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_3 지치지 않은 강철체력
양동근의 강한 체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일화가 하나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이 시즌 중에 열렸고, 양동근도 대표팀에 차출되었다. 대표팀의 귀국일은 2006년 12월 17일. 때마침 모비스가 울산에서 서울 삼성과 경기를 갖는 날이었다.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양동근은 곧바로 김포공항으로 이동해 울산으로 내려왔다. 양동근이 울산동천체육관에 도착한 건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4시 즈음이었다. 양동근은 시차적응도 안 된 상태임에도 몸을 푼 뒤 15분 34초 출전해 7점 1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당시 모비스 관계자는 “양동근이 도하에 있을 때 유재학 감독과의 통화에서 일찍 귀국하면 팀에 합류하겠다고 했지만 선수단 전세기 도착이 늦어져 기대를 안 했는데 오늘 경기까지 뛸 줄은 몰랐다(쿠키뉴스 ‘[프로농구] 양동근,도하에서 오자마자 복귀전’에서 가져옴)”고 했다. 양동근은 2006~2007시즌 평균 33분 53초를 뛰었는데 이 가운데 20분 미만 출전한 건 삼성과 맞대결이 유일하다. 출전시간이 평소보다는 적었더라도 얼마나 성실하고 체력이 뛰어난지 잘 알 수 있다.
양동근은 정규리그 665경기에서 평균 33분 6초 출전했다. 양동근보다 평균 출전시간이 더 긴 국내선수는 33분 11초(688경기 출전)의 서장훈 밖에 없다. 2020~2021시즌 출전시간(32경기 이상 출전 기준) 2위는 허훈의 33분 7초다. 33분 6초는 2017~2018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1위 또는 2위에 해당하는 출전시간이다. 2021~2022시즌 역시 2위. 한 시즌이 아닌 665경기의 평균 출전시간이 최근 시즌에 적용해도 선두권이라는 건 양동근이 얼마나 꾸준하게 오랜 시간을 코트에 서 있었는지 잘 보여준다.
양동근은 2015~2016시즌 45경기 평균 36분 28초, 2014~2015시즌에는 54경기 평균 34분 56초 동안 뛰어다녔다. 평균 36분 이상, 54경기 출전 기준 평균 34분 이상 출전한 마지막 국내선수다.
양동근은 정규리그가 아닌 플레이오프에선 83경기 평균 35분 47초 출전해 출전시간 1위다. 2위는 35분 19초의 김승현.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40분 이상 출전 경기수를 살펴보면 양동근은 65경기와 12경기로 각각 10위다. 40분 이상 출전이 상당히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평균 출전시간이 2위와 1위라는 건 은퇴하는 순간까지 체력 관리를 잘 했다는 걸 의미한다. 한편으론 서둘러서 은퇴했다는 뜻도 내포한다.
양동근은 2014~2015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뒤 “체력이 좋은 노하우는 없다. 밥 많이 먹고, 잠 많이 자고, 부모님께서 좋은 몸을 물려주셨다. 아버지께서 군인으로 전역하셨다”고 했다. 고승진 감독은 “몸 관리를 잘 했다. 요즘 선수들은 술도 잘 안 마시지만, 그 때는 술을 조금씩 마실 때다. 동근이는 적당히 마시며 자제를 했고, 다음 날에도 땀을 빼면서 몸 관리를 잘 했다”며 “또 선수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굉장히 성실했다”고 양동근을 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 선수라고 했다.
이시준은 “삼성에 있으면서 경기를 뛰려면 그 형들(이상민, 강혁, 이정석 등)보다 나은 수비를 해야 했다. 각 팀 가드인 양동근, 신기성, 김승현, 주희정 등을 막았는데 그 중에 동근이 형이 제일 젊었다”며 “경기를 준비할 때 영상을 보면서 잘 하는 건 이렇게 하면 수비가 되겠다고 생각한다. 동근이 형은 뭘 막기보다 활동량이 많아서 그냥 따라만 다니자고 했다. 저는 수비만 힘을 쏟으면 되는데 동근이 형은 공격과 수비를 다 하니까 전 따라다녔다”고 양동근을 종횡무진 코트를 누빈 선수로 기억했다.
양동근과 인연이 많은 전태풍은 “기계. 너무 터프해요. 농구는 진짜 열심히 뛰어요. 몸 관리 잘 하고, 연습도 열심히 하고, 24시간 농구만 생각해요. 이제 한국 나이 36살인데, 동근이처럼 열심히 뛰면서 평균 37분, 어려워요, 어려워요. 수비도 40분 내내 열심히 하고. 공격도 많이 좋아졌어요. 이거는 진짜 잘 했어요”라고 양동근을 설명한 적이 있다.
천대현 코치는 “운동을 한창 할 때는 풀코트 프레스 두 경기를 해도 안 지칠 정도로 체력이 좋았다. 설설 뛰는 거 같은데 치고 나가는 속도가 차원이 다르다”며 “동근이 형이 제대하고 왔을 때 (브라이언) 던스톤이 사계절 시합을 하자고 했다. 던스톤이 굉장히 잘 뛰었는데 동근이 형에게는 상대가 안 되었다”고 일화를 들려줬다.
유재학 감독은 “명진이는 포인트가드 중 수비력은 상위다. 우리가 가드 자원이 적어서 체력 안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격에서 힘을 내라고 한다. 수비에서 에너지를 많이 쏟으면 공격에서 힘이 떨어진다. 체력이 좋은 게 아니라서 분배가 된다. 동근이나 대성이와 다르다. 그들은 체력이 남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또한 “동근이, 대성이가 하던 센 수비만 봐서 약해 보인다. 우석이가 아무 것도 몰라서 그렇지만, 수비가 생각보다 좋았다”며 “훈련 시작 후 연습을 많이 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비가 약해진다. 그건 체력이다. 준비가 아직 안 되어있다. 부상에서 돌아와서 몸만 돌아와서 뛴다. 그래도 경험을 쌓게 하려고 시킨다”고 했다. 양동근이 얼마나 강한 체력을 가졌던 선수인지 잘 알 수 있는 말이다.
첫댓글 체력이 제일 중요한 재능 같습니다
이거 ㄹㅇ입니다. 어릴때는 쟤 체력밖에 없어 했는데 체력도 재능이더라구요 ㅋㅋㅋ
체력이되야 기술도 단단해짐
체력은 기술을 담는 그릇이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