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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파라다이스아일랜드
"아아아...!!!! 아아아아!!!...으아아아아아아악....!!!"
아캄은 구청장이 가고 나서도 계속해서 울부짓었다.
릭은 부들부들 떨리는 눈꺼풀을 꽉 감은채,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쓰고 있었다.
....나?
나는 저무는 해를 바라봤다.수천, 수만의 불꽃이, 무리지어 내려앉는 듯한 환상적인 광경에 취해 있었다.
현실성이 없다고나 할까, 다 포기해 버렸다고나 할까. 그냥 멍...했다.
낮이 우리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파스텔 톤의 하늘은 어느세 절반이상 짙은 남색과 보라빛으로 물들었고, 연분홍빛 구름과 진 노랑빛 노을이 어울어져 환상적인 마블링을 그려내고 있었다. 파도소리는 잔잔하게 우리를 적시고 있었고, 불어오는 바다바람은 땀에 쩔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갔다.
이렇게 좋은 날에 죽어야 하다니, 세상 참 우습다.
문득, 지나간 세월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죽을때가 되면 주마등처럼 필름이 파라라락 돌아간다는데, 내 그건 그게 아니었다.
먼지 묻은 서랍장에서 꺼낸 엘범을 한장 한장 들쳐보는 것처럼, 이야기 하나하나가 세록 세록 떠올랐다.
초중고 죽도록 공부만 하고, 대학가서 좀 편해지려나 했는데 죽도록 공부만 했다. 졸업하고는 죽도록 돈만 벌다가, 먼 타향에 와서 죽도록 고생만 하고 여기서 이렇게 죽음을 맞게 되었다.
정말 허무하고 비참한 기분이었지만...그래도 왠지 홀가분했다.
그런 나날 사이에서도, 소소한 행복들은 누릴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사했다.
부모님의 얼굴이 보고싶었다. 제대로 된 효도 한번 못해드린 부모님 이었다. 주름진 얼굴과 거칠어진 손바닥의 감촉을 떠올리니, 세삼 그분들을 안아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여동생의 등록금이 걱정되었다. 나만 믿고 있는 아이인데, 철은 없지만 모난 구석없고 밝고 명랑한 아이인데...이제 그 아이는 누가 대학엘 보내준단 말인가?
싫어,
죽고싶지 않아.
이렇게 죽을 수 없어.
나는 내가 어느새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노을이 뿌옇게 변하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 얼어있던 감정이 벅차 올랐다.
나는 오열했다, 정말로 순수하게, 살고 싶어서 울었다.
이대로 가기엔 못하다한 것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울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눈물은 말라버리고, 목은 쉬어버렸다. 아캄은 한참 전 부터 콜록거리는 소리 이외에는 내지 않고 있었고. 릭은 처음부터 한마디 말도 없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나는 저들에게 아직,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못해봤구나.
나는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 안에 무언가가 걸려있는 듯 했다. 나는 한참동안이나 턱을 꿈틀대며 연습을 한 후에야 소리내어 말할 수 있었다.
"...이봐, 형제들(Bro)"
"..."
"..."
"마지막 순간에...그래도 너희와 함께라서...다행이다. 그 동안...신세 많았어..."
"..."
릭은 감고있던 눈을 떴다. 탁한 진녹색의 눈동자는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나야말로... 함께여서 좋았다. 틱틱대긴 했지만, 진심이 아니었어...사랑한다 형제들."
"......"
"...아캄?"
아캄은 고개숙인채 말이 없었다. 나는 문득, 설마 그가 오랫동한 한 자세로 묶여있어서 저출혈성 쇼크로 의식을 잃었나 걱정이 되어 소리쳤다.
"아캄!"
그러나 아캄은 기절한게 아니었다. 그는 꿈틀, 하고 고개를 들더니, 반쯤 풀린 눈으로 나와 릭을 보다가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에 와서 무슨 신파극을 연출하려는 거에요. 바~보, 장은 바보에요. 릭도 바보고. 우린 모두 바보 천치에요.
