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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_6 KBL 최초 3년 연속 챔피언
2020~2021시즌 WKBL 챔피언에 등극한 임근배 감독은 “우승하려면 운도 따라야 한다”며 “2차전 연장에서 김한별의 슛이 0.8초를 남기고 안 들어갔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운 없이는 안 된다. 남자 구단에 있을 때도 그랬다. 모든 게 다 맞아야 우승이 가능하다”고 했다. 2016~2017시즌 통합우승을 이끈 김승기 감독도 “운도 좋아야 하고, 실력도 있어야 한다. 둘이 합쳐져야 우승을 한다. 실력만으로도, 운만으로도 안 되는 게 우승이다. 모든 게 갖춰져야 한다”고 임근배 감독의 의견에 동의했다.
모비스도 3시즌 연속 챔피언에 등극할 때 운이 따랐다. 2013~2014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김종규의 경례 세리머니가 시리즈의 향방을 뒤바꿨다. 여기에 김시래마저 부상으로 결장했다. 2014~2015시즌 LG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데이본 제퍼슨이 1차전 이후 퇴출되었다. 모비스는 제퍼슨이 빠졌음에도 LG와 5차전까지 끌고 간 끝에 힘겹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유재학 감독은 “LG와 4차전이 끝나고 5차전을 준비할 때 제일 힘들었다. 치고 받았던 LG 분위기가 좋아서 분위기상 못 넘을 거 같았다. 위기를 잘 넘겼다”고 했다.
위성우 감독은 “운이라는 게 따라와야 하지만, 결국 열심히 하는 팀에게 운이 따를 확률이 높다. 운은 6개 구단을 다 찾아간다. 그걸 잡느냐 못 잡느냐가 실력이다”고 했다. 모비스가 운만으로 우승한 건 아니다. 전력 자체가 좋았다. 천대현 코치는 “제가 봤을 때 팀 구성이 워낙 좋았다. 감독님도, 팀워크도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선수 구성이 워낙 좋았다”며 “동근이 형, 태영이 형, 시래도 있었고, 대성이, 종천이 형, 라건아, 로드 벤슨 등이 있었다. 유재학 감독님과 함께 한 선수들이 오래 되어서 응집력과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났다”고 했다
유재학 감독은 2014~2015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뒤 “동근이 한 명으로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대성이 몸이 완벽하지 않고, 1번(포인트가드)으로 불안했다. 종근이도 시즌 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클라크도 정규리그 때 플레이오프 같은 활약 보여주지 못했다”며 “동근이가 대단한 것이 이런 부족한 것을 다 메웠다. 클라크는 중요할 때 자기 몫을 잘 해줬다”고 양동근을 치켜세웠다. 양동근은 2012~2013시즌에는 만장일치로, 2014~2015시즌에는 통산 세 번째로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었다.
당시 챔피언결정전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모비스의 챔피언 등극 순간을 ‘루키’ 잡지에 자세하게 되짚었다. 챔피언결정전 내용은 해당 기사로 대신한다.
※ 아래 내용은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들 겁니다.
2012~2013시즌
싱거웠던 6강 PO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싱거웠다. 정규리그 우승과 4강 플레이오프 직행 경쟁은 미지근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는 오히려 서로 나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서울 SK의 돌풍만이 신선했을 뿐이다. 플레이오프만은 정규리그와 달리 뜨겁게 달아오르기를 바랐다. 기대를 저버렸다.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 모두들 전자랜드의 일방적 우세를 예상했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정규리그 6번 맞대결 중 2번을 이긴 경험을 통해 아킬레스를 찾아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며 “정영삼이 예측 불허다. 생각 안 했던 선수가 미치는 경우가 있다. 김상규, 김지완 등 루키들이 겁 없이 덤빌 때 겁이 난다”고 의외의 선수 활약을 경계했다. 김 감독의 예상은 불행하게도 적중했다. 특히 차바위가 펄펄 날았다. 문태종보다 더 무서운 3점슛(53.3%)을 집중시켰다. 전자랜드는 차바위뿐 아니라 선수들 모두 고른 활약으로 평균 16.3점 차이로 완승(3연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챔피언 안양 KGC인삼공사와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고양 오리온스의 맞대결은 반대편 시리즈보다 기대를 모았다. 이 시리즈만 놓고 본다면 분명 재미있었다. 역대 6강 플레이오프 최초로 1,2차전을 가져간 팀이 3,4차전을 내리 패하며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5차전이 열린 안양실내체육관에는 KGC인삼공사와 오리온스를 외치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기 싸움에 밀리지 않으려는 듯 선수들의 신경전도 펼쳐졌다.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코트는 플레이오프다웠다.
다만, 오리온스는 예상보다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부상병동 KGC인삼공사의 손목을 쉽게 비틀지 못했다. 오히려 카운트펀치를 얻어맞았다. KGC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 “(6강 플레이오프에서) 짧게 간다면 우리가, 길게 간다면 오리온스가 낫다”라고 4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예상했다. 부상 선수가 많은 KGC인삼공사는 1위 SK와 재미있는 승부를 펼치기 위해선 3차전, 최소 4차전에서 끝냈어야 했다. KGC인삼공사는 3차전에서 끝낼 기회를 잡았음에도 5차전까지 끌었다. 김태술, 이정현 등 더 많은 주전들의 부상까지 안고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부상에 희비 엇갈린 4강 PO
KGC인삼공사, 믿을 건 정신력과 파틸로
SK는 정규리그 종료 후 약 2주간 휴식을 취했다. KGC인삼공사는 6강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렀다. SK와 KGC인삼공사의 4강 플레이오프는 체력 차이가 분명한 시리즈였다. KGC인삼공사가 믿을 건 정신력이었다. 이상범 감독은 1차전이 시작하기 전 “(SK 선수 명단을 바라보며)선수들 많네. 두 명만 우리 주지”라고 농담을 하며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은 (10개 구단 중) 제일 좋기에 쉽게 나가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재미있을 승부를 예상했다. 하지만, 오세근을 시작으로 김일두, 김민욱, 차민석에 김태술, 이정현, 김성철, 은희석 등의 부상으로 엔트리조차 정상적인 선수 12명으로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잇몸마저도 무너진 KGC인삼공사가 10개 구단 중 가장 두터운 선수층의 SK를 상대하기에 벅찼다. SK의 절대 우세는 분명했다.
SK 문경은 감독은 “긴장을 덜 하고 경기를 하느냐가 관건이다”라며 선수들의 넘치는 의욕을 오히려 걱정했다. 플레이오프 경기 일정대로 연습경기를 하고 하루 쉬는 방식으로 훈련하며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SK는 KGC인삼공사와의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3승 3패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문 감독은 “KGC인삼공사가 잘 한 거보다 우리가 못했다”라며 “우리의 장점은 속공인데 KGC인삼공사의 인사이드가 약하다고 무리한 플레이를 고집했다”고 고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시리즈 향방을 결정할 1차전. SK가 얼마나 빨리 경기 감각을 찾느냐와 함께 후안 파틸로의 활약 여부가 승부의 열쇠였다. SK는 5시즌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문 감독은 감독으로 처음 플레이오프 무대에 선다. 문 감독 스스로도 긴장한 모습을 선수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신경 쓰고 있었다. 수장이 긴장하면 그 여파는 선수들에게도 전달되며, 그럼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지난해 부산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를 떠올리며 경기 전에 “SK가 경기 감각을 빨리 찾으면 체력적으로 힘들다”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파틸로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16분 48초 출전했다. 주전 선수들 중 유일하게 체력이 남아도는 선수였다. 파틸로가 애런 헤인즈와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보인다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구관이 명관, 역시 헤인즈
이 감독은 1차전 전에 “드롭-존 말고 하나는 들고 나올 것이다”라며 SK의 수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K가 준비한 수비는 KGC인삼공사의 공격이 시작되는 김태술 봉쇄 작전이었다. 앞선에서 헤인즈를 김태술과 매치업 시켰다. 문 감독은 “상대가 잘 하는 것을 못 하게 해야 한다”며 “스위치 디펜스를 헤인즈로 김태술을 막게 했다. 김선형, 헤인즈, 변기훈 등으로 돌려서 김태술을 괴롭혔다”고 1차전의 수비를 설명했다.
헤인즈는 수비보다 공격에서 더 빛났다. 전반전까지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등 1차전에서 29점 19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파틸로와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보였고, 영리하게 파울을 얻어내는 플레이를 펼쳤다. 문 감독은 “헤인즈가 나에게 온 것은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1차전이 열린 날이 생일이었던 헤인즈는 “생일보다 플레이오프가 더 중요하기에 동기부여가 되었다”며 웃었다. 외국선수들은 플레이오프에서 이기면 승리 수당 등 더 받는다.
KGC인삼공사는 헤인즈를 막지 못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감독은 1차전이 끝난 뒤 “이번에는 어쨌든 주가 헤인즈와 파틸로이기에 (두 선수를) 붙여야 한다. 파틸로를 믿는다”고 파틸로에게 믿음을 보인 뒤 “선수들과의 콤비네이션 디펜스가 아쉬운데 비디오를 보면서 보완하면 된다”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SK, 초심으로 3승을 챙기다!
SK는 2차전에서 일격을 당했다. 4쿼터에 키브웨 트림을 막지 못했다. 김태술의 손끝에서 나오는 패스에 당했다. 여기에 최현민이 소위 미쳤다. 최현민은 자신의 선수 생활 최고인 3점슛 5개 포함 20점을 집중시키는 맹활약을 펼쳤다. 정규리그 1위 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경우는 2번 있었다. 그 2번 모두 1차전에서 이긴 뒤 2차전부터 내리 3번 연속으로 졌다. 때문에 SK가 또 이변의 희생양이 되느냐에 관심도 쏠렸다. 하지만, KGC인삼공사의 체력이 받쳐주지 못했다.
SK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3차전에서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문 감독이 3차전에 앞서 “지난 시즌 9위였던 팀이 팀워크로 정규리그 1위를 했는데 디펜딩 챔피언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디펜딩 챔피언처럼 경기를 했다”며 “초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자세로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덕분이었다.
