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긴머리 소녀 시절이 있었지.
"하모하모~"
그런데 왜 이렇게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따져보니 거의 사십여년 전의 시절이니 당연히 까마득할 수 밖에...
식당을 운영하고 부터 나는 본의 아니게 머리를 쌍둥 잘라버리고도 부족해
남자들이 자르는 수준 보다 훨씬 짧은 선머슴아 같은 머리 스타일을 갖게 되었다.
물론 한국에 살 때 몇번인가 쇼트를 한적은 있었지만
미국에서 처럼 거의 가까중 머리의 수준은 아니었다.
이렇게 짧은 머리를 하게된 원인과 짧은 역사(?)를 되짚어 보니
내가 식당을 전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했던 때와 맞아떨어졌다.
음식을 다루는 업종이다 보니 쿡을 하는 셰프가 아니었으나
권장 사항은 아니었지만 일단은 머리가 간결하고 단정한 것이 좋았다.
그래도 그 때는 혼자서 긴 머리를 총총 곱게 땋고 출근을 하여
손님들에게 늘 사랑받는 머리 스타일을 하고 다니던 나였다.
그러나 남편이 몹시 아파 머리 수술을 하고도 회복이 잘 되지를 않아서
장기 입원을 하여 간병에 매달리다 보니
쥔장이 자주 빠지는 식당 운영에 차질이 올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기울기 시작하는 식당에 전적으로 매달리면서
인건비및 비용 절감은 물론 운영의 합리화를 위해
부득이 눈동냥으로 배운 음식을 쿡하는 요리사가 되었다.
다행히 천부적으로 물려받은 재능이 있었는지
맛 좋고 감각적인 쿡으로 야미야미셰프라는 별명 까지 얻어가지게 되었다.
바로 이 시기에 밤새 간병하다가 꼭두새벽에 눈비비고 나와
식당문을 열어야 하는 나는 젖은 머리 빗질 할 시간 조차 부족하여
거의 알머리 수준으로 머리를 자르고 나니
손질할 필요도 없고, 음식에 머리카락 떨어질 염려도 없을 뿐 아니라
종일 그릴 앞에서 화기와 싸우면서 땀 흘리며 보내는 내게
훨씬 시원해서 좋은 일거다득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후로 머리통이 동그랗고 예뻐서 알밤과도 같다고 귀여워 하던
머리에 잘 어울리는 짧은 머리는 나의 간판급 머리 스타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의 성화에 좀 길러볼까 마음 먹고 기르노라면
자란 머리카락이 목을 간지르는 것이 신경쓰이고 성가셔서
기어이 잘라버리고 말아야 직성이 풀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나이에 먼저 떠난 남편 배신 하고 새 애인을 구할 것도 아니고,
미인 대회에 출전할 것도 아니니 편한 이대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오늘 웹서핑을 하다가 고인이 되신 내가 좋아하는 박상규님이 부른
조약돌을 듣다가 함께 올라 온 긴머리 소녀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문득 아련히 떠오르는 먼 옛날 긴머리 소녀적 나의 모습.
이 사진을 남편이 무척 좋아해서 오랫동안 앨범에 갇혀있던 나를 해방시켜
액자에 넣어 서랍장에 올려놓아 주었더니 출되근 하기 전후에
날마다 집어들고 뽀뽀를 너무해 주어서 수건으로 입술 자국이 묻은 유리를
번번히 닦아주어야 했던 사진 속의 긴머리 소녀가 떠올랐다.
노랫말에서 처럼 하얀 얼굴은 아니어도 달처럼 탐스러운 모습에
알 수 없는 동경에 가득찬 눈빛으로 폼을 잡고있는 긴머리 소녀였던 내가
한동안 거들떠 보아주는 이 없이 서랍장 위에서 긴 시간 소리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정말 미안쿠나 글라라"
액자를 집어들고 남편이 생전에 했던 것 처럼 가만히 뽀뽀를 해주는데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나의 두 볼을 적시고 있었다..
