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행성이란 지구처럼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이 아니라 아예 우주에서 혼자 방랑하는 행성을 이야기 한다. 아마도 이 떠돌이 행성 (Rogue Planet) 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앞서 항성의 정의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성이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 빛의 근원은 결국 내부에서 발생하는 핵융합 에너지에 의한 것이다. 대략 태양 질량의 0.08% 나 목성 질량의 80 배 정도 되는 천체 (목성 질량이 태양 질량의 1/1000 이므로 같은 이야기다) 는 중심부의 압력과 온도로 안정적인 수소 핵융합 반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목성 질량의 80 배 이하인 주로 수소로 구성된 천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일반적인 수소 원자로는 안정적인 핵융합 반응이 힘들다. 다만 중수소처럼 소량이지만 더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핵융합 반응이 가능한 원소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천체들을 갈색 왜성 (Brown dwarf) 이라고 부른다. 갈색 왜성은 꽤 어둡긴 하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수많은 갈색 왜성이 관측되었고 그 중에는 행성을 거느린 것 들 까지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항성과 행성의 경계가 충돌한다. 항성아래 갈색 왜성이 있다면 갈색 왜성과 행성의 구별은 어떻게 할까 ?
가스 천체가 목성 질량의 대략 13배 정도 이하가 되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핵융합이 불가능해 지므로 이 이상이어야 갈색 왜성으로 여긴다. (사실 그 이상이라도 중수소의 양이 얼마 안돼 핵융합 유지 기간은 생각보단 길지 못하다) 즉 목성질량의 13- 80 배 사이 가스 천체가 갈색 왜성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런 천체는 준항성 (substellar object) 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수많은 갈색왜성들이 우주에 항성처럼 단독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항성 주위를 돌고 있다.
문제는 그러면 갈색 왜성이 되기엔 질량이 작은 목성 질량의 13배 이하되는 천체가 항성 주변을 돌고 있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분류하느냐는 것이다. 일단 질량으로 볼 때는 행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집이 없는 떠돌이 행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천체를 항성간 행성 (interstellar planet), 고아 행성 (Orphan planet) 떠돌이 행성 (Rogue planet). 플레니모 (Planemo) 등으로 부르며 이를 다시 갈색 왜성과 합쳐 Planet 과 Star 의 합성어인 Planetar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것들은 항성은 아니지만 태양계의 행성처럼 어떤 항성계에 속해 있지도 않은 우주의 방랑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이 중에서 이전에 설명한 갈색 왜성 대신 떠돌이 행성 이야기다.
떠돌이 행성이란 위에서 정의한 데로 행성 크기 천체인데 항성 주변을 돌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 한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천체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행성이 탄생하는 곳이 주로 원시 행성계 원반 (Protoplanetary disk) 이라고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여러 차례 설명한 대로 태양 같은 항성이 발생할 때 대부분의 물질은 중심으로 중력에 의해 모여 항성을 형성하고 그 주변의 가스와 먼지들은 항성 주위를 공전하면서 서로 뭉처 행성과 소행성들을 형성하게 된다. 그렇다면 모든 행성이 항성과 함께 존재해야지 어떻게 항성과 따로 떨어진 행성이 존재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설이 존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모습을 포착하거나 혹은 실험을 해볼 수 는 없으므로) 행성들의 상호 중력 작용에 의해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이 본래 위치에서 이동하거나 심한 경우 아예 궤도를 벗어나 튕겨 나가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시뮬레이션 결과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상한 위치에 있는 뜨거운 목성 같은 외계 행성들도 이렇게 만들어 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한편 이와는 다른 방법으로도 갈색 왜성 보다 작은 크기의 가스 천체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그것은 다른 항성이나 혹은 갈색 왜성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게 성간의 가스와 먼지가 모여 천체를 형성했는데 모이고 보니 낭패스럽게도 자체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최소한의 질량인 목성 질량의 13배 에 미달한 경우다. 충분히 이론적으로 이러한 천체도 생성될 수 있는데 국제 천문 연맹 (IAU) 에서 이런 천체를 준 갈색 왜성 (sub-brown dwarfs) 이라 부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준갈색왜성의 아랫쪽 질량 한계를 목성 질량 정도에서 목성 질량의 3배 정도로 보기도 하지만 이를 확실히 뒷받침할 만한 관측상의 증거는 없다.
