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엄연한 의료행위” vs “불법처벌 한국이 유일”
타투 합법화 논란
《이번에는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을까.
21대 국회에서 타투(문신)업의 법제화 논의가 활발하다. 지금은 법적으로 의료인만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는데 비의료인에게도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민의힘 엄태영,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비슷한 논의는 예전에도 있었다. 대법원이 1992년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이후 타투 업계는 시술 허용을 요구해왔다. 17대 국회부터 타투 합법화 법안도 발의돼 왔지만 의료계 반대로 번번이 통과되지 않았다.
하지만 불법 규정에 단속과 처벌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타투 시장 규모는 1조2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K타투’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커지면서 이번에 합법화해야 한다는 타투 업계의 목소리가 크다. 반면 의료계는 “수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던 것은 결국 국민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법원 “질병 전염 우려 있어”
타투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법은 현재까지 없는 실정이다. 다만 대법원은 1992년 판례를 통해 “피부 진피(眞皮)에 색소가 주입될 가능성이 있고, 문신용 침으로 인해 질병 전염의 우려가 있다”며 타투를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비의료인이 타투를 하다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는다.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거나,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부정의료업자의 처벌)에 의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단속을 당한 타투이스트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아 전과자가 되고 있다.
의료계는 합법화를 통해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늘어날 경우 국민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술 과정에서 각종 감염, 염색 잉크 등에 의한 이물반응, 그리고 과민반응 등이 빈번한데 비의료인은 이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법원은 타투보다 침습성이 적거나 유사하다고 보이는 벌침, 쑥뜸, 찜질에 대해서도 면허 없이 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하고 있다”며 법적 형평성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타투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나 예술 장르로 관심을 끌고 있지만 다른 미용 시술보다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황지환 의협 의무자문위원은 “필러만 해도 6개월이나 1년이면 약품이 피부 내에서 사라지지만 타투 염료는 남는다”며 “일부 타투 염료에는 금속이 들어있어 자기공명영상(MRI)을 못 찍게 될 수도 있고, (염료가) 림프샘을 타고 들어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의료인이 대부분 시술
하지만 타투 업계는 의료계의 요구가 타투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인이 타투 시술에 직접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고, 비의료인을 통한 시술이 대부분인 만큼 결국 이를 제도화해 관리에 나서야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문신 시술 실태조사 및 안전관리 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타투 고객 171명을 조사한 결과 1명(0.6%)만이 의사에게 시술 받았다. 나머지는 문신 전문숍(66.3%), 미용시설(24.3%), 오피스텔(6.6%) 등에서 비의료인에게 받은 것이었다.
타투 업체들은 시술 자체가 불법인 탓에 간판도 제대로 달지 않고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보건 당국의 위생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시술 후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20.6%에 달했다. 또 타투이스트 1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음파 세척기, 건열멸균 소독기, 고압증기 멸균기의 보유 비율은 각각 32.6%, 21.7%, 12.5%에 그쳤다.
이렇게 보건 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타투 협회가 직접 회원들을 상대로 위생 및 감염 관리의 지침을 배포하고, 관련 교육에 나서는 상황이다. 김도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은 “정부가 정기적으로 위생관리 등을 교육하고 이수증을 주면 좋겠다”면서 “(합법화 이후) 시술자의 잘못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넓은 의견 수렴해야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와 국회가 타투업의 법제화를 미루는 사이 타투 시장은 급성장했다. 한국의 타투 인구는 1300만 명가량이다. 눈썹과 아이라인을 그리는 반영구 화장이 1000만 명, 신체에 문자나 그림을 새긴 타투 고객은 300만 명으로 늘었다.
타투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제 제도권 편입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15년 타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타투이스트를 시장 육성 및 확산이 필요한 신(新)직업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와 타투 업계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타투이스트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하고, 타투 고객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후속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하지만 타투는 한 번 새기면 완전히 지우기 어려운 만큼 양성화를 두고 보다 폭넓은 고려가 필요하단 의견도 있다. 벌써부터 교육계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타투 시술은 법으로 금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경찰 등 공무원과 의료계 종사자에 대한 타투 허용 여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타투 합법화 여부를 논의하면서 함께 살펴봐야 할 문제들이다.
美-英, 위생교육 이수하면 시술 허용
“한국은 타투(문신)를 불법으로 막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타투 업계는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금지하는 현행 제도와 관련해 이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실제로 주요 국가들은 면허제도 등을 운영하면서 타투 시술을 비의료인에게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각 주에서 위생과 혈액매개 감염에 대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타투 시술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또 인체에 직접 주입하는 타투용 염료는 공업용이 아닌 화장품으로 취급해 안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영국 또한 정부가 위촉한 기관에서 위생과 안전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에 통과하면 타투 시술 자격을 주고 있다. 타투 업소를 열기 위해서는 시설과 장비, 고용인의 경력 등에 대한 지방정부 환경보건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이후에도 해마다 심사 평가가 이어진다.
프랑스는 21시간의 위생교육을 받으면 시술이 가능하고,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타투를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호주도 위생교육을 이수하면 시술을 할 수 있고, 2년마다 면허를 갱신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987년부터 타투, 그리고 1990년부터 영구 화장 시술을 면허제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 타투에 부정적인 인식이 컸던 아시아에서도 합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2002년부터 타투를 합법화해 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한국처럼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불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최고재판소(대법원)가 “고객에게 문신을 새기는 행위는 의료행위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비의료인에게 시술을 허용하는 법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황인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