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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파라다이스아일랜드
잠시 뒤, 정신을 차린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알바레즈는, 동료 4명이 제압당하고, 어둠속에서 공격을 받자 전황이 불리하다 여기고 도주한 듯 했다.
우리는 '그녀'를 놓쳤지만, 구청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기에 그의 흔적을 쫓기로 했다.
교전지로부터 10분 가량 떨어진 곳에서, 우리는 구청장과 용병들이 묵었던 탠트를 발견했고, 거기에서 기원석과 함께 구청장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릭은 주변의 땅을 살피더니, 금방 구청장이 달아난 방향을 특정해 냈다.
“밤이슬이 내린 숲길을, 20~30kg짜리 돌을 들고 달려가니, 발자국 보고 찾아달라는 거나 다름없지. 추적술도 모르니, 가면서 나뭇가지랑 풀잎으 죄다 꺾어놓고 가고. 금방 찾을거야. 서두르자.”
“알았어.”
“응!”
우리는 릭의 선도를 따라 구청장의 흔적을 쫓았다. 그런데, 그 흔적이 조금 이상했다.
릭은 콧잔등을 씰룩 거렸다.
“이상하다...”
“왜?”
내 질문에 그는 구청장의 발자국을 가르키며 말했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구청장은 지금 '해안가'로 가고 있어. 바다는 가장 피해야 할 장소 아니던가?”
“음...”
우리는 길을 따라 빠르게 걸으며 생각했다. 몇가지 가설이 나왔다.
첫째, 믿고 있던 용병들이 당하자 본능적으로 반대방향으로 도망친다.
둘째, 그녀에게 쫓겨, 바다로 몰리고 있다
셋째, 이 발자국 자체가, 알바레즈의 함정이다
“셋다 일리 있는데. 세번째는 아니길 바래야 겠군...”
어쨌든간에, 우리는 결국, 그 발자국의 종착지로 향하고야 말았다.
해안가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우리가 도착했을때, 구청장은 그 돌을 자신의 보트에 싣고 있었다. 황급히 서두르는 꼴이, 아주 당황한 듯 했다.
어제 오후, 우리를 도발하고, 조롱하던 때의 침착함과 여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밤새 잠을 설친 얼굴에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가득하고, 기름기 많은 머리는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그나마 봐줄만 했던 콧수염도, 풀쪼가라와 흙이 엉망으로 묻어 꼴이 말이 아니었고, 옷은 여기저기가 뜯어져 있었다.
“이봐! 거기 서!!”
우리들은 그에게로 달려갔다. 거리가 제법 멀었기에, 그가 달아난다면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히익! 힉! 알바레즈! 그 쓸모 없는 녀석!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가다니!”
부르릉! 부르릉!
그는 보트에 시동을 걸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힘껏 몸을 젖힐 때 마다, 비대한 뱃살이 땀에 젖은 상의 밑에서 출렁거렸다.
“거기서라!!”
드르르륵!
허공에 대고 위협 사격을 했지만, 그는 결국 보트에 시동을 거는 걸 성공했다.
보트는 털털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를 뿜기 시작했고, 그는 그제서야 화색이 되었다.
“이히히히히!! 살았다! 살았어! 내가 이겼다. 멍청한 자식들! 두고봐! 메르싱으로 달아나서, 너희들 모두다 고발해 버릴거다! 한심한 블랙워터 용병놈도 전부! 이 돌만 빼앗기지 않으면 '세남자'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루바섬의 부흥은 우리가 이끌어 왔다! 절대로 섬을 빈곤하게 하지 않아! 나에겐 모두의 생활을 책임일 의무가 있단 말이다!”
그는 극도로 기쁘고 흥분한 듯이 박장대소를 하며 부두로부터 멀어졌다. 릭은 즉시 그에게 총을 겨누었고다. 아캄은 그런 그의 모습에 기겁했다
“형!”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살인은 안돼!”
“...젠장!”
릭은 혀를 차며 총을 내렸다.아캄은 멀어지는 구청장을 바라보며 분노로 몸을 떨었다.
나는 그 모든 광경을 보고 있었다. 참 이상하다. 사람이라는게, 어쩌면 이런 상황에 와서 까지도 저런 모습을 보이는지.
