蜀先主廟(촉선주묘)
劉禹錫(유우석)
천지에 가득한 영웅의 기세
천추토록 여전히 늠름하구나
천하의 형세는 삼분되었고
대업은 오수전(五銖錢)을 회복시켰네
재상 얻어 능히 나라를 열었으나
아들은 아버지와 달리 현명하지 못하였다
처량하구나 촉 땅의 옛 예인(藝人)이
위나라 궁전 앞에서 춤을 추다니
天地英雄氣(천지영웅기)
千秋尙凜然(천추상늠연)
勢分三足鼎(세분삼족정)
業復五銖錢(업복오수전)
得相能開國(득상능개국)
生兒不象賢(생아부상현)
淒涼蜀故伎(처량촉고기)
來舞魏宮前(내무위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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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釋] 촉국(蜀國) 선주 유비의 영웅적 기개는 천지를 덮을 만하고, 천추에 길이 남을 영웅적 기개는 여전히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숙연히 경모(敬慕)하게 만든다. 서촉(西蜀)을 근거로 하여 천하를 三分하는 형세를 이루었고, 광무제가 오수전을 회복시켰듯이 유비 역시 한나라의 대업을 부흥시켰다. 사람을 잘 알아보는 혜안(慧眼)으로 제갈량을 재상으로 삼아 開國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나, 아들인 후주 유선은 아버지처럼 현능한 인물이 못 되었다. 이제는 멸망한 촉국의 옛 예인(藝人)이 위국(魏國)의 궁정 앞에 와서 춤추는 것이 처량하기만 하다.
[解題] 이 시는 목종(穆宗) 장경(長慶) 원년(元年:822), 유우석이 기주자사(夔州刺史)로 있을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촉선주묘(蜀先主廟)를 참배하였다가 감회를 적은 영사시(詠史詩)라 할 수 있다. 당시에, 목종은 환관(宦官)들이 옹립(擁立)하여 왕위를 계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여서, 그 세력이 쇠미하였고 조정은 부패로 가득했다. 이러한 연유로, 작자는 시에서 촉한(蜀漢) 역사의 흥망성쇠를 통해, 그가 처한 현실 정치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려 했는지 모른다.
시 전체를 통해 유비가 군웅이 할거하던 시대에 천하의 제업(帝業)을 달성한 것에 대해 찬미하고 있는데, 특히 3·4구에서는 ‘오수전’과 같은 전고(典故)를 사용하여 그의 공훈(功勳)을 기렸다. 5·6구에서는 開國의 기틀을 마련한 유비를 향해 찬탄과 존경을 표하면서, 아울러 아버지의 대업을 잇지 못한 후주에 대해 원망과 안타까움의 심정을 토로하였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5·6구에 이어 망국에 대한 처연한 심사를 극적으로 드러내었다.
역주
역주1> 蜀先主廟(촉선주묘) : 先主廟(선주묘)는 夔州(기주), 즉 지금의 사천성(四川省) 봉절현(奉節縣)에 있다. 先主는 蜀의 개국군주인 劉備를 말한다. 그가 촉 땅을 근거지로 하여 칭제(稱帝)하였으므로 세칭(世稱) ‘先主(선제)’라 하는 것이다.
역주2> 英雄(영웅) : ≪三國志≫ 〈蜀志 先主傳(촉지 선주전)〉에 “조조가 선주에게 말하기를 ‘대저 영웅이란 흉중(胸中)에 원대한 뜻을 품고 복중(腹中)에 좋은 계책이 있으며, 우주를 감싸안을 만한 기틀과 천지를 삼킬 만한 뜻을 지닌 자이다. 지금 천하의 영웅은 그대 유비와 나 조조뿐이다.’[夫英雄者 胸懷大志 腹有良謀 有包藏宇宙之機 呑吐天地之志者也 今天下英雄 唯使君與操耳]”라 하였다. 여기서는 조조가 유비를 상찬하며 ‘영웅’이라 칭한 것이다.
역주3> 凜然(늠연) : 사람으로 하여금 숙연하게 존경심을 일으키게 할 만한 모습을 말한다.
역주4> 三足鼎(삼족정) : 魏, 蜀, 吳를 세발솥[鼎]이 서 있는 모습에 비유한 것이다.
역주5> 業復(업복) : 漢代의 大業을 회복시킨다는 뜻이다.
역주6> 五銖錢(오수전) : 한(漢) 무제(武帝) 때 발행된 화폐이다. 왕망(王莽)이 이를 폐지했는데, 광무제의 중흥기에 이르러 다시 회복되었다. 여기서는 광무제가 오수전을 회복시킨 일을 들어 유비가 漢代의 대업을 부흥시킴을 비유하였다.
역주7> 得相(득상) : 유비가 제갈량(諸葛亮)을 재상으로 삼아 촉한(蜀漢)을 보좌하게 만든 것을 의미한다.
역주8> 生兒(생아) : 유비의 아들인 후주(後主) 유선(劉禪)이다.
역주9> 不象賢(부상현) : 후주(後主)인 유선이 부친만큼 현능(賢能)하지 못하였음을 말한다.
역주10> 蜀故伎(촉고기) : 이미 멸망한 촉국의 옛 예인(藝人)이다. ‘伎’는 妓와 같으니, 女樂이다.
역주11> 위궁(魏宮) : 위국(魏國)의 궁정(宮庭)이다. ≪三國志≫ 〈蜀書 後主傳(촉서 후주전)〉 권33의 배송지(裴松之)의 주(注)에 인용한 진(晉)나라 습착치(習鑿齒)의 ≪漢晉春秋(한진춘추)≫에 “사마문왕(司馬昭)이 유선에게 연회를 베풀어주고는 예전의 촉나라 기녀들로 하여금 춤추게 하니, 옆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비통해하였는데, 유선만은 즐거워하며 태연자약하였다.[司馬文王 與禪宴 爲之作故蜀伎 旁人皆爲之感愴 而禪喜笑自若]”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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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석(劉禹錫, 772~842)은 중국 당나라의 시인이다. 자는 몽득(夢得).
[출처][당시삼백수]蜀先主廟(촉선주묘:촉나라 선왕의 사당)-劉禹錫(유우석)
[출처] [당시삼백수]蜀先主廟(촉선주묘:촉나라 선왕의 사당)-劉禹錫(유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