바보,바보, 장은 바보, 릭은 바보...흑...."
아캄은 기어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나는 릭과 시선을 마주치고는 쓰게 웃었다. 아이고 우리 막둥이, 힘들었구나,
이제 우리는 문자 그대로 영혼을 나눈 형제들(soul brother) 였다. 어느 친지보다, 단단한 유대감이 우리를 묶고 있었다.
함께 죽음과 싸우며, 투쟁하며, 기쁠때 웃고, 슬플때 울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까지 함께다.
이런 형제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나!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용기가 솟아올랐다. 나는 한가지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형제들, 내가 하나 할 이야기가 있는데. 한번 들어볼래?"
"...쿨쩍?"
" 뭐야."
"나 말이다. 내 이름, 사실 장동건 아니다? 그건 가명이야."
"가명?"
"그래 가명, 무~지 유명한 한국의 텔런트야. 내 본명은 박XX이다."
"..."
"..."
둘은 말이 없었다. 놀랬겠지. 나는 계속 말했다.
"속여서 미안해, 하지만 속이려고 그런게 아니라...처음에는 우리가 이런 관계가 될 지 몰랐어. 그래서 가명을 된 건데, 나중에 정정할 기회가 없더라, 이제야 고백한다. 용서해줘."
"..."
"..."
둘은 많이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나는 거듭 말했다.
"정말 미안해 용서해줘."
"..."
이윽고, 릭이 말했다.
"알고 있었어. 본명 아닌거."
"그래,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 본명이 아닌...뭐뭐뭐뭐뭐뭐?!"
나는 숙연하게 그의 말을 인정하고 사과하려다가 혀가 꼬였다. 사람이 당황하면 진짜 혀에서 버퍼링이 일어나 레주들..
아캄은 기가 막힌듯이 웃었다.
"설마, 아직까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요?"
"야... 니들?!"
어떻게? 라는 말은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있을 뿐 이었다. 릭은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권."
아.... 씨바.
난 그 한마디로 이해했다. 그리고 빡쳤다.
그러니까 그 동안 너희는 내 본명을 알면서 잘도 장 장~ 하고 불렀다~ 이말이냐?
화르륵, 내 마음속의 전투본능이 타올랐다. 나 혼자 당할 순 없지~!
나는 이를 갈았다. 원래 다 큰 남자가 한을 품으면 찌질한 법이다.
"야~ 릭! 그거 아냐? 너 지난번에, 자고 일어나서 쇳덩어리라도 씹은 것처럼 이빨 아프다고 했던 거 있잖아~ 그거 사실 아캄 짓이야~!!
너 이 가는거 너무 시끄럽다고 니 입에 탄창물렸어~!!"
"...??!!!!"
"으악?! 자,장?"
닥쳐, 난 장이 아냐.
"그리고 아캄! 너 지난번에 자고 일어났을때, 코 안에서 똥내난다고 난리쳤을 때 있지? 그거 릭 짓이다~! 너 코고는 소리 너무 시끄럽다고,
릭이 니 얼굴에 군화를 덮어 씌웠어~!!"
"자,잠깐! 장?"
그러니까 닥쳐, 협상은 장 한테 가서해. 난 박이니까.
"그거 뿐 인줄 아냐? 야 릭~ 너 지난번에 니가 아껴 먹으러던 푸딩..."
"으악으악으악으가악!! 장! 왜그래요~!"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데요~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 아니죠, 성아지(Adult OX) 세마리. 맞습니다 (스레주 농담임)
그렇게 웃고 싸우는 사이에, 해는 완전이 저물었다.
우리를 둘러싼 암울한 기운은 웃음이 날려보내 주었지만,그럼에도 상황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어차피 이제 여한도 없다. 몸도 묶여있으니, 갈 때 까지 생각이나 실컷 해보자.
전설의 '세 남자',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우리도 '세 남자이다.'
세사람은 어떤 사람들이지?