김선형은 중앙대 1년 후배 최현민이 플레이오프에서 20점을 올린 것에 자극을 받은 듯 3차전에서 30득점했다. 이는 김선형의 정규리그 커리어 하이인 26점보다 4점 더 많은 득점이었다. 4차전에선 헤인즈가 26점을 집중시키는 활약으로 시리즈를 매조지 했다.
이번 시리즈의 승자는 SK와 함께 안양 팬들이었다. 3,4차전이 열린 안양실내체육관을 찾은 팬들은 체력이 고갈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3차전에서 15점 차이의 완패를 당했음에도 경기 막판 오히려 이긴 것처럼 기립박수를 보냈다. SK 팬들이 경기 막판 ‘이겼다’를 외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해 선수들의 기를 살려줬다. 4차전에서도 마찬가지. 안양 팬들의 성숙한 팬 문화는 챔피언이었다.
모비스와 전자랜드, 상반된 시리즈 준비
울산 모비스는 정규리그에서 팀 최다인 41승을 거뒀다. 그럼에도 44승을 올린 SK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은 일찌감치 확정했다. 그 때문일까?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기 전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이) 일찍 결정 나서 예전에는 열흘이 금방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지루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자랜드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이 아닌 3차전에서 끝난 것을 오히려 더 반겼다. “3차전에서 끝난 게 낫다. 5차전까지 갔으면 경기 감각만 유지했을 것이다. 삼성과의 경기는 워밍업 수준이었다.” 전자랜드는 일방적 우세로 경기를 이끌어 간데다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한 탓에 체력 부담도 없었다.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44.3%(27/61)라는 놀라운 3점슛 성공률을 자랑했다. 모비스는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로드 벤슨에 함지훈까지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시리즈는 높이와 외곽의 대결로 초점이 맞춰졌다. 유재학 감독도 이런 대결구도를 인정하면서도 전자랜드의 3점슛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유재학 감독은 “노마크 슛을 계속 내줬다. 그런 수비를 하면 안 된다”며 삼성의 수비를 지적한 뒤 “전자랜드는 수비 때문에 이겼다. 슛 때문에 이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충분히 전자랜드의 외곽을 봉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모비스의 높이 봉쇄를 승부의 관건으로 보고 있었다. 모비스의 높이를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 유도훈 감독은 1차전이 열리기 전에 “4라운드까지 3승 1패로 앞섰으나 5,6라운드에 모비스에게 졌다”며 “자유투를 많이 내주고, 속공도 차이가 났다. 리바운드에서도 5,6라운드에 엄청난 열세였다”고 5,6라운드 패인을 분석했다. 자유투와 속공, 리바운드에서 대등하게 가져간다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또한 상대 센터에게 공격 리바운드 이후 실점하는 것을 경계했다. 때문에 그런 상황이라면 파울로 끊을 것을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전자랜드는 정규리그에서 단 두 번 두 자리 득점 차이로 졌다. 10패 밖에 기록하지 않은 SK도 3번이나 두 자리 점수 차 패배를 기록했다. 전자랜드는 그 중 모비스와의 마지막 경기서 시즌 최다 점수 차이인 19점 차이로 졌다. 그날 경기에서 유도훈 감독이 지적한 자유투 득점(9-22), 리바운드(30-44), 특히 공격 리바운드(9-20), 속공(4-7) 등 세 가지 모두 열세였다.
전자랜드, 6강 PO 완승이 독?
양 팀 수장의 상대팀 강점에 대한 상반된 분석은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모비스는 1차전에서 6라운드 맞대결과 마찬가지로 19점 차이로 이겼고, 2차전에선 35점 차 대승을 거뒀다. 3차전에서도 역시 90점을 올리며 어렵지 않게 승리를 챙겼다.
모비스는 삼성이 아니었다. 더구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로드 벤슨이라는 다른 색깔의 빅맨 외국선수를 보유한 것이 전자랜드를 압도한 이유이기도 하다. 모비스는 1차전에서 전반전까지 공격이 안 풀렸다. 유재학 감독은 공격력이 좋은 라틀리프를 3쿼터에 투입했고, 라틀리프는 기대에 부응하며 3쿼터 13점, 4쿼터 10점 등 후반전에만 23점을 몰아쳤다. 2차전에선 전반전까지 수비가 안 되었다. 유재학 감독은 이번엔 3쿼터에 벤슨을 투입했고, 벤슨은 3쿼터에 12점, 4쿼터에 8점 등 20점을 몰아쳤다.
유재학 감독은 3차전이 열리기 전 “전자랜드에게 삼성과의 3경기가 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너무 쉽게 경기가 풀리면 상대가 못 해서 이긴 것인데 자기가 잘 해서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한 뒤 “선수들에게 이기고 지는 것이 문제이지, 선수들 머리 속에 점수 차이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며 방심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고 덧붙였다.
전자랜드는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강혁을,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41초 만에 김지완을 잃었다. 강혁은 모비스와의 2차전부터 잠시 코트에 나설 수 있는 여지라도 있었지만, 김지완은 그대로 시즌 아웃이었다. 유도훈 감독은 1차전이 열리기 전 “초반에는 (양)동근이 수비를 (김)지완이와 (차)바위에게 맡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발로 나선 김지완이 금세 다쳐 가드진 운영에 차질을 빗었다. “(강)혁이는 경기가 안 풀릴 때 나가서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조율을 해줬다. (김)지완이는 (이)현민이에게 휴식을 주고 수비가 좋다. 혁이랑 지완이가 빠져 가드 운영에서 어렵다.” 유도훈 감독의 말이다. 여기에 시리즈 내내 유도훈 감독이 시리즈가 시작하기 전 강조했던 세 가지, 자유투와 속공, 리바운드에서 모두 열세였다. 특히 1,2차전 모두 리바운드 19개 적었다. 여기에 파울과 바꿔도 좋다고 강조했던 공격 리바운드 이후 실점도 눈에 많이 띄었다.
자신감이 절심함을 누르다!
유재학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이 목표”라고 자신 있게 말했고, 이번 시리즈가 시작하기 전에 “선수들이 나를 신뢰하면 자신감을 보일 것이고, 내가 신뢰가 없다면 뻥으로 알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유도훈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회장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챔프전에 진출하겠다”며 팀 운영을 위해 팀 창단 후 최고의 성적을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집중력이 중요한데 얼마만큼 한 발 더 뛰는 절실함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선수들이 아무리 욕을 하고 요구를 해도 묵묵히 잘 따라와 줄 정도로 절실하다”라고 팀 운영 지속을 위한 절심함을 몇 차례 언급했다.
유재학 감독은 전반전을 뒤졌음에도 후반전에 역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우리 선수들의 힘이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나 근성,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유도훈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와 달리 3점슛 성공률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수비 변화에 따른 찬스를 만드는 패턴이 있는데 삼성과의 경기보다 자신있는 시도가 적었다”라며 자신감 없는 슛 시도로 그 이유를 찾았다. 모비스의 자신감이 전자랜드의 절심함을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선제압 모비스, 손쉽게 V4!
모비스, 미디어데이부터 분위기 선점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기는 팀이 시리즈를 가져갈 확률이 높다. 특히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승리 = 4강 PO 진출“ 등식이 성립할 정도다. 이는 단기전 승부에서 기선 제압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챔피언결정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 모비스는 이날 1차전을 이긴 것과 같은 효과를 거뒀다. 두 차례 챔피언을 경험한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MVP를 경험한 함지훈이 말로 SK의 기를 눌렀기 때문이다. 감독으로서 처음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는 문경은 감독과 프로 1,2년차인 김선형과 최부경이 패기로 모비스의 기를 받아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 감독은 “문태종과 김시래, 시즌 중 벤슨 영입으로 선수 보강이 되었다. 그래서 우승할 조건이 되었다”며 우승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비스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여기에 44승을 거둔 SK를 평가 절하했다. “강하니까 우승했다. 하지만, 1가드 4포워드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통할 수 있다. 무섭지 않다. 드롭-존은 내가 선수로 뛰면 10초 내에 깰 수 있다. 김태술이 보여줬다.” 유 감독은 SK의 정규리그 우승 원동력인 1가드 4포워드와 드롭-존을 완전히 무시했다.
문 감독은 “드롭-존은 내가 봐도 움직임이 그다지 좋지 않다. 앞선에서 발이 느려서 잘리는 경향이 있는데 24초 동안 슈팅을 막는 게 아니라 어렵게 슛을 쏘게 하고 리바운드 이후 속공을 하기 위함이다”라고 드롭-존 디펜스의 효과를 설명하며 유 감독의 말에 반박했다. 하지만, 스스로 허점이 있다고 인정하며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전술에서 꼬리를 내렸다.
여기에 함지훈은 “4-0으로 빨리 끝내는 게 목표다. 군대 가는 김동량이 어젯밤에도 4-0으로 끝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모비스는 2005~2006시즌 챔프전에서 삼성에게 4연패를 당한 적이 있다. 확실한 동기부여까지 된 상황이었다.
초보 티를 낸 SK, 행운으로 1차전을 이긴 모비스
만날 팀이 만났다. 유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 전에 “44승과 41승한 팀이 챔프전에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리그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팀이 진출해야 챔피언결정전다워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유 감독의 말처럼 44승의 SK와 41승의 모비스가 만났다. 분명 모비스가 미디어데이에서 기선을 제압한 것은 사실이었다. 챔피언결정 1차전이 열리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도 화제는 ‘모비스가 드롭-존을 10초 안에 깰 수 있느냐’였다. 문 감독은 “에이, 하프라인 넘어오는데 5~6초 걸리는데 10초 안에는 못 깬다”라며 웃었다. 한 기자는 유 감독이 그 발언을 했을 때 “문 감독이 ‘내가 선수라면 모비스를 상대로 3점슛 10개를 넣을 수 있다’라고 반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순위만 바뀌었을 뿐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과 비슷한 분위기가 났다. 젊은 SK는 KGC인삼공사였고, 노련한 모비스는 동부 같았다. 지난 시즌에도 동부가 4-0으로 이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비스가 4연승으로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1차전이었다. 김태술은 지난해 루키와의 인터뷰에서 “챔피언결정전 전에 ‘우리가 동부를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1차전에서 대등한 승부를 펼쳐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SK는 1차전에서 지더라도 박빙의 승부를 펼칠 필요가 있었다.
