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은 약의 오남용을 줄이는 의료개혁으로 국민건강에 기여할 것이라는데 누구나 다 공감한다. 문제는 의약분업을 의약계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지 준비가 덜 된 의약분업은 '선 시행 후 보완'의 편법으로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의약계의 희생과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저수가 의약분업의 강행하자는 것은 보험도 들지 않은 자동차가 중앙선을 넘어 과속으로 운전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국민소득 2만 달러이상이어야 효과적으로 성공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에서도 의약분업을 실시하지만 그러나 사실상 실패하였다. 의약분업은 국민건강권에 기여하지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제도다. 선진국의 의약분업 실시과정에서도 의약분업을 하면서 국가재정과 사용주 및 국민의 부담으로 하여 의사의 처방료 등 진료비와 약사의 조제료를 대폭 인상하였던 것이 단적으로 증명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유신정권이 준비가 덜 된 의료보험을 강행하면서부터 무려 23년간이나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로 의료계는 가혹한 희생을 감수하여왔다. 전공의들에게 적어도 15시간 이상 심지어 17-18시간, 수술을 하는 외과 전공의는 20시간 안팎의 가혹한 중노동을 강요당하는 인권유린을 겪어야 했다. 병원경영상 손해를 전공의들의 희생과 약값마진의 편법으로 보상받았다. 국민은 저수가 때문에 제대로된 의료혜택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는가 하면 저수가 때문에 약남용과 과잉진료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와 국민건강권을 위협하였다. 1989년부터 정부는 줄곧 의료보험재정을 50%나 지원하겠다는 약속하였고, 현정부 역시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부의 약속은 립서비스에 불과할 뿐 그 절반 수준의 한심한 지원으로 의료보험은 파행적으로 운영되었다.
그런가 하면 의, 약계와 국민을 위하여 운영되어야 할 의료보험공단은 경영합리화로 겨우 4-5% 정도만 관리비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무려 14% 나 낭비하는 방만한 운영으로 의료재정이 거의 바닥을 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의료보험 수가는 원가로 현실화하였는가? 아니다. 1994년 의약분업 약사법이 개정하면서 정한 유예기간 5년, 또 1년더 연장, 무려 6년여 준비기간동안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의료보험 수가를 원가 이상 현실화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작해야 물가상승율에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하였을 뿐 거의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되돌아 보면 의약분업은 온갖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가. 1963년에도 약사법개정을 하였다가 끝내 시행하지 못했고, 1982년 - 1985년에도 시범지역을 정하여 해 보았으나 역시 실패하였다. 1988년에도 하려다가 의약계의 반대로 좌절되었다. 1994년에 이르러 의료계의 반대를 무릎쓰고 약사법을 개정하였으나 유예기간을 두어 준비하도록 하였다. 유예기간 5년이 부족하여 1년을 더 연장하여 무려 6년여 준비기간을 정부는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보건복지부장관 스스로도 매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의약분업을 실시했다고 자인하지 않았는가. 준비가 안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원가의 65%- 70%(정부는 80%로 주장) 수준에 불과한 의료보험 수가를 2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원가로 현실화하겠다는 정부의 대안은 아직도 의료대란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전공의들의 희생과 약값마진으로 손해를 보상받아온 의료계로부터 약값마진 수입을 박탈하면서 미미한 수준의 의료보험 수가를 인상한다고 하지만 무려 2년간에 단계적으로 겨우 원가에 이르도록 보장하겠다는 것은 의료계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의약분업을 하자면 약값마진 수입의 소멸과 전공의들의 희생이라는 의료계의 엄청난 손해로 의료계의 생존권이 위협되는 것이 아닌가. 적어도 원가이상의 의료보험수가를 당장 현실화하여야 하거니와 약의 오남용의 주원인인 임의조제와 대체조제를 근절하는 약사법개정이 다시 이루어져야 하고 그 대신에 약사에게는 수입원이었던 임의조제권이 소멸되는 대가로 처방전에 따른 조제료를 인상하여 약사로 하여금 경영난을 겪지 않도록 하여 임의조제나 대체조제의 유혹을 안 느끼도록 의, 약계의 생존권을 보장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의약분업을 하자면 국가재정, 사용주, 국민의 부담이 대폭 늘어가게 된다.
