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학동기 8명이 모여 금정산 등산을 하기로 하였다.
벌써 매화가 활짝 피었는데도 구정추위도 한몫을 한다고 그러는지 날씨가 세찼다.
지하철1호선 장전역에서 열시 반에 모여서 90번 버스를 타고 부산외대 앞에서 하차하였다.
학령인구가 줄어 금년에도 신입생이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대학이 여러 곳이 나왔다는데
부산외대는 어떤지 모르겠다.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도 문정부는 자신의 공약이라고
나주에 한전공대를 세워 국민혈세를 퍼붓고 있다.
외대 우측 넓은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등산로 들머리가 나왔다. 이정표를 보니 우측으로 1.8km가면 상마마을이라고 돼 있다.
금정산에는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뻗어있어 시작점이 다양하다. 저 멀리 양산에서부터 시작하여 다방,범어사입구,상마마을,
외대입구,구서동,온천장식물원,금강공원,사직동,연지동,성지곡,만덕,율리,동원,호포동 등등 이름조차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렵다.
이번에 오르는 길은 생소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인터넷으로 지도를 스마트폰에 저장해 왔었다.
키가 큰 소나무숲을 지나 올라가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지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어 길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오솔길 곳곳에 산악회팀들이 리본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아 겨우 길을 찾을 수 있었다.
9부 능선쯤 올라 갔을까 길도 가파르고 낙엽이 쌓여 거의 무릎까지 올라왔다. 다행히 스틱을 짚어 가면서 발을 떼었다.
올라갈수록 비탈이 심하고 바위들이 많았다. 어떤 곳은 길이 없어 오르다가 되돌아 나오기도 하였다.
젊을 때 산을 많이 탔던 정사장이 스마트 폰으로 현재 위치를 찍어보니 원효봉 바로 아래였다.
고개를 들면 원효봉이 훤히 보이는데도 길을 잘못 들어 더 나아가기 힘들어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가끔 신문에 나이든 사람들이 산에서 길을 잃어 수색하는 기사가 나곤한다.
산에서는 해가 빨리 떨어져 기온이 급강하 한다. 옷을 단단히 입지 않는 한 저체온증으로 생명을 잃는 수도 생긴다.
평소에 자주 다녔던 금정산이라고 눈감고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엉뚱한 길로 접어 들고 보니
등산할 때는 혼자 다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부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