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턴은 더프 대신 이청용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청용의 EPL 적응을 낙관하는 몇 가지 근거
첫째, 볼턴이 이청용 영입에 투자한 200만 파운드 이상(약 40억원, 추정치)의 이적료다. 볼턴 수준의 규모를 가진 팀이 허투루 사용할 수 없는 금액이다. 당장 강등의 위기를 체감해야 하는 프리미어리그 중하위권 팀들은 2~3년 뒤를 보고 선수를 영입할 겨를이 없다. 더욱이, 이청용은 이미 20대에 접어든, 그것도 아시아 출신의 선수다. 이런 선수에게 적지 않은 이적료를 지불한 것은 당장 올 시즌부터 그의 활약을 필요로 한다는 증거다. 통상적으로, 중소규모의 클럽들은 이적료 지출을 줄이기 위해 임대나 FA계약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현재까지 볼턴이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을 확정한 선수들 중 이청용을 제외한 주전급 선수 2명은 모두 이적료 한 푼 없이 팀에 합류했다. (폴 로빈슨[LB] - 임대[웨스트브롬위치], 션 데이비스[CM] - 자유이적) 또, 최근 5년간 볼턴은 200만 파운드 이상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한 선수가 10명을 넘지 않는다. 주전 경쟁력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이청용에게 200만 파운드를 투자할 리 없다. (아시아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도 들리지만, 볼턴 규모의 팀은 글로벌 마케팅에 몰두할 여유가 없다. 게다가 유럽 축구계에서는 한국 선수를 보유하는 것이 금전적 수익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게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둘째, 팀내 경쟁 구도의 유리함이다. 볼턴이 거액을 들여 윙어를 추가 영입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한동안 떠돌던 다미안 더프(뉴캐슬 유나이티드) 영입설은 볼턴 관계자의 부인으로 일단 잦아든 상태인데 추가 영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살펴보면 이청용은 팀 내에서 거의 유일한 오른쪽 윙어 전문 요원이다. 볼턴의 게리 멕슨 감독은 포백과 원톱을 기준으로 미드필드 운영에 변화를 주는 포메이션을 구사하는데 지난 시즌 오른쪽 윙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 것은 주장 케빈 데이비스였다. 이 밖에 무스타파 리가, 에비 스몰라렉, 매튜 테일러, 조이 오브라이언 등이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설 수 있는 자원인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모두 다른 포지션에 더 전문성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볼턴의 오른쪽 미드필더를 주로 책임졌던 주장 케빈 데이비스는 원래 포지션이 공격수고 나머지 선수들도 각각 왼쪽, 수비, 공격 등에 특장을 가진 스페셜리스트들이다. (케빈 데이비스의 경우, 볼턴 입단 이후 공격수보다 우측 미드필더로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한 것은 입단 첫 시즌[2003/2004]과 지난 시즌이 전부다. 이청용이 부진할 경우 우측 미드필더를 다시 떠맡을 1순위 후보이자 선발 스트라이커 요원이다.) 이러한 볼턴의 측면 공격 자원 부족 현상은 이청용의 데뷔 시즌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주요 요소 중의 하나다.
볼턴의 케빈 데이비스(왼쪽)가 맨시티 전에서 리처드 던을 상대하고 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
이 둘을 합친다면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미드필더가 탄생하지 않을까. '절친' 기성용과 함께. |
낙관의 네번째 근거는 볼턴의 다국적 스쿼드 전통이다. 중하위권 팀들 중 다국적 스쿼드에 비교적 친숙한 볼턴 선수단은 제3세계 선수의 등장을 유난스럽지 않게 받아줄 것이다. 핀란드(야스켈라이넨), 오만(알 합시), 헝가리(아담 보그단) 선수로 구성된 1군 골키퍼 3인의 국적은 볼턴 스쿼드의 다양성을 상징한다. 볼턴은 필드 플레이어의 국적 또한 다채로운데 1군 스쿼드 24명의 출신 국가는 전거의 모든 대륙에 광활하게 분포한다. 아프리카(나이지리아), 북중미(자메이카), 중동(이스라엘), 북유럽(스웨덴, 아이슬랜드), 중부유럽(네덜란드), 동유럽(슬로바키아), 남유럽(포르투갈) 등에서 모인 24명의 국적은 한국을 포함 무려 15가지에 달한다.