우리 집 뒷마당 참나무 아래에서 언제나 날 지켜주고 있을,
천국에서 내가 잘 살고있나 한시도 눈을 안떼고 걱정하고 있을 그리운 제임스.
"그리고 보니 제임스의 삼주기 기일이 얼마 안남았네..."
* 하모하모 : 경상도 탯말에 '하모'라는 말이 있다.
'예'라는 긍정의 뜻이 담긴 말이다.
강한 긍정을 나타낼 때는 '하모하모'라고 답한다.
긴머리 소녀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머리 소녀야
눈 먼 아이처럼 귀 먼 아이처럼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건너 작은 집의 긴머리 소녀야
눈감고 두손 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
눈 먼 아이처럼 귀 먼 아이처럼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건너 작은 집의 긴머리 소녀야
눈감고 두손 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
첫댓글 여고 시절 양갈래 머리를~ 꿈 많은 소녀시절!
남편 3주기가 온다고? 내가 카페에 들락거린 것도 벌써 3년이 되네. 세월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가을은 점점 가까이 산으로 들로 나가야 하는데 나가질 못하고
영자가 올린 글 열심히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좋은 시간들 보내라
양갈래 머리로 웃음이 늘 넘쳐 흘렀던 여고 시절은
정말 우리들에게 있어서 황금과도 같았던 시절.
그 때가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겠지?
이게 누고???
내다.
영자~!
위 사진이 영자라고?
아니지?
오늘 서울에 와 영자 잠잘 방 봐두었다 ㅋㅋ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하고 예쁜 성애집
왜 아니지? ...하는거지.
나 처럼 안보이나?
내가 잘 방이라...은근 기대되네.
몇밤이나 자게 될까?
머무르는 날이 도착과 출발 빼고 26일인데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이 20팀이 넘으니...ㅠㅠㅠ
@염영자(goobers) 되는대로 하시게나~~~
신혼집마냥 꾸며논 성애네 집에 장식된 소품들
우아 깔끔, 그리고 거룩함 까지....
그리고 집들이에 참석하여 기도해 준 친구들!!
성애의 눈높이를 알만하구나.
우와~
진수성찬일세.
너무 구석구석 다 보여줬나?
ㅋㅋㅋ 영희가 구석구석 찍은 탓!!
아직도 궁금한 곳이 많은데 가서 확인해야겠지?ㅋㅋㅋ
사진으로 보니 남의집 같구만~~~
항상 사진으로 보면 우리 집도 조금은 남의 집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멋있고 품위가 있어요.
쥔장을 닮아서...집 꾸미는 일은 바로 쥔장의 수준을 나타내는 바로메터.
모던 하우스~
그렇지?
성애가 전 부터 좀 모던했나봐.
학창시절에 양갈래로 딴 머리의 영자를 연상하며
이 사진에서도 그때의 얼굴이 보이네..
ㅋㅋㅋ
이제는 외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채워야 하는 나이라서
이 쪽으로 무던히 힘쓰는데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른지....
@염영자(goobers) 다 필요없는 나이로다.
미모의 평준화
학력의 평준화
금전의 평준화...
난 좋아좋아...ㅋㅋㅋ
졸업한지 45년이 다되가는데~~~
영자야 어디가 제일 가고 싶니?
애들이 수학여행 계획 짜라고 성화네...
빨리 알려줘^^
우선적으로 스케쥴 비어있는 날짜 부터 알려줄께.
11월 12일~14일(목~토)
11월 16일~18일(월~수)
너희들이 가능한날짜 알려주면 다른 사람들과의 스케쥴 남은 곳에다 맞출께.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다 좋다.
가능하다면 천주교 성지가 근처에 있는 곳이면 더욱 좋겠지? (희망 사항일뿐이다)ㅋㅋㅋ
@염영자(goobers) 천주교성지라면 우리의 친구가 사는 해미가 있네
서울도 한바퀴돌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