용감한 남자. 나는 아캄을 떠올렸다
언제나 웃는 녀석, 크고작은 불행은 그냥 웃음 한번으로 털어버리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속 깊고,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녀석. 그런 과거를 가지고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녀석, 자기의 불행보다는 친한 친구의 불행에 진정으로 격노하고, 형제를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릎쓰고 진실을 직시하는 걸 두려워 하지 않았던 아캄. 우리 귀여운 막내.
다음에 떠오른 것은 힘센 남자였다. 나는 릭을 떠올렸다.
총알위의 인생을 살아왔던 그, 거칠고 잔혹한 삶을 살았지만, 형제들에겐 누구보다 따뜻한 사나이. 툭툭 내뱉는 말투와 거친 행동들은 모가 나 있지만, 그 속에는 말 없는 배려가 숨어 있었다. 누구보다도 우리를 위해 힘내서 싸우고, 위험한 상황에선 누구보다 앞장서서 우리를 지켜준 릭.
네가 힘센 남자가 아니면 누가 힘센 남자겠어. 그치? 큰형?
나는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생각했다.
빈자리는 하나뿐, 하지만 나는 머리좋은 남자라고 칭할 자격이 있을까?
금고 탈취 사건때 계획을 주도한 건 오히려 아캄이었고,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입장이었다고 생각한다.
톡톡 튀는 개성을 가진 두 사람에 비해 무색무취,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묻어가는 나.
두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금고를 털때, 뒷방지기 노릇이나 하고 있었고 무력 시위때는 인질로 잡히질 않나.
나 진짜 도움이 안돼는 인간이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푸념이나 하려고 생각을 시작한 건 아니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도움이 될 방법을 생각해라.
형제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기 위해서라도.
나는 지금부터 머리좋은 남자가 되어야 한다.
살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자.
잠깐이면 되, 뇌가 다 타버려도 좋아.
찾아보는 거다.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단서가 있을거야
끝나기 전 까지는 끝 난게 아니야.
알고있는 지식을 동원해, 동화의 내막을 분석해
악마의 게임판을 옅보는 거다.
어디선가 히죽히죽 웃으며 우리 삼형제를 비웃고 있을 그 쌍판에 멋지게 한방 먹이는 거다.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생각해
나는 생각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해서, 생각한 것만큼 절망했다. 아랑곳 않고 다시 도전했다. 절망하고 절망하고, 절망했다. 절망하고 절망해서 절망한 끝에--
나는 답을 얻었다.
오오오오------------
긴, 신음과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들은 흠칫 놀라 앞을 바라보았다. 짙은 어둠이 깔리고, 하늘엔 달빛하나도 없다. 어두운 해면은 우리의 시선을 그저 받아들일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심연과 같은 어둠속에서
'따님' 이 기어온다.
굳어져 버린 육신을 끌고,
사랑하는 어머니를 찾아서,
물안개의 권속을 온몸에 두르고,
그녀가, 온다.
"...젠장."
릭은 입술을 깨물었다.
"..."
아캄은 고개를 떨구었다.
머리좋은 남자는?
나는 옛날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를 찾기만 하면 되나요? 따님의 질문에 악마님은 말했어요. 머리좋은 남자, 용기있는 남자, 힘센 남자에게 들켜서는 안된단다. 그들이 보고 있으면, 너는 움직여선 안돼."
"...박?"
"...너?"
둘의 시선이 이리로 돌아온다. 공포와 어처구니 없음이 뒤섞인 시선.
상대하지 않는다. 나는 두 눈은 오직 한점.
나에게 들켜선 안됀다. 내가 보고 있으면 안됀다.
그래, 내가 정말로 너를 볼수 있느냐는 관계 없다, 어떤 어둠이 깔려도 관계없어. 사람이 어둠을 바라볼때, 어둠 또한 사람을 바라보는 법이다.
'내가 너를 바라보고 있다' 라고 믿.는. 너는, 나에게 다가올 수 없다.
"야, 박! 너 왜 그래! 괜찮아?!"
나는 그를 무시하고 말했다.
