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그날이 월요일이라서 우리집(언제부터?)에서 무단으로 하숙하던 녀석들
과 시현은 아침일찍 학교로 나가고 텅텅 빈 집안에 나홀로 남게 되었다.
내가 꼬맹이가 된 이후, 처음으로 갖는 나만의 시간에 난 시현녀석의 집 구석구석을
싸돌아다녔다.
"에에.. 혼자 사는 것 같던데.. 무지하게 크네~"
집은 모두 2층이였다.
1층에는 큼지막한 거실과 화장실, 그리고 그 공포의 부엌, 시현녀석의 방으로 보이는
방 하나와 그 방에 딸려있는 작은 창고같은 방.
그 외에 집에 놀러오는 친구녀석들이 자는 데 쓰는 것 같은 나머지 3개의 방은 모두 깔
끔하고 단정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기대를 하고 올라간 2층은.. 나의 생각을 철저하게 깨버렸다.
"이, 이게 뭐야?? 도대체 청소는 하고 사는거야.. 안하고 사는거야?"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다 없다.
도대체 청소는 하고 사는 것인지, 2층 전체가 희뿌연 먼지들로 가득 차있는 것이 기관
지가 약한 사람이 올라왔더라면 당장 목을 움켜쥐고 아랫층으로 달려나갈만큼 어마어
마하였다.
한발자국 걸을 때마다 피어오르는 먼지를 피해 나란하게 있는 방문을 차례차례 다 열
어보았다.
우선 보이는 문은 전부 5개였는데, 그중 1개는 화장실이였고, 3개는 정상적인 방, 그리
고 마지막으로 1개는 다락으로 올라는 문이였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흐음.. 썰렁하네>_<"
방은 허허벌판이였다. 아무것도 없고, 새하얀 벽지들이 먼지들에 파묻혀있는 모습은 꽤
나 안타까운 모습이였다.
오옷!! 갑자기 마구마구 청소가 하구 싶어져~
근질거리는 손을 꽉 잡고 방을 나와서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창고를 쓰는 모양인지, 여러가지 안쓰는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그 속에서 낡은 앨범을 발견하고 그것을 꺼내려는 순간.
띵동~ 띵동~ 손님이 왔습니다아♬
시현네의 엽기적인 벨이 요란하게 울려되었다.
혹시.. 학교에 간 녀석들이 돌아올 시간인가.. 해서 자혁이가 채워준 시계를 힐끔 바라
보니, 아직은 한창일 점심시간대였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1층으로 내려오니, 어지간히 성미도 급한 사람이였는지,
이제는 벨을 누르지도 않고 미친듯이 현관문을 두들겨 되었다.
"아씨.. 나가요~ 나가!"
쾅쾅쾅!
벌커억~!
"우씨.. 문이 뽀샤지도록 그렇게 무식하게 두들겨되는... 에에?"
"뭘 그렇게 놀라냐-_-"
빼꼼히 열리는 문사이로 날렵하게 들어온 그 녀석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된 나를 보
고 한숨을 내쉬었다.
"뭘 하느냐고 먼지를 뒤집어 썼어? 너.. 몸으로 집안청소하고 다녔냐?"
"지금 이 시간, 이 순간, 이 장소에 아빠가 무슨 일로 오셨남?"
삐딱한 내 말에 시현녀석은 내 머리에 잔뜩 앉은 먼지를 털어주면서 신발을 벗고 성
큼 걸어와서 지 방으로 쏙 들어갔다.
오늘 갈아입은 옷이 먼지로 잔뜩 더럽혀진 것을 화장실로 들어가 훌훌 벗어 던지고
나서 씻고 나오니, 사복으로 갈아입은 시현녀석이 쇼파위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장
면이 보였다.
예의 잠옷으로 사용하는 시현녀석의 그 하얀 티셔츠를 입고 시현녀석이 앉아 있는
쇼파로 쪼르르 달려온 나는 축축한 머리를 녀석에게 들이되었다.