SK는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1쿼터를 16-4로 앞서며 모비스를 압도했다. 2-2 플레이와 컷-인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돋보였다. 경기 내내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3쿼터를 58-52로 마무리했다. SK는 정규리그에서 3쿼터까지 앞선 39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SK는 마무리에서 미흡했다. 경기 종료 1분 36초를 남기고 모비스가 24초 바이얼레이션에 걸렸다. 71-69로 2점 앞선 SK는 두 개의 작전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작전타임을 불러 달아나는 득점을 올린다면 완전히 승세를 굳힐 수 있었다. 하지만, 문 감독은 양동근에게 3점슛을 내줘 역전당한 뒤 작전타임을 불렀다. 뒤이어 벤슨에게 골밑 득점을 내줘 3점 차이로 뒤졌다. 이때도 작전타임을 불러 우선 동점을 만들어야 했다. 함지훈에게 쐐기포를 얻어맞은 다음에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문 감독은 경기 후 “작전타임을 2점 앞설 때 부르려고 했지만, 수신호로 지시할 수 있었고, 막판에 박빙으로 갈 수 있어서 참았다”며 아쉬워했다.
모비스에겐 행운이었다. 분위기가 SK로 넘어갈 찰라 김선형의 무리한 공격 이후 양동근의 3점슛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남은 1분을 잘 마무리하며 1승을 건졌다. 유 감독은 “경기 내용이 너무 안 좋았다. 이기리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 쫓아가길래 마지막까지 가능성을 봤다”며 “(전반전에) 어차피 거기서 더 (점수 차이가) 벌어졌으면 포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경기를 치른 끝에 역전해서 사기가 올라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리즈는 KBL 역대 두 번째로 4경기 만에 끝났다. 1차전에서 승패가 뒤바뀌었다면 7차전까지 갔을 지도 모른다.
논란의 2차전, 모비스로 분위기 넘어가다!
챔피언결정 1차전이 열리기 전 장준혁, 황현우 심판이 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6강 플레이오프 첫 경기(KGC인삼공사 vs. 오리온스)에서도 두 심판은 함께 휘슬을 불었다. 예상과 달리 장준혁 심판만 배정되었다. 그럼 황현우 심판은 2차전에 배정될 것 같았다. 예상이 또 빗나갔다. 챔프전 내내 황현우 심판은 배정되지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KBL 심판 중에서 장준혁, 황현우 심판이 가장 휘슬을 잘 분다. 황현우 심판이 챔프전에서 배정받지 못한 것은 문 감독과 같은 고교(광신정산고) 출신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챔피언결정 2차전에 배정된 A심판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논란이 되는 판정을 한 바 있다. 아쉬웠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심판이 챔피언결정전에 배정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연륜이 많다고 해도 플레이오프에서 계속 문제가 되는 판정을 했다면 챔피언결정전 심판 배정에서 배제하는 것이 옳다. 물론 심판 배정은 선수기용의 감독 권한처럼 심판위원장의 고유 권한이다.
2차전은 모비스에 불리한 판정이 많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경기 종료 1.6초를 남기고 비디오 리플레이를 통해 오히려 SK에 결정적인 불리한 판정(김선형의 패스가 라틀리프의 손을 맞고 터치 아웃 되었음에도 모비스의 볼을 선언)을 내렸다. KBL은 “심판이 중계 화면의 리플레이 화면을 보지 못하고 풀샷을 보고 판정을 내렸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서 느린 화면을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판들이 해당 영상을 돌려보는 순간에도 TV 중계화면 녹화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녹화된다. 여유를 가졌다면 충분히 TV 중계에 나온 리플레이 화면을 볼 수도 있었다. 비디오 판독은 가능한 2분 내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오심을 범한 세 명의 심판은 모두 재정위원회를 통해 징계를 받았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한다. 현재보다 더 좋은 장비를 갖춰 리플레이 화면과 TV 중계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다면 이런 오심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모니터를 두 개 갖춰 하나는 리플레이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다른 하나는 TV중계화면을 계속 볼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결정적인 순간의 장면은 중계에서 대부분 리플레이 되며, 플레이오프에서는 대기심이 있다. 대기심이 TV중계화면을 지켜보며 판정에 더 도움이 되는 영상이 나오는지 지켜본 뒤 이를 주심에게 알려주면 된다. 정규리그에서는 경기감독관 등이 대기심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다.
모비스는 논란의 판정 속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칠 뻔 했다. 4쿼터 중반 9점 차이로 앞섰으나 약 6분 30초 동안 무득점에 묶이며 동점을 허용했다. 이때 문태영이 천금 같은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자유투로 이겼다. 모비스는 최강의 홈 승률을 자랑하는 SK의 홈코트에서 2승을 챙겼다. 유 감독은 “1승 1패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20연승(정규리그 13연승, 플레이오프 7연승)으로 우승하고 싶다”고 챔프전 4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모비스, 역대 두 번째 플레이오프 7연승 챔피언
앞서 SK는 지난 시즌의 KGC인삼공사 같다고 했다. 하지만, SK는 KGC인삼공사가 아니었다. SK는 1차전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고, 2차전도 역전승을 거둘 뻔 했다. KGC인삼공사는 2차전에서 승리하며 반격했지만, SK는 그러지 못했다. SK와 KGC인삼공사의 차이는 챔피언결정전만을 위한 무기의 유무였다. KGC인삼공사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10일 이상의 휴식 기간 동안 드롭-존 디펜스라는 비밀병기를 만들었고, 이것으로 동부의 허를 찌르며 2차전에서 이겼다. SK에는 KGC인삼공사의 드롭-존 같은 새로운 전술이 없었다.
유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첫 경기에서 드롭-존을 쓴다는 것은 계속 사용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어제나 오늘이나 결정적인 무기가 있었다면 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한 마디에 시리즈는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SK는 자신들의 장점이 낱낱이 공개되어 깨지고 파헤쳐진 반면, 모비스의 수비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SK는 더구나 이겼어야 하는 1차전을 졌고, 역전승을 거둘 뻔한 2차전도 졌다. 유 감독의 말처럼 점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SK로서는 2패를 안고 원정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선수들의 자신감만을 강조할 뿐이었다. 모비스가 자신감과 사기가 충만했다.
모비스는 3차전에서 헤인즈 수비에 더욱 자신감을 가졌다. 김선형의 발도 묶었다. SK는 헤인즈가 묶이자 1가드 4포워드를 많은 시간 활용하지 못했다. 여기에 드롭-존 디펜스도 모비스에게 번번이 깨졌다. 문 감독은 3차전이 끝난 뒤 “좋은 디펜스가 안 나왔기에 속공이 안 나왔다. 어렵게 슛을 던져도 슛이 들어가고 속공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리바운드를 빼앗겼다”고 말하며 수비도 잘 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모비스는 전통이 있다. 유재학 감독 부임 이후 3년 만에 챔피언에 올랐다. 그리고 또 하나. 챔피언을 확정 짓는 마지막 경기는 대승을 거둔다는 점. 2007년 챔프전 마지막 경기에서 14점 차이로 이겼고, 2010년에는 38점 차이로 승리했다. 이번 시즌 4차전 역시 22점 차 완승을 거두며 통산 4번째 챔피언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유 감독은 “20연승은 대단한 기록이고, 4강 플레이오프 3연승, 챔프전 4연승으로 마친 게 믿기지 않는다”며 “선수들이 큰 일을 했다. 동근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선수들에게 챔피언의 공로를 돌렸다. 유 감독은 MVP 양동근에 대해 “정말 성실히 농구하는 선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팀의 리더로서 보이지 않는 일을 많이 한다”며 “1차전과 4차전처럼 급할 때 팀을 구하고, 자기 몫을 다 하는 위대한 선수다”라고 극찬했다.
역대 세 번째로 만장일치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된 양동근은 “솔직히 (MVP를) 받을 줄 몰랐다”며 “태영이 형이나 시래가 받을 줄 알았다. 시래가 제 것을 채워줬다. 딱딱 올라갈 때 태영이 형의 득점이 있었다”고 동료를 더 챙겼다. 이어 “같이 뛰어준 선수들이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팀의 고참으로서 듬직한 모습을 보인 뒤 “좋은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과 많이 기도해주시는 장모님, 미국에 살면서 응원해주는 누나와 조카에게 감사하고, 와이프와 아이들이 큰 힘을 줬는데 사랑한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1998년과 1999년의 현대(현 KCC) 이후 지금까지 그 누구도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경기 후 축하연에서 유 감독에게 “챔피언 2연패를 하라”는 덕담을 건네자 “챔피언은 돌아가면서 하는 게 좋다”고 농담을 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챔프전이 끝난 뒤 다음 시즌 구상을 이미 시작했다는 의미하는 말을 했다.
“아침에 오늘 경기(4차전)에 대해 생각하면서 ‘부정 수비(일리걸 디펜스)가 있을 때의 함지훈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 공격에서 함지훈이 살아나야 한다. 태영이 체력 문제가 있을 때 지훈이가 들어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오늘 마지막 돌파구는 앞선에서 가드들의 투맨 게임이었는데 이거 가지고 내년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함지훈을 로우포스트보다 미들포스트 위쪽의 엘보우 지역에 세워서 콤비네이션 공격을 시킬 것이다.” 챔프전이 다 끝나고 시간이 지난 뒤 이 말을 되새겨보면 내년 시즌 구상뿐 아니라 김시래의 이적까지 암시하고 있었다. 모비스의 2연패를 향한 준비는 벌써 시작되었다.
2013~2014시즌
폭풍전야
쉽지 않은 예상, 박빙의 승부
“하나님만이 아실 거다.” 강을준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에게 몇 차전까지 갈 것인지 물었을 때 나온 현답이었다.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승부였다. 최근 챔피언결정전에선 승자가 눈에 보였다. 물론 안양 KGC인삼공사는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절대 열세라는 예상을 뒤집기도 했다. 최고의 자리를 놓고 펼쳐질 챔피언결정전의 결과가 오랜만에 손에 잡히지 않아 기대감이 더욱 컸다.
