함에도 섣불리 남을 판단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행위입니다. 판단을 받고 싶지 않으면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마십시오.”
“오락에 빠지지 마십시오. 아무리 건전한 놀이라도 그것에 애착하면 악한 것이 되고 맙니다.”
“질투는 세속적이고 감각적인 사랑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불신과 부정이 개입되기 쉽습니다. 참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믿는 대서 생기는 반면에 질투는 그 사람을 불신하는 데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기분에 따라 제멋대로 판단하므로, 우리가 그 비위를 맞추기는 불가능합니다.”
모두가 금과옥조의 조언으로 주님의 제자다운, 사도다운 삶에 좋은 도움이 됩니다.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의 제자답게, 사도답게 살게 해 주십니다. 아멘.
-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 이 프란치스코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