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하루동안 함께놀며 보고, 듣고, 느낀것을
카페에 남긴다.
2006년 5월 27일(토) 비오는 아침이다.
집을 나서는데 내 아내가 "비가 오는데 산에 갈 수
없을것 같아요"한다. 나는 "산에 못가면 친구들과 점심
먹고 놀다올께"라고 대답한다.
이어서 내 아내는 "잘 갔다오고, 술 조금만 마시고 와요"한다.
보통때 같으면 내 아내가 "잘 다녀와요"라고만 말하지만 초.중
학교 동창회 모임에 갈때는 언제부터인가 "술 조금만 마시고
와요"라는 한 마디를 덧붙여 말한다.
이는 내가 어릴적 중학교 친구들 만나면 더 반갑고 즐거움에
마음을 풀어놓고 못하는 술을 좀 더 많이 마시고 몇차례 늦게
귀가했기 때문이리라.
내가 중학교 친구들과 산에 가는것은 이번이 평생 처음이다.
산행 목적지는 峨嵯山(아차산) 또는 忘憂山(망우산)이라 불리
우는데, 내가 사는 광장동 쪽에서는 아차산이라고 부르고, 경기도
쪽에서는 망우산이라 불리우는 산이다.
난 속으로 '왜 하필 내가사는 동네 산'으로 가느냐며 내심
못마땅하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산행인데, 속으로
삭이며 약간 섭섭했던 마음을 털어버린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남양주 제2청사앞에 5분전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친구들, 정관.강석.주화.경하.유섭.대우.순수.청구
그리고 내가 모르는 친구 남녀2명이 와 있다
(나중에 인사해서 알게 되었지만)
모두와 반갑게 악수하고 조금 있으니, 흰 빽바지에 흰자켓을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중학시절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순자가
온다. 먼저와있는 친구들은 등산복 차림이 아닌 순자를 보고
"무도회에 가느냐", "모델쇼에 출연하느냐"하며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한다.
특히 純粹(순수)와 정 반대일것 같은, 정순수는 "카바레에 함께
춤추러 가자"고 아침부터 애걸복걸이다. 창순 아지매는 20분이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아 우리 모두의 애간장을 태운다.
좀 있으니 용배차를 타고 나타난다.
용배의 전하는 말에 의하면 "친구들을 위한 점심을 싸 오느라고"
늦었단다. "하였튼 짐 보따리는 장정 5명이 들어도 무거웠다." 그걸
혼자들고 온 극성맞은? 아니면 "친구들 사랑하는 열정이 하늘까지
뻗쳐?"있는 이 아지매를 죽여? 아니면 살려? 결국 살리기로 한다.
점심 메뉴?와 함께식사한 친구들 면면은? 뒤에다 써야겠다.
청구와 순자만을 남기고 우리는 산행 목적지로 출발한다. 우리
모두는, 청구와 순자만을 남기고 떠나는 기분이 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다놓은 것처럼 염려스러워 하며 떠난다.
우리는 3대의 차에 나눠타고 비가 내리는, 덕소와 쉐라톤 워커힐
간 직행도로를 가로질러 가고 있는데, 청구로부터 날라온 문자 메시
지에 6월3일날 동창 모임 행사가 있다고 적혀있다. 청구와 순자
둘만을 남기고 온것이 우리가 염려했던대로 일이 벌어졌나 보다.
"날짜 틀린것 보니, 옆에 순자가 있으니까 청구가 너무 황홀해서
곁눈질 하다가 잘못 입력한거 아니냐"고 하니까 나와 차를 함께
탄 친구들 모두 "그럴꺼라"며 깔깔거리며 신나게 웃는다.
우리는 서울 워커힐과 경기도 경계선인 백교에 도착했다. 우비를
입고, 우산을 들고 비내리는 5월의 망우산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
한다.
비오는 5월 푸르는 수목숲속에서의 남녀간의 友情(우정)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산행의 이 맛은 아무도 모르리라. 한참 산을
올라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주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찾아보란다.
좀 기다리니, 주화는 내가 이름모르는 아지매와 함께 온다.
