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금산 산실령과 대작하고 야간산행한 사연
2016.5.8일 <청평역->깃대봉-운두산-오독산-축령산-서리산-철쭉동산-화채봉-주금산-시루봉-내마산-철마산-
가마솥봉-목표봉-진접읍,사릉역 = 36.5km / 12시간 산행>
여느 다른날과 다름없이 오늘도 일요일 새벽 첫 전동차에 몸을 싣는다. 청평역에 내린것은 아침 7시40분경, 배낭을
둘쳐업고 5.5km가 넘는 깃대봉 된비알을 넘어 본격적인 능선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는 쨍하고 바람은 솔솔불어 좀
덥다싶었지만 이만한 날씨는 장거리 산행에 별 지장이 없다. 희미한 등산로 가에는 눈에 익숙한 야생화들과 산약초,
철쭉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산세좋고 멋진 능선길과 가파르고 비탈진 봉오리들을 오르내리며 본격적으로 몸이
달은 것은 깃대봉을 지나서 운두산과 잛지만 수려한 오독산을 내려와 수래넘어고개를 가로지르기까지 아주 멋진
산행을 예감하고 있었다.
축령산 오름길에 많은 갈증을 느꼈지만 500ml 생수 한병과 사과 한개, 빵 한개가 배낭에 들어 있기에 물 반병을 마시고
가볍게 축령산을 오른다. 남이바위를 갔다가 와서 정상석에 오니 연휴마지막 일요일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만원이다.
갈길은 멀고 바쁜데 많은 산객들이 앞길을 가로막는다. 축령산과 서리산 꽃동산(철쭉꽃)에서 족히 1시간 가량을 지체하고
화채봉도 아닌 화채봉을 찍고 다시 돌아오니 주금산으로 가는 등산로가 없다. 철쭉동산에서 화채봉으로 가는 오솔길을
찾아 불기고개로 내려가는 요상한 길을 가다가 아름답고 멋진 숲을 발견하고 잠시 숲속으로 들어가서 예정에도 없던
숲탐방까지 하고 나니, 오늘 느낌이 영 이상하다.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오는 길에 날씨가 워낙 더워서 극도의 갈증을
느꼈지만 반병남은 생수로 마지막 목을 축인다. 그러나 갈증은 화채봉 내림길에서 더욱 심해지고 사실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샘도 찾고 갈증을 완화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울창한 숲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돌아다니다 보니 갑자기 갈길이 먼 산행길의 걱정이 생각나서 불야불야 숲을 빠져나와
길도 아닌 길로 허둥지둥 달려가는데, 이크! 크들막한 칠점사 한마리가 앞길을 가로 막는다. 이상다 싶어서 기념사진
한장 찍고 꽁지가 빠져라 후달린다. 얼마나 달렸는지 온 몸에 땀이 후줄근하게 베었을 때, 갑자기 확트인 바위가나오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런데 평범한 두사람이 바위위에 앉아 술판을 벌여놓고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헉헉거리고
있는 나에게 막걸리 한잔 하고 가시랜다? 갈증은 극에 달하고 물은 없고 죽을 판에도 산행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나인터라 아니라고 사양하는데, 어차피 마시지 않고 버려질 막걸리인데 한 잔하고 가시라고 통사정을 한다.
이럴때는 너무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나에 성격을 간파한 것일까? 그래서 배낭을 벗어 내려 놓고 따라주는 막걸리
한잔을 마셨는데, 막걸리라기에는 너무도 달은 꿀맛이었다. 요즘 막걸리는 달달한 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막걸리 병을
건내주면서 우리는 맑은 술을 마시니 막걸리를 모두 마시고 가시랜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마시는 맑은술(불로주) 한잔을
마셔보겠냐고 묻는다. '저는 원래 소주는 안 마십니다.' 하고 거절하니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자기들끼리만 따라마시고
나는 막걸리 한병을 눈 깜작할새에 마셔버리고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음 기념사진을 찍어도 좋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승낙을 한다. 술상이 하도 이상(운치가 있었다.)해서 사진을 찍고 싶었던 터였다. 사진 한장을 얼른 찍고서 불이 나게
다시 뛰어 내려왔다.
