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과 맛집 골목
애환·추억 담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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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10월은 깊고 푸른 바다다.
'영화의 바다'며 '축제의 바다'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속에 눈부신 바다가 출렁출렁 펼쳐진다.
73개국 307편의 국내외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10월 6일~14일) 기간 동안 폭죽처럼 쏟아지고,
자갈치 축제(10월 12일~16일) 등 모두에게 사랑받는
전국 규모의 축제가 연이어 줄을 잇는다.
부산이 들뜰 만 하다.
이 두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시장이 자갈치시장이다.
행사기간 중 우리 부산의 정서와 풍물을 잘 반영하고 소개해줄 장소다.
자갈치 시장은 필자가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부산의 대표적 '상징어'다.
전국 최고의 수산물 전문시장이기도 하지만,부산사람의 정서에는
부산의 애환과 추억,땀과 희망이 아로새겨진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부산=자갈치시장'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부산의 모든 것들이 녹아있는 곳이다.
철마다 각종 싱싱한 횟거리와 해산물이 넘쳐나고 또 거래되는 곳.
그야말로 '수산물 중에는 없는 수산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량을 자랑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인근시장도 통칭 자갈치시장으로 불리고 있는데
'건어물 도매시장'과 '새벽시장','신동아시장'등이 범자갈치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시장의 규모만큼이나 오랜 전통의 먹을거리 골목도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꼼장어(먹장어) 골목''양곱창 골목''고등어정식 골목'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멋있는 볼거리' 뒤에는 '맛있는 먹을거리'가 곁들여져야 금상첨화.
이 먹거리 골목들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자갈치시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꼼장어구이'다.
어려웠던 시절 서민들의 가슴 한구석에는,
소주 한잔에다 연탄불에 구운 꼼장어 한 토막 집어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남아 있다.
큰 양푼에 꼼장어와 대파,양파 그리고 벌건 고추장양념을 듬뿍 넣고 쓱쓱 비벼서,
구멍 숭숭 뚫린 불판에 올리면,지글지글 꼼장어가 춤을 추고,그 구수한 냄새가 온 자갈치시장을 뒤덮다시피 했다.
지금도 거의 50여 곳의 '꼼장어 아줌마'들이 큰소리로 예의 '요란한 호객'을 하고 있다.
이들이 있기에 자갈치시장이 늘 활기차고 신난다.
시장 전체에 꼼장어집이 퍼져 있으므로 아무 집에나 가도 맛있는 '자갈치표 꼼장어'를 맛볼 수 있다.
양곱창 골목은 농협 하나로마트 뒷길 200여m에 걸쳐 형성 되어 있다.
오래 전부터 일본 미식가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다국적 먹거리 골목이다.
필자가 헤아리기만도 양곱창집과 그 안의 코너까지 합쳐 100여 집은 족히 넘을 것 같다.
쫄깃한 맛이 일품인 양곱창은 부위별로 맛과 씹히는 느낌이 달라 매니아층이 아주 두텁고 넓다.
벌써 50년을 넘기는 이 골목에 들어서면,연탄불에 은근히 굽는 구수한 냄새 때문에,
그 누구도 그냥은 못 지나간다는 속설로 유명하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많은 술꾼들로 좁은 골목이 늘 북적거린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는 또 하나의 명물 골목이 '고등어정식 골목'이다.
약 40여년 전에 한두 집 생기기 시작한 이 곳은,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시장의 그날그날의 재료로 밥을 해주던 곳이었다.
집에 먹는 밥처럼 수수하고 막 먹기 편한 탓에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곳이 되었다.
연탄불에 구운 고등어구이 두 토막에 콩나물,무채 등의 나물과 깔끔한 젓갈류,
집된장으로 막 끓인 된장국과 시래기국 등 단출하면서도 맛깔스러움이 정겨움 마저 든다.
신세계 골목 끝나는 곳에 7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제부터 축제의 시작이다.
풍성한 가을의 축제와 함께,부산의 대표적 먹거리에도 푹 빠져보는 시간을 가지자.
신나는 10월이 될 것이다.
최원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