"그럼, 그들이 보고 있지 않으면요? 악마님은 웃었습니다. 새카만 이빨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너를 보지 않는 자는, 너를 알아챌 만큼 지혜롭지도 않고, 너와 맞설 만큼 용기있지도 않으며, 너를 이겨낼 만큼 힘세지도 않단다. 그것들은 고기야. 먹어도 좋단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말하지, 릭, 아캄. 우린 고기가 아냐. 고개 쳐박지 말아. 사내새끼가 어디서 눈물 보여."
"...!"
"...?!"
옆을 돌아보지 않았지만, 둘이 움찔 하는것이 느껴졌다. 둘은 고개를 쳐들고, 나와 같이 어둠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오------------
어둠속의 소리가, 멈췄다!
거듭해서, 나는 말했다.
"딸이 다급히 물었어요. 그녀의 봉긋한 가슴까지, 바위로 변해가고 있었어요. 머리 좋은 남자, 힘센 남자, 용기있는 남자, 그.들.이 알.고 있.다. 그들에게 들키지 말고 그들을 잡으렴. 그럼 알려줄 거란다. 그리고 악마님은 어깨를 으쓱 했어요."
릭이 말을 걸어왔다. 눈에 띄게 동요한 기색이었다.
"어이! 박, 무슨 생각이야!"
"박? "
"잊지 말거라! 이 여흥의 규칙을! 너를 알고! 너를 바라보는자! 그.들.에.게.서 네 엄.마. 를 돌.려.받.아.야 한.다!"
그리고 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쳤다.
"따님~!!!!!!!!!!!!!! 우리는 네 어머니가 있는 곳을 알고있다~~~~~~!!!!!!!!
알! 려! 주! 마! -"
찰랑....찰랑....
깊고, 깊은... 마치 죽음과도 같은 적막이 바다위에 깔렸다.
나는 터질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려 애쓰며, 그 어둠 너머를 노려보았다, 릭과 아캄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치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고.
찰박, 찰박.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먹물을 부은듯한 어둠의 장막 너머로 마치 환상과 같이 나타났다.
하얀 물안개가 빚어낸, 한폭의 그림과 같았다. 키는 내 가슴깨 점도일까,
하얀 원피스를 걸친 소녀가, 물결위를 자박자박, 맨발로 걸어오고 있었다.
...꿀꺽,
긴장해서 나도 모르게 목젖이 울렸다.
이윽고, 그녀는, 정확히 나와 얼굴 하나 정도 사이 거리까지 걸어와 나를 바라보았다.
허공에 유령처럼 떠 있는 그녀는, 동화처럼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
그녀가 무어라 입을 열었다. 나는 알지 못하는 언어였지만 그 의미를 알수 있었다.
[[당신은...누구?]]
나는 대답했다.
"머리좋은 남자다!"
찰랑...찰랑... 여전히 파도는 잔잔했다.
아니, 그녀가 나타난 뒤로는, 모든것이 흑백으로 굳어버린 듯 했다.
압도적인 존재감의 어둠이, 장막처럼 주위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두사람은?]]
"나의 형제들이다!"
[[그들이, 힘센 남자와 용감한 남자?]]
"그렇다!"
그녀는 릭과 아캄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닌데, 그들은 묶여서 싸울 힘이 없고, 지쳐서 용기를 잃은 것으로 보여.]]
"그들은 너를 위해 묶이고, 너를 위해 울다가 힘을 잃었다."
[[그건 어째서?]]
" '머.리.좋.은 남.자 때문이다.' "
나의 말에 그녀는 고운 이마를 찡그렸다.
[[당신 때문?]]
"내가 아닌 사람의 아들이다, 너에게서 엄마를 빼앗고, 너를 고기로 만든자. 그의 자손이 우리를 이렇게 했다."
[[어째서?]]
"우리가 엄마님을 찾았기 때문이다."
[[찾았어? 어디있어?]]
"빼앗겼다."
[[누구에게?]]
" '머리 좋은 남자'다. 그가 가져갔다.' 게임의 규칙을 기억하겠지. 너는 우.리. 에게서 돌려받지 않으면 안됀다."
