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손자에게 들려 주야 하는 족보(族譜) 이야기
우리 성씨(成氏) 계당공파(溪堂公派) 종친회가 세모에 대전 뿌리공원 '효마을 대강당'에서 개최한다기에 아들과 함께 찾아 갔더니 종원이 300명이나 모였다.
여유가 있는 종친회여서 이렇게 다수 참가자가 몰리는 것을 보니 보기가 아주 좋았다.
게다가 희의 장소가 '뿌리공원' 내에 있어서 회의를 마친 후 들러 보라고 이곳으로 정한 것 같아 주최 측의 배려가 고맙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모처럼만에 부자가 함께 함께 만성산(해발 266m) 기슭에 세운 세계 유일한 박물관이라는 '족보박물관'과 각 성씨 문중에서 세운 조형석물을 둘러 보며 유익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은 이 뿌리 공원에 조성되고 전시된 각가지 자료를 중심으로 하여 우리가 평소에 소홀했던 뿌리에 대한 상식을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식으로 쓰는 것이다.
우리 손자는 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커서는 반드시 알아야 상식이요 교양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 진모(成陳模)야 , 아버지의 함자는 무엇인가
진모(陳模)야 , 누가 아버지의 이름을 점잖게 물을 때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우리 아버님은 成 字 洛 字 駿 字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안돼. 우리 아버지는 成 洛 字 駿 字입니다."로 답하거라.
'아버님'은 아버지의 높임 말이지만 '아버지'라고 해야 더 좋은 것은 부자유친(父子有親)으로 '아버님'보다 '아버지'가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호칭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네게는 외할아버지는 아빠의 장인(丈人) 어른이신데 아빠는 '아버님'이라고 불러 아버지와 구별하여 부르는 것이 관습이기 때문이란다.
성에다는 자(字) 자를 쓰지 않는 것은 실 이름을 부득이 불러야 하는 경우에만 자(字) 붙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꼭 한 가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다른 분의 어르신을 존칭할 때는 그래야 하지만 일반적인 담임, 교장선생님, 대통령 등에는 이름 글자에 자(字) 자를 붙이는 것이 아니란다.
*. 조선 왕들의 이름
조선 시대에는 27대 왕이 있었던 것은 알고 있지?
할아버지도 학생 시절의 국사 시간에 27대 조선왕을 이렇게 외운 적이 있었다.
'태, 정, 태, 세, 문, 단, 세, 예, 성, 연, 중, 인, 면, 선, 광, 인, 효, 현, 숙, 경, 영, 정, 순, 헌, 철, 고, 순'
그리고 그 뒤에 '祖(조)'나 '宗(종)', 또는 '君(군)'을 붙였어.
'태조, 태종, 문종, 단종,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 하고 말야.
왜 그래야 했을까?
이때 '태조(太祖')란 왕들의 묘호(廟號)이고, 원 이름은 이성계(李成桂)다. 묘호(廟號)란 왕이 돌아가신[昇遐] 후 신주(神主)를 쓸 때의 이름이고.
살아 계실 때에는 이름 대신 '상감마마(上監마마)' 또는 '전하(殿下)'라고만 불렀어.
당시에는 중국의 왕을 폐하(陛下)라고 하고, 우리나라 왕을 그 밑 제후 급인 전하(殿下)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단다. 중국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소국(小國)이었기 때문이었지.
27대 왕 중에 일곱 왕만이 '조(祖)'자를 붙이고 나머지는 '종(宗)'이나 '군(君)'을 붙였어.
'조(祖)'는 나라를 세운 이성계 같은 왕에 붙는 접미사고, 부왕에 뒤를 이어 왕이 된 분들은 다 '종(宗)'을 붙이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세조(世祖)는 반정을 통하여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되서, 선조(宣祖)는 임진왜란을 극복한 공으로, 인조(仁祖)는 광해군을 내쫓고 신하들이 세운 왕이라서 '조(祖)'자를 붙인 것이었지.
영조, 정조도 전에는 영종, 정종으로 부르다가 대한민국 수립 후 격상하여 영조, 정조로 부르게 된 거야. 그 분 시절이 한국의 루네상스 시절이라고 할 수 있는 때였거든.
연산군(燕山君)과 광해군(光海君)은 재위 중 그 분들의 실정(失政)으로 신하들에 의해서 왕의 자리를 박탈 당해서 후궁에게서 낳은 왕자를 뜻하는 '군(君)'으로 격하 되었고 묘호(廟號)도 얻지 못하였단다.
