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선구자' 배재규가 그리는 10년.."자산배분이 핵심" [ETF 20년]⑤
이은정입력 2022. 10. 20. 06:11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인터뷰
'코덱스 200' 첫 도입, ETF 제도 도입도
"ETF만으로 투자 가능한 세상 열려"
연금·자산배분 역할 주목..플랫폼도 염두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규모의 경제는 이뤘지만 갈 길은 멉니다.”(2012년)
“상장지수펀드(ETF)만으로 투자가 가능한 세상이 열렸습니다. 투자자들의 수요에 맞는 ETF들이 대부분 갖춰졌고, 다음 10년은 개인에 맞는 자산배분 솔루션을 주목합니다.”(2022년)
한국 ETF 성장 주역으로 손꼽히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상장 20주년을 맞은 국내 ETF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10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인터뷰
배 대표는 불모지였던 국내 ETF 발전을 이끈 주역으로 손꼽힌다. 금융당국을 직접 뛰어다니며 ETF 제도 정착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2년 10월14일 그가 삼성자산운용에서 선보인 국내 첫 ETF ‘KODEX 200’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4조7710억원 규모로 여전히 ‘대장 ETF’로 자리하고 있다.
배 대표는 “10주년 때 ETF만으로 투자가 가능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현실이 됐다”며 “20년 전 국내에 일본에서의 ETF 상장 소식과 주식시장 안정 기능을 알리며 자산운용사·증권사·사모수탁회사·예탁결제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지고 제도가 도입되던 때가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그간 성장 흐름에 대해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에 몰려들었고,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공급이 확대됐던) 2년 전부터는 테마형으로 옮겨갔다”며 “초기 국내 지수에서 섹터, 채권, 다음으로 해외 지수, 인버스·레버리지, 테마에 이어 최근 변동성 장세 속 고배당, 채권형 순으로 유형별로 거의 다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ETF는 622종목이 상장돼 있다. 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 주식형(247종목)은 39.7%, 채권형 4.7%, 원자재 0.2%, 부동산 0.3% 등이다. 해외의 경우 주식형(122종목)은 19.6%, 채권형 1.1%, 원자재 2.1%, 부동산 1.0% 순이다.
무엇보다 ETF의 자산배분 역할에 주목했다. 예컨대 투자자들이 주식형, 채권형, 대체자산, 현금 등으로 나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ETF로 직접 배분하는 방식부터 아예 자산배분 성격의 단일 상품까지도 유효하다고 봤다.
배 대표는 “자산배분 시장을 보면 전통 주식·채권 펀드를 ETF로 대체했고, 4~5년 새 존재감을 키운 타깃데이트펀드(TDF),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로도 넘어가고 있다”며 “그때그때 좋다는 종목들을 사서 모으는 투자방식으로는 제대로 분산투자를 할 수 없고, 장기 전망이 긍정적인 단품을 잘 골라 자산배분으로 가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3년 전부터 테마형이 급격하게 뜨면서 지연된 ETF를 통한 자산배분 시대가 이제 각광받을 전망”이라고 짚었다.
특히 연금 계좌를 통한 ETF 성장을 주목했다. 국내 연금 시장이 지난해 말 기준 456조원에서, 10년 후인 2031년에 1016조원 규모로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퇴직연금은 지난해 말 296조원에서 2031년 806조원으로 예상했다. 배 대표는 “자산배분의 핵심 성장 요인은 연금시장”이라며 “장기·분산·저비용 투자가 가능한 ETF에 대해 자산배분의 핵심 성장 기반인 연금을 주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엔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품은 자산배분형 ETF가 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를 위해 개인투자자들이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자산배분 솔루션 플랫폼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장기 투자 플랜에 대한 ‘해답’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향후 주목할 테마로는 △인류의 숙원이 된 에너지(기후 변화) △차세대 이동통신·클라우드·인공지능(AI)으로 이어지는 빅데이터 △우주, 메타버스 가상공간 등 신세계를 주목했다.
이은정 (lej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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