창단 17년 만에 챔피언을 노리는 LG와 15년 만의 2년 연속 챔피언 등극에 도전하는 모비스, 이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웠다. 문태종과 문태영의 형제 맞대결, 지난 시즌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양동근과 김시래, 기교와 높이로 대변되는 함지훈과 김종규까지 여러 매치업에서도 쏠쏠한 재미가 가득했다.
더구나 LG는 지난 시즌 20연승으로 챔피언에 오른 모비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었다. 정규리그를 13연승으로 마무리했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부산 KT를 손쉽게 꺾었다. 챔프전을 앞두고 16연승 행진 중이었다. LG는 더구나 정규리그 막판 10연승을 달리던 모비스에게 완벽하게 승리하며 연승을 이어나갔고, 정규리그 우승트로피까지 안았다.
양 팀의 색깔도 대조적이었다. 김종규, 김시래를 앞세운 LG는 젊음이 넘치는 패기의 팀이었고, 양동근, 함지훈을 중심으로 신인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챔피언 반지를 가진 모비스는 경험 많은 노련미의 팀이었다.
기세는 LG, 정세는 모비스
“1차전에서 LG의 기세를 꺾어야 한다.” “분위기는 LG다. 모비스가 1차전에서 이기면 분위기 싹 바뀐다.” 김태환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박건연 MBC 해설위원의 말이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두 해설위원 모두 공통적으로 모비스가 1차전에서 이겨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박빙의 승부라는 예상 속에서도 기세만큼은 LG가 우위에 있었다. 정규리그 우승트로피를 놓고 맞붙은 6라운드 맞대결에서 80-67로 대승을 거둔 것도 이런 분석에 영향을 미쳤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LG가 창원 홈에서 열리는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갈 경우 더욱 자신감을 가질 것은 분명하다. 2011~2012시즌 KGC인삼공사가 일부의 4연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1차전에서의 접전이었다. ‘동부산성’으로 불리던 무적 원주 동부와 대등한 경기 내용이 KGC인삼공사의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심지어 이긴 것도 아니었다. 졌음에도 그랬다. LG가 1차전에서 이긴다면 더욱 치솟을 기세를 모비스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최근 KBL의 흐름은 모비스의 분위기였다. 이번 시리즈는 1위와 2위의 10번째 챔피언결정전이었다. 지난 9번의 맞대결에서 오히려 2위가 5번 챔피언에 올랐다. 1위는 최근 3시즌 동안 통합우승에 실패하고 있었다. 더구나 정규리그에서 40승 이상 거둔 팀 중 챔피언에 오른 팀은 모비스 밖에 없다. 모비스는 2009~2010시즌과 지난 시즌에 40승과 41승을 거두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동부와 서울 SK는 44승을 달성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너졌다. 이외에도 KT(2009~2010, 2010~2011시즌), TG삼보(2003~2004시즌)도 40승 이상 기록하고도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팀들이다.
여기에 어느 순간부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KBL 최고의 감독으로 불리고 있었다. 유 감독도 챔피언결정전에서 4연패(2005~2006시즌)하기도 하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뒤 3연패로 무너진 경우도 두 번(2008~2009, 2011~2012시즌)이나 있다. 정규리그 1위가 챔피언결정전에 최초로 오르지 못한 사례(2008~2009시즌)도 유 감독이다. 실패가 있었음에도 ‘만수’라는 별명과 함께 모비스의 팀 전력 이상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한다. 김 해설위원은 “유재학 감독이 준비한 것이 어느 정도 먹히느냐가 중요하다”며 “수 싸움으로 가면 유 감독의 모비스가 조금 더 유리하다”고 시리즈를 예상했다.
4승 2패, 유재학 감독의 예상 적중
1차전_다 잡은 경기를 놓친 LG
유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이번 시리즈를 ‘승-패-승-패-승-승’을 통해 4승 2패로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차전이 열리기 전 이에 대해 해명(?)했다. “말주변이 없어서 4승 2패라는 예상을 길~게 말한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대박이다(웃음).” 최소한 최종결과뿐 아니라 6경기 중 4경기, 66.7%의 적중률을 보였다. 유 감독이 통산 4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1차전 승리다.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1차전을 앞두고 양 팀 감독의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최근 10시즌 중 5번이나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는 유 감독은 자신감을 보였다. “느낌은 지난 시즌과 비슷하다. 지난 시즌에는 경기가 잘 풀렸는데 이번에는 잘 풀리지 않을 거 같다”고 입을 연 유 감독은 “무게감은 SK가 낫다. LG는 점점 좋아졌지만, 완성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의 2-2 플레이 등을 칭찬했지만, 자신감이 엿보였다.
LG 김진 감독은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LG 선수들 중에선 김시래를 제외하면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경험한 선수들은 없다. 그 때문인지 김 감독에게서 긴장감이 살짝 보였다. “(4강 플레이오프 이후 챔피언결정전까지) 기다리기 지루했다”고 입을 뗀 김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를 4차전에서 끝내는 게 선수 컨디션 조절에 더 좋았을 거 같다”고 말했다. 코트 적응의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이기에 “단기전이라도 실수가 나와도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 낫다. 부담을 가지면 오히려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 수 있다”라며 대담한 플레이를 요구했다.
LG는 출발이 좋지 않았다. 1쿼터 중반 2분 20여초 동안 6실책을 했다. 모비스에게 10점을 헌납했다. 1쿼터 한 때 10-24로 끌려갔다. LG는 1쿼터에만 8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모비스는 1쿼터에만 챔피언결정전 한 쿼터 최다인 7스틸을 기록했다. LG의 실수가 나와도 너무 많이 나왔다.
LG는 그럼에도 2쿼터에 제퍼슨과 김종규를 앞세워 추격했다. 3쿼터에는 기어코 역전했다. 제퍼슨은 2,3쿼터에만 19점을 집중시켰다. 4쿼터 중반 72-65로 앞선 LG의 승리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벤슨을 앞세운 모비스의 높이에 LG가 무너졌다.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4.0점, 4.0리바운드로 부진했던 벤슨은 4쿼터에만 4개(챔프전 한 쿼터 최다 블록 공동 1위)의 블록을 기록했다. 벤슨의 수비 벽에 막힌 LG는 연속 12점을 헌납하며 역전패 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경기를 잘 했는데 마무리가 안 되었다”며 “리바운드 싸움은 집중력이라고 강조했는데 공격 리바운드를 많이 내준 게 아쉽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LG는 이날 공격 리바운드 이후 득점에서 7-22로 절대 열세였다. LG의 가장 큰 패인은 4쿼터 중반 이후 세 차례의 작전시간에도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만약 1번이라도 득점에 성공해서 분위기를 반전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유 감독은 “적지에서 귀한 1승을 따서 기분이 좋다”며 “버저비터 2개(양동근, 함지훈)가 컸다. 쫓기는 상황에서 들어가서 기회가 왔고, 수비도 되면서 역전했다”고 승리요인을 밝혔다. 모비스는 지난 시즌 SK와의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양동근의 극적인 3점슛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은 행운이 깃든 24초 샷 클락 버저비터 두 방 덕분에 추격하고, 달아나는 득점을 올렸다.
모비스는 유 감독이 부임한 이후 5번의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4승 1패를 기록했다. 이중 이번 시즌 포함해 1차전에서 이긴 4번 모두 챔피언에 올랐다. 앞서도 LG의 1차전 승리가 중요하다고 언급했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3쿼터까지 앞선 팀의 승률은 81.6%(80승 18패)다. LG는 이번 정규리그에서 3쿼터까지 앞섰을 때 90.2%(37승 4패)의 승률을 기록했다. LG로서는 질 수 없는 경기를 내준 것과 다를 바 없다. 모비스는 챔피언을 향해 1차전부터 순항했다.
3차전_신바람 난 LG
LG는 2차전에서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뒀다. 제퍼슨이 4쿼터에만 13점을 집중시키는 등 27득점한 활약 덕분이었다. 양우섭은 양동근의 얼굴만 쳐다보며 악착같은 수비를 펼쳐 승리의 밑거름을 쌓았다. 김 감독은 “홈에서 1승 1패로 마무리해서 3,4차전을 잘 준비하는데 힘을 낼 수 있을 거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리딩이 가능한 (김)시래와 함께 2번(슈팅가드)으로 공격력이 있는 (박)래훈이 등을 활용했는데 그것이 1차전 패착이었다”며 “양우섭이 4-4로 만드는 페이스 가딩 수비를 잘해줬다”고 양동근의 수비를 맡은 양우섭을 칭찬했다. LG는 이날 승리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처음으로 홈인 창원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1승씩 주고받은 뒤 장소를 울산으로 옮겼다. 경기 전 김종규와 1차전 막판 상황을 되짚었다. 김종규는 1차전 종료 1분 31초 전 완벽한 노마크 중거리슛 기회를 잡았으나 덩크슛을 시도했다. 이 덩크슛이 벤슨의 손에 걸리며 분위기가 모비스로 완전히 기울었다. 김종규는 “(패스를 받았을 때) 순간 고민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골밑이 완전히 비어 있었고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다시 기회가 와도 덩크슛을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덩크슛을 너무 블록 당하기 쉽게 했다. 벤슨의 높이가 높긴 높더라”라고 아쉬워했다.
