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버섯, 식용가능하며 약용으로는 항종양, 항돌연변이, 항산화, 간 손상보호 작용이 있다
떠나가는 나
남겨진 그대
가을은 그렇게 둘
行く我にとどまる汝に秋二つ
――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1867~1902)
▶ 산행일시 : 2016년 9월 24일(토), 맑음
▶ 참석인원 : 17명(버들, 모닥불, 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소백, 상고대, 두루, 맑은,
신가이버, 해마, 제임스, 불문, 대포, 모두, 무불, 메아리)
▶ 산행거리 : 도상거리 14.6km
▶ 산행시간 : 9시간 4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카운티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46 - 흘리, 군계교, 산행시작
09 : 15 - △631.6m봉
10 : 06 - 803m봉
10 : 26 - 810m봉, 왼쪽(남쪽) 능선으로 방향 꺾음
11 : 05 ~ 11 : 40 - 용대자연휴양림, 점심
12 : 00 - Y자 계곡 가운데 능선
13 : 54 - 1,134m봉, 매봉산 주릉(향로봉산맥)
14 : 32 - 매봉산(△1,271.1m)
15 : 35 - 962m봉
16 : 20 - 853m봉
16 : 44 - 758m봉, ┫자 갈림길, 왼쪽으로 내림
17 : 22 - 용대자연휴양림, 연화동
17 : 50 - 용대자연휴양림 입구, 연화교, 산행종료
18 : 17 ~ 20 : 05 - 원통, 목욕, 저녁
22 : 04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매봉산 정상에서, 뒷줄 왼쪽부터 두루, 신가이버, 버들, 스틸영, 대포, 불문, 맑은, 모닥불,
메아리 대장, 앞줄 왼쪽부터 모두, 소백, 대간거사, 제임스, 해마, 상고대, 무불
2. 안산
▶ 803m봉, 용대자연휴양림
해가 많이 짧아졌다. 집을 나서는 05시 30분이 캄캄하다. 가을을 향해 서울을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도로가 막힐 것을 염려했는데 원활한 흐름이다.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안개 낀 고속도
로다. 동홍천IC를 빠져나와 으레 들리는 화양강휴게소는 근래 드물게 대만원이다. 신남 지나
서 보이기 시작하는 소양호는 물이 제법 불었다. 보기 좋다.
38대교는 오늘도 한산하다. 하루에 차가 몇 대 지나갈 것 같지 않다. 이 다리를 건설하는 데
인제군 1년 예산과 맞먹는 약 366억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박인환 시인의 고향 인제는 화
사한 코스모스 꽃길이다. 어쩌면 용대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9시에 출근하지 않을
까. 그렇다면 우리 차로 휴양림 깊숙이 들어가 베이스캠프를 치고 매봉산과 인근 산을 오르
내리기가 한결 수월하리라.
9시가 못 되어 휴양림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출근하였다. 입장료는 1인당 1,000원이고 우리
차는 어쨌든 버스이므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당초 플랜을 가동한다. 뒤돌아
진부령 가는 길에 군계교를 건넌다. ‘천하무적 향로봉대대’ 앞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다. 부대
연병장만큼이나 너른 주차장(?)을 지나 산기슭 덤불숲을 뚫는다.
첫발자국부터 되게 가파르다. 잣나무 숲 비탈길을 산개하여 기다시피 오른다. 오늘 산행의
콘셉트는 시절을 외면할 수만은 없어 버섯산행을 겸하였다. 그러나 등로주의를 따르면서 능
선 마루금을 위주로 한 산행이다 보니 행여 눈이나 발에 걸리는 버섯이 우리들의 차지다. 그
것도 아는 버섯이라고는 겨우 서너 종류에 불과하니 대부분의 버섯을 가만둔다. 식용버섯이
라면 진작 누군가가 따갔겠지 이렇게 흔전하니 남아 있겠느냐는 지극히 현명한 예단까지 곁
들인다.
긴 한 피치 숨차게 올라 △631.6m이다. 풀숲에 묻힌 삼각점은 ‘설악 408, 1987 재설’이다.
등로의 인적은 흐릿하고 비례하여 잡목의 저항이 심하다. 앞뒤 일행 간 안전거리 유지하며
낮게 드리운 나뭇가지 지날 때는 머리조심을 복창하여 뒷사람에게 인계한다. 봉봉 오르고 내
리기 시작한다. 630m봉이 넙데데하여 휴식하기 좋다.
(서로 배낭무게 줄이고자 다투어) 족발, 닭튀김 등 먹거리 내놓는다. 입산주 냉탁주로 목추
기고 나서 소백 님이 가져오신 소곡주에 술탐을 부려 앉은뱅이 되기 직전이다. 작년에 건너
편 능선에서 사계 님이 능이버섯 재미 좀 보았다고 한다. 여기라고 다르랴. 조짐이 좋다. 휴
식 중 바로 옆에서 눈 밝은 대포 님이 대물 능이버섯을 한 수 건져 올리고, 시비(施肥)하러
간 모닥불 님은 능이버섯 한 무더기를 담아왔다.
3. 화양강휴게소에서 강 건너 풍경
4. 화양강휴게소에서 강 건너 풍경
5. 쑥부쟁이
6. 산행 들머리인 천하무적 향로봉대대 앞 주차장 주변
7. 접시껄껄이그물버섯, 식용버섯이라고 하지만 먹기에 선뜻 내키지 않는다.
8. 능이, 첫 휴식 중 바로 옆에서 눈 밝은 대포 님이 한 수 건져 올렸다.
9. 구절초(九節草), 구절초는 약효를 극대화하기 위해 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10. 능이와 노루궁뎅이버섯, 모닥불 님이 발로 만든 작품이다.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죽은 산죽지대를 지난다. 803m봉은 사나운 돌길이다. 거목의 소
나무를 자주 만난다. 그래도 송이는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칠 공산이
크다. 남대문시장이 아닌 산속에서 주변 보호색으로 무장한 송이를 알아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능이도 그렇다. 이끼 낀 거무튀튀한 바위 색이고 또는 똬리 튼 독사로 착각하기 쉬워
언뜻 보면 섬뜩하다.
┳자 능선 갈림길인 810m봉에서 왼쪽(남쪽)으로 방향 틀어 내린다. 오를 때보다 더 가파르
게 떨어진다. 앞서간 상고대 님이 발로 찾은 생강나무 아래 능이버섯 다발을 구경한다. 지능
선을 두 차례 가로지르고 잡석과 쓸려 내리다 계곡 깊은 낭떠러지 직전의 소로에서 제동한
다. 옥계 옆에서 점심밥 먹는다. 능이라면이 주 메뉴다. 이래서 가을은 우리들 천고비육의 계
절이다.
▶ 매봉산(△1,271.1m)
지능선 자락을 빙 돌아 야영장이 있는 용대자연휴양림 구내로 들어서고 임도 따라 골짜기 깊
숙이 들어간다. 가을이다. 가을을 간다. 옥계반석 훑는 물소리가 그러하고 물색이 그러하고
하늘 가린 단풍잎이 그러하고 길섶 자주색 총상화서 쑥부쟁이와 노란 두상화 고들빼기가 그
러하다. 다람쥐는 바위 위에서 도토리 까느라 여념이 없다.
매봉산 주등로인 갈림길 지나고 임도 종점에 미확인 지뢰를 조심하시라는 군부대 경고판이
있다. 그 뒤로 Y자 계곡 가운데 능선을 잡는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
시던 그 봄날 우리는 이 계곡을 조금 더 가서 칠절봉을 올랐었다. 회사에 출근한 신가이버 님
으로부터 산행 중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날은 종일 안개비가 이슬비처럼 내렸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하늘 가린 숲속 돌길로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이때
는 한여름이다. 당장 한 걸음 한 걸음이 급하고 숨 가쁘니 사면 누벼 버섯을 살필 겨를이 없
다. 수행의 길이 이럴까? 아무 생각이 없다. 멧돼지들이 산죽 꺾어 만들어 놓은 푹신한 보금
자리를 연속해서 지난다. 주릉이 가까워서 펑퍼짐한 능선 초원이라 불분명한 인적을 쫓기보
다는 그저 위로만 오른다.
매봉산 주릉 1,134m봉. 헬기장이다. 메아리 대장님이 반대편 칠절봉 쪽으로 잘못 갈까봐 교
통 정리한다. 왼쪽(남쪽)으로 방향 틀어 내쳐간다. 칠절봉과 매봉산을 오가는 이 길은(향로
봉산맥이라고도 한다) 올 때마다 노거수 우거진 걷기 좋은 오솔길이다. 그러나 어디 우리 발
걸음이 미음완보를 즐길 만큼 한가하랴. 수대로 오른쪽 넙데데한 9부 능선의 교통호 넘고 풀
숲 누빈다. 가도 가도 빈눈 빈손이다.
11. 능이, 상고대 님이 발로 만든 작품이다.
12. 용대자연휴양림 임도
13. 길가 바위 위에서 도토리를 먹고 있는 다람쥐
14. 용대자연휴양림 계류
15. 개암다발버섯(?)
16. 어리알버섯(?)
17. 어리알버섯(?)
18. 연기색만가닥버섯, 식용이라고 한다. 식용인 줄 몰라서 그냥 두고 왔다
20. 매봉산 주릉
21. 북설악 상봉
완만한 오르막이다. 용대자연휴양림에서 산책길로 다듬은 등산로다. 내내 막막하던 조망은
너른 헬기장에 올라서야 동쪽 설악산 쪽으로 살짝 트인다. 왼쪽으로 용대자연휴양림을 가는
┫자 갈림길 지나고 이정표의 100m(200m도 더 되는 것 같다)를 더 가면 매봉산 정상이다.
사방 나무숲 둘러 하늘만 손바닥 정도 열렸을 뿐 아무 조망이 없다.
매봉산 정상주는 시원한 캔 맥주다. 이 한 모금의 청량한 맛이 산을 애써 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지보다 더 오지를 개척하여 매봉산을 오르는 상고대 님과 스틸영 님을 기다려 함께
기념사진 찍고 하산한다. 매봉산 동릉이다. 매봉자연휴양림 입구 매표소까지 쭉 뻗은 아주
잘생긴 능선이다. 등로 주변의 울창한 노거수가 볼만하다.
쭉쭉 줄달음하여 내리다 봉봉에서 멈칫한다. 962m봉 죽은 산죽지대에서 휴식하던 중이었
다. 이번에는 제임스 님이 시비하다 능이버섯보다 더 귀한 더덕을 찾아낸다. 가두리더덕의
비린내를 없애기에는 충분한 양이다. 봉봉 무수히 오르고 내린다. 하산인 줄 알았는데 계속
산행이다. 잡목과 승강이 벌이기가 점점 심해진다.
758m봉. ┫자 갈림길이 있다. 직진은 우리의 당초 산행계획인 휴양림 입구 매표소로 가는
능선이고, 왼쪽은 연화동으로 내린다. 오지산행의 대표 준족 4인방(상고대, 신가이버, 해마,
무불)은 직진한다. 그 외에는 연화동으로 내린다. 줄곧 내리막이다. 돌길이라 걸음걸음 조심
스럽다. 해거름의 계류 물소리는 차갑게 들린다. 아까의 간절하던 알탕 생각이 막상 현장에
당도하고 보니 움츠러든다.
연화동. 휴양림 임도와 만난다. 휴양림 입구까지 숲속 아스팔트포장도로 2km다. 길섶에 줄
지어 피어 있는 궁궁이 들여다보며 간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4인방은 어디 쯤 가고 있을까?
처음의 의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으나 곧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중간에 그만 탈출했다는
전언이다. △675.1m봉 직전 안부에서 고도 100m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른쪽 골골(골짜기
이름이다)의 잘난 길로 빠지고 말았다. 그들은 연화동 쪽 하산보다 산행거리 0.072km를 더
갔다.
22. 왼쪽 희미한 봉우리는 귀때기청봉
23. 북설악 신선봉과 상봉(오른쪽), 사진 찍는 이는 모닥불 님
24. 투구꽃(Aconitum jaluense),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25. 깨금버섯, 식용이다
26. 노란다발버섯(?)
27. 멀리는 설악산 서북주릉 귀때기청봉
28. 안산
29. 왼쪽은 백두대간 칠절봉
30. 노루궁뎅이버섯, 스틸영 님이 등로 바로 옆에서 눈으로 만든 작품이다
31. 궁궁이(芎藭-, Angelica polymorpha),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
32. 용대자연휴양림 임도 옆에서 바위틈을 비집고 사는 거목
33. 용대자연휴양림 임도, 가을이다. 맨 뒤는 소백 님, 소백 님은 오늘 이렇게 산행을 하고서
내일 새벽에 오색에서 시작하여 설악산 공룡능선을 탄다고 한다.
첫댓글 마음을 비워야 보물이 보이는 진리네요. 신발이 닳도록 다녀도 아무 소득이 없고,
그냥 생각없이 거름 줄 때라야 눈에 들어오니 말입니다.
마지막 고도100 너무 높아서 끝이 안보이데요(안보고싶었죠)
사진으로 보니 풍성하네요 집에 왔을땐 배낭속에서 눌려서 곤죽이 돼더만요
수고하셨습니다
영화제목 같아요 ㅎㅎ 마지막고도100!
마치 마테호른 처럼 보였을듯요^^
근데 가이버형도 그랬을지 살짝 궁금해집니다. ㅎㅎ 형 문자 주세요. 기다릴게요~
@불문(박중현) 가이버 몰러 내가 정신이 없었으니까
조망이 없어 산 하나도 제대로 못찍으셨다더니
이토록 대작이 수두룩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만가닥버섯도 맛난 버섯인데~ 우린 화경 잔뜩 땄다가 아차라고 버렸슴다...식구들이 많아서 단체사진이 보기 좋슴다...
설악이 아스라이 겨우 조망되는 매봉의 숲속,,,아주 좋았구요..발로 캔 능이 향이 아직도 입안을 맴도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