나는 문득, 어젯저녁 그가 우리에게 한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니, 굳이 당신들의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소, 이들을 밧줄로 묶어 해변가에 세워주시오. 곧 해가 지겠지.-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릭형, 아캄.”
“응?”
“왜 형.”
“인과응보 라는 걸 믿어?”
“읭?”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피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 앞의 전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잘 봐봐.”
나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
“아직, 아침이 오지 않았어.”
그렇다.
어스름이 밝아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수평선 위로 햇님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멀어지는 구청장의 보트 주위로, 안개가 모여들고 있었다
ㅡ
구청장은 승리를 확신했다. 멍청한 용병들 때문에 애를 먹기는 했지만, 결국은 전부 그의 계산대로 된 것이다.
집이 도둑이 들자, 그는 도둑들이 누가 되었건 상관 없었다.
도둑이 멍청하다면 '따님' 의 밥이 될 것이고, 똑똑하다면, 반드시 기원석의 진실에 도달하리라.
구청장은 그저 용병을 사고, 구원석을 얻어 희희낙낙해 나올 그들을 덥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 대신에 새로운 '세남자'를 만든다. 완벽한 계획이었다.
그가 이 섬을 관리한지 어느새 30여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섬의 평화를 위해, 이따금 술집 여자를 사서 푼돈 몇푼을 찔러주고, 술취한 손님에게 '따님'의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것 만으로,
그는 '주민'들의 인명손실을 최소한으로 하며, 역대 어느 관리자 보다 더 온건하고 절제된 방법으로 섬을 이끌어 왔다 자부했다.
너무 어업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서해안 리조트 사업장을 개발하기로 결단하고 추진해 온 것도 그였다.
실제로, 그의 치세 이후, 루바섬은 점점 번창하고 있었다.
내가 선이다.
세상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멍청한 것들의 얼굴이 저 멀리서 사라져간다.
구청장은 그들의 무지를 비웃었다.
인간은 살기위해 반드시 무엇인가를 희생 시킨다.
생선을 먹고, 고기를 먹는다.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작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내려야 할 용단인 것이다.
그로서 다수의 삶이 더 윤택해 진다면 말이다.
그렇게 그가 승리의 단 꿈에 취해있을 때였다.
쿵-!!
“으앗!”
그의 보트가 갑작스런 진동과 함께 멈춰섰다. 육지를 바라보던 구청장은 그대로 뒤로 벌렁 나가떨어져 버렸다.
“뭐뭐뭐뭐 뭐야뭐야, 뭔 일이야!”
그는 비대한 팔다리를 허우적 거리며 일어나려 애썼다. 그런데 일어나려고 애쓰는 그의 발을, 차가운 무언가가 적시기 시작했다.
바닷물. 보트에 물이 새고 있었다.
“히익-! 안돼! 안돼안돼 안돼!”
그는 당황해서 두 손으로 물을 퍼 내기 시작했다. 안됀다, 왜 하필 이 순간에! 여기서 육지까지는 헤엄쳐 갈 수도 없고, 헤엄쳐 간들, 소총으로 무장한 적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아! 어째서! 왜! 이 곳에는 암초 따위 있지도 않았는데에!!!
그러나,
암초는 있었다.
앞으로 쏜 살같이 나아가던 그의 보트에 부딫혀, 그의 보트에 치명적인 구멍을 낸 암초.
그래.
수면 밖으로 드러나면 무시무시한 재앙이 기어오는 간출암.
악마님의 식탁,
산 제물의 제단.
-파라다이스 아일랜드(따님)-
.
.
히히히힛- 이히히힛,
구청장의 얼굴이 무한한 절망으로 일그러지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던 악마님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이래서 그만둘수 없는거다. 이 놀이를.
.
.
“...아냐.”
이건...아니다, 그래, 있을리 없다. 왜냐하면 나는 단 한번도...
“따님을 본 적이 없었는데...!!”
아냐,아니다, 그럴리 없다. 이건 꿈이야! 꿈!”
구청장은 절규했다. 절망하고 절망하고, 부인하고 부인했다. 그를 둘러 싼 모든것을 불신하고
그를 둘러싼 모든것을 원망했으며, 그를 둘러 싼 모든것에 절망했을 때. 그의 눈 앞에 그녀가 나타났다.
[[...]]
“히이이이이! 오지마!”