3차전을 앞두고 유 감독은 역시 양우섭의 수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동근이가 수비가 붙어있으면 스크린 이후 돌아나오면 기회가 나는데 지쳐서 못 하더라.” 유 감독은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이후 반만 득점했어도 이겼을 것이다”며 2차전에서 공격 리바운드 이후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이런 가운데 “제퍼슨의 수준은 완전히 다르다. 골 넣는 감각은 타고 났다. 특히 몸을 붙이고 득점하는 능력이 좋다”며 제퍼슨의 득점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은 리바운드를 강조했다. 2차전에서 LG의 수비 리바운드(16개)보다 모비스의 공격 리바운드(18개)가 더 많았다. 김 감독은 이를 지적하며 “리바운드를 대등하는 가져가는 집중력을 보여줘야 우리 농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LG는 3차전에서도 양우섭을 양동근의 그림자처럼 페이스 가딩 수비로 붙였다. 모든 공격의 시발점인 양동근을 묶어 모비스의 공격을 둔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이 작전은 2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들어맞았다. LG는 1쿼터에 15점을 올린 문태종과 2쿼터에 12점을 집중한 제퍼슨을 앞세워 3쿼터까지 58-42로 앞섰다. 챔피언결정전 같은 경기에서는 도저히 뒤집어질 수 없는 득점 차이였다. LG는 4쿼터에만 양동근에게 17점(챔피언결정전 국내선수 한 쿼터 최다득점)을 내줬다. 결국 38.1초를 남기고 이지원에게 3점슛까지 얻어맞아 73-73, 동점을 허용했다. 해결사 제퍼슨 덕분에 간신히 이겼다.
유 감독은 경기 후 “내용적으로 졌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잘 할 줄 알았는데 버저비터(제퍼슨의 샷 클락 버지버터)를 내준 건 아쉽다”고 말한 뒤 “동근이 뿐 아니라 선수들이 뛰면 찬스가 난다는 걸 깨달은 게 소득이다”라며 얻은 것도 있다고 만족했다.
김 감독은 “오늘도 공격 리바운드(8개)를 많이 허용했다”며 승리의 기쁨보다 제공권 열세(23-27)의 아쉬움부터 토로했다. 이어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했다. 송창무(김종규의 파울 트러블 때 나와 수비에서 활약함)도 잘 해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문태종은 함께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양우섭의 수비를 극찬했다. “10점 만점을 주고 싶다. 지난 경기에서부터 양동근에게 (득점을) 많이 주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수비를 잘 하고 있다. 양동근의 체력이 다운된 것은 양우섭 때문이다.” 양우섭은 “(양동근을) 1-1로 맡아서 우리와 모비스가 4-4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원래부터 해왔던 거라 중압감 같은 것은 없었다”며 양동근의 수비에 대해 설명한 뒤 “체력 부담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스크린에도 걸려서 4쿼터에 많은 득점을 내줬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잘 막을 수 있을 거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LG와 모비스는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연승이나 연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LG가 챔피언결정 2차전과 3차전을 내리 이겼다. 상대 전적에서도 2승 1패로 앞섰다. 다만, 완승을 거둘 수 있는 3차전에서 매조지를 못하며 모비스의 기세를 살려줬다. 더구나 양동근의 득점이 살아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었다.
4차전_ 승기를 잡은 모비스
유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LG와의 경기에서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수비로 변화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벤슨의 분발을 기대했다. “벤슨이 해줘야 한다. 외국선수가 1점(벤슨 3차전 득점)이면 골치 아프다.”
김 감독은 문태종과 제퍼슨에 의존된 득점을 걱정했다. “무빙 오펜스로 기회에서 적절한 플레이로 득점을 분산시켜줘야 한다. 득점이 집중된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기회가 나면 (국내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슛을 던져야 한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부진한 김종규에 대해서는 “경기에 대한 중압감도 있고 의욕과 정신적인 부분도 있다. 극복하면 한 단계 올라설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이런 말을 했다. “현역 감독 시절 유재학 감독을 만났을 때 1차전에서 이기면 2차전에서 대응 방법을 가장 잘 내놓았다. 노련한 것보다 준비를 꼼꼼하게 잘 한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는 ‘패기 vs. 노련미’라기보다 ‘자신감 vs. 준비’다.”
4차전에 앞서 양 팀의 분위기는 김 해설위원의 말 그대로다. LG는 문태종과 제퍼슨을 제외한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두 선수 의존도가 높았다. 이에 반해 꼼꼼하게 준비하는 유 감독은 LG의 공격을 차단할 해법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것이 그대로 적중했다.
유 감독의 수비 변화는 제퍼슨과 매치업을 바꾼 것이다. 제퍼슨의 수비를 함지훈과 문태영이 맡았다. 지금까지는 벤슨과 리카르도 라틀리프 등 외국선수에게 제퍼슨의 수비를 맡겼다. 대신 김종규를 맡은 벤슨은 중거리슛보다 골밑 돌파 등 골밑에서 주로 득점을 올리는 제퍼슨에게 도움 수비를 하며 그의 골밑 행동반경을 좁혔다. 연일 20점 이상 올리던 제퍼슨은 이날 15점에 묶었다.
유 감독은 “제퍼슨의 수비 매치업에 변화를 줬는데 LG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고 승리 요인을 밝혔다. 여기에 중요한 순간 터진 박구영과 송창용의 3점슛도 모비스가 상승세를 타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 감독은 “크게 할 말이 없다”며 “흥분을 했는데 경기 시작부터 냉정하게 경기 운영을 하지 못한 나의 불찰이다”라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날 LG는 심판 판정에 불만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경기 내용 자체도 좋지 않았다. 특히 후반전에는 공격마다 문태종과 제퍼슨만 찾았다. 효율적인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리바운드 열세도 그대로 이어졌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는 4-14로 뒤졌다. 문태영은 이날 경기 후 “공격 리바운드 이후 이뤄진 득점으로 수월하게 경기를 풀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에 반해 모비스는 술술 풀렸다. 유 감독의 수비 변화가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벤슨의 공격력까지 살아났다. 벤슨은 19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수비의 부담을 덜자 공격에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모비스는 유 감독의 수비 변화로 수비뿐 아니라 공격까지 살아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모비스는 4차전에서 유 감독이 준비한 걸 그대로 이룬 반면 LG는 김 감독의 걱정만 늘어났다. 공격 리바운드 허용이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국내선수들의 득점 부진이란 숙제까지 떠안았다.
모비스, 4승 2패로 챔피언 등극
챔피언결정 1차전이 끝난 뒤 기자들 사이에서 몇 차전이 가장 중요한지 화두에 올랐다. 스포츠동아 정지욱 기자는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1차전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며, 2차전은 ‘연승이냐 반격이냐’로 이어지는 경기다. 3차전도, 4차전도 그렇게 의미가 부여된다.
지난 17번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챔피언에 오른 팀이 가장 많이 이긴 경기는 4차전이다. 1차전에서 이긴 12팀이 챔피언에 오른 반면, 4차전 승리팀이 챔피언에 오른 경우는 13번이었다. 챔피언이 3차전에서 이긴 경우는 8번 밖에 되지 않았다. 매 경기마다 의미가 있으며 중요하지만, 실제 결과에서는 4차전 승리가 가장 필수다.
1999~2000시즌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노리던 대전 현대(현 KCC)는 청주 SK를 상대로 3차전까지 2승 1패로 앞서 있었다. 이번 시즌처럼 현대는 홈에서 1차전을 내준 뒤 2차전과 3차전에서 내리 이겼다. 4차전에서 68-78로 무너진 뒤 다시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2011~2012, 2012~201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동부는 3차전까지 2승 1패로 앞섰으나, 4차전부터 3연패한 바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한 판 승부는 4차전이었다. 1차전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LG가 이기면 3승 1패로 앞선다. 사실상 시리즈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까지 3승 1패에서 역전 당한 팀은 없다.
이에 반해 앞선 예에서 볼 수 있듯이 1승 2패로 열세라고 해도 4차전에서 승리한 뒤 3연승을 질주한 팀도 많다. 더구나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승 이상 기록한 경우도 9번이나 있었다. 모비스가 4차전에서 이긴다면 내리 3연승으로 끝낼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5전 3선승제로 열린 역대 4강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이 12번, 4차전이 15번, 5차전이 5번 열렸다. 4차전 승부가 가장 많다. 2차전까지 1승 1패라면 3차전부터 챔피언결정전은 4강 플레이오프처럼 5전 3선승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경우의 수는 평균을 따라간다고 할 때 이번 시리즈를 5전 3선승제 4강 플레이오프에 적용하면 4차전, 즉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시리즈가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물론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2차전까지 1승 1패를 기록한 적은 8번 있고, 시리즈는 5차전과 6차전이 각각 3번, 7차전이 2번 열렸다).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양 팀 감독 모두 6차전에서 4승 2패로 끝난다고 예상했다. 3차전까지 진행된 시리즈도 6차전에서 끝날 분위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대로 6차전에서 끝났다. 모비스는 4차전부터 6차전까지 모두 승리하며 챔피언에 올랐다. 김 감독은 시리즈가 끝난 뒤 “4차전이 가장 아쉽다. 그 때 분위기를 제압할 수 있는 시점이었는데 놓쳤다”고 말했다.
모비스의 챔피언 원동력
수비 변화 그리고 MVP 문태영
“유재학 감독이다. 연습할 기간이 많지 않았는데 수비에 변화를 줘서 답을 냈다. 제퍼슨의 득점력이 떨어지면서 모비스가 이길 수 있었다.” 김 해설위원이 꼽은 모비스의 우승 원동력이다. 모비스는 4차전에서 제퍼슨에 대한 수비 해법을 찾았고, 이것을 6차전까지 활용하며 챔피언에 올랐다. 박 해설위원은 “제일 큰 것은 안정된 선수층이다. 흔들리는 선수가 없었다. 양동근을 비롯해 함지훈이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고, 문태영은 최고 시즌이었다. 외곽에서 흔들림이 없고, 인사이드에서 외국선수 싸움이 대등했다”고 말했다.
LG는 양우섭으로 양동근의 발을 묶는데 성공하며 2,3차전을 이겼지만, 모비스의 수비 변화에 대한 파훼 방법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 함지훈과 문태영을 묶는 방법도 못 찾았다. 김 해설위원은 “문태영이 6차전까지 꾸준하게 20점 이상 득점했다. 흔들림이 없었다”며 “높이가 있는 김종규나 제퍼슨이 맡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문태영을 놓친 것이 치명타였다”라고 LG의 패인을 꼽았다. 김 해설위원도 “외곽에서 시원하게 터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문태종도 지원이 안 되었다”며 패인을 분석한 뒤 역시나 문태영을 막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여기에 LG는 시리즈 내내 공격 리바운드에 대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실제로 경기당 평균 공격 리바운드는 6.8-12.5로 약 1/2밖에 되지 않았다.