나는 아지매 손을 잡으며 초면 인사를 했지만, 아직도 이름은
기억 못한다. 하지만 손이 따뜻했던 사실과 누군가 "너무 껴안지
말라고"하는 농담속에 인사를 한 사실은 생생하다. 그대여 이해
하시라 다음번엔 기억 할테니까.
40여분쯤 올라가니 "대성암"이라는 암자가 나온다. 이곳은 광장동
쪽에서 올라오면 초입에 있는데, 신라시대 때부터 있었다는 절이다.
나도 몇번인가 와 봤었다. 암자뒤 제법 넓고 큰 바위를 낑낑대며
올라가 뒤를 돌아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여느때와 달리, 비오는 능선에서 바라보는 발 아래 겹겹이 펼쳐
지는 푸르디 푸른 산들과 투명한 비속 구름들의 이동, 계속 나뭇잎을
적시는 비소리. 언제보아도 좋은 한강의 모습,
조선시대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그렸다는 "광나루"라는
그림속에 있던, 실제의 산에올라, 열 서넛살쩍 중학시절 옛친구들과
내려다 보는 경치의 맛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런가.
중략
선행주자로 가는 용배.대우.창순.경하 일행과는 산속대화를
들을 기회가 없어 한 마디 말도 인용할 수 없는것이 아쉽다.
중간 또는 후미에 걸어가면서 계속 떠들어대며 일행들을
웃기는 순수. 망우산이 떠나갈 정도로 호방하게 웃어 제끼는
주화와 아지매. 주화의 웃음소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다("청자도 함께 있었으면 웃음소리 죽일텐데")
드디어 망우산(아차산)에서 제일 높다는 龍馬峰(용마봉) 정상에
섰다. 그렇게 내리던 비는 우리에게 잘 놀다 가라고 어디론가 가
버린다.
용마봉을 밟은 우리일행은 기분좋게 산 정상에서 한잔의 막걸리
회식을 한다.
순수가 끙끙대며 짊어지고 가져온 막걸리, 정관이가 가지고
온 "전라도 신안의 장모님이 주셨다"는 토종된장과 정관이가
직접 키웠다는,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재래종 상추, 아주머니가
정성스레 싸준 돼지고기 볶음, 그외 친구들이 가지고 온 과일.
안주등으로 떠들썩하게 한잔의 막걸리를 시원하게 마신다.
그날 내가 "강석아 평생 처음인 내 잔 받아라"하면서 준 기억이
새롭다. 강석.경하.대우 순수와 아지매는, 이번 만남이 중학 졸업후
동창회를 통해 처음 아니면 두번째 만남이었던 것으로 안다.
"친구야 시간 될 때 자주 보자꾸나"
막걸리 회식뒤 산행도중, 우연히 나.유섭.정관 3명이 일행이
되었다. 정관이가 우연찮게 족보 이야기를 한다. 난 속으로 "정관아
네가 이야기 문고리를 잘 못 선택했다" 생각했다.
그 틈새를 기회삼아, 박씨인 유섭이와 난 우리족보를 찾기 시작한다.
정관이를 제껴둔채, 우리끼리만 이야기를 한다. 듣다 못한 정관이가
이야기를 중단시킬려고 "야 호적제도 바뀐다는데 뭐 중요하냐"한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족보 따진다.
결국 유섭이는 내 아래 5대손 항렬에 해당된다는, 큰 소득을
얻게 되었다. 유섭이는 내 앞에서, 내 허락없이는 한잔의 술도
안 마시기로 굳게 약속한다(유섭아 술먹고 실수하기 없다)
산악대장 유섭아 "몸 건강히 잘 간수하고, 약주 조금씩만 마시
거라" 할배가
조금 늦게 우리 3명이 내려오니, 앞서온 친구들이 정자밑에
모두모여, 강석이가 가져온 양주와 친구들이 가져온 안주로
하산채비 술 한잔씩 한다. 우리는 벌써 내려갈 곳에 거의 다왔다.
우리가 어린시절 "귀신이 나온다"고 무서워 했던, 진짜 망우리
공동묘지다. 공동묘지를 뒤로하고, 삼육학교 바로 뒤편으로
우리는 내려온다. 내려오는 도중 쉬임없이 떠들고 웃고 즐기는
순수.주화와 아지매를 또 만났다.