그녀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그녀는 고요한 목소리로 작은 입술을 열어 말했다.
[[뭘 원하지?]]
그 순간, 잠자코 듣고있던 릭과, 아캄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나 또한 속에서 복받히는 분노를 뿜어내며 말했다.
"우리를 풀어다오! 안내하겠다!"
[[......]]
그녀는 잠시 침묵 하더니.
[[안내해]]
짤막한 한마디를 속삭였다.
그러나,
스르륵-!
"으앗?!" "허억?!" "큿?!"
갑작스레 포승이 저절로 스르륵 벗겨지는 바람에, 매달려 있던 우리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 지고 말았다. 아캄은 손목을 주무르며 울상을 지었다.
"박...이게 대체..."
"상황 파악이 안돼냐? 이건 마지막 기회라고, 구청장에게서 '엄마님'을 되찾아, 그녀에게 넘겨준다. 우리도 살고! 그녀도 풀려나고! 악인은 벌을 받고! 언더스텐?"
릭은 벌떡 일어나 아캄을 부축하고는, 나에게 눈짓을 주고는 뒤돌아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힘센 남자다. 싸울 무기가 필요해. 잠시 다녀오겠다."
[[달아나지 마]]
릭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사나운 웃음을 지었다.
"네가 상대라고 해도 달아나지 않아."
그리고 그는 등대쪽으로 달려갔다.
"으아아아~! 용감한 남자예요! 엄마님은 꼭 찾아드릴게요!"
아캄은 그런 릭에게 질질 끌려갔다. 나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고. 그녀는 침묵했다.
나는 한동안 자리를 지켰고, 그녀는 잠시 후 나에게 말했다.
[[당신은 가지 않아?]]
"한명쯤은 남아있는게 좋을 것 같아서. 다른 의미는 없다."
[[...]]
"이봐"
[[왜]]
"당신의 이야기...들었다. 저기, 미안."
[[뭐가다]]
"그냥, 인간이어서, 미안하다."
그녀는 조용히. 깊이를 알수없는 검은 바다같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후, 릭과 아캄은 완전 무장을 하고 나의 무장까지 챙겨서 왔다.
다른 모든 소지품이 사라진 와중에 무기만 멀쩡 한 것은, 어차피 죽을건데, 수거해서 뭐하나 짐만 되고, 그대로 다음 등대지기에게 주자 라고 생각했었던 때문 인 것 같다.
에쉘라, 토카레프로 무장하고, 양말에는 대검도 한자루 끼었다.
무장을 확인하며 릭이 말했다.
"너희는 끼지마."
"릭"
"말도 안돼요."
릭은 우리 둘을 돌아보았다.
평소의 쌍욕을 뱉으며, 삐딱한 눈빛으로 우리를 보는게 아니라. 정말로 우리를 걱정하는,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놈들은 블랙워터다. 제대로 된 전투 훈련도 받지 않고, 전투 경험도 없고, 장비도 열악한 너희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거야. 애먹이지 말고 숨어서 엄호나 해줘."
"그렇지만..."
"하하, 걱정해주냐?"
릭은 두팔을 벌려 나와 아캄의 머리를 와락! 껴안았다. 마치 어깨동무 하는 자세로 그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라, 현역시절 카리브의 회색여우라고 불린 나다. 진짜 전투를 보여주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그거 레알?"
"당근 뻥이지, 믿냐 그걸."
그는 키득키득 웃으며 내 머리를 마구 해집었다. 형, 하지마 그거 하지마 키 안 커.
[[준비는 끝난 것 같군.]]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부르릉-!!
릭은 대답 대신, 모터보트의 시동을 걸었다.
우리는 어둠이 내린 바다위를 달렸다.
나는 달리면서 계속 생각했다. 구청장은 어디에 있을까? 든든한 우군을 얻어 무서울게 없는 그에게, 인간은 두려운 상대가 아니다.
두려운 것이 있다면, 인간이 아닌 존재. '따님'
나는 힐끗, 우리 옆에 떠 있는 따님을 바라보았다.