의료대란과정에서 들어났지만 난맥상을 거듭한 의료행정도 대대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모든 주요정책결정, 집행기관에 의약계의 의견이 대폭 균형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전문가 위주의 제도로 바꾸어야 하거니와 예산의 14%나 관리비로 낭비하는 의료보험공단도 다른 나라처럼 4-5% 수준으로 인하하도록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 의료보험공단의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이 바닥이 나 의사들에 대한 체불된 의료보험진료비가 무려 1200억원에 이른다. 정말 통탄할 노릇이다.
원가도 안되는 저수가 의료정책으로 전공의들을 가혹하게 인권유린하였는가 하면 과잉진료나 약남용을 사실상 조장한 정부가 전공의들의 숭고한 희생에 경의를 표하고 잘못된 의료정책을 솔직히 사과하는 것이 도리다. 전공의들이 누구인가? 11년간이나 혹독한 수련의로 희생당하고도 취업마저 불안한 이들이 신분보장도 안되는 전임의라는 기가막히는 신분도 감수하는 그들. 몰지각한 정부가 의사의 수급을 고려하지 않고 의과대학 신설을 대량 인가하여 해마다 3300명씩이나 의사를 양산한 결과 그들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저수가 의약분업으로 의, 약사는 동반몰락하는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이라는 도살장으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대란은 국민의 불편과 고통을 볼모로 한 방법론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 고작 2년간에 걸쳐 의료보험 수가를 원가로 현실화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고도 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다는 최후통첩을 하였는가 하면 의료계를 돈만 아는 부도덕한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나아가 의료시장개방, 세무조사, 전공의 해임, 입영 등 의료계의 자존심을 마구 짓밟아 만신창이를 만들어 물러설 명분을 철저히 차단하는 정부의 졸렬하고 감정적인 해법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정부가 의료대란 주동자를 사법처리하고 전공의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해임, 입영을 시키겠다면 그렇게 하라. 정말 그렇게 하려면 오랫동안 전공의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온 데 대하여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보상을 해주라. 저수가 의료정책으로 의료계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한 모든 관련자들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법처리하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적자금을 의료보험수가를 원가로 현실화하는데 반대하는 정부로서는 부실기업과 부실금융에 마구 공적자금을 투입하거나 공적자금을 부실하게 횡령한 모든 관련자에 엄정하게 민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
거기다가 시민단체는 연대하여 의료계를 집단이기주의, 인질극, 테러의 집단으로 낙인찍어 의료집단에 대하여 범국민저항운동으로 전면전을 선포하였다. 물론 전공의들의 파업은 방법론상 잘못이고 국민의 불편과 고통을 덜어주려는 시민운동의 생각은 평가할 만하다. 시민운동은 자신의 행동이 과연 균형잡힌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시민단체에 반문하고 싶다. 지난 23년간 원가도 안되는 저수가 의료정책으로 혹독하게 인권을 유린당한 전공의들의 희생에 대하여 당신들은 진상조사단이라도 구성하여 조사를 하고 인권을 유린한 관련당국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한 적이 있었는가? 2년간에 걸쳐 원가로 현실화하겠다는 정부의 대안마저 국민부담을 내세워 의료계에 정부가 굴복하였다고 비난하는 시민단체는 그러면 저수가로 계속하여 의료계의 생존권을 유보하자는 것인가? 바로 그런 것이 시민단체의 도덕성인가? 시민단체가 굳이 범국민저항운동을 할려면 하라. 정말 그럴러면 원가로 현실화하는데 공적자금 2-3조원을 못쓰겠다고 하는 정부가 부실금융을 위하여 공적자금을 마구 투입하고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이 이를 횡령, 낭비하는 사태는 의료대란 보다 훨씬 더 국민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문제이지 않는가? 64조원의 공적자금이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사용되었는가?