"뭐?"
의문을 표하는 녀석의 손에 수건을 들려주자, 그제서야 시현녀석은 뭔가 깨달았다
는 얼굴로 내 머리를 말려주었다.
서투른 손길로 내 머리를 말려주는 시현녀석의 무릎에 앉아서 난 고개를 뒤로 꺽어
시현녀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아주었다.
내 시선이 꽤나 부담스러웠던 모양인지, 시현은 머리를 말려주다 말고, 뚱하게 물었다.
"내 얼굴에 뭐 묻었냐?"
"아니. 그냥... 아빠가 문득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말에 시현은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내 머리를 말려주었다.
"아빠.. 근데.... 지금 원래 수업시간 아니야?"
"아니-_-"
"무슨 시간인데?"
"점심시간이다."
너무 담담한 시현의 말에 난 순간 할말을 잃고, 그저 날 끌어안는 시현의 손길에 무
심히 내 몸뚱아리를 맡길 수 밖에 없었다.
또 한참을 날 끌어안은 채 말이 없던 시현녀석이 불쑥 말했다.
"령아야, 같이 시내나갈까?"
"응? 시내? 흐음.. 글쎄.........가 아니랏!! 아빠, 도대체 학교는 어쩌고 집에 온거야?"
허리께까지 늘어진 내 삼단같은 머리채를 만지작 거리던 시현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이 날 안은 채 일어섰다.
녀석의 품에서 시현의 멱살을 잡은 나는 새까만 내 눈동자와 뚱한 녀석의 다갈색 눈과
마주치게 하고 나름대로 낮은 목소리로 음산하게 물었다.
"아빠.. 학교는 어쨌냐구 물었잖아!"
"안 어울려-_-"
"아? 그래? 으음.. 나도 안 어울린다고 생각..... 으에엑!! 이게 아니잖아! 왜 자꾸 대답
을 회피하는 거야? 학교는 어쨌냐니깐.. 에에.. 설마.. 짤린 건 아니지?"
걱정스러운 내 표정을 읽었는지, 시현은 피식웃더니만 내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내 머리를 쓰담아주는 그 손길이 나의 착각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귀여운 애완
동물을 쓰담아주는 듯한 느낌에 눈썹을 치켜떴다.
아아.. 아빠라는 녀석인 학력이 고중퇴라는 건 정말 말도 안되는 거야.
속으로 온갖 나쁜 상상을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던 나를 다시 현실로 이끈 건
시현녀석은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너어.. 잘하면 아빠를 죽이겠다?"
"에에.. 무슨 얼어죽을 놈의 아빠는 아빠야! 난 고등학교 중퇴라는 아주 실망스러운 학
력을 지닌 아빠를 둔적 없어!"
"뭐, 뭐라구-_-^"
순식간에 험상궂어지는 시현의 얼굴에 겁에 질려 난 녀석의 멱살을 잡고 있던 것을 언
제 그랬냐는 듯이 놔주고, 반듯하게 정리를 해주었다.
슬쩍 눈을 들어올려 시현의 눈치를 살살 보던 내 목덜미를 콰악 집고 시현의 방에 딸린
작은 방으로 들어온 시현은 옷장을 뒤지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었다.
겁에 질린 나는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얌전히 시현녀석이 골라준 옷으로 갈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아빠아... 다, 다 갈아입었어요^ㅁ^;;"
"아빠를 둔적 없다며-_-++"
정말 니녀석은 쪼잔한 녀석이야!!
그런 말을 좀 했다고 그냥 삐치냐??? 앙? 니가 그러고도 사내새끼야?
결코 들릴리가 없는 속으로는 열심히 시현녀석을 씹어주었지만, 겉으로는 애교를 살살
부리면서 시현의 팔에 매달렸다.