그래서 우이동에 있는 연산군 무덤에 가보았더니 능(陵)'이 아니라 '연산군묘(燕山君墓)'라 써 있더라.
조선 27대 왕 이름을 자세히 살펴 봐라. '이 성계, 이 방과, 이 방원' 세 임금을 빼고는 그 휘(諱)가 다 외자 이름 인 것이 이상하지 않니? 휘(諱)란 돌아가신 높은 어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다.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름을 지을 때는 웃 어른이나 위 형제들의 이름 자를 한 자라도 똑 같이 쓰는 것을 되도록 피했단다.
그러니 임금의 이름 자를 국민들이 이름 지을 때 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
연개소문(淵蓋蘇文)을 천개소문(泉蓋蘇文)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당태종 이세민의 아버지 이름이 이연(李淵)인 까닭에 피휘법(避諱法)에 의해' 淵(연)' 대신 그 뜻[訓]이 비슷한 '泉(천)'으로 바꾸어 사용했다는 것처럼 말야.
그래서 조선조 왕들은 백성의 이름 짓는데 지장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이름을 외자로, 그 외자도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로 이름 지었다는 거야.
*. 옛조상들의 자와 호(號)
옛 조상들은 어르신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꺼려서 '字(자)'와 호(號)를 지어 불렀어.
'자(字)'를 쓰게 된 것은 조상의 이름을 공경하여 함부로 쓰지 않고자 함이었지. 이런 풍습은 이름을 두 개 갖는 중국의 풍속인 복명속(復名俗)이나, 실명을 존경하여 함부로 부르지 않는 풍속인 실명경피속(實名敬避俗) 때문이었단다.
그래서 동년배나 아랫사람 끼리는 본명 대신 자(字)를 주로 썼다.
호(號)는' 본명'이나 '자(字)' 이외에 쓰는 아명(雅名)으로, 옛날 문인이나 화가 등 명사들이 주로 쓰는 이름으로 지금 인터넷에서 쓰는 ID와 같은 이름이다.
'호(號)는' 본명이나 자(字)와 같이 한 개만이 아니고 여럿인 경우가 많았다. 추사 김정희의 호는 100여 개였단다.
*. 우리들의 이름
네 아빠가 군 입대를 위해서 신체 검사를 갔을 때의 이야기다.
군의관의 명찰을 보니 창녕성씨였는데 그 성씨 군의관이 아빠에게 묻더래.
"창녕성씨 맞지? 몇 대손인가."
"창녕성씨 시조 할아버지 인(仁) 자 보(輔) 자 할아버지의 25대손 성낙준입니다."
군의관이 어디 아픈 곳이 없는가를 묻더니 빙그레 웃으면사 당시 누구나가 원하던 방위병(防衛兵)으로 보내 주더래.
네 아빠는 성씨(成氏)란 성(姓) 덕분에 단기 군복무를 하게 된 것이지.
이때 '창녕 성씨(昌寧成氏)'란 무슨 뜻이겠니?
창녕은 본관을 말하는 것으로 본관(本貫)이란 관향(貫鄕)이라고도 하는데 시조할아버지가 태어난 땅이란다.
우리 시조 성인보(成仁輔) 할아버지가 태어난 곳이 경남 창녕(昌寧)이고 그곳 맥산재에 우리 할아버지의 묘소가 있단다.
그 시조할아버지도 아버지가 있을 터인데 그 아버지는 누구신가 궁금하겠지?
우리 시조 성인보(成仁輔)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성숙생 할아버지로 신라의 대관 벼슬을 하던 성저(成貯) 할아버지의 후손이시라고 하더구나.
그러나 한국 성씨(姓氏)의 본관제도(本貫制道)는 고려초에 생긴 것이고 그 아들 성송국(成松國) 할아버지가 문하시중(門下侍中)의 높은 벼슬을 하신 분이라서 아버지 성인보(成人輔)를 시조로 받들어 모신 것 같아.
이렇듯 성(姓)과 본(本)은 가문(家門)을 나타내는 거야.