의료대란에 정의의 사도로 군림하는 시민운동이야 말로 당연히 공적자금 투입, 사용을 검증할 범국민대책기구를 각계각층과 연대하여 만들어 부정조사단을 구성하되 공적자금부정투입과 사용을 문제삼아 범국민투쟁을 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시민운동은 난개발, 그린벨트 해제, 에너지과소비,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사범 수사의뢰와 정반대의 편파적인 선거사범 수사, 선거사범을 몽땅 사면하여 선거법을 유명무실화한 사면권의 남용, 투자보장협정도 체결하지 아니하고 남한기업을 북한에 진출하게 하는 것, 상호주의를 거의 포기한 대북관계, 비전향장기수 북송과 연계하여야 할 국군포로와 납북자문제 등 의료대란보다 훨씬 더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여러 문제에 대하여도 범국민저항운동을 마땅히 하여야 할 것이다.
정작 목소리를 내어야 할 때는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는 정말 이상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면서 그동안 가혹할 정도로 인권유린을 당해온 전공의, 전임의와 같은 약자들에게 잔인할 정도로 매도, 공격하는 시민운동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인가? 말끝마다 정의와 국민을 들먹이는 당신네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를 밝혀라. 권력에 아무하고 영합하여 인권유린당한 집단의 인권을 외면하고 오히려 그 집단을 매도하고 범국민의 이름으로 저항하겠다는 식의 사이비 시민운동은 곤란하다.
의료대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물론 집단이기주의가 적지 않다. 그러나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인식도 발상의 대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이번 투쟁을 집단이기주의로만 매도한다면 사태해결은 어렵다. 특히 저수가 의료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전공의들에게는 준비안된 저수가 의약분업에 대한 결연한 대결은 전공의의 인권과 국민건강권을 위한 숭고한 투쟁이다. 무려 23년간 전공의들이 당한 가혹한 인권유린에 아무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의료대란을 통하여 의료계는 정부와 시민단체의 온갖 공갈 협박에 맞서 고립무원의 외로운 투쟁을 효과적으로 벌렸다. 환자의 불편과 고통을 입힌 투쟁방법에 문제가 적지 않지만 의료대란으로 무려 2백여명의 환자가 목숨을 잃은 일본의사들의 사생결단의 투쟁에 비긴다면
국민의 불편과 고통을 덜어주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만족할 정도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고심한 흔적도 역력했다. 제자들에 대한 교수들의 사랑은 정말 감동적이였다. 전국의 의과대학교수들 마저 전공의들이 해임, 입영 등으로 희생당할 때 최후의 선택을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물론 국민에게 불편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투쟁일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시민단체가 일부 언론이 의료계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였지만 각종 여론 조사결과도 의료대란의 원인은 주로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국민들은 시민단체들보다 훨씬 현명했다.
그렇다. 국민들은 의료대란의 형식적인 외관을 보지 않고 이 사건을 이시대 잘못된 의료정책이라는 시대적 징표의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의료대란은 그동안의 저수가 의료정책의 피해자인 의료계의 생존권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국민건강에도 기여할 것이다.
필자는 의료계의 관점을 넘어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의료대란이 의료수가, 의료보험재정, 약의 오남용이 오게될 임의조제와 대체조제의 근절, 의료정책이나 의료분쟁을 결정하는 기관의 구성 등에 관하여 법치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아니한데도 주목한다.
나아가 의료대란은 물론 지난번 금융대란을 비롯하여 부실기업, 부실금융,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감독부실, 공적자금의 투입과 사용 및 감독, 남북대화, 남북경협, 비전형장기수 북송과 납북자 국군포로, 상호주의, 난개발, 그린벨트 해제, 에너지 과소비, 사면권 남용, 선거사범 편파수사 등 우리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에 걸쳐 법의 제정이나 적용 나아가 그 집행에 이르기까지 정의와 공평, 공익 사익 이익집단의 이익의 조화, 생존권과 법질서 등에 바탕을 둔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으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무너져내리는 법치주의를 다시 확립하는 기회를 놓친다면 국가적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의료대란으로 포커스를 맞추자.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기에 앞서 전공의와 전임의, 의대교수, 의과대학생, 의사들이 왜 파업과 폐업을 강행하고 학생과 수련의와 교수의 신분을 포기하려고 할 정도로 강경한 투쟁을 벌리고 있는 것일까? 정부와 시민단체는 과연 얼마나 의료집단의 실상을 알려고 노력하였고 전공의들의 눈물겨운 희생에 고민하였는가? 저수가로 꽁꽁 묶어 의료집단을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준비도 안된 의약분업을 강행해서는 안된다.