모비스의 우승의 밑거름에는 제공권 우위가 깔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1차전에 이어 6차전에서도 운이 따랐다. 모비스는 만약 6차전에서 졌다면 7차전마저 내줄 가능성이 높았다. 함지훈이 6차전 4쿼터 막판 발목 부상을 당했기 때문. 경기 막판 75-73로 근소하게 앞설 때 천대현이 양우섭의 3점슛을 정확하게 블록했다. 이것으로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
천대현은 우승 축하연에서 “운이 좋았다. (블록을 위해) 점프를 했는데 (3점슛을) 쏘더라”며 웃었다. 모비스는 보통 3점슛에 대해서는 블록 시도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는 급했기에 블록을 시도했는데 그것이 정확하게 손에 걸린 것이다. 만약 이 3점슛을 내줬다면 모비스는 경기마저 내주고, 챔피언트로피도 뺏길 뻔 했다.
김 감독은 6차전이 끝난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투혼을 보이며 올라와서 칭찬을 해주고 싶다”며 “어린 선수들이 숙제를 안고 간다. 보완할 부분은 보완해서 다음 시즌 준비할 것이다”고 챔피언결정전 총평을 했다. 이어 “홈팬들이 전폭적으로 성원해줘서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유 감독은 “시즌 전에 목표를 6강이라고 말했고, 솔직한 심정이었다. 좋은 신인들도 많이 들어왔고, 다른 팀의 외국선수도 업그레이드 된 반면 우리는 한 살 더 먹어서 힘들겠다고 생각했다”며 “정규리그를 치르며 부상 선수가 나올 때 백업 선수들이 잘 해줘서 감독으로서 고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2006~2007시즌에 우승했을 때와 이번이 제일 기쁨이 크다”며 “처음에는 제일 처음이라서 좋았고, 이번에는 (역대 감독 중) 4번째가 처음이라서 좋다.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되어서 (경기 종료 직전) 눈물이 조금 그랬다”고 말하며 웃었다.
플레이오프 MVP는 6경기 모두 20점 이상 득점한 문태영에게 돌아갔다. 챔피언결정전 6경기 연속 20점+기록은 역대 최다 공동 1위 기록이다. 문태영은 “어떤 단어로 이 기분을 이야기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환상적이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 끝난 뒤 형을 찾으러 갈 때 LG 선수들은 떠나고 있는데다 동료들이 끌어안아서 못 갔다”며 “존경하는 형! 챔피언 반지를 뺏어서 미안하고, 늘 존경한다”고 문태종에게 인사를 전했다. 양동근은 “3연패라는 기록을 깨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모비스는 현대(1997~1998, 1998~1999시즌) 이후 15년 만에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더불어 전무후무한 3연패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LG의 창단 첫 챔피언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챔피언결정전 결과
1차전 모비스 77-74 LG
2차전 모비스 72-78 LG
3차전 모비스 73-76 LG
4차전 모비스 71-60 LG
5차전 모비스 66-65 LG
6차전 모비스 79-76 LG
2014~2015시즌
챔프 1차전 ▶ 싱거운 승부의 서막 (64-54)
모비스, 미디어데이에서 기선 제압!
정규리그 1위와 2위의 챔피언결정전 맞대결 역사에서는 2위의 근소한 우세였다. 1위는 16번의 챔피언결정전에서 9번 우승했다. 이에 반해 2위는 10번 중 6번 챔피언에 올랐다. 2위의 챔피언 확률이 60.0%로 1위의 56.3%보다 조금 더 높다. 1위와 2위의 10차례 챔피언결정전 맞대결에서도 6번을 이긴 2위의 우세였다.
모비스와 동부의 플레이오프 맞대결 결과는 8승 7패(모비스 우위)로 대등했다. 그래도 시리즈 전적은 2승씩 나눠가졌다. 모비스는 1997시즌 챔피언결정전(4승 1패)과 2009-10시즌 4강 플레이오프(3승 1패)에서 승리를 맛봤다. 동부는 2002-03시즌 6강 플레이오프(2승)와 2011-12시즌 4강 플레이오프(3승 1패)에서 모비스를 꺾었다. 과거의 기록으로는 동부가 밀리는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감독의 노련미에서 차이가 났다.
모비스가 시작 전부터 기선을 잡았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열흘을 넘기지 않고, 4승 1패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선수들이 우승 DNA와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출사표를 밝혔다. 양동근 역시 “우리는 동부보다 하루 더 쉬었기에 체력적으로 앞선다. 1차전부터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하겠다”고 유 감독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동부 김영만 감독은 “KBL 최고 명장으로 존경하고, 롤-모델인 유 감독님과 챔프전을 맞이해서 영광스럽다”며 겸손한 발언과 함께 “우리도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아서 모비스에 뒤질 것이 없다. 우리 역시 모비스보다 더 절실하게 빨리 끝내는 것이 좋기에 4승 2패로 끝내겠다”고 했다. 김주성은 “빨리 끝나는 것도 좋지만, 최대한 7차전까지 끌고 가서 우리가 극적인 승리로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팬들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출사표부터 모비스의 기세에 동부가 밀렸다. 더구나 유 감독의 카운트 펀치를 맞았다. 유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를 하며 LG보다 반대편 경기에 더 신경을 썼다. 김주성 선수는 7차전을 가면 은퇴를 해야 할 거다.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걸어 다니던데 무슨 7차전이냐”라며 일격을 날렸다. 동부는 휘청거리며 반격을 아예 하지 못했다.
유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기를 꺾기 위한 발언이 아니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느낀 그대로 말한 거다. 전자랜드를 상대한 동부의 경기력이라면 4승 1패로 이길 거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부가 전자랜드보다 쉽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주성이와 (윤)호영이가 슛을 허용하면 시리즈를 내주는데도 걸어 다녔다. 체력이 방전된 거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승리의 주역, 양동근과 함지훈
김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동근이가 볼을 못 잡게 해야 한다. 특히, 트랜지션 게임을 잘 하기에 최대한 공격 시간을 늦춰야 한다. 박스앤드원처럼 철저하게 수비를 할 것이다”고 했다. 양동근의 수비를 위해 선발로 허웅을 먼저 내보냈다. 허웅이 여의치 않자 두경민으로 금세 교체했다. 동부는 1쿼터에만 양동근의 수비 매치업으로 4명을 활용했다.
양동근은 1쿼터에 무득점에 묶였으나, 2쿼터에 펄펄 날았다. 10점을 집중시켰다. 모비스는 17-18로 시작한 2쿼터에 양동근의 활약으로 37-28로 역전하며 전반을 마무리했다. 양동근은 더구나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양우섭의 전담수비를 경험했다.
“작년에 LG와 챔프전에서 (박스앤드원 수비에) 적응을 해서 내가 할 것만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다. 동부의 수비 강도는 LG와 비슷하다. (이)대성이, (박)구영이, (함)지훈이가 스크린을 잘 걸어주고, 패스를 잘 줘서 움직일 때 편했다.” 양동근의 말이다.
모비스의 1차전 승리에 함지훈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함지훈은 1쿼터에만 3점슛 두 방 포함 8점을 올렸다. 이 덕분에 모비스는 한 때 14-8로 앞섰다. 물론 두경민(1쿼터 9점)을 막지 못해 역전 당했으나, 모비스가 원했던 빠른 농구를 펼쳤다.
유 감독은 “챔프전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농구다. 지더라도 체력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빠른 농구를 해야 한다. 5대5 농구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함지훈의 외곽이 터진데다 유 감독이 원한 빠른 농구까지 펼쳐, 1쿼터에 17-18로 뒤진 것이 큰 문제로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함지훈이 돋보인 것은 가드로서의 역할이었다. 이날 경기 전 화두는 유 감독의 함지훈 가드론이었다. “내년에는 지훈이를 가드로 키워보려고 한다. 일리걸 디펜스가 있는 때와 없을 때 지훈이의 골밑 활용이 다르다. 지훈이가 중거리슛이 좋고, 밖으로 나오면 슈팅가드보다 오히려 패스 센스가 낫다”고 했다.
함지훈은 양동근이 동부의 압박을 받을 때 도와주며 패스의 가교 역할로 팀 동료들을 살려줬다. 함지훈도 “안에 잡으면 센터, 밖에서 잡으면 가드로 생각하고 경기를 했다”며 유 감독의 주문을 충실하게 소화했다.
클라크, 뒤늦게 모비스에 적응하다!
유 감독은 로드 벤슨을 아이라 클라크로 교체한 뒤 클라크가 팀에 적응하도록 배려했다. 유 감독이 클라크에게 원했던 것은 골밑 플레이였다. 클라크는 몸싸움을 해야 하는 골밑보다 외곽 플레이를 선호했다. 출전 시간이 줄어들자 자신의 기록을 챙기는 플레이까지 했다. 눈 밖에 난 클라크는 주요 경기에서 아예 출전조차 못하며 벤치만 지키거나 벤치 뒤의 자전거만 타곤 했다. 4강 플레이오프까지 그랬다.
1차전을 앞둔 모비스 선수 대기실. 클라크 활용 방안을 묻는 질문에 유 감독의 답변이 의외였다. “리처드슨이 나오면 클라크가 나갈 것이다. 리처드슨이 외곽 플레이어라서 라틀리프가 나가면 수비에 변화를 줘야 한다. 클라크가 동부와의 경기에서 외곽 수비를 잘 해줬다”며 클라크 중용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리처드슨이 나오면 클라크가 코트를 밟았다. 클라크는 리처드슨의 득점을 4점으로 묶었을 뿐 아니라 9득점 했다. 특히, 경기 흐름을 바꾼 2쿼터에 7득점했다. 영양가 만점 활약이었다. 유 감독은 “사이먼과 리처드슨이 나올 때 수비가 다르다. 가능하면 리처드슨이 나올 때 클라크를 내보내서 볼을 못 잡는 수비를 했다”고 클라크를 칭찬했다.
