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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금계
12. 하당
평화광장 앞바다 춤추는 바다 분수.
7월 20일 새벽 다섯 시 반, 오늘은 자전거로 하당 평화광장까지 슬슬 사진 몇 장 찍으며 산책을 하러 나선다.
웰빙공원 산책로. 요즘 폭염이 열흘 이상 이어져 자정 너머까지 푹푹 찐다. 선선한 공기를 즐기려고 새벽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산책로에서 건너다보이는 생활용품 백화점. 우리 마나님은 가끔 이 가게에 들른다. 소매점 및 도매점이지만 아무튼 다른 가게보다는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 모양이다.
이 언저리부터 본격적인 ‘하당’이다. 몇 십 년 전까지는 이 언저리까지 바닷물이 밀고 들어왔다. 영산강에 하구 둑을 막고 삼학도에서 하구 둑까지 또 둑을 막아 그 안쪽을 매립한 간척지가 바로 ‘하당’이 되었다. 하당에 새로운 대형 택지지구가 조성되고 아파트가 세워지면서 구도심에 기거하던 사람들이 대거 ‘하당 신도심’으로 이주했다.
하당동 주민 센터.
하당에는 하당동 말고도 여러 동이 있다.
이름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예전에는 동사무소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주민 센터라고 부른다.
날이 충분히 밝았는데도 여전히 오징어낚싯배 집어등처럼 휘황한 등불을 밝히고 새벽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
지은 지 좀 오래 된 아파트인가 보다.
요즘은 이렇게 계단이 밖으로 튀어나온 아파트를 보기 힘들다.
구도심, 특히 유달산 부근은 비좁은 골목길이 많다. 그러나 신도심은 계획도시답게 가장 좁은 길이 인도를 포함한 왕복 2차선 도로다.
꽃집일까. 인도에 화분이 많이 나와 있다. 내가 사진을 찍자 주위에서 청소를 하던 아저씨가,
“뭣하러 찍소?” “예, 꽃이 예뻐서 찍습니다.”
그러자 아저씨가, “이리 좀 따라와 보시오.”
나는 묵묵히 아저씨 뒤를 따라간다.
모퉁이를 돌자 크고 노란 꽃들이 고개를 숙이고 피어 있다. 그 꽃을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게 ‘천사의 종’이라는 꽃이라우.”
“참 크고 좋네요. 꽃 옆에 서 보세요.”
나는 부대찌개라는 간판을 볼 때마다 우울해진다. 전쟁 통에 얼마나 가난했던지 미군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다가 끓여먹은 것이 부대찌개의 효시였다고 한다.
또 먹거리가 무진장 많은 목포까지 왜 의정부 부대찌개가 내려왔는지 그것도 의문이라면 의문이다.
요즘 노인들은 컴퓨터나 핸드폰이 나오기 전까지만 행복했다. 컴퓨터 핸드폰이 나오면서, 젊은 아이들한테 무엇 좀 가르쳐주라고 사정하면서부터 노인들의 권위는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하당에서 가장 넒은 왕복 8차선 도로 ‘백년로’. 목포 개항 백 년 근방에 완공되었다.
지금은 이 길도 좁아서 바쁠 때에는 미어터진다. 도로 오른쪽 뒤쪽 건물이 목포에서 몇 안 되는 종합병원인 기독병원.
야, 무지무지하다. 한반도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오늘도 푹푹 찔란갑다.
어차피 견뎌야 할 무더위라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가슴속에 사랑의 불꽃 하나를 피워/ 이열치열의 지혜를 실천하게 하소서.
(정연복)
유리창마다 햇빛이 찬란하다. 하당은 도시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 으리으리한 대형건물들이 많다.
버스터미널 언저리에서 평화광장 언저리까지 일직선으로 뻗은 숲길산책로. 도보로 대략 3-40분 걸린다. 나는 가끔 이 숲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 다닌다. 하당에 이런 산책로가 좀 더 많았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특히 산책로 주변에는 모텔, 호텔 등이 20여 개 이상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무슨 여관들이 이렇게나 많아야 하는지 그 까닭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버스 터미널에서 평화광장에 이르는 숲길산책로와 수직으로 만나는 ‘장미의 거리’.
하당의 도심을 꿰뚫는 산책로는 이 두 곳뿐이다.
옛날에는 내가 지나칠 때마다 무척 좋아했던 디자인의 멋스런 웨딩홀이었는데 무슨 사연인지 요즘에는 간판을 내려버리고 그냥 빈 집으로 쓸쓸하여 을씨년스럽다.