'그녀'를 본 구청장은, 배가 가라앉는다는 것도 잊은 채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그녀' 는, 잠시 무표정하게 구청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말했다.
[[당신, 누구? 나와 만난 적 있지 않아]]
“어어어어없어! 없어! 없다고! 난 너랑 초면이야! 그러니까 이건 무효!무효! 사라져 버렷! 이건 룰 위반이야....그, 그래 룰! 룰이 있었지!”
그는 뒤늦게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눈에띄게 밝아진 얼굴이 되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 나는 너를 보고 있어! 그러니까 넌 나를 해칠 수 없다! 맞지 어서 물러나! 썩 물러나!
그러자 그녀는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
“나, 나는 루바섬 구청장이자 어로장이다! 이 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고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야! 그러니 썩 물러가라!”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는 용감한 남자?]]
“무슨 소리야!!”
그녀는 다시 물었다.
[[그럼, 힘센 남자?]]
“헛소리 말고! 어서 사라져!!”
그녀는 한번 더 물었다.
[[그럼 혹시...머리좋은 남자?]]
“꺼져어어어어어어!!!!”
구청장은 결국, 억누르던 공포감에 보트의 노를 치켜들어 그녀를 내려찍었다. 그러나, 노는 그녀를 감싼 안개에 닫더니 비스킷 처럼 부서져 버렸다.
겁에 질려서 말을 잃은 구청장. 그러나,
그녀는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아- 이제 알겠다.]]
“무...무엇을?”
[[너, '고기'구나?]]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녀를 둘러 싼 안개가, 일제히 울부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개는 서서히 형채를 이루어, 공중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무수한 벌때, 거미때, 개미때, 지네때가 되어, 구청장을 둘러싼다.
“------!!!!!!!!!!!!!!!!!!!!!”
구청장은 소리가 되지 못한 비명을 질렀다. 그의 온 몸이 분해되고, 의식이 고통으로 까맣게 덥히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본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런 소녀의, 방긋 웃는 웃음 이었다.
[[고기는 먹어도 된다고, 악마님이 그랬어.]]
“.....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적우적. 고기는 너무 질겨서 맛이 없었답니다. 하지만 보고있던 악마님은 너무너무 즐거워 하셨데요.
경사로세, 경사로세.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우리는 그 광경을, 해안가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꿈 속에서 스웜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는 릭은 거의 경기를 일으킬 정도였다.
“...으아아아...”
“...끔찍해...저렇게 되고나니 동정스러울 정도야.”
“누가 아니래...”
그녀의 식사는 금세 끝이 났고, 그녀는 조용히 우리쪽을 바라보았다.
우오오오오오....
평소와는 다른, 잔잔한 울림과 함께. 파라다이스 아일랜드는, 보트 밑바닥을 꿰뚫은 채로, 해안으로 다가왔다.
두둥실 떠오른 그녀와 함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안에 도착했고, 무언가를 조르는 듯한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표정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표정이 느껴졌다.
나는 그만 웃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마치 입을 열기만 하면, 깨어버릴 행복한 꿈처럼.
지금 이 완성된 순간을 깨버리고 싶지가 않았다.
아침해가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루바섬의 바다, 에메랄드빛의 물결을 뒤덮었던 암운이 벗겨져 나가고, 홍옥처럼 빛나는 햇볕이
슬그머니 수평선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하늘은 높고 맑아서, 시선을 들면 어디까지고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고, 그 하늘아래 펼쳐진 섬과 바다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방금전 까지의 끔찍한 순간이...모두 어둠과 함께 사라져 버린것과 같았다.
[[빨리~]]
'그녀'는 초조한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순수하게, 귀여웠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릭과 아캄을 바라보았다. 릭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아캄은 예의 햇님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두 형제와 함께, 보트에 실린 '엄마님'을 들어올려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
“엄마 다시 만난거, 축하해.”
파앗-하고, 너무나도 맑고 깨끗한 빛이, 솟아나온 것 같았다.
한여름밤의 백일몽처럼 우리를 감싼 그 빛은, 그녀와 기원석의 빛을 모두 감싸서 사라져 버렸다.
마치 찬란한 여명 속으로 녹아들듯이.
우리는 하늘에 스며드는 소녀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
-고마워-
...the end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에필로그-
그로부터 몇주가 지났다.
몇일동안, 섬은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시끄러웠다.