시현녀석은 내가 매달릴 적에 인상을 썼긴 했지만 여전히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보
아, 내 기분을 더럽게 해주었다-_-^
"아빠.. 령아가 싫어진거? 흑.. 나는 그냥... 그냥... 나중에 시집갈때나 직장생활 혹은 사
회생활을 할 적에 아빠 학력에다가 고중퇴라고 쓸까봐.. 그게 걱정되서..."
주저리주저리 단어조합도 하지 않은 채,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더니.. 그게 오히려 역효
과를 내었다-0-;;;
녀석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면서 팔에 매달린 나를 떼어 놓고, 그 커다란 손바닥으로 내
머리를 눌렀다.
"지금 그 말은 고중퇴라는 아빠가 부끄럽다는 말이렸다?!"
"그게 아니라ㅜ_ㅠ"
어떻게든 시현녀석에게 납득해줄 만한 이야기를 하려했지만.. 입은 아교칠이라도 한 양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에는 너무 잔머리를 굴린 덕에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 지끈하고 쑤셔왔다.
"야아, 울어o_o?"
"누가 운다고 그래! 훌쩍. 씨이.. 아빠가 부끄러울 리가 없잖아. 난... 난... 그냥 걱정해
준건데... 미혼부(?)인 아빠를 데려간다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을 텐데... 거기에다가 성
깔도 무지하게 나쁘고... 뭐.. 생긴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따라다니는 여자들이 좀 있겠지
만.."
"뭐.. 뭐? 미혼부? 성깔이 나빠? 생긴꼬락서니? 야아!"
무슨 용기가 나서인지 난 용감한건지, 무식한건지 시현녀석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 아직 내 말은 안 끝났나고! 끝까지 들으란 말이야. 돈만 많으면 뭐해! 아빠
의 그 더러운 성깔을 감당해 낼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이러는 거야? 성깔이 나쁘면 잘
난 게 있어야지! 면상만 뻔지르르 하면 뭐해. 얼굴이 밥을 먹여줘? 돈을 줘? 아아.. 요즘
은 얼굴하나로 먹고 살수 있겠지, 뭐. 그럼 뭐해? 그 면상이 세월을 비켜나가기라도 한
다는 거야? 뭐야? 어차피 늙으면 그 얼굴같은거도 다 쓸모 없는거야. 알아? 그런데 학
력이 고졸도 아닌 고중퇴라니! 미쳤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 거야? 아
빠 솔직히 말해봐. 제정신이 아니지? 앞으로 어쩔꺼야? 애키우는 게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건 줄 알아? 날 어떻게 키울려고 중퇴야, 중퇴는ㅜ_ㅠ"
잠시 나의 신분을 망각하고 외친 울부짖음은.... 엄청난 파급을 낳았다.
벙찐 채로 내가 다다닥 내 뱉은 말들을 인내심깊게도 다 들어준 시현이 나와 눈이 맞도
록 쭈그려 앉아 내 통통한 양 뺨을 쫘악 잡아 당겼다.
물론, 무지하게 아팠다ㅜ_ㅠ
"그래.. 령아, 너가 이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잘들었다^-^"
난.. 그때 시현녀석이 처음으로 화사하게 웃는 모습을 보았다.
그건... 정말인지 소름끼치는 아주 예쁜 미소였다ㅜ_ㅠ
이름바.. 말로만 들었던 살기가 아주 짙게 배인 미소라구.... 겁에 질려 아무런 말도 못하
고 있는 날 안아들면서 시현녀석은 아무런 말없이 집을 나왔다.
떨떠름한 얼굴로 녀석의 품안에서 아직도 흐르는 눈물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낸 난 다시
시현녀석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빠?"
"...^-^ 왜?"
"커, 커헉!"
ㅜ_ㅠ 싱긋웃으면서 내 말에 대답하는 녀석을 보면서 내가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질렀
는지 깨달은 나는 다시 얌전히 고개를 떨구었다.
나쁜놈의 시키.. 내 피를 말려죽일려고 작정을 했지, 했어!
