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는 어린 백성들의 삶
『복을 그리는 아이』 [한현정 (지은이),이로우 (그림). 시공주니어]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최명 (지은이),of Linda(최예진) (그림). 고래책빵]
과거 신분제도가 있던 시대에 백성들은 신분에 얽매여 살아야 했다. 특히 천민들은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주인이 시키는 대로 순응하며 살았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해도 당시 자신의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또 가난이 주는 고통에서 자유하지 못하는 백성의 삶도 있었다. 가난한 백성들이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쳐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복을 그리는 아이』는 신분제가 장애로,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는 가난이 장애가 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한현정 (지은이),이로우 (그림)시공주니어
『복을 그리는 아이』는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천민이라는 신분이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복동이는 도화서 화원을 지낸 주인어른의 수발을 들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그림을 땅바닥에다 그린다.
호랑나비가 날아올랐다. 그 순간 우물가에 핀 패랭이꽃도 흔들렸다. 나비의 날갯짓을 따라 고양이의 고개가 돌아갔다. (7쪽)
읽는 순간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토록 실감 나게 그린 그림을 주인어른의 아들 원이가 발로 밟아 지워버린다.
“분수도 모르는 놈, 너 따위 것이 그림이라니.”(9쪽)
신분의 벽이 느껴지는 언행이다. 도화서 화원을 지낸 주인어른은 아들 원이가 그림 그리길 원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천민인 복이는 주인어른의 시중을 들며 그림에 대한 안목을 넓혀간다. 짬이 나면 땅에 그림을 그리는 오빠에게 동생 단이가 묻는다.
“오빠는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겨?”
“그런 건 왜 물어. 우리 같은 종놈들은 뭐가 되고 싶다고 되간디.”
(중략)
“그래도 말여. 세상이 뒤집혀 양반도 상놈도 없는 그날이 온다면 말이야.” (15쪽)
“만약에 네 말처럼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을 그려 보고 싶구먼. 주인어른처 럼 말이야.” (16쪽)
복이의 꿈이다. 하지만 천민이 꿈을 이루는 데는 첩첩산중 난관을 넘어야 한다. 복동이는 장터 구경을 갔다가 우연히 세화꾼 송노인의 나비 그림을 보게 된다. 이후 복동이는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송노인을 찾아간다. 그러나 꿈을 갖는다고 해서 바로 그림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 천민인 복이로서는 더욱 그렇다.
복동이는 원이가 왈패들에게 당하는 걸 구해준다. 그 일로 관가에 끌려가서 태형을 당한다. 볼기에 태형이 내려질 때마다 천민이기에 당하는 일이라서 울분이 치솟는다. 이 외에도 아버지의 죽음, 동생 단이가 노비로 팔려 가는 일 등 여러 일을 겪지만 꿈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는다.
“아버지, 종놈으로 태어났어도 벼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거구먼요. 그게 단이의 바람이기도 하고요.”
복동이는 주먹으로 눈물을 씻었다.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처럼 세상을 향해 뛰어오를 거구먼!’ (176쪽)
도화서 취재를 보러 가기 전 아버지 산소를 찾은 복동가 한 말이다.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는 어린 백성 복동이의 대화와 혼잣말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실력을 갖추고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복동이는 자신이 왜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지를 스스로 묻는다. 오래전 주인어른과 나눈 대화를 떠올린다.
“그림을 배워 무엇을 하려고 그려냐?”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쇤네가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요.” (181쪽)
천민이라서 인간답게 대우받지 못하고 살아온 복동이가 인간다움을 스스로 회복하는 대목이다. 도화서 화원에 급제한 복동이는 화원으로의 삶보다는 백성의 그림인 민화를 그리기 위해 거리로 나온다. 힘들어도 넘어가야 하는 게 장애물임을 복동이가 보여주고 있다.
최명 (지은이),of Linda(최예진) (그림) 고래책빵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는 낙동강을 배경으로, 귀한 소금을 옮기는 소금 길이 소재이다. 지금은 교통의 발달로 어디서든 쉽게 소금을 구하지만, 옛날에는 바다와 떨어진 내륙은 소금이 구하기 어려워서 귀하고 비쌌다. 당시는 강에 배를 띄워 소금과 물자를 옮겼다. 각 지방의 물자를 교환하고 생활하는 데 강과 배가 큰 역할을 했다.
