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카리브해에 있는 버뮤다 삼각지대는 선박과 항공기 실종 사고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런데 그런 이상한 공간이 한국에도 있다. 이름하여 '청산도 삼각지대(靑山島 三角地帶)'다.
문명이 주는 공해가 없는 슬로시티(Slow City), 혹은 영화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청산도는 전남 완도군에 있는 작은 섬이다. 해마다 늦봄이면 넓게 펼쳐진 청보리밭과 돌담길을 보러 관광객이 몰려든다.
관광객은 섬 남쪽 끝자락에 있는 범바위 전망대에 올라서 다도해를 감상하고 여행을 끝맺는다. 문제는 바로 이 범바위다. 범바위는 행정구역으로는 완도군 청산면 권덕리와 청계리 사이에 있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다.
권덕리 쪽에서 보면 호랑이가 웅크린 형상 같다.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바람이 불면 범 우는소리가 난다고도 한다. 바위 자체가 아름답고 전망까지 좋아 관광객들은 반드시 옆에 마련된 전망대까지 찾아간다.
전망대 옆에 대한민국에서 단 하나뿐인 안내판이 있다. '강력한 자기장이 작용하는 지역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범바위 주변에서 나침반을 꺼내면 자침이 정처 없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북쪽을 잃어버리고 헤매는 것이다.
범바위 자체가 자성(磁性)이 있는 암석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자석을 바위에 대면 바위와 자석 사이에 끼워 넣은 종이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자력이 강하다. 자장 탓에 전파도 방해를 받아 휴대전화도 잘 되지 않는다.
또 범바위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배터리가 눈에 띄게 줄어 있다. 휴대전화가 계속 전력을 쓰면서 전파를 잡으려고 하다가 벌어지는 일이다. 이상한 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범바위에서 남동쪽 1.3㎞ 해상에 상도라는 무인도가 있다. 이 무인도에서 청산도 남서쪽 권덕리마을 끝까지는 1.6㎞, 마을에서 범바위까지는 직선거리로 1.2㎞다. 이 세 지점을 잇는 삼각형 안쪽에 범바위의 자력이 작용한다.
이 자력이 지구 자기장을 이겨내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거대한 삼각지대를 항해하는 배들은 아예 나침반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맑은 날에는 상관없지만 안개가 끼면 어부들은 이 지역 진입을 삼가고 먼바다로 돌아간다.
해도(海圖)에는 이 지역이 '자기장 이상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청산면 총무계장 최민교(56)씨는 "범바위 주변에 자수정이 많아 돌 캐러 놀러 가던 곳"이라며 "그때나 지금이나 나침반을 가지고 가면 자침이 길을 잃는다"고 했다.
최 계장은 또 "할아버지들 말씀이 일제강점기에 이 삼각지대를 지나가던 일본 군함이 안갯속에 길을 잃고서 서로 충돌하기도 했다"며 "지금도 안개가 끼면 작은 배들끼리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이게 입소문이 나면서 면에서는 범바위 아래까지 길을 닦고 전망대를 만들었다. 전망대 아래에서 가이드들은 "기(氣)가 센 곳이니 많이들 기운 받고 가시라"는 말로 안내를 끝낸다. 좁은 땅이지만, 대한민국에는 이런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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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영상.소식
[기타]
대한민국에 단 하나뿐인 완도판 버뮤다 삼각지대 청산도 범바위 핸드폰도 안터지고 지금도 안개낀날에는 배가 충돌한다는 범바위 미스테리 사건들
완도섬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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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0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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