클라크의 활약은 4차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유 감독은 챔피언에 등극한 뒤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한 벤슨을 교체하지 않았으면 우승하지 못 했을 것”이라며 “클라크의 교체를 고려해 다른 선수를 찾아보기도 했다. 코트 밖에서의 생활에서 모범이 되어서 모험을 하는 것보다 그대로 가져갔다”고 일화까지 들려줬다.
챔프 1차전에서 나온 기록
⦁유재학 감독: 챔프전 통산 최다 17승(플레이오프 44승)
⦁1차전 승리 팀 우승 확률: 73.7%(14/19)
⦁모비스: 유 감독 부임 후 챔프 1차전 승리 5회 모두 챔피언 등극
⦁모비스: 플레이오프 13번 연속 시리즈 1차전 승리(KBL 최다)
⦁아이라 클라크: KBL 데뷔 5시즌 만에 챔프전 첫 출전
⦁리카르도 라틀리프: 14점 14리바운드(자신의 최다 기록)로 챔프전 첫 더블더블
⦁동부: 챔프전 한 경기 최소 득점 공동 1위 54점, 4Q 챔프전 최소 공동 2위 8점
챔프 2차전 ▶ 동부, 이길 기회 놓치다! (83-65)
김주성의 체력 방전
김 감독이 신인 감독임에도 가장 돋보인 것 중 하나는 김주성의 출전시간 조절이다. 김주성의 체력을 고려해 동부의 장점이었던 변형된 3-2 지역방어(포인트 드롭-존 디펜스)도 자제했다. 이를 통해 동부는 지난 시즌 10위의 약체에서 상위권으로 발돋움했다.
문제는 정규리그 중반 이후 모비스와 SK가 주춤거리며 승차가 좁혀지자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욕심낸 것이다. 김주성의 출전시간을 늘려 승수 사냥에 나선 동부는 8연승을 달리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것이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악영향을 미쳤다. 독이 된 것이다.
김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정규리그 막판 3~4경기를 남기고 처졌다. 2위 결정을 할 때 체력이 떨어졌는데, 결국 플레이오프까지 영향을 미쳤다”며 “쉬어도 회복이 안 되었다. 또 (6강 플레이오프 상대였던) 전자랜드가 워낙 많이 움직이는 팀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김주성은 3라운드 막판까지만 해도 한 라운드에 한 경기만 30분 이상 출전했다. 3라운드까지 평균 출전시간은 26분 26초였다. 3라운드 막판부터 30분 이상 출전하는 경기가 늘었다. 4경기 연속 30분 이상 출전하기도 했다. 특히 5~6라운드 18경기 중 13경기에서 30분 이상 코트에 나섰다. 4라운드 이후 김주성의 평균 출전시간은 30분 33초였다.
김주성은 모비스와의 5라운드 맞대결 후 “출전시간이 30분을 웃돌면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다. 25~27분이면 괜찮다”고 했다. 김 감독은 5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모비스에게 승리한 뒤 “주성이는 27~8분 뛸 수 있는데, 오늘은 4분 정도 많이 뛰었다. 그래도 조절해주니까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김주성은 정규리그 1위까지 넘볼 수 있는 순위 경쟁 속에 한계 이상으로 계속 출전했다.
철인 같은 체력을 자랑하는 양동근은 젊었을 때와의 차이를 “체력 회복 속도”라고 했다. 김주성은 4강 플레이오프 직행으로 얻은 2주 가량 휴식에도 체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동부가 힘겹게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김주성은 2차전에서 17분 45초 출전했다. 전반전에 10분 가량 뛰었던 김주성은 3쿼터에 4개의 자유투를 모두 실패했다. 3쿼터 막판 첫 번째 자유투는 림도 맞지 않았다. 김주성의 정규리그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76.1%다. 4개 이상의 자유투를 얻어 하나도 성공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김주성의 체력이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동부, 이길 경기에서 역전패
4전패한 동부가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꼽으라면 2차전이다. 김주성이 17분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분명 경기 주도권을 가지고 전반을 마친 건 2차전이 유일하다. 나머지 세 경기에서 9점 이상 뒤진 것과 달리 동부는 2차전 전반을 43-35, 8점 앞섰다.
동부는 정규리그에서 전반까지 단 1점이라도 앞섰을 때 승률 86.2%(25승 4패)를 기록했다. 8점 이상 앞선 18경기 중 16경기(승률 88.9%)에서 이겼다. 이에 반해 모비스는 전반을 8점 이상 뒤진 8경기 중 3경기에서 역전승(승률 37.5%)을 거둔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모비스의 정규리그 승률 72.2%(39승 15패)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모비스가 전반까지 9점 이상 앞선 12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반면, 동부는 9점 이상 뒤진 적이 세 번(3패) 밖에 없었다. 동부가 그만큼 챔피언결정전에서 2차전을 제외하면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전반까지 흐름상 이길 수 있는 경기는 2차전뿐이다.
동부가 2차전 전반을 앞선 원동력은 7개 중 5개를 성공한 3점슛이다. 문제는 실책이었다. 김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실책을 10개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차전에서도 실책 없는 경기를 언급했음에도 15개를 기록했었다. 동부는 2차전 전반에만 9개의 실책을 했다. 특히 2쿼터 중반 이후 실책으로 더 달아나지 못했다.
동부는 결국 3쿼터 시작 1분 40여초 만에 연속 속공 실점을 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작전타임 이후 김주성이 자유투 두 개를 모두 실패했다. 곧 바로 역전까지 당한 뒤 동부는 무너졌다. 전반과 달리 후반에는 3점슛도 터지지 않았다. 11개 중 단 2개 성공했다.
무엇보다 윤호영이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장 높은 17점을 올렸음에도 졌다. 김 감독은 “호영이가 안에서 해줘야 한다”며 적극적인 공격을 주문했다. 물론 윤호영이 골밑에서 득점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3점슛 3개를 터트리며 팀의 주득점원 역할을 해줬다.
동부는 전반을 앞섰고, 윤호영의 가장 좋은 활약에도 2차전을 내줬다. 4전패가 현실로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모비스가 후반에 달라진 이유는 전반을 마친 뒤 유 감독이 선수들에게 던진 “경기에서 이길 마음이 없구나”라는 한 마디였다. 여기에 “정규리그에서 들어가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이제야 골밑에 들어간다”며 유 감독이 칭찬한 클라크의 적극적인 골밑 공략 덕분이다.
이날 경기 시간이 오후 7시에서 오후 5시로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평일이었기에 당연히 관중(3,028명)도 적었다. 양동근은 이날 경기 후 “후배들은 이런 것을 느끼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챔프 2차전에서 나온 기록
⦁모비스: 동부 상대 울산 홈경기 11연승 질주(정규리그 홈 9연승 포함)
⦁챔프 1,2차전 승리팀 우승 확률: 90%(10번 중 9번)
⦁문태영: 자신의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30득점
⦁아이라 클라크: 자신의 플레이오프 4쿼터 최다 11점(PO 한 쿼터 최다 13점)
⦁동부: 챔프전 후반 최다 점수차 역대 2위 및 플레이오프 공동 3위 (26점, 22-48)
⦁실질적 챔프전 최소 관중: 3,028명 중 유료 관중 2,841명 (역대 최소 관중 2,950명)
챔프 3차전 ▶ 챔프전까지 운 좋은 모비스 (80-72)
모비스, 운까지 따른 기회를 잡다!
유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하는데 시즌 초반 11연승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모비스는 1라운드 중반부터 11연승을 질주했다. 11연승을 달릴 때도 유 감독이 빼놓지 않은 말이 있다. “매경기 위기다.” 모비스는 지난 두 시즌과 달리 접전을 펼치는 경우가 잦았다. 예년과 달리 하위권 팀에게 완승을 거두는 경우가 적었다. 그럼에도 승승장구한 건 모비스의 집중력이 그만큼 좋았다.
여기에 운도 따랐다. 11연승을 달릴 때 3경기에서 상대팀 외국선수 한 명이 결장했다. 국내 주전 선수가 빠진 경우도 있었다. 유 감독도 “상대팀 주전이 빠지는 행운이 따랐다”고 인정(2월 15일 vs. SK)했다.
물론 모비스에게도 두 차례 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문태영이 발목 부상으로 4경기 결장했을 때다. 문태영은 “농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부상”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이 때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그 동안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것”이라며 “지더라도 태영이가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위기는 2월의 빡빡한 경기일정이었다. 모비스는 2월에만 12경기를 소화했다. 다른 팀은 보통 10경기였으며, SK는 2월에 9경기만 치렀다. 모비스의 1월까지 경기수가 다른 팀보다 적었다는 의미다. 그래도 체력적으로 힘든 시즌 막판에 몰린 경기는 연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유 감독은 이를 경계했다. 시즌 초반에는 “위기가 올 것이다. 그 때 연패를 하지 않으면 성적이 좋을 것이다”고 했다. 1월 말에도 “흐름상 연패를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연패를 할 여지가 있다. 2월부터 3월 초까지 14경기를 소화해야 하는데, 이동거리도 많아서 굉장히 힘든 일정이다”고 걱정했다.
모비스는 문태영의 부상에도, 2월의 힘든 일정에도 3연패 이상 하지 않았다. 덕분에 정규리그 우승의 기회를 꽉 잡았다.
위기를 넘어서자 플레이오프에서 또 다시 행운이 찾아왔다. 4강 플레이오프 상대부터 조금 덜 까다로운 LG였다. LG는 제퍼슨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데다 조직력에 문제를 보였다. 예상만큼 강하지 않았다. 유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오리온스와 만났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챔프전에 올라왔을지도 모르겠다.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팀이다”라고 했다.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더 쉬운 동부였다. 유 감독은 챔피언결정 3차전을 앞두고 “전자랜드는 외곽 농구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졌다”라면서도 “만약 챔프전에 전자랜드가 올라왔다면 피곤했을 것”이라고 했다.
동부의 전력이 정규리그와 전혀 달랐다. 시즌 초반 김주성에게 휴식을 주던 한정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더구나 김주성과 윤호영의 체력은 방전 상태였다. 유 감독은 “주성이도, 호영이도 대표팀에서 같이 운동 해봤는데 체력이 좋지 않다. 전자랜드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체력이 빠져서 힘들어 하는 거 같다. 우리가 운이 좋은 거다”라고 했다. 동부는 주축 두 명의 체력 열세로 특유의 조직적인 수비도 선보이지 못했다.
