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자판기' 비대면 진료
우울증은 없지만, 우울증 약 A를 처방 받아보기로 했다.
지난 18일 스마트폰을 커고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다.
'정신질환'~~'우울' 순으로 보기를 클릭하자 '우울 진료비 평균 6300원'이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진료 가능한 의사 리스크가 떴다.
5분 이내에 진료가 가능하다는 한가정의학과 의사를 클릭하고, 짧게 증상을 적었다.
'기운이 없고 마음이 답답.'
5분도 지나지 않아 전화를 한 의사가 증상을 물었다.
'한 달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어요.
예전에 A라는 약 먹어봤는데 괜찮으니, 처방해 주세요'라고 둘러댔다.
의사는 임신 가능성과 약 알레르기 여부를 문도 바로 처방을 해줬다.
다른 약 복용 여부나 자세한 증상 확인은 없었다.
전화부터 처방까지 걸린 시간은 약 1분40초 였다.
코로나19 사태와 의.정 갈등을 거치며 허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비대면 진료 앱이
마치 '만능 역 자판기'처럼 기능하고 있다.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자가 이용해본 바대면 진료 앱은 약 자판기같았다.
의 대면으로 병원을 찾을 때는 진료 후 그에 맞는 약을 처방받지만, 앱에서는 순서가 반대였다.
특정약과 원하는 용량을 먼저 선택하도록 돼 있고,
그 약을 처방 가능한 의료진이 진료비가 낮은 순으로 정렬돼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다이어트약 '위고비'는 체질질량지수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이 가능한데,
전화 진료를 선택하고 체질질량지수를 거짓으로 말해도 얼마든지 처방받을 수 있는 구조다.
취약지 위한 제도인데
이용자 절반이 수도권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약을 싸게 제공받기 위한 통로로 비대면 진료가 악용되는 사례도 있었다.
'인공눈물'은 안과 질환 급여가 적용돼 처방받으면 일반 상점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2월에 처음 도입됐다.
지난해 6월부터 정식 시범사업으로 전환됐다.
복지부가 지난 4월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지침'을 보면,
초진 환자에게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동일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를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취약지역 거주자.취약계층 등 의료접근성이 낮은 경우에 대해서만 대면 진료 경험이 없어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규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 청구 현황'을 보면, 2023년 6월~2024년 4월 비대면 진료 이용건수 1만2892건 중
6348건(49.2%)이 서울과 경기에 몰려 있다.
이동근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사무국장은 '도서산간 징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 제도인데
효능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며 '오남용이나 부적절한 의약품 사용도 전혀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