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보람은 ‘린지’와 아들 ‘밴스’ 너를 낳아 키운 거야. 엄마 ‘베브 밴스’가 아들 ‘J. D. 밴스’에게 고백처럼 해준 말입니다. 린지는 밴스의 누나입니다. 나이 차가 좀 나는 듯합니다. 여린듯하지만 참을성 있고 차분합니다. 화나고 불행한 모든 상황을 참고 바라보며 어떻게든 헤쳐 나가려고 애씁니다. 엄마와는 매우 다릅니다. 물론 엄마도 많이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삶이 너무나 벅찼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마약에 손을 댔는지는 모르지만 헤어나지를 못합니다. 붙잡혀 재활센터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나와서 일상생활로 복귀하였지만 얼마 가지 못합니다. 그 어머니도 감당하기 어렵지요. 두 모녀가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삶을 이어가는 것이 경이롭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나름 소설 같듯이 한 가정의 역사도 그 이상의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보통의 인생이고 흔한 일반 가정의 일이라 할지라도 그 속 이야기를 펼치면 나름의 특징과 삶의 향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때로는 그냥 흔한 냄새이고 어쩌면 악취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악취가 남다르게 두드러진 삶의 모양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게 된 이유와 동기가 파악될 수 있습니다. 때론 저런 인간은 필요 없어, 라고 지구 밖으로 쫓아내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 눈에 거슬리고 사회에 악이 되기만 하는 인생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환경들을 이기며 또는 그냥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이야기를 들은즉 할머니는 십대 중반에 엄마 밴스를 낳아 기른 모양입니다. 더구나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매우 학대한 것 같습니다. 술주정뱅이가 흔히 그러하듯 폭력으로 할머니를 괴롭혔다고 합니다. 그 모진 환경을 이기며 밴스를 키웠겠지요. 바르게 자라기 힘든 환경이었을 것입니다. 엄마 밴스도 어쩌면 쉽게 임신을 하였고 아기를 가졌습니다. 아들까지 낳으며 어렵게 홀로 키우려고 발버둥친 듯합니다. 린스와 밴스의 아버지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일찍 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엄마 홀로 생활 전선에서 뛰어다녔을 것입니다. 어쩌면 당연히 부모님 즉 할아버지와 할머니 집 신세를 졌겠지요. 나이가 들며 할아버지는 약해지면서 또한 가족에 대한 애정을 회복한듯합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그 할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특히 말썽 피우는 엄마의 보호자요 방패가 되어주셨다는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안 계시니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닥칩니다. 엄마의 행태를 막고 변호하고 인도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가족 모두가 버거워합니다. 할머니도 손을 들고 선택에 맡깁니다. 아들 밴스도 견딜 수 없습니다. 엄마지만 밉고 싫습니다. 십대 반항의 시절 그럴 수 있듯이 동네 불량배에게 기대고 맙니다. 사실을 알고 할머니가 쫓아가서 아이들을 쫓아내며 손자 밴스를 다그칩니다. 이제 네가 선택해. 저 녀석들과 어울리다 감옥으로 가서 살든지, 할머니에게 들어오든지.
엄마의 남편은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인생의 도피처를 찾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힘든 삶을 이겨내느라 삶 자체가 피폐해질 수 있습니다. 사랑받고 위로받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바람입니다. 부모나 자식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도 있지요. 문제는 오래 가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네에서는 몹쓸 이야기도 돕니다. 자식들이 듣기에 민망하고 마음이 아프지요. 그렇다 해도 엄마입니다. 짜증나고 미워도 엄마입니다. 동네 말썽꾸러기 신세가 되어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합니다. 혈연을 무엇으로 가릅니까? 함께 아파하면서도 이겨나가야 합니다. 그러한 속에서도 린지는 가정을 차렸고 JD는 학교를 졸업하고 군에도 다녀오고 대학에 진학합니다.
집을 떠나 홀로 자취하며 대학을 다닙니다. 엄청난 학비를 장학금 가지고도 다 감당이 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공부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깁니다. 보다 나은 일자리를 잡으려고 기회를 잡고 도전합니다. 매우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는데 누나에게서 급하게 연락이 옵니다. 엄마가 입원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이제 엄마 곁에는 누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키우며 일하는 누나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번 일자리를 놓치면 학업을 이어가기도 힘들 수 있습니다. 갈등이 심합니다. 그러나 자신은 다시 일어날 기회가 있겠지만 엄마는 한 분뿐이고 잃으면 기회라는 것이 없습니다.
열악한 환경의 산골, 경치는 좋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이 전개됩니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 속에서 그 환경을 헤치고 나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많은 사람은 주저앉지만 박차고 나오는 사람도 있게 마련입니다. 바로 그 사람 ‘J. D. 밴스’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의 3대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도시로 나와 공부하지만 도시에서는 또 다른 환경이 보이지 않게 그를 적대합니다. 그러나 당당히 맞서며 또 때로는 적응하며 이겨나갑니다. 가족은 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훼방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버릴 수는 없지요. 영화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