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무상경(佛說無常經)
- 일명 삼계경(三啓經) -
대당(大唐) 삼장법사(三藏法師) 의정(義淨) 한역
송성수 번역
머리 숙여 무상사(無上師)께 귀의합니다.
언제나 크신 원(願)과 대비심(大悲心) 내어
생사의 강물에서 유정(有情)을 건지시고
열반의 안온한 곳 얻게 하십니다.
대사(大捨)로 잘못 막고 인욕으로 지침 없으며
일심으로 방편과 바른 지혜로
자리(自利)와 이타(利他) 모두 원만하므로
그 명호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라 합니다.
머리 숙여 묘법장(妙法藏)에 귀의합니다.
3, 4, 2, 5 진리는 뚜렷이 밝고
7, 8의 이치며 4제의 문을 열어
수행자 모두 무위의 언덕에 이르게 합니다.
법의 구름 법의 비는 중생을 적셔
뜨거운 번뇌 여러 병을 모두 없애며
교화하기 어려운 이 잘 길들여
근기 맞춰 인도하고 억지로 하지 않습니다.
계수하며 진성중(眞聖衆)께 귀의합니다.
8배(輩) 상인(上人) 진염(塵染)에서 능히 떠났고
금강지(金剛智)의 공이[杵]로 사산(邪山) 부수며
과거부터 얽맨 결박 길이 끊으셨습니다.
녹원(鹿園)에서 쌍림(雙林)에 이르기까지
부처님 일생을 따라 참된 가르침 넓혔고
본래 인연 말하면서 교화한 뒤엔
회신멸지(灰身滅智)로 멸적해 태어남이 없습니다.
계수하며 존귀한 삼보께 공경합니다.
이것을 두루 제도하는 정인(正因)이라 하니
생과 사의 미혹에 빠짐을 막고
모두 벗어나 보리를 이루게 합니다.
태어난 자 모두 죽음으로 돌아가니
아름다운 얼굴도 늙고 쇠하며
힘센 이도 온갖 병에 침노 받나니
이것을 면할 수는 없는 것일세.
가령 묘고산(妙高山)이라 하여도
겁(劫)이 다하면 무너지는 법
큰 바다 깊어서 바닥이 없어도
그것 또한 모두가 바짝 마르리라.
대지와 해와 달마저
때가 오면 모두 없어지나니
일찍이 한 가지도 없었다네.
무상에게 잡아먹히지 않은 것은.
위로는 비상비비상천까지
아래로는 전륜왕에 이르기까지
칠보가 웅장하게 그 몸을 따르고
천 명의 아들이 항상 에워쌀지라도
만약 그 수명이 다하면
잠깐도 더는 머물 수 없나니
다시 죽음의 바다를 떠돌며
인연 따라 온갖 고통 받게 된다네.
삼계를 돌고 도는 것
오르내리는 두레박질 같고
누에가 고치를 짓는 것과 같으니
실을 토해 도리어 자신이 얽힌다네.
더할 나위 없으신 여러 세존과
독각과 성문의 모든 성인도
오히려 무상한 몸 버리시거늘
하물며 범부야 말할 것 있나.
부모며 아내와 아들
형제와 모든 권속
눈앞에서 삶과 죽음의 벽을 보니
어떻게 수심하고 통탄하지 않으리오.
그러므로 여러분께 권유하노니
진실한 법을 자세히 듣고
모두 함께 무상한 곳 버리고서
죽지 않는 문으로 나아갑시다.
부처님 법 감로와 같아
뜨거운 열기 없애고 시원하게 하니
한결같은 마음으로 잘 들으시면
모든 번뇌 남김없이 없앨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께서 실라벌성(室羅伐城:사위성) 서다림급고독원(逝多林給孤獨園: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苾芻]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법이 있으니, 모든 세간에서 이것은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며, 이것은 광택이 없는 것이며, 이것은 생각할 만한 것이 아니며, 이것은 뜻에 맞지 않는 것이다. 세 가지 법이란 늙음ㆍ병듦ㆍ죽음을 말한다. 너희 비구들아, 이 늙음ㆍ병듦ㆍ죽음은 모든 세간에서 실로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며, 실로 광택이 없는 것이며, 실로 생각할 만한 것이 아니며, 실로 뜻에 맞지 않는 것이다.