호남빌딩 5층 한아름탁구장. 내가 몇 년 동안 다니며 열심히 딸을 흘렸던 곳.
한아름이라는 이름부터 참 마음에 든다. 한겨레, 한마음, 한바탕, 한걸음.......
탁구장 분위기가 참 좋았다. 레슨을 해주는 관장도 마음씨가 고왔고, 거기에서 탁구를 즐기는 회원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여기는 다국적기업 같다. 1층 단란주점, 2층 노래연습장, 3층 노래 홀.
세 층을 다 다녀보지 않고서는 세 층이 어떻게 다른지 아리송하다.
내가 즐겨 찾는 칼국수 전문점 ‘소담’. 값도 적당하고 양도 많고 맛도 좋다. 지금이니까 칼국수가 그저 그런 음식이지만 나 어렸을 적에는 칼국수나 수제비 먹는 날이 우리 집 잔칫날이었다.
롯데 시네마 의 위용. 옛날 극장들은 좁고 덥고 지린내 나기 일쑤였는데 나는 호화롭게 바뀐 극장에서도 경천동지할 만한 시대의 변화를 절감한다.
40층짜리 건물을 짓고 있다. 상가와 아파트 복합 건물일까.
목포의 랜드 마크가 될 것이라고 선전이 요란하다.
평화광장에서 바라본 샹그리아 호텔.
돌잔치도 하고 결혼식도 하는 목포에서는 일류 호텔.
나도 저곳에서 교사 자녀들의 결혼식 주례를 두어 번 맡았다.
샹그리아 비치 호텔 곁에 서 있는 폰타나 비치 호텔. 사각형에 식상한 나는 폰타나 호텔의 우아한 겉모습을 퍽 사랑한다.
평화광장 주차장 뒤 화장실 겸 매점.
목포에서 40년 가까이 살다보니 저 매점 자판기에다도 동전깨나 쏟아 부었다.
매점 유리창에 붙은 사진. 마릴린 먼로의 조카쯤 되는지 먼로를 많이 닮았다.
요즘 학교 매점에서는 탄산음료 판매가 금지되었지만 콜라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어머니께서는 속이 답답하면 언제나 소화제 대신 콜라를 자셨는데 아직 90 너머까지 살고 계시니 말이다.
매점 앞의 뽑기 궤짝. 나는 겁이 많아서 인형 뽑기 한 번 못해봤는데 시대가 달라지니까 인형 뽑기 옆에 현대판 뽑기가 나란히 붙어 있다.
1km 가까이 직선으로 뻗은 하당 바닷가 평화광장 산책로. 이곳은 목포 시민들의 훌륭한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삼향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
삼향천이 바다로 빠지는 곳에 세워진 출렁다리.
여기서부터 평화광장 기나긴 산책로가 시작된다.
평화광장에서 바라본 영산강 하구 둑과 수문.
평화광장의 야외공연장. 여기에서는 음악회도 열리고 시민 집회도 열리고 강연회도 열린다. 이곳에서 들은 강연 중에 바람의 딸 한비야의 강연이 가장 인상 깊었다.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힌 여행가, 월드비전 긴급구호 활동가.
평화광장 산책로와 바다 사이의 난간. 공 모양의 돌 아래 있는 육면체의 돌마다 목포의 아름다운 풍경 한 장씩이 비바람에도 끄떡없도록 붙어 있어서 누구나 천천히 산책하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다. 그 사진들을 내 똑딱이 사진기로 재촬영한 사진 몇 장을 소개한다.
난간 사진 1. 목포대교 야경
난간 사진 2. 평화광장 앞바다의 춤추는 바다 분수
난간 사진 3. 눈 쌓인 노적봉
난간 사진 4. 눈 쌓인 갓바위
난간 사진 5. 구도심 루미나리에 거리
난간 사진 6. 유달산에서 내려다본 목포대교
난간 사진 7. 유달산 설경. 가운데 절은 달성사.
난간 사진 8. 단풍에 물든 유달산
난간 사진 9. 유달산 야경
난간 사진 10. 운무에 휩싸인 유달산
난간 사진 11. 유달산에서 내려다본 목포대교. 앞쪽 건물들은 해양대학교.
난간 사진 12. 목포항
난간 사진 13. 해질녘의 목포대교와 인어아가씨
평화광장 산책로는 드디어 갓바위 언저리에서 끝난다.
갓바위 언저리 나루터에 정박 중인 관광유람선 스타마리너 호.
갓바위 언저리에서 올려다 본 입암산(갓바위산)
오늘 하당 구경 한 번 잘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