준갈색 왜성이든 아니면 그보다도 더 작은 떠돌이 행성이든 간에 이를 연구하는 데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이론상의 천체들은 추정에 따라서는 은하계의 항성 숫자의 2배에 이를 만큼 많다고 생각될 정도로 흔하다고 여겨지지만 문제는 관측을 통해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간단히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이전 티케에 대한 포스팅에서 이야기 했듯이 현재의 발달된 관측 기술로도 만약 오르트 구름에 목성 크기만 한 천체가 숨어 있다면 현재 우리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멀리 있는 행성을 직접 관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이를 멀리서 관측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특히 다른 천체와 완전히 떨어져 스스로 은하계 중심을 공전하고 있다면 다른 천체 (이를 테면 모항성)와의 상호 작용을 연구해 그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일도 매우 힘들다. 따라서 사실 이런 천체들을 직접 관측하고 찾아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론 매우 많을 듯 한데 실제로는 거의 밝혀내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관측 기술의 지속적인 발달로 말미암아 이런 천체들의 존재가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그 후보 중 하나는Cha 110913-773444 라는 주민등록번호 같은 명칭의 천체로 지구에서 대략 163 광년 정도 떨어져 있으며 아마도 그 질량이 목성의 8 배 정도로 생각되는데 (대략 목성 질량의 5-15 배 사이에 있는 걸로 생각) 준갈색왜성이나 떠돌이 행성의 유력한 후보로 생각되고 있다. 이 천체는 2004 년 Kevin Luhman 에 의해 스피처 우주 망원경 및 허블 우주 망원경, 그리고 지구의 망원경 측정으로 그 존재가 추정되었다. 이 천체를 이렇게 비교적 먼 거리에서 찾아낸 것은 천체의 표면 온도가 1350K로 비교적 높기 때문에 가능했다.(이 천체의 밝기는 대략 태양의 1만분의1 정도이다. 일반적 항성에 비해 상당히 어둡지만 행성에 비교한다면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주변에 원시 행성계 원반도 같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 천체는 다소 뜨거운 성간 가스에서 생겨난 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녀석으로 보인다. 따라서 추정되는 나이는 천문학적으로 보면 아기인 50만-100만 년 정도이다. 아마도 이 천체는 추정할 수 있는 가장 큰 질량을 적용할 때를 빼면 준갈색왜성에 근접하는 천체이다. 이를 행성에 분류에 넣는다면 현재 우리는 그 주변에서 위성이 탄생하는 것을 관측하는 셈이고 만약 준 갈색 왜성으로 행성과 갈색 왜성 사이 분류로 넣는다면 행성이 탄생하는 것을 관측한 셈이다. 어떻게 생각하든 특이한 발견임에 확실하다. 아직 천문학계에서는 이 천체를 준갈색왜성으로 부를지 아니면 떠돌이 행성으로 부를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다른 항성이나 혹은 갈색 왜성에 주변을 도는 새로운 준 갈색왜성으로 의심되는 천체들이 실제 관측되기 시작해서 점차 이들의 존재가 드러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은 목성만한 크기의 떠돌이 행성을 찾아낸다는 것은 극도로 힘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2011 년 오사카 대학의 스미 다카히로 (Takahiro Sumi), 그리고 미국 나사와 뉴질랜드의 국제 합동 연구팀은 중력 마이크로 렌즈라는 방법을 이용해서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떠돌이 행성을 찾는 연구를 진행했다. 중력 렌즈는 천체의 질량에 의한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휘어져 마치 렌즈처럼 작용하는 현상으로 미세하지만 이를 이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력을 만들어내는 천체를 찾아낼 수 있다.
이를 이용하는 방법은 먼 거리에 있는 항성의 빛이 갑자기 중력 마이크로 렌즈 효과로 증가하는 것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러면 안보이는 천체도 찾아낼 수 있다. 이들은 2년에 걸쳐 5000 만개나 되는 항성을 1시간에 1회 이상 관측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 들은 이런 떠돌이 행성으로 의심되는 사례 10 건을 발견했다. 많지 않은 숫자 같지만 앞서 이야기한 중력 마이크로 렌즈 현상이 극도로 드문 현상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 우리 은하계에 수천억개 이상의 떠돌이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단지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생성된 행성들이 상호간 중력 작용으로 튕겨나갔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숫자이기 때문에 만약 진짜로 수많은 떠돌이 행성이 존재할 경우 우리는 행성 생성의 기존의 이론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추정은 이 외계 행성에 만약 목성의 유로파 같은 위성이 존재한다면 생명체 존재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추정이다. 어쩌면 이런 떠돌이 행성이 태양계 주변을 스치다가 태양의 중력으로 인해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와 스쳐 지나가거나 혹은 아예 태양계의 새 식구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천체가 1000 AU (1500 억 km) 내로 들어온다면 우리는 원적외선 영역 관측을 통해 그 존재를 증명할 수도 있다. 이런 여러가지 흥미로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는 떠돌이 행성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미래에 이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밝혀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