전공의들의 혹독한 수련과정은 필자는 이미 생생하게 경험한바 있었다. 그러나 이글을 쓰는데는 의약분업의 현장에 대한 경험도 필요했다. 그러길래 의약분업후 의대교수나 개원의, 약국에서 의약분업에 의하여 처방전에 의한 조제가 과연 어느 정도로 시행되는지도 점검해보았다. 부분적인 경험에 불과하지만. 의약분업에 필요한 의약품이 600종(국민건강권에 부족한 종류). 그마저 마련하는데 거액이 필요한 동네약국은 자금압박을 호소했다. 마련하더라도 경영악화로 생존이 위협된다고 울쌍을 지었다. 호황을 누리는 대형병원부근의 대형약국만이 의약분업을 적극지지할뿐 약국의 부익부 빈익빈현상도 심각하다. 약사수입보다 못한 의사수입에 의료계도 반발한다.
정부, 야당도 의료계와 제대로 준비된 의약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쟁점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대화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에 감정적인 격돌을 야기할 해법은 자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흥정이나 시혜로 타협되어서는 안된다. 의사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어떠한 방안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 약계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다면 타협의 여지가 보이는 임의분업(환자에게 불편을 고려하여 병원약국과 일반약국을 선택할 권한을 주되 병원약국에 조제료를 더 인정하여 자연스럽게 일반약국에 조제하도록 유도하는 분업)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하자.
이글을 준비하느라고 의약분업에 관한 단행본이나 소개 팜플렛을 구하려 했으나 대구지역 대형서점 어디에도 구할 수 없었다. 보건행정에 관한 전문서적에서 단편적으로 소개되었을 뿐, 그나마 저수가 의료정책의 결정적인 치부라 할 전공의들의 인권유린에 대하여는 아예 언급조차 없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언론보도(기고포함)나 인터넷자료에도 많은 쟁점과 통계가 소개되었으나 점검한 결과 귀중한 자료도 적지 않았으나 잘못이 많아 더욱 신중을 기했다. 필자의 질문이나 요구에 답하거나 자료를 제공해주어 필자로 하여금 그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여러번 수정하는 기회를 가질수 있도록 도와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의, 약사들에게 감사한다.
하느님, 부처님, 신께서 의료대란은 물론 우리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정의와 사랑으로 맺혀진 매듭을 풀어주시는 그날을 기다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은가. 그렇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결코 법이 보호하지 않는 것처럼 스스로 돕는 자구노력을 하지 않는 한 운명은 우리를 외면할 것이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하려고 하였지만 필자의 지식과 인격의 부족으로 편견과 독단에 흐른 것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여러분의 엄정한 비판으로 제대로 된 의약분업에 활발한 논쟁이 제기되었으면 좋겠다.
이글은 평소 조용하게 법률전문가로서의 직업에 전념하기를 원하는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 공개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러나 아무런 원군도 없이 지난 23년간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때문에 희생을 강요당한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생존권, 손해를 메우려 과잉진료와 약남용으로 범죄자가 되어야 했던 의사들의 무너진 자존심, 그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가 되고도 스스로 피해를 입은지도 모르는 국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덜된 저수가 의약분업을 강행하여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그대로 계속될 것이고, 나아가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흔들리는 법치주의를 다시 확립하여야 하는 현실에 과감한 변화가 와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글을 들어내기로 하였다.
불을 보듯 뻔히 예상되는 아내와 가족의 원망스런 모습이 떠올라 괴롭기만 하다. 언젠가 먼 훗날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들도 이해해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정작 더 두려운 것은 이 글이 과연 정의, 사랑, 평화, 형평, 진리, 화해, 용서, 인권, 중용, 윤리, 공동선 등을 주관하는 신의 섭리에 맞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 범람하는 백해무익한 무성한 말과 글을 보태는데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필자에게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정리된 논리라고 생각하지만 신의 뜻이 그러하지 않다면 신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부족한 글이지만 원가도 안되는 저수가로 오랫동안 인권을 유린당한 전공의들의 희생을 위로하고 준비가 덜된 원가에 미치지도 못하는 저수가 의약분업이 개선되어 의, 약계의 생존권(공존과 협력)과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고, 의, 약계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과감하게 자정과 인술을 다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흔들리는 법치주의를 다시 확립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