우선 구청장이 실종되었으며, 그의 보트는 암초에 부딪힌 듯한 상처를 가진체 해변에 떠내려 온 것을 동부의 어민 하나가 발견하였다.
결국 그의 죽음은, 항해중의 과실에 의한 사고사로 처리 되었다.
또한 그의 사망은, 섬의 수자원 개발과, 관광사업 개발 계획에도 큰 차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아캄과 사뚜의 설득으로 동쪽 어민들의 힘을 모으고, 릭의 중재로 서부 리조트민들과의 교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구청장 이라는 창구 없이, 수평적이고 개인적인 교류가 시작 된 것이다.
아캄은, 그 특유의 싹싹함으로 섬의 청년들을 끌어모아 '루바섬 청년회'를 조직하여 초대 회장이 되었다.
게임이 끝난 이상, 생선이 점점 줄어들 것 이라고 간주하고, 아름다운 루바섬의 자연을 이용한 관광산업을 활성화 시키는 방향으로, 삶의 활로를 찾아보기 위해서 라고 했다.
알바레즈 팀은, 그날 릭의 선처로,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며, 의뢰주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조용히 루바섬에서 사라졌다. 너무 깨끗이 없어지는게 정말로 기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참고로 내가 사격했던 알바레즈는 단 한발도 맞지 않았다고 한다. 어두운 숲 속에서 움직이는 물표를, 제대로 훈련도 안된 내가 쐈으니 당연한 결과랄까. 세삼스럽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죽지 않고 끝나서...정말.
릭은 야산의 전투에서 아캄을 밀치고 떨어지는 순간 그를 감싸 갈빗대가 나간 부상을 숨기고 있었고, 아캄에게 들켜서 무진장 혼났다.
이런건 자고 일어나면 낮는다며 유난 떤다고 툴툴거리는 그를 햇님미소로 바라보던 그는, 릭을 3분동안 찐~ 하게 안아줬고, 결국 릭은 갈빗대가 나을 때까지 루바섬에 머물러야 했다.
나 역시도, 여권과 비자 만료기간이 올 때 까지는 좀더 루바 섬에 머물렀다.
사람들은 여전히 서툴렀지만, 서로 교류를 시작했고, 섬은 풍어 이외의 새로운 삶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모두 살아남았고,
따님은 마침내 구원받았다. 이 이상의 해피엔딩이 있을까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출국 당일날.
-메르싱 국제공항-
커다란 유리창이 줄줄이 늘어선 풍경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쫙 뻗은 활주로 위로는 몇대의 비행기 기채가 움직이고 있었다.
공항만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출발지와 목적지를 가지고 얻갈려 가는 교차점이 있을까 나는 없다고 본다.
뜨고 내리는 비행기 마다 저마다의 삶이 있고, 역할이 있고, 목적이 있다. 악마의 게임판 처럼,
세상에는 목적없이, 역할없이 존재하는 사람은 없는 거다.
따르르르....
-잠시후, 홍콩,홍콩,홍콩행 아시아나 에어라인이 잠시후 F 출구에서 출발 예정입니다. 아직까지 탑승하지 못한...-
“어이그, 마중나올 필요 없다니까 굳이 꾸역꾸역 나와서는.”
릭의 퉁명스런 말에 아캄은 피식피식 웃으며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안 나왔으면 삐져서 불퉁해 있었을 사람이 말은 잘한다~ 그쵸 박형?”
아캄의 손가락은 정확히 릭이 다쳤던 갈빗대 부근을 찌르고 있었다. 완치는 했지만 사람이 괜히 움찔움찔 하게 되는 건 당연한 거라서,
자연스레 둘은 우스운 댄스 비스무리한 걸 선보이고 있었다. 찌르고 피하고 찌르고 피하고. 디스코냐
나는 피식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 말이. 릭~, 형은 진짜 나쁜남자(Bad add) 컨셉 안어울려. 컨셉 바꿔, 엉?”
“X 까고 있네, 디진다 니들 형 주먹맛이 완전 고팠구나?”
릭은 볼멘 소리로 툴툴댔다.
그의 갈빗대가 완치하고, 내 비자 만료기간이 몇일 안 남았을때. 우리는 결국 헤어지기로 했다.
릭은 웨일즈로 돌아가, 전 아내를 만나보고, 다시 재 결합을 노려볼 생각이라고 했다.