얼마쯤이었을까 달려 내려오다가 보니 작은 길이 있는 고개에서 칼국수와 묵을 팔고 있는 대머리 노인을 만났다. 생수
두병을 보충하고 주금산을 기여 오른다. 주금산 독바위에 잠시 쉬어서 화채봉 밑에 술을 얻어 마셨던 지형을 가름하고
바라본다. 가져온 빵과 사과를 물 한병과 함께 점심으로 먹고 시간을 보니 오후 4시가 넘어버렸다. 아니 터무니 없는
시간이다. 계산상으로는 20km 거리에 12시가 조금 넘었어야 한다. 아니 어찌된 일인가?
결국 주금산에서 시루봉, 내마산을 달려 철마산까지 왔지만 해는 서산에 지는 중이었다. 가마솥봉과 목표봉을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모처럼 밤 소쩍새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진접읍에 밤 9시30분경 도착했다. 아마도 이렇게 잼나는 산행은
내 생애 첨인것 같다.
집에 와서 술꾼들 사진이 궁금하여 컴으로 다운해서 열어 봤는데, 사람과 술상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풍경사진만 나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그렇다면 칠점사도 주금산 산실령의 장난이었단 말인가? 내가 주금산을 오를 줄알고 마중을 내보낸
것이렸다? 참 잼나는 하루였다.
여러분도 주금산엘 가시거든 술판을 벌여 놓고 갈증에 허덕이는 산꾼을 기다리는 산실령을 조심하시길... ^-^
청평역에서 약 1.5km 지점, 깃대봉 들머리
묘지에 둥굴레 밭이다.
할미꽃 흰머리가 유난히 많다.
개옻나무
오른쪽 청평역, 가운데 청평댐, 왼쪽 청평대교와 뾰루봉
낙엽송 숲
청평역 부근
태풍급 바람에 나무가 뿌리체 뽑혔다.
조선현호색
민백미꽃, 숲속의 밝은별
낙엽송 군락
오솔길 같은 등로
각시붓꽃과 둥굴레
철쭉꽃
넘어진 운두산 표지석
고추나무
숲속탐방
울창한 숲, 매력적이다.
관중
벌깨덩굴
병꽃나무
숨은그림찿기, 야생삼 패스, 10년후에도 살아있으면 볼까말까 !!!!
홀아비꽃대
매미꽃
홀아비꽃대
족두리풀, 생약명 세신 : 뿌리를 은단재료로 사용
벌깨덩굴
윤판나물
노루오줌
모시대, 모싯대
잣나무 새싹
윤판나물
지나온 운무산
깃대봉
아침고요수목원 방향
산머루
가야할 시루봉과 대마산이 소나무 사이로 조망된다.
철쭉꽃
지나온 운두산, 오독산 능선
축령산 오름길
왼쪽으로 희미하게 지나가야할 시루봉과 대마산이 보인다. 철마산은 대마산 뒤에 있다.
지나올 운두산, 오독산 능선
오른쪽 깃대봉
지나온 운두산, 오독산
많은 산꾼들
가문비나무 같다.
등산객들
변이종 개별꽃
주금산이 보인다.
철쭉동산
철쭉동산
철쭉동산
한반도 지형을 닮은 철쭉나무 군락지
모델료 엄다.
주금산과 앞에 화채봉
화채봉 푯말이 서 있지만, 여기가 아닌 지도상으로는 2.1km 떨어진 주금산 가는 능선에 있다.
화채봉 고목
보호수인가?
불기고개(식수보충 가능, 묵과 칼국수로 요기도 가능하다.)
주금산 칠점사
늦둥이 제비꽃
뒤에서부터 축령산, 서리산, 화채봉
각시붓꽃의 탐스런 포기
색이 유난히 좋은 철쭉꽃
앉은부채
까마득한 가야할 능선, 시루봉, 내마산, 철마산
독바위
지나온 능선
지나온 산과 능선들(주금산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들
꿈같이 지나온 봉오리와 능선들
멋진 암능
왠 정자가 산능선에 있다. 아마도 신선들을 위한 정자인가?
가야할 능선
딱지풀 : 생약명 위릉채, 뿌리와 전초를 옴, 이질, 근육통, 골격통, 해독 등에 사용된다.
뻐꾹채, 생약명 누로, 청열해독, 임파선결핵, 치질, 부스럼 등에 약재로 쓰인다.
거지나물
기린초
통천문 같은데 나가는 문이 없습니다. 들어가면 끝장인가요?
해는 서산에 지고 어둑어둑합니다.
먼데서 보면 매우 성깔있는 봉오리인데, 올라보니 그져 그렇다.