모터보트가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음에도, 그녀는 우리와의 거리가 변하지 않았다.
머리카락 한올 날리지 않아서, 마치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배경과 같았다.
그녀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없는 곳,
루바섬의 중앙. 릭과 아캄이 금고털이 후 야영을 했던 숲속이다.
내 생각을 말하자 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찬스는, 저 들이 우리의 존재에 대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을 거라는 거다.급습만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
"죽일거야?"
내 질문에 릭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너, 이 와중에 설마 죽이지 말고 죽지도 마라, 이런 주문 하려는거 아니겠지? 죽는다? 만화는 만화야. 현실이 아니라고~"
"아니, 그런 인도주의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에서. 여긴 말레이시아 국경 안 이잖아. 자칫하면 살인자로 체포당할수도 있어. 그리고..."
아캄이 끼어들었다.
"역시, 릭이 살인을 하는건 싫어요."
"앙?"
아캄은 발끈하며 말했다.
"아까 낮에 나 때린 그놈들! 완전 인간 같지 않아! 기계 같았어요 기계! 살인기계! 나는 릭이 그런 사람이었다는 거 믿을수 없어요! 안믿어!"
"어이어이..."
"나도. 이제 그만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형(Bro).부탁이야."
릭은 멍...하니 우리 둘을 바라보더니,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머리칼을 벅벅 긁으며 외쳤다.,
"아~ 씨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
"진짜, 드러워서. 동생이 난생 처음 부탁하는데, 안 들어줄 수도 없고, 에이 씨팔."
고개를 팩 돌리는 그, 나랑 아캄은 또 눈을 마주쳤다.
",,,! 형!"
"아싸~! 그래야 릭형이지!(Bro Rick)"
아캄은 활짝 웃으며 외쳤다.
"가 봅시다! 최종악장으로!"
섬의 중심에서 가까운 곶에서 내륙으로 이어지는 여울을 따라 조용히 전진한 우리는 몰래 배를 정박시켰다. 섬의 중심까지의 거리는 도보로 10분 거리.
"너희는 여기에 있어."
릭은 무서운 표정으로 말 하고는 숲속으로 녹아들었다. 혹시 모른다며, 에쉘라 1정과 부무장 토카레프를 남겨둔 상태였다.
나와 아캄은,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형, 괜찮겠죠? 릭형, 무사하겠죠?"
"걱정말고 기다려봐. '힘센 남자'를 믿어보자구."
[[...]]
그녀는 여전히 표정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엄마!]]
흠칫, 하고 몸을 떤 그녀는 갑자기 숲속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
"이봐! 잠깐!"
우리는 황급히 그녀를 쫓아갔다.
(스레주 설명 : 지금부터 전개되는 장면은, 릭의 증언을 바탕으로 필자의 상상력을 동원해 250% 미화하여 창작 하였기에,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드르르르륵-!!
어두운 숲속에서, 총탄이 빗발친다.
산산조각난 나뭇가지가 날아오르고, 갈갈이 찟겨진 나뭇잎이 흩어진다.
달은 어둡고, 숲은 깊다.
서로가 서로를 식별하기 힘는 상황.
릭은 혀를 찼다.
변태같은 새끼들, 표적을 완전히 무력화 시켜 놓고도 부비 트랩에 이중 경고 트랩까지 설치해 놓다니.
자기가 '그 변태새끼들' 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까맣게 무시하며. 릭은, 포복으로 숲속을 기어갔다.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동생들에게 약속한 '불살불사'의 승리는 고사하고 '절살불사'의 승리조차 암담한 상황인 것이다.
그는 욕 나오는 상황에서 볼을 흘러내리는 땀을 닦다가, 깨달았다.
웃어?