만일 늙음ㆍ병듦ㆍ죽음이 세간에 없었다면 여래ㆍ응ㆍ정등각은 세상에 출현하여 중생들을 위해 증득한 법과 항복받는 일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늙음ㆍ병듦ㆍ죽음은 모든 세간에서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고, 이것은 광택이 없는 것이고, 이것은 생각할 만한 것이 아니고, 이것은 뜻에 맞지 않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니, 이 세 가지로 말미암아 여래ㆍ응ㆍ정등각이 세상에 출현하여 중생들을 위해 증득한 법과 항복받는 일을 말한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바깥으로 꾸며진 것 다 무너지고
이 몸의 쇠하고 변함 또한 같으나
훌륭한 법 하나만은 멸망하지 않으니
지혜로운 사람들은 잘 살피라.
늙음ㆍ병듦ㆍ죽음을 모두가 싫어하고
용모가 추악해지는 것 너무도 싫은데
소년의 고운 얼굴 잠시 뿐이요
오래잖아 모두 다 말라빠지네.
가령 백 살을 채운다 해도
끝내 무상의 핍박 면하지 못하나니
늙음ㆍ병듦ㆍ죽음의 고통 늘 따라 다니면
중생들에게 이익 없는 일만 만드네.
그때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모든 비구대중과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들이 모두 크게 기뻐하며,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받들어 행하였다.
언제나 모든 욕심만 구하고
착한 일은 행하지 않으니
어떻게 몸과 목숨 보존할건가
침노해 오는 죽음을 보지 않는구나.
목숨과 기식[氣]이 끝나려 할 때
사지 색신 마디마디 끊어지는 듯
온갖 고통 죽음과 함께하리니
이때 나오는 것 한탄뿐이리.
두 눈은 위로 치켜 뒤집혀지고
죽음의 칼날 업을 따라 내려치나니
뜻과 생각 모두 어쩔 줄 몰라
서로 구제할 방도가 없네.
끊이지 않는 기침에 가슴은 답답하고
가쁜 호흡에 목구멍은 타들어가며
죽음의 왕이 목숨을 재촉하는데
친척 권속 하릴없이 지키고만 있네.
여러 의식 모두 혼매해져서
험한 성 안으로 들어가는데
친지들 모두 버려두고서
속절없이 줄에 묶여 끌려만 가네.
끌려가서 염마왕(琰魔王) 앞에 이르면
업장 따라 과보를 받게 되나니
훌륭한 인(因) 지었으면 선도(善道)에 나고
악업을 지었으면 지옥에 가네.
지혜보다 더 밝은 눈은 없고
무지보다 더 큰 어두움은 없고
원수보다 더 무서운 병은 없고
죽음보다 더 큰 두려움은 없다.
태어난 것 모두 반드시 죽으니
지은 죄의 고통이 몸을 저미리니
3업을 부지런히 채찍질하여
언제나 복과 지혜 닦아야 하네.
권속들 모두 떠나고 나면
재산이야 멋대로 남들이 가져가지만
스스로 지은 선근만 있으면
험한 길의 양식으로 넉넉하리라.
비유하면 길가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고 오래 머물지 않는 것처럼
수레와 말 처자와 권속
오래 머물지 않는 것 이와 같네.
비유하면 떼를 지어 머무는 새들이
밤에 모였다 아침이면 날아가듯
죽으며 친지와 이별할 때
아득히 멀어지는 것 이와 같네.
오직 부처님의 보리만이
참으로 귀의하고 의지할 곳
경에 의지하여 대략 설명했으니
지혜로운 자는 잘 생각해야 하리라.
하늘과 아소라와 약차 등
찾아와 법을 듣는 자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 옹호하여 길이 보존하고
세존의 가르침을 제각기 부지런히 행하라.
여기 와서 법을 듣는 여러 대중은
하늘에서 살건 땅에서 살건
언제나 인간세상에 자비심 일으키고
밤낮으로 자신은 법에 머물라.
원컨대 모든 세계 늘 편안하고
가없는 복과 지혜로 중생에게 이익 주며
지은 죄업 모두 소멸시키고
온갖 고통 벗어나 원적(圓漃)으로 돌아가기를.
언제나 계향(戒香)을 몸에 바르고
규정된 옷을 지녀 몸을 도우면
보리의 묘한 꽃이 두루 장엄하여
머무는 곳마다 항상 안락하리라.
『불설무상경』 1권(ABC, K0870 v20, p.1238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