얌전하게 있는지 수여분.
아아악!! 말을 하고 싶어ㅜ_ㅠ 입이 근질거려서 미치겠다구~
시현녀석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아빠야.. 어디가는거?"
"^-^ 고.중.퇴.인 아빠가 갈때가 어디있다고 그러니?"
"ㅜ_ㅠ 아빠아아.. 잘못했어요.. 흑흑.. 화 내지 마세요.."
"후후^0^ 우리 령아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 자아~ 뚝!"
-0-;;;;; 내가 먼저 숙이고 들어갔건만.. 시현녀석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여전히 싱글거
리면서 대꾸하였다.
녀석의 미소에 지나가던 여자들은 환호하였지만.. 품에 안긴 난 죽을 맛이다ㅜ_ㅠ
난 다시 시현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시현의 목덜미를 꽈악 끌어안았다.
"딸^ㅁ^ 무슨 일이니?"
"다시는 그런 몹쓸 말같은 거.. 안할께요~ 용서해주세요ㅜ0ㅠ"
"헹-_- 그냥 빈말로?"
야이 똥물에 튀겨 죽일 녀석아!!!!
그냥 용서해준다고 하면 될 것이지.. 나에게 뭘 바라는 거냐구우!!!
.......이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전에 한번 말했듯이 시현녀석은 강자이고, 나는 약자이다.
약자가 강자의 말을 따르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곧, 이것이 약자의 생존법칙이랄까.
난 입가에 미소라는 것을 띄우면서 시현을 빤히 바라보았다.
"저.. 가진거 업써요o_o"
"어제 옷가게에서 유형이한테 해준거.."
"엄마? 내가 엄마한테 뭘 해줬는데?"
"아.. 그거 있잖아! 그거!"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면서 어제일을 회상하던 중.. 문뜩 떠오르는 생각에 두눈을 커다
랗게 떴다.
뭐, 뭐야! 그때는 못본것 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넘어가더니.. 지금에 와서 이러기냐?
당황해하면서 어쩔줄 몰라하는 날 힐끔 바라본 시현녀석은 아까같이 예쁜 미소가 아닌..
보기만 해도 한대 줘 패주고 싶은 그런 사악한 미소를 짓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에는 난 끝까지 모르는 척으로 나가기로 마음먹고 시치미를 뚝 뗀다음 살살 눈웃음
을 치면서 시현에게 말했다.
"헤헤^0^ 아빠, 뭘 말하는 거야?"
"아아.. 그거! 자꾸 모르는 척 할래?"
"으씨이.. 그게 뭔지 말해줘야지 알지!"
"-_-^ 반항이냐?"
녀석과 계속 투닥거리면서 도착한 곳은 꽤나 아담하고 이쁘장한 카페였다.
카페에 들어가면서도 계속 뽀뽀를 해달라고 조르는 시현과 정말 모르는 척하면서 시치
미를 떼던 나는 다소곤히 앉아있는 일행을 발견하고 성큼 다가가 그곳에 앉았다.
다들 멋지구리하게 차려입은 옷을 뽐내며 모델같이 온갖 폼을 잡고 앉아있는 덕에 카페
안의 손님들은 물론이요, 밖에 지나다니는 여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런 시선을 내가 받고 있는 것도 아닌데, 뿌듯해져왔다.
~_~ 아.. 이것이 잘키운 아들을 뽐내는 어무니의 심정이라는 걸까?
"뭐때문에 그렇게 투닥거려?"
앞에 놓인 주스를 쭈욱 들이킨 무연의 질문에 시현은 가만히 있었고, 나는 순진무구하게
답하였다.
"아빠가 아까 삐져서 그거 풀어주느냐고 그런거야."
"에에? 시현이가? 우웃! 삐돌이, 시현씨이~"
"-_- 징그러워, 하지마!"