그는 웃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같은 인간과 싸우며, 목숨을 뺏느냐 빼앗기느냐 하는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오르고 오르다, 꺾이면 끝. 빙글빙글 돌고 올라가는 살육의 나선. 그 속에서 살아온 시간은 개인의 인성을 송두리째 바꾸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형! -
-아싸~! 그래야 릭형이지!(Bro Rick)-
그는 다시 웃었다. 방금의 찐득한 웃음과는 다른, 어딘가 모르게 곤란하고, 포근한 웃음이었다.
큭
입가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체 가시기도 전에 빗발같은 총탄이 응수했다.릭은, 나무등걸 밑에 웅크려 와이어 트랩을 설치하고는 조용히 굴러서 다음 포인트로 향했다.
그리고 숨을 죽인채 기다렸다.
...자박자박...
발소리를 죽이고, 누군가가 다가온다. 그는 마음 속으로 초를 헤아렸다. 그리고, 생각한 순간에 이르렀을때. 그는 온 체중으로, 설치한 와이어 트랩을 잡아당겼다.
쉬익-!!
"...으악?!"
드르르륵!드르륵!
갑자기 발목부터 천지가 뒤집혀. 나무위에 매달리게 되면, 사람은 반사적으로 무언갈 잡기 위해 손을 움쳐쥐며 휘두르게 된다.
소총의 조종간을 연사로 둔체 것다가. 발목낚시(Ankle Fishing)에 걸린 블랙워터 대원은 본능적인 반응으로 탄창을 전부 비워버리고 말았다.
이걸로 4명째.
"...제일 골치아픈 놈이 남았군..."
릭은 속삭였다.
알바레즈는, 완벽한 용병이다.
강인한 육체, 뛰어난 전술, 냉철한 판단력과, 부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까지. 정말로 정밀기계와 같이 임무를 수행해 내는 그를, 회사에서는 미스터 퍼팩트라 불렀다. 아군이 되면 누구보다 든든하지만, 적이되면 악몽과도 같은 상대...
아니야!
릭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팀이 아니다. 릭의 팀은, 회색여우들은 자유로운 가운데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바보같은 일로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했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등을 맞기고 싸우고, 서로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았다. 그들은 전우이기 전에 친구였고, 친구이기 전에 가족이었다.
스캇, 나에게 동생이 생겼다.
베리, 넌 항상 동생을 가지고 싶어했지?
존슨, 넌 남동생을 끔찍한 재앙처럼 이야기 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더라.
쿠말, 미안하다 넌...동생이 너무 많았지. 18명은 반칙 아니냐?
지금은 세상에 없는 나의 친구들아. 지켜봐다오.
돈도 아닌, 우정도 아닌,
가족을 위해 싸우는 여우의 모습을.
그러나 싸움은, 예상외의 양상으로 흘러갔다.
“...이봐요~! 거기서요~!”
“...!!”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가 나는 쪽을 응시했다.
정말 한 순간이지만 잘못 들을리 없었다.
아캄의 목소리였다.
안됀다.
릭의 심장이 빨라졌다.
알바레즈는 저걸 놓치지 않을 거다.
릭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전력질주 했다,
“...하아! 하아!”
도대체 왜!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결론은 나지 않는다.
스쳐지나가는 나뭇가지는 채찍처럼 온몸에 상처를 새긴다.
야전의 기본마저 팽개쳐 버린, 맹목적인 그의 달리기.
거리는 점점 가까워져 갔다.
“같이가요~~!!”
소리는 가깝다. 릭은 심장을 토해낼 것 같은 기분으로 달렸다.
바스락!
수풀을 뚫고 나오는 순간, 릭은 달려가는 아캄의 옆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
눈치 채지 못한 채 달리는 그 아캄을, 옆에서 겨누고 있는 알바레즈를 발견 할수 있었다.
안돼, 안됀다.
달려온 바람에 호흡도 맥동도 모두 극도로 흩트러져 있는 상황, 알바레즈가 아캄을 맞추는 것 보다 먼저 놈을 쏠 수는 없다.
소총이 무거웠다. 공기가 마치 시멘트라도 된 것처럼 묵직했다..
0.1초 사격은 불가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0.3초 그대로 달려 나가기로 결심했다. 거리가 멀다.
