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측이 ‘메일백’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을 때, 나는 ‘듀어든, 당신은 왜 그렇게 푼수인가요?’ 정도의 질문들이 나오리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나는 독자들이 보내온 수준 높은 질문들에 무척 놀랐음을 고백하고 싶다. 이와 같은 일은 해본 적이 없기에, 답변하는 나에게도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모든 질문들에 답해드리지 못했음을 사과드리며, 기회가 되면 다음에라도 답변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들로부터 나온 몇몇 아이디어들은 미래의 칼럼을 위한 좋은 소스로 사용될 수 있을 듯하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Q: 듀어든이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유망주는 누구인가요? (김린영) A: 우선은 ‘더블드래곤’을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유병수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인천의 한 관계자는 유병수를 보고 ‘국제적인 바디’를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 생각에 이는 굉장한 칭찬입니다. 한국에서도 유럽의 특급 수비수들과 대적할 수 있는 크고 강한 스트라이커가 나오기를 기대하기 때문인데요, 골문 앞에서의 냉정함까지 갖추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죠. 저는 이런 스트라이커가 조만간 나타나리라 믿고 있습니다. 일단 한번 시작되면 비슷한 타입의 선수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 사진설명: 지난 6월 3일 축구 국가대표팀 한국 대 오만 경기에서 유병수가 드리블하며 문전으로 쇄도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 Q: 듀어든씨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누구인지.. 굳이 한국선수 아니라도 괜찮음. