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인 근로기준법이 내달 1일부터 시행 된다. 그동안 울산상공회의소는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조선과 석유화학 업계에 천편일률적인 52시간 근로기준을 제외시켜 줄 것을 여러 차례에 정부에 건의했지만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만약 이대로 새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면 이들 생산현장에서의 혼란과 혼선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조선의 경우 공기를 맞춰야하는 업종 특성상 때에 따라 연장근무가 불가피한 현장이다. 건조된 선박의 시운전 작업 역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며 계약된 시간 내에 검수가 이루어져야하는 만큼 연장근무를 대신할 대체인력 투입이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석유화학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3년마다 시행하는 정기보수공사는 숙련공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작업이 마무리돼야 하는 만큼 법정 근로시간 주당 52시간을 지킬 수 없다. 법정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작업의 특수성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특히 조선과 플랜트산업 현대중공업과 같은 원청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반제품을 납품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보니 많은 중소 하청기업들이 있다. 새로 개정된 52시간 근로시간은 이들 울산지역 중소하도급업체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기존의 작업량과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해 잔업을 대신할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인건비 부담은 물론 인력운용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물론 지역 상공계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산업별, 직종별 특수성을 법 제도에 반영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실질적 해결방안 마련을 바라고 있다. 지역 업계와 상공계의 이 같은 바람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을 줄인 근로기준법 시행이 코앞에 닥쳐왔지만 무엇을 근로시간에 넣고 뺄지 세부적인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체의 바람대로 산업별, 직종별 특수성을 고려한 대체 방안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 상태로 근로시간이 단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면 산업현장에서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비록 시행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정부는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안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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