0.7초, 팔다리가 내 것이 아닌것 같다. 아직도 거리가 멀다.
0.9초, 아캄의 당황한 표정이 보인다.
1.2초, 뛰어올랐다. 관성에 몸을 맞긴다.
1.3초, 아직 멀다.
내 버 려 둘 것 같 아?
타앙-!!
무정한 총성이, 숲을 흔들고. 회색여우는 땅에 떨어진다
/
아캄을 쫓아서 숲길을 달렸다. '그녀'는 둥실 하고 떠서 숲의 중앙으로 향하고 있었고.
아캄은 정신없이 그를 쫓고 있었다. 나는 만일에 대비해 소총을 들고 뛰느라, 10여미터 이상, 그에게 쳐져 있었다.
산길은 어둡고 울퉁불퉁해서, 나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넘어질 뻔 했다.
그러던 그때,
휙~!
시야 한구석에서 갑자기 무엇인가가 뛰쳐나왔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그것은 릭 이었다.
“!”
릭은 엄청나게 초조해 보였다. 그는 굉장한 속도로 달려오더니, 종래에는 소총마져 내평겨 쳤다.
아참은 그제서야 그를 발견했다. 그가 깜짝 놀라 멈춰서려는 찰라에, 릭이 그에게 뛰어들었다.
허공에 그가 떠올라있던 1초 정도가 지나고.
타앙--!!!
총성이 숲속을 진동했다. 릭은 그대로 풀썩 하고 떨어지며 아캄을 깔아뭉겠고. 달려오던 관성에 의해, 둘은 한덩어리가 되어 굴러갔다.
“안돼~!!!”
나는 숲 너머에 서 있는 사람 그림자를 보았다. 그림자를 향해, 본능적으로 에쉘라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르르르르르륵!!
그림자는 당황한 듯이 수풀 넘어로 숨어 버렸고, 나는 그림자가 사라진 방향으로 한동안 더 위협사격을 하고는 얼른 두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도착해서 보니, 아캄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두 눈을 감고있는 릭의 땸을 정신없이 두드리고, 가슴을 때리며 오열하고 있었다.
“형! 형-! 정신좀 차려봐! 형-!”
나는 황급히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릭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두 눈은 감겨 있었고, 얼굴은 창백해 보았다.
철렁, 하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나는 소총을 팽겨치고 그의 옆에 앉았다. 그의 몸에 손을 대는 두 팔이 사시나무처럼 떨려다. 이빨이 맞부딪혀 딱딱 소리를 낸다.
“제발, 제발, 이 미친 인간아! 이런데서 죽으려고 여기까지 견뎌 온 거야?
고작 이런 곳에서 죽으려고?”
“형! 혀엉-!!!”
아캄의 목소리는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나는 그저, 덜덜 떨고만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상처를 싸매야 하나 상처를 심장보다 높은곳에 지혈은 들것은 병원까지 거리가 얼마지 치료는 가능할까 응급실은 열려 있을까 이 쪼그만 섬에 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있을까
으드극!
뭐가 '머리좋은 남자' 라는 거냐!!!! 제일 필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생각 못하고 쳐 떨기만 하는 머저리 새끼가!!!
그때였다.
고개를 쳐박고 무능함에 떨고 있는 내 머리위로,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형”
아캄의 목소리. 떨리는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릭은 찡그린 표정으로 두 손을 들어 나와 아캄의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형...약속 지켰다”
“...형~! 으아아아아앙~!!!”
아캄은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고, 나도 어느덧 흐르려는 눈물을 참으며, 그에게 투덜거렸다.
“에라 씨발! 간 떨어질 뻔 했잖아! 사람 놀라 뒤지게 만들래!”
그는 나에게 불살불사의 승리를 약속했다.
불살 불사.
아무도 죽이지 않고, 죽임 당하지도 않는다.
그는 약속의 완수를 선언했다.
회색여우는, 상처입지 않았다.
첫댓글 심장 쫄려
ㅠㅠㅠㅠㅠㅠㅠ소름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