산속 숲에다 쉬 하고 있는 정관을 보고, 내가 "야 시원하겠다"
하니 모두 한바탕 웃어제낀다.
비 그친 숲속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나무잎과 풀냄새. 지저귀는
새소리들, 이름모르는 예쁜꽃들, 이야기꽃 피우며 걷는, 언제보아도
반갑고 기분좋은 친구들 목소리.......
검단산을 바라보니,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그날 햇님은 검단산만
예쁘다고 햇볕을 환희 비춰주고 있다(산행코스 백교.대성암.용마산.
망우리공동묘지.삼육학교 앞으로 하산. 3시간소요)
뒤풀이 이야기
장소는 교문리에 있는 대우 사무실.
산행에 동행하지 못했으나 뒤풀이에 참석한 친구는 세기.원길.
성영.동수.청구.미화등이다.
그날 산행에 참석한 나.정관.순수.유섭.용배.대우.창순.주화.
경하.(인옥.경호)등11명과 아침에 사라진 순자, 그리고 위에
이름을 밝힌 친구6명등 총17명 이었다.
난 새삼 우리동창들 모임의 힘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느꼈다. 어느날 갑자기 연락, 단번에 17명이나 되는 많은 친구들
을 볼 수 있다는 경이적인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친구들아 앞으로도 더욱 서로서로 감싸주며 깊은 우정을
넓혀가도록 하자꾸나.
그날 창순이는 17명이나 되는 많은 친구들이 실컷 먹고 남을
밥과, 반찬, 된장찌게 그리고 볶음 샤브샤브? 재료인, 샤브샤브용
쇠고기.버섯.숙주나물.피망등과 후식으로 과일 화채까지 완벽한
식사준비를 해 오는 정성을 보였다.
창순아 우리 모두는 그대의 정성에 "탄복했고" "기막히게 맛있는
요리 진짜 잘 먹었다. 고맙다" 앞으로는 "너에게 맡겨진 숙제만
충실히 해도 충분하다. 알겠니!" 장소 제공해준 대우도 고마웠다.
산악대장 유섭이. 회장 용배. 총무 청구.주화도 수고 많았다.
맺는말
도농 20회, 동창 모임을 만든 친구들 고맙다.
전.현재 동창회 임원들 고맙다.
동창회에 나오는 친구들 고맙다.
어제 함께했던 친구들 고맙다.
카페에 들어오는 친구들 고맙다.
친구들아, 건강하자!
2006년 5월 29일(월) 박 광오
첫댓글 광오가 올만에 들어와 산행기를 올려주니 내가 함께하며 대열에 끼인 듯이 즐겁다. 친구들 대단한 우리 친구들 모두모두 건강하여라~~!!
멋진 광오
강오야 역시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구나. 금곡미화가게까지 가고 싶었는데 그놈의일이 날 일어나게하더구나 다음에 만나서는 좀더 같이웃으며 이야기 하자꾸나 그리고 울친구들모두 고맙고 항상 건강해라.
어이구~ 이거 고앙오 자주 산행에가야것다~! 암튼 후기 고마우이~! 동창회떄 또오 봄세~~~~~~~~~! 잘자그라~
늦어서 미안했다. 차를 두번이나 갈아탔는데, 그 짐을 드니 걸음이 안 걸어지더란말이지...젊었을 적 생각하고 좀 무리를 했다. 이렇게 칭찬한다고 내가 또 해다줄줄알고? 어림없다. ㅋㅋ 내 글이 요약집이라면 광오후기는 해설집이네? 나빴어! 안쓴다고 해서 할 수없이 썼더니 뒷북치고...ㅎㅎ 그래도 이 글 쓴 울 광오 넘 예뻐! 알라븅~~!
강석아. 술 한잔에 친해졌다고, 내 이름까지 너하고 같은 "강"으로 바꿔놓으면 어쩐다냐!.
광오가 이제는 산행을 중학 동창 들과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냐1 산행기 재미 있게 읽었다 너무 사실적으로 썼더군 내가 동참 한 기분이다 고생 많았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