볼턴 스쿼드의 코스모폴리탄 분위기는 나름대로 역사가 깊다. 어린 시절부터 볼턴의 팬이었던 사업가 필 가트사이드가 구단주가 된 뒤 앨러다이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1999년 이래 볼턴은 상위권 팀들이 눈독들이지 않는 (상대적인) 마이너 리그 소속 선수들과 30대를 훌쩍 넘긴 노장 스타들 영입에 수완을 발휘했다. 이 와중에 각국(各國)각색(各色)의 선수들이 팀을 드나들면서 볼턴은 다국적 구단의 이미지를 얻었다. (지난 2005년에는 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도 몸담았다. 그는 1년 뒤인 2006년, 볼턴을 끝으로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볼턴에서는 1년간 리그 21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
앞으로 한 달이 향후 1년을 좌우한다
하지만, 그 어떤 전망도 현실 앞에서는 무력할 수 밖에 없다. 낙관의 이유가 99가지라 하더라도 단 1가지의 비관적 요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드리 셰브첸코와 후안 베론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렇게 부진하리라 예상했던 사람이 누가 있었겠나.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청용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볼턴은 더블 스쿼드가 필요한 팀도, 2~3년 뒤의 전망이 필요한 팀도 아니다. 이청용의 ‘성장’도 기대하겠지만, 그보다는 당장의 ‘활약’이 더 절실한 팀이다. 게다가, 어떤 면에서는 경쟁도 더 치열하다. 맨유나 첼시가 18명의 주전이 필요한 팀이라면 볼턴의 주전은 11명뿐이다. 상위팀의 1.5~2군 선수들은 컵대회나 약팀과의 경기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의 수혜를 받아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기회를 얻지만 중하위권 팀들은 다르다. 그리고, 그런 팀들에게는 적잖은 돈을 주고 데려온 외국 선수의 적응을 기달릴만한 여유도 많지 않다. 따라서, 2009/2010 시즌 개막 직후 첫 한 달이 매우 중요하다. 첫 인상을 잘 심어준다면 이후 얼마간 부침을 겪는다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수 있지만, 초반에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주어진 기회를 허비한다면 고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K-리그에서도 그렇듯, 부진에 빠진 외국 선수에게 내리는 처방전에는 기다림보다는 방출이나 벤치가 적히는 게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볼턴은 내일 영국을 떠나 대륙으로 건너간다. 이후, 나흘 동안 25일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의 친선 경기를 시작으로 네덜란드의 덴 보쉬, FC아인트호벤 등과 세 번의 친선 경기를 갖는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동료들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과 달리 시즌 중에 이적해 온 이청용의 몸은 한창이다. 이러한 이점을 활용해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프리 시즌에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볼턴은 8월 8일 스코틀랜드 리그 히버니안을 홈으로 불러들여 갖는 주전 골키퍼 야스켈라이넨 입단 12주년 기념 경기로 프리 시즌 일정을 마친 뒤, 8월 15일 선덜랜드와의 홈 경기로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맞이한다. 시즌 초반의 일정도 나쁘지 않다. 볼턴은 8월 22일부터 한 달 동안 헐 시티, 리버풀, 포츠머스, 스토크 시티를 만난다.
앞으로 한 달, 팀 내의 신뢰를 얻는다면 이청용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빨리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 염두에 둘 것은,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초기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전 확보가 곧 적응이어야 한다. 볼턴처럼 '外人' 이청용이 주전 안착을 노려볼만한 팀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올 시즌에는 박지성 뿐만 아니라 설기현, 조원희, 이청용이 매 라운드마다 선전하는 모습을 보게 되길 기대하면서 이청용의 계약 확정 소식을 기다려본다.
첫댓글 실력도있고 근데 아무래도 스폰이나 중계같은거 바라고도 있을듯 당연한거지만 그리고 유니폼팔려고영입했다면 ㅈㅈ
거기서는 제발 날라차기 자제좀..
떡대에서 밀려서 그런짓 못할듯.
헉사진 골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