나는 우선 한국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고, 당분간만 휴식을 가지고 다시 재 취업을 해 볼까 생각한다. 동생 등록금 내줘야 하니까.
아! 재 취업이라고 하니까 좋은 소식!
마침네, 릭은 완전히 용병일에서 손을 놨다.
블랙워터와의 교전으로 마음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이제야 말로 용병일에 손을 때고, 조용히 살 기로 마음 먹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이번만은 다를 것이다. 그는 아무튼, 2년간 굉장한 경험을 했으니까.
힐끗 시계를 보니, 슬슬 통관 게이트를 지나야 할 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메일 꼭 하기다 다들, 알았지 메일 씹는 놈들은 각오해~”
“형이야 말로, 딸들이랑 놀아준다고 메일 까먹지나 마요.”
“원래 이런건 먼저 까먹지 말라는 사람이 까먹게 되어있어. 난 그래서 말을 안하지.”
그런저런 시답잖은 말을 나누고, 우리는 새삼스레 서로를 마주보았다.
“...”
“...”
“...”
“언제 우리가 다시 이렇게 모이게 될까 다시 모이게 된다면, 그때도 이런 느낌일까?”
“모르겠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듯이, 우리도 변하겠지. 그렇다면 적어도 좋은 방향으로 변하기로 노력할 뿐이다.”
우리는, 그 이상의 말 없이 뒤돌아 섰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느낄수 있다. 말, 그 이상의 유대로 묶여있는 영혼의 형제들(Soul Brother)들 이니까.
어느곳에서, 어느일을 하며 살더라도.
우리는 형제다.
나는 한국, 릭은 영국, 아캄은 말레이시아.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려고 하는데, 별안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캄이었다.
“박형~! 건강해야해~! 릭형~! 담배 끊고~!! 형수님 하고 잘 해봐~!!”
“저 새끼가 잔뜩 폼잡아 놨더니, 산통을 다 깨네.”
나는 어쩐지 기합이 빠져서 비실비실 웃었다. 뒤를 돌아보니 릭도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주보며 웃었다.
“하여간, 못말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목적지로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스쳐지나가는 교차점에서 갈라진 길을 걸어다더라도, 다시 어느 교차점에서 만날 수 있음을 믿는다면. 당신은 외롭지 않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깜빡 잠이 들었다.
한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쿠알파 푸하에서의 기묘했던 나날들, 나에게 있어서 누구보다 소중한 형제들을 선물한 그 일상이 불현듯 떠올랐다.
여유가 생기면, 이야기나 써 볼까나
인생의 단 한번의 겨울,
동남아시아의 어느 섬에서 내가 겪었던.
그 기묘한 이야기를.
그래, 제목은...
내가 겪었던 기묘한 이야기...
그래, 그게 좋겠어.
나는 웃으며 다시 잠이 들었다.
- 에필로그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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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으로 끝난 스레주의 각색된 경험담..
믿거나 말거나지만!
워드로 300장 넘게 나왔는데 글이 잘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나름 정리하느라 고생했읍니다,,ㅎ
이 이후에도 릭의 이야기인 회색 여우 편 아캄의 이야기인 사람 잡아먹는 등대 등 이 사람이 파라다이스아일랜드 관련된 글을 더 썼는데, 그건 일단 1편 슥 보는데 너무 본문 스레주 시점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냥 소설보는 기분이라 딱히 재밌지 않더라고. 파라다이스아일랜드의 재미는 초반에 이게 진짠지 아닌지 아리까리한게 크다고 생각해서 그건 굳이 안가져 왔어!
궁금한 여시들은 디씨 무도갤에 글 있으니까 한번 봐봐.
마지막으로 스레주가 남긴 추가글 다음 편에 가져올게!
첫댓글 여샤 진짜 잘 읽었어!! 중간마다 여시가 불편한 내용은 미리 글 앞에 주의 표시해줘서 좀 거르면서 읽을 수 있었어 정말 재밌다...이게 실화든 소설이든 진짜 영화로 만들어져도 플롯 괜찮겠다 너무 흥미롭게 읽었어 고마워!