시현녀석이 옆에서 계속 놀리고 있는 동화의 입을 아주 이쁘게 쫙쫙 찢어주고 있는 동안,
아르바이트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뭐... 시키실것 있나요^-^"
예쁜척 목소리를 가다듬고, 연신 내 앞, 옆으로 앉은 이 잘생긴 녀석들에게 추파를 던지
는 그 못생긴(솔직히 그렇게 못생기진 않았다. 그냥.. 보통보다 약간 떨어지는 정도?-_-;;;
에에? 그게 그 말이잖아!)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입을 삐죽거리면서 괜시리 아무런 죄도 없는 메뉴판만 뒤적거릴 적에 시현녀석은 커피를
시켰고, 나에게 슬그머니 눈치를 주는 바람에 가격도 제대로 확인도 못한 채 주문하고 말
았다.
-_-^ 이런 썩을.. 여기서 가장 비싼걸 시켰어야 했는데...
"참내... 어제 그렇게 고생하고도 또 아이스크림을 시키냐-_-"
"내가 언제 아이스크림을 시켰다고 그래~"
시현은 한숨을 푸욱 쉬더니만 내 머리에 뒤따게 무거운 지 팔뚝을 올려놓았다.
갑자기 고개가 꺽이는 바람에 깜딱 놀란 내가 눈을 치켜뜨고 시현을 노려보았으나... 살짝
야리는 시현의 눈깔에 쫄아 얌전을 떨수 밖에 없었다.
제길제길제길... 상식적으로 이건 말이 안되는 거야... 어떻게 사람의 눈깔이 저렇게 무서
워질수가 있는거지?
"그럼.. 파르페는 아이스크림이 아니라는 거냐?"
"고럼~ 아이스크림이 아니지!"
"하! 어째서?"
어의가 없다는 듯이 물어오는 시현녀석의 말에 나는 당당하게 외쳤다.
"아빠 바보야? 당연히 이름이 틀리잖아! 이름이!"
따콩~
"으윽..ㅜ_ㅡ 왜 때려!!"
"그게 그거잖아!"
"아냐! 이름이 틀리니깐 아니야!!!"
파르페가 아이스크림이 아니라고 빡빡 우겨되다가 밖으로 나와서일까?
다른 사람의 이목을 신경썼는지, 엉덩이를 때리지 않고 내 통통한 양 뺨을 쭈욱 늘어트
려놓은 시현녀석의 폭력에 굴해 결국에는 파르페는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키
득거리면서 아르바이트생이 들고 온 파르페를 눈물을 뚝뚝 흘리며 먹었다.
ㅜ_ㅠ 바로 이런것이 눈물에 젖은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씀이렷다!
무진장 얄밉게 나와 시현녀석의 다툼을 말려주지는 못할 망정 더욱더 부추기면서 웃었
던 녀석들의 웃음소리에 난 더욱 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ㅜ0ㅠ 너희들은 정말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
"령아야^0^ 이거 내가 사는 거니깐.. 먹고 싶은면 더 시켜먹어도 되"
"엄마아ㅜ_ㅠ"
"하하;; 우, 울지마ㅜ_ㅠ"
내가 큰소리로 외친 엄마라는 소리에 울상을 지은 유형은 황급히 내 입에 아이스크림을
쑤셔박아넣었다.
-_-^^ 뭐야? 아이스크림먹고 떨어지라는 제스쳐냐?
투덜거리면서 그 많은 것을 다 먹고, 이번에는 좀더 색다르게 사이다를 시켜 쪽쪽 빨아
먹던 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저희들끼리 대화를 나누던 시현일행이 꽤나 미워져 아무
런 죄도 없는 쇼파만 미친듯이 뜯어되었다.
-_-.... 혼자 있을때 심심할적에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벽뜯기의 진화형태.