가야할 철마산 능선, 저 멀리 있는 봉오리가 철마산이다.
지나온 시루봉
지나온 능선
소쩍새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심 걱정이 되나보다.
철마산에 도착하니 서산에 해가 걸렸다.
이왕 늦은김에 배낭내려 놓고 쉬어 간다. 저녁노을도 감상하고... ^^
내림길에 가마솥봉과 목표봉이 보인다. 그 앞은 진접읍
해가 막 떨어진다.
어둠이 깔리고 진접읍내에는 불빛이
감사합니다....................
항상 안산하시길........... ^-^
첫댓글 고생 많이하셨네요
신선들도 만나시고...
산길에 도움을 주시려고 나타나신것 같네요
역시 아름다운 우리산하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이재 날씨가 여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더위와의 공존이 될것 같은 산행입니다.
어머나과 경치사진을 놓치지 않고
송이두 까시님 따라가서
송이는 무서워서 못갈거 같아용 은 보고 싶은뎅
수만은 산들을 하루에 완주하냐구용
놀라고 놀라지 안을 수 엄네요
까시님
산행기를 읽고 또 읽어도
넘 잼나서 웃음이 남니당
이리도 힘든 산행이지만 깊은 숲속탐방과
수만은 야생화들
아름답게 담아오시는 실력이 대단해용
산실령이 주시는 불로주를 마시고 싶포용
이마도 300년은 더 살지 안을까용
엄마야
이젠 숲속에도 베암이 나왔네예
그래두 산
넘 잼나는 산행기
수고하셨어예
300백년을 더 살고 싶으시면 산실령이 되셔야 할것 같은...
불로주를 갔다드릴걸 그랬네요. ㅋㅋ
@까시 그래두
불로주 먹고 싶포용
백미꽃의 화려한 색 보다는 민백미의 단아한 흰색이 더 좋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산속의 밝은별... 이란 호칭에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왜 난 그리 생각지 못했을까?(아쉬움)
탁주가 아닌 소주를 마셨다면... ㅎㅎ 어쩌면 까시님은 좀 더 오래 사셨을 지 모르겠단 생각을 해 봅니다.
신기하네요.
갈증이란 참 사람 힘들게 하는데, 바디나물이라도 만나서 뿌리라도 드시길 은근히 응원했는데
그보다 더 좋은 막걸리로(이게 참말로 막걸리 일까요?) 갈증은 해소되어 절로 안도의 한숨은 나옵니다만...
궁금하네요.
화채봉 고목사진 밑에 있던 바위일까 아니면 다른 사진속일까?
열심히 빈 공간의 사진만 찾을 때 소쩍새의 우울한 표정을 보다가 피식
웃어 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늘 안산 하시길 바랍니다.
@둥근원 감사합니다 둥근원님!
늘 흥미롭게 산행을 할려고 애를 써보지만, 매번 여러산들을 넘어다니다가 시간에 쫓기고 여유를 빼앗깁니다.
그러고 보면 산약초시절이 넘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숲속에 들어가면 하루종일 산약초들과 놀다가 왔으니까요.
이제 산능선들을 타고 다니며 산꾼들을 만나보고 산세들을 조망하고 다니니 시원하고 좋긴합니다.
한가지 울창하고 깊은 산속까지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고 있으니 꼭 좋은 모습만 보고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때는 아름다운 산도 뒤로하고 뛰어가듯 마음에서 멀어지길 바랍니다. ^^
야간산행이라 해서 일출인지알았는데 몰이네요.ㅎ
천하의 까시님께서도 헛것이 보이는듯합니다ㅋ 사과 빵 물 한개씩 더 차고 다니세요. 가끔 심뿌랭이도드시고고요. 허기지면 뵈는게 없습니다요.ㅋ
올 해는 야간산행다운 산행을 해보지 못해서인지, 산실령께서 예정에도 없는 야간산행을 시키시네요.
무서운 독뱀으로 겁도 주시고, 서쩍새로 변신해서 감시도 하시네요.
산을 내려가라는 건지 내려가지 말라는 건지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허기진 사람한테 밥을 줘야지 술을 먹여 놓고 산을 기여오르게 하질 않나 짓궂고 장난이 심한 주금산 산실령들을 만나서 고생깨나 했습니다. ㅎㅎ
햐 산신령과 대작이라 ㅋㅋ
나도가서 만나서 인생을 논하고 올까ㅎㅎ
수고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