이뿐 아니다. 김 감독이 팀 내 가드 중 “양동근을 가장 잘 막는 선수”라고 인정한 박지현 역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사이먼은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어깨를 다쳤다.
여기에 리처드슨은 3차전을 앞두고 고열에 시달려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실제로 3차전에서 경기에 뛸 몸 상태가 아니었기에 5분 정도 출전에 그쳤다. 윤호영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4차전에서 아예 엔트리에 빠졌다. 동부의 주력 선수 중에서 정상 컨디션을 가진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들쭉날쭉한 경기를 펼쳤다. 정규리그에서도 약팀을 상대로 집중력을 잃어 고전한 바 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방심하지 않았다. 모비스 선수들은 양동근을 중심으로 “기복 있는 경기를 펼쳐서 불안감이 조금 있다”던 유 감독의 걱정을 날려버렸다. 모비스는 정규리그처럼 찾아온 행운을 챔피언 등극의 기회로 바꿨다.
김 감독의 뒤늦은 하소연
미디어데이에서 기선을 빼앗긴데다 2연패에 빠진 김 감독이 3차전을 앞두고 뒤늦게 하소연을 했다. 유 감독은 2년 전 SK와의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내가 현역으로 뛴다면 10초 안에 SK의 드롭-존 디펜스를 깰 수 있다. 김태술이 그걸 보여줬다”고 했다. SK의 최고 장점을 말 한 마디로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찬 사회자가 조금이라도 동부만 언급하면 빈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미디어데이의 분위기조차도 동부에 넘겨주지 않았다. 유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SK의 드롭-존 디펜스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어렵게 여겨서 편하게 생각하라는 의미였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했다. “이번에 4승 1패로 끝내겠다”, “7차전을 간다면 김주성은 은퇴해야 한다”라는 발언도 일맥상통한다.
유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호영이가 포스트-업을 못 해서 예전에 비해 슛 시도가 많아졌다. 왼쪽을 못하기 때문에 골밑에 못 들어간다”고 윤호영의 약점을 지적했다. 김 감독은 3차전이 열리기 전 이 발언에 대해 “이미 다 아는 사실인데 약점을 언론에 이야기했다. 이런 심리전은 배울 점”이라며 “문태영은 왼쪽, 양동근과 라틀리프는 오른쪽으로만 공격한다”고 모비스 선수들의 습관도 공개했다.
“홈에서 질 수 없다”고 첫 승에 대한 의지를 보인 김 감독의 생각과 달리 동부는 3차전마저 내줬다. 1,2차전에서는 1쿼터에 앞선 뒤 2쿼터나 3쿼터에 역전 당했다. 3차전은 1쿼터부터 끌려갔다. 전반을 11점(29-40) 뒤졌다. 그나마 3쿼터 시작과 함께 사이먼의 활약과 3쿼터 종료 직전 허웅의 3점슛으로 1점 차이(52-53)로 따라붙었다. 동부는 홈에서 1,2차전과 달리 추격하는 흐름 속에 패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챔프 3차전에서 나온 기록
⦁프로농구 사상 첫 기록원 퇴장으로 경기 중단
⦁모비스: 챔프전 팀 최다 27승(20패), 2위 KCC 26승(현대 성적 포함)
⦁양동근: 챔프전 통산 6번째 400득점(422점) 돌파
⦁리카르도 라틀리프: 챔프전에서 20-10 기록(20점 10R)을 기록한 7번째 선수
⦁동부: 챔프전 역대 4번째 한 경기 3점슛 1개 성공(7개 시도)
⦁안재욱: 동부 선수 중 7년 만에 챔프전 한 경기 4스틸 기록
챔프 4차전 ▶ 모비스, KBL 역사를 만들다! (81-73)
KBL 새 역사의 현장
유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오늘 지면 (동부가) 포기할 것”이라고 했다. 3연패한 김 감독은 4차전에 앞서 “원주 팬들이 많이 오시니까 승패를 떠나서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도 챔프전에서 출전하는 건 좋은 기회”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자들은 김 감독에게 이미 다음 시즌 계획까지 물었다. 김 감독은 “선수 구성을 다르게 해야 한다. 기존 선수들과 새로운 선수들의 격차가 크다”며 “주성이가 없을 때 호영이를 중심으로 하는 연습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4차전에서 끝날 분위기였다.
유 감독과의 경기 전 담소도 비슷했다. 우승 관련 예비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동근이가 앞선에서 잘 해줘서 다른 선수들이 따라간다. 동근이가 우승을 제일 많이 안겨서 감독 생활 중 가장 비중이 큰 선수다. 지훈이도 동근이가 없을 때 정규리그 우승이란 큰일을 했다.” 이런 말들이 오갔다.
여기에 동부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이제 선수들을 끌어 모을 때가 되었다.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길면 안 된다. 짧을수록 좋다. 드래프트 지명 순위의 행운도 따라야 한다”고 모비스의 장기적인 미래까지 내비쳤다.
경기 초반은 동부의 분위기였다. 동부는 김주성과 사이먼의 높이를 앞세워 9-4로 앞섰다. 모비스는 작전타임을 불렀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걸 바로잡아줬다”고 했다. 모비스는 작전타임 이후 약 4분 30여초 동안 동부의 득점을 무득점을 묶고 연속 13득점했다. 2쿼터에도 1쿼터 막판의 흐름을 그대로 가져가 35-23, 12점 차이로 앞섰다.
동부는 다행스럽게 후반전에 허웅의 종횡무진 맹활약으로 무기력하게 홈 팬들 앞에서 지지 않았다. 허웅은 20점을 올렸다. 국내선수 드래프트로 데뷔한 신인 선수가 데뷔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20점 이상 득점한 것은 역대 5번째(오세근, 하승진, 김주성, 조상현)다.
KBL 최초의 3시즌 연속이자 최다인 6회 챔피언 등극은 다른 어느 때보다 손쉽게 끝났다. 모비스의 세 시즌 챔피언결정전 승률은 85.7%(12승 2패)다. 4전승을 두 번이나 기록했기 때문이다.
양동근, KBL 최초 3회 PO MVP
김 감독은 이날 경기 후 “2위로 챔프전에 진출했는데 이 정도까지 잘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6강 진출이나 7위를 예상했다. 지난 시즌에 팀이 너무 밑에 있었고, 2년 동안 무너진 팀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 다른 선수들이 어려움을 극복해줬다”고 시즌을 끝낸 소감을 밝혔다. 패배 의식에서 벗어난 것을 이번 시즌 성과를 꼽았다.
KBL 최다인 5회 챔피언에 등극한 유 감독은 “여러 가지 기록이 쏟아져서 기분이 좋고, 선수들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며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새로운 농구를 선보일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안 나오겠지만, 이런 농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준비를 잘 하겠다”고 새로운 도전장을 내던졌다.
KBL 최고의 명장으로 우뚝 선 원동력에 대해 “꼴찌도 하고, 트레이드의 무서움도 경험하며 KBL의 특색을 지면서 나만의 노하우를 배웠다. 국제대회에서는 안 먹힐 수 있어도 KBL에서는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삼성과의 챔프전에서 4패한 것이 창피하거나 아쉽지 않다. 8-9위 할 선수들로 정규리그에서 우승했다. 0대4로 질 거라고 생각했다. 얻은 것은 있지만, 아쉽거나 후회는 없다”고 패배를 통해 배운 일례를 들었다.
LG 김진 감독과 동부 김영만 감독은 매 경기 전에 양동근의 수비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럼에도 양동근은 플레이오프 9경기에서 모두 14점 이상 득점했다. 챔피언결정전 4경기 모두 수훈선수로 기자회견실을 찾았다. 당연히 64표 중 60표를 받아 MVP에 선정되었다. KBL 최초로 3번째 플레이오프 MVP다.
KCC 추승균 감독대행과 동일한 5번째 챔피언에 등극한 양동근은 “좋은 선수를 만나서 운이 좋은 거다. 잘 해주는 거 없는데 (나를) 믿어줬다. 선수들의 대표로 (MVP에) 뽑혔다고 생각한다. 사비를 털어서 선수들에게 하나씩 트로피를 주고 싶다”고 MVP에 뽑힌 소감을 밝혔다.
꾸준함의 비결을 묻자 “부유하게 자라지 않았다. 어렸을 때 경기도 못 뛰고 농구를 그만 둘 뻔 했다. 그 때 떠올리면 지금은 행복하다. 재능이 뛰어난데 은퇴한 선수도 많다. 부모님께서 믿고 기다려주신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거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잘 하는 선수를 보면서 따라가려고 했다. 잘 하는 선수가 나오면 그 선수보다 더 잘 해줘야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다. 절박하고 독기 어린 마음이 강했다”고 했다. 양동근은 남모를 노력을 수없이 했기에 KBL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챔프 4차전에서 나온 기록
⦁모비스: 동부 상대 챔프전 8연승(1997시즌 1패 뒤 4연승)
⦁모비스: 챔프전 최다 공동 1위(삼성)인 7연승
⦁모비스: 6년 만에 챔프전 3경기 연속 80점 이상 득점
⦁유재학 감독: 챔프전 첫 20승(11패, 승률 64.5%)
⦁리카르도 라틀리프: 외국선수 최초 3회 챔피언 등극
⦁동부: 챔프전 팀 최다 25패(20승), 2위 KCC 24패(현대 성적 포함)
⦁동부: 챔프전 최다 공동 1위(모비스)인 7연패
⦁역대 챔프전 최소 관중: 17,714명(기존 기록 1997시즌 19,006명)
첫댓글 김종규 경례세레머니 사건은 어떤 일이었을까요?
모비스 벤슨의 세레머니가 경례였는데 김종규가 벤슨 앞에서 덩크 하고 경례 세레머니를 했죠. 이걸 가지고 심판이 테크를 줍니다. 이때 분위기 많이 넘어갔죠. 게시판 반응도 굉장했던 걸로 기억나네요
@토탈패키지 아 말씀듣고 나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