낙동강은 배를 이용해 남해의 해산물과 소금을 북쪽으로 보내는 주요 통로였다. 바다에서 내륙으로 소금이 지나는 길을 소금길이라고 한다. 전국 곳곳에 소금길이 있었고 낙동강은 큰 소금길이었다.(작가의 말)
덕수는 빈 지개를 지고 약초 보따리를 지고 가는 아버지와 같이 논밭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아버지는 강을 건너 약초를 전달하고 김 영감 댁의 소금을 운반해야 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집에서 쓸 것을 지고 와야 한다. 삼월 말이 다 되었지만, 아침 공기가 여전히 쌀쌀하다.
“...동장군이 아무리 설쳐도 봄을 이길 수는 없다.” (8쪽)
밭두렁에 돋아나고 있는 쑥들을 보며 아버지가 한 말이다. 이 말은 덕수가 꿈을 이루어 가는 데 심지가 되고 있다.
아버지와 같이 간 장터에서 소금 배를 이끄는 황 선주를 만난다. 이후 황 선주는 덕수가 꿈을 찾는데 조력자 역할을 한다. 덕수 아버지는 끼니가 바닥이 난 보릿고개 철을 이겨내고자 약초 캐러 가서는 굴러 다리를 다친다. 아버지 수발을 하던 어머니마저 영양실조로 쓰러진다. 그걸 본 덕수는 일자리를 찾으러 장터로 간다. 입 하나를 덜어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과 가족들이 굶지 않게 하겠다는 신념이다.
덕수는 지난번 장날에 아버지를 따라갔다가 본 황 선주를 만난다. 덕수는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얼마나 힘을 쓸 수 있는지 돌을 들어보라는 청에 덕수는 안간힘을 써서 들어 보인다. 작가가 소금 배를 직접 타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성이 느껴진다. 덕수의 절실함을 안 황 선주는 배에 오르게 한다.
일자리를 구한 덕수는 황 선주의 배를 타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뱃멀미는 물론이고 용삼이는 사사건건 덕수가 하는 일을 간섭하고 힘들게 한다. 옹기마을에 내려 구경하던 덕수는 물독을 깨는 실수를 한다. 포구에서 장 구경을 하던 덕수는 소금창고에서 소금을 만져보다가 도둑으로 몰린다. 소금창고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황선주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쌍가매가 갖고 있던 작은 거울을 덕수가 주워서 빛에 비춘 일이 화근이 되어 황 선주 배가 왜구에게 당하게 된다. 작은 거울은 쌍가매가 거울로 빛을 반사해서 왜구와 내통하던 물건이었다. 그동안 덕수에게 다정하게 대하던 쌍가매가 아들의 약값을 벌기 위해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황 선주는 좌절한다.
덕수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이번에는 쌍가매의 거울을 이용해 달빛을 쏘아 세곡선에 신호를 보낸다. 관군들이 신호를 알아채고 소금 배에서 선원들을 구출한다. 긴장감이 고조에 달하다가 해결되는 지점에서는 안도의 숨이 나온다.
이처럼 덕수는 강의 소용돌이를 만나고, 도둑으로 몰리는가 하면 왜구에게 급습당하는 등 위기와 시련을 겪는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가 해준 말이 힘이 된다.
“형, 우리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봄을 이길 겨울은 없다고요. 왜구들이 아무리 설쳐도 보릿고개가 아무리 독해도 곧 봄은 올 거예요. 저는 믿어요.” (126쪽)
덕수는 소금이 사고 없이 안전하게 내륙으로 간다면 가난한 사람도 쉽게 소금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결심한다.
“그래, 나는 낙동강 소금 길을 지킬 거야!”(128쪽)
이제 덕수는 당당히 소금배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복을 그리는 아이』,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의 주인공 복이와 덕수는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한 어린 백성이다. 천민으로 태어났지만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 복이, 양인이지만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을 찾아 나선 덕수. 복이와 덕수는 그 과정에서 꿈을 찾았고, 이뤘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뜻을 세운다. 복이는 화원의 생활에 머물지 않고 백성의 그림인 민화를 그리기 위해 세상으로 나오고, 덕수는 일자리를 얻은 데 만족하지 않고 안전하게 소금을 내륙으로 운반해서 가난한 사람들도 소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소금길을 지키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을 세운다. 장한 주인공을 만날 수 있는 『복이를 그리는 아이』,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이다.
함영연
동화작가. 문학박사.
계몽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강원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수상. 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문학나눔,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 우수출판 콘텐츠로 여러 권 선정.
작품집으로 『강우의 특별한 약속』 『석수장이의 마지막 고인돌』 『일본군 ‘위안부’ 하늘 나비 할머니』 『마음병 탈출하기』 『꿈을 향해 스타오디션』 외 여러 권을 펴냄. 현재 동화를 쓰며 대학 출강.
출처 : 아동문학사조 제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