정신없이 읽었다 너무 재밌었어ㅠㅠ 중간중간 불쾌한 부분도 있긴했는데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었어 마지막이 해피라 정말 다행이야
와 이거 진짜 오랜만...이거 뒤에 나중에 스레주가 릭의 이야기라던가도 풀어주고 뭔 악마님의 이야기?였나 여튼 이야기 더 있던걸로 기억하는데...오랜만에 보니 반갑다ㅠ
존나 너무 길고 소설일거같아서 안읽으려고 했는데 다 읽었더니 재밌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어서 다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다 읽었다! 재밌었어 고마워!!!
너무재밌게읽었어!!!!!
재밌다 ㅋㅋㅋㅋㅋ 중간에 말투땜에 약간 고비가 있었음
좃팔꺼~~~~~두번다시 죄없는 여자들 갖고 범죄짓 장사질하지마세요 씹쌔들아~~~~~🖕🖕🖕🖕 이세상 모든 괴담 전설에 나오는 여자괴물들 다 냄져들이 만듦 ㅆㅂ 반박불가 살남욕구 치솟아오른다....
세상에...그래도 승천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얼마나 다행이게요 😢 눈물나올뻔ㅠ 어제 새벽에 보다가 정말 과몰입해서 읽었을정도로 흡인력오지는 스레딕 괴담 진짜 오랜만이다 꿈중독만 알고있었는데 이괴담은 실제지명이랑 여러가지 배타는상식이나 총기류들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더 몰입이 잘됐던듯해 근데 그만큼 아쉬운부분들도 쫌 있었는데 초반에 pi가 나폴리탄괴담류에 나오는 미지의 생명체처럼 나왔어서 마지막에 사람인격체로 대화하고...그런부분이 좀 아쉽긴했어 글쓴여시말대로 이게 진짜 실존하는 괴담인지 아리까리한게 매력이었는데 후반부에 남자셋끼리 너무 한국식슬랭이 난무해서 그부분도 간신히 흐린눈했지만ㅋㅋ 그래도 정말 너무 재밌게 잘봤어 흥행(?)했던 스레딕은 역시 이유가있구나 여혐만 좀 안넣었으면...!ㅎ 이거보니까 2014년도 스레더라구 글쓴여시덕분에 정말 재밌었습니다 퍼와줘서 고마워유🥰👍👍
중간쯤부터 너무 🤮 남자뽕에 취하고 뻔해지긴 했는데 😏 왜 자꾸 언급되는지 알겠다 ㅋㅋㅋㅋㅋ 궁금했는데 덕분에 진짜 잘 읽었어!!!! 와씨 하면서 시작했다가 참나 하고 끝나기는 했지만 일년에 한번 정도는 생각나서 찾아 읽을 것 같아 😄
여샤 잘 읽었어ㅋㅋㅋㅋ재밌었다 메르싱 한번 가볼까봐...
여샤 넘 재밌게 읽었어!! 후반부 부터는 좀 읭스러웠는데ㅋㅋㅋ 초반부에서 흡입력이 어마어마했다👍 1편 읽고 끝까지 달리게되네!!
와 너무 재밌게 잘 읽었다 고마워 !!!
넘 재밌었다 ㅜㅜ 해피엔딩이 좋아
여샤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 주인공들 사실 다 죽는 엔딩 바랬을 정도로 너무 빻아서 화났음... 여자들은 피해만 봤네 잘못한것도 없이
여샤 오눌하루종일 넘 재밌게 읽었다 고마웡!!!!!
와 진짜 재미있게봤어 고마워ㅠㅠ
너무재밌다진짜... 고마워!
와 너무 재밋게 잘봣어 고마워
와 재밌다 ㅋㅋㅋㅋ유명한건 이유가 있구나 ㅠㅠㅠ 요즘 홍콩방 연어중이었는데 완전 정독했어!! 길어서 다 못읽을줄알았는데 보다보니 빠져듬 ㅋㅋㅋㅋㅋㅋㅋ 여시 덕분에 재밌게 잘봤어ㅠㅠ! 게시글마다 댓글 달고싶은데 알람 너무많이 갈까봐 스핀오프까지 다 보고 여기에 몰아서 댓글달아!!!!! ㅋㅋㅋㅋㅋ 너무 열심히봐서 눈알이 다 아프네...이래서 홍콩방 못끊어...
진짜 출판해도 되겠다 역대급으로 재밌다
정말 잘 읽었어 고마워
여샤 정말 잘 읽었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