이름 2자 중 하나는 가문의 대수(代數)를 나타내는 항렬(行列)과 나머지 한 자는 개인을 구별하는 한자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네 이름이 성진모(成陳模)에서 '成' 자는 우리 조상님이 주신 이름이요, 끝자 '模'는 항렬(行列)로 가까운 혈족인 파(派)에서 얻은 이름이요, 가운데 '陳'은 네 아빠가 할아버지와 상의해서 지어 준 이름이다.
우리 손자 진모(陳模)가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라고 지은 이름이다.
항렬(行列)은 오행(五行)을 기준으로 '금,목, 수,목,화, 토'의 상생(相生)을 적용하여 5 단위로 반복 되는 것이다.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 목생화(木火生), 화생토(火生土)를 말하는 것이다.
상생(相生)이란 "쇠에서 물, 물에서 나무, 나무에서 불, 불에서 흙, 흙에서 쇠" 식으로 계속 순리적으로 좋게 순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돌림자는 哲鏞으로 쇠 金)변이고, 네 아빠 돌림자는 물 수(水) 변의 洛駿이고, 너는 陳 模로 나무 木(목) 변의 한자를 이름 자에 쓴 것이다.
그 위치가 이름자 2 자의 둘째, 첫째를 번갈아 바꾸어 가는 것이지.
그래서 한국인의 성씨를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할아버지 항렬인지, 아버지 항열인지, 나와 같은 항렬인지, 조카항렬, 손자 항렬인지까지를 알 수 있는 것이 한국인의 이름이야.
*. 족보(族譜) 이야기
다음은 할아버지의 30대 젊은 시절의 이야기다.
족보가 없는 집에서 살던 나는 족보에 너무 문외한이라서, 족보를 당시에는 고가를 주고 구입할 때의 이야기다.
이를 가져온 노인에게 "이제 족보를 샀으니 보학(譜學) 연구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했다가 망신 당한 일이 있었다.
"직업이 선생님이시라면서 족보를 샀다고 하면 되겠습니까?
우리 조상들을 이름으로 모신 것이 족보입니다. 앞으로는 족보를 샀다 하지 마시고 모셨다고 하세요."
할아버지처럼 나이가 들면 지금까지 안 가보던 시조 할아버지 등 조상묘를 찾기도 하고, 그동안 관심없던 시제(時祭)에도 나 가게 된다.
그것은 너희 같은 자녀들에게 우리 조상의 뿌리를 가르쳐 주고 떠나고 싶은 자연스런 아름다운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 집에 꼭 모셔 두어야 하는 것이 족보다.
족보(族譜)란 조상을 숭배하고, 좋은 가문을 계승해 나아가기 위해서 시조(始祖)로부터 현재의 자손(子孫)에 이르기까지의 계보를 수록된 책이다.
족보에는 시조할아버지에 얽힌 신성한 성씨 설화(姓氏說話)가 있고, 도표(圖表)도 있어 시조와 가문 이름을 높이 날린 현조(顯祖)의 묘산도(墓山圖), 시조의 탄생 지역인 본관 지도, 조상을 모신 사당(祠堂) 등이 수록되어 있다.
족보에서 가장 중요하고 페이지 수를 가장 많이 차지 하는 것이 계보표(系譜表)다.
거기에는 본인과 배우자 그리고 가족 사항은 물론 본인의 생졸년월일(生卒年月日), 과거 관직이나 이력, 묘의 소재지 등에다가 딸인 경우 사위의 본관 등도 기록된다.
그러나 우리들이 무관심하고, 집안에 이를 챙겨 주는 고마운 친인척이 없으면 족보에 우리들 이름이 없는 처량한 신세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
족보에 이름을 올릴 때 그에 해당한 자금을 누군가는 반드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무관심하면 족보에도 이름이 없는 자식들을 만들어 자식들에게 사후에 무능하고 무식한 아비로 욕먹기 십상이니 유념할 일이다.
족보는 30녀 주기로 만드는 것이니 이 때를 꼭 챙겨야 한다.
통계청이 조사한(2000년)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씨(姓氏)는 286가지 성이 있고, 본관에 따라 세분하면 총 4,179 본관을 가진 성씨(姓氏)가 있다.
거기에 자세한 뿌리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 족보인데 거기에 사랑하는 자식들의 이름이 빠지겠으니 하는 말이다.
다음은 각 문중에서 정성껏 마련한 조형석물이다.
그 석물에는 시조의 설화, 가문을 빛낸 현조(顯祖), 가훈 등이 있으니 시간 내어 꼭 가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