다수끼리 있을 적에 왕따를 당하거나, 소외당해 외로울 적에 쓰는 쇼파뜯기라는 기술인
것이다-_-
내가 열심히 뜯은 덕에 쥐파먹은 꼴이 된 쇼파가 좀 안쓰러워 슬쩍 눈치를 보면서 메뉴
판 하나를 뜯어 쇼파안으로 쑤셔박았지만... 수습이 불가능할정도로 구멍이 무쟈게
컸다-_-;;;
아.. 이걸 어쩌니?
"령아야, 집에 가자."
"응? o_o 도대체 왜 시내에 나오잔 거였어?"
"-_-^ 아빠가 하는 말에 토를 단다?"
"넵! 집에 가요, 아빠...."
사이좋게 시현의 손을 잡고 나란히 카페를 나오는데.. 뒤쪽에서 그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_-;;;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초롱이는 내 눈이 꽤나 부담스러웠던 모양인지, 시현녀
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날 외면하였다.
그런 것을 노칠 내가 아니였기에 난 눈을 더욱 말똥이 떴다.
아아.. 땡땡이라.... 나는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그런 말이 아닌가!
거창하게 대학을 간다던지, 넘치는 학구열에 불타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닌 그냥 개근
상, 그것 하나를 받기 위해 미친듯이 학교를 다녔던 나로써는 한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그런 새로운 세상!
좀 논다는 녀석들과 문제아, 양이치, 날라니... -0-;; 뭐 다 똑같은 말인 것 같지만, 그런
녀석들만 하는 땡땡이를 시현녀석도 하다니.. 좀 놀랐다.
아!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난 그날.. 시현녀석은 꽤나 불량하고 껄렁했지-_-;;; 잠시 녀
석의 첫인상을 잊고 있었다=_=
기억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시현녀석과 처음 만나 엉겨붙을 적의 모습을 생각하고
다시한번 시현녀석의 현주소를 훝어보았다.
그냥 깔끔하게 차려입은 이 모습에서 어찌 그런 불량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녀석은 새하얗게 탈색한 머리하나로도 충분히 주목받는 그런 불량한 양아였다-_-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현을 훝어보자, 녀석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모양인지 인
상을 잔뜩 찌푸렸다.
"뭐야? 그런 반응은?"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아빠라면 충분히 그럴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어."
"-_-^ 아빠라면?"
또다시 착 가라앉은 시현의 말투를 전혀 깨닫지 못한 나는 혼자 열심히 중얼거리기 바빴다.
"양아치같이 생겨으니깐.. 뭐, 아주 당연한 걸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바보라고 할까나..?
그런데, 아빠~ 땡땡이 하는 기분은 어때? 응? 나, 무지하게 궁금해! 알려줘라, 응? 그리
고, 어떻게 하면 땡땡이를 잘 칠수 있는 거야? 그러고도 개근상 탈수 있어? 선생님들은
뭐라고 안그래? 학교에서 안 짤려?"
"-_-^^^^ 양아치같이 생겼다고?"
"응! 아빠 양아치같이......헛!"
내가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 깨달은 나는 황급히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상황은 쏟
은 물 주워담기였다ㅜ_ㅠ
아까보다 더 화가 나보이는 시현은 그 뒤 집에 도착할때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 나
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ㅜ_ㅜ
첫댓글 헤헤..... 오늘은 올리셨네요...... 어제 들어오니깐 없드라구요.... 그래서 얼마나 속상하던지..............ㅠ.ㅠ
후후후...기...다렸습니다..기다렸습니다...기다렸다고요오오오-!
저두요ㅠㅠ 이제야 보내요 ㅠㅠ 너무 기다렷어요 ㅠㅠ 인터넷소설드러가면 ★ 여명 ★ 이라고 치고 ㅠㅠ 그런데 안올려져잇구 ㅠㅠ 님아 힘드시더라두ㅠㅠ 매일 올려주시와요~~
잼따~! +0+
너무너무 재미있는데 왜 이렇게 늦게 올리셨어요ㅠ_ㅠ 속상해 매일 매일 와봤는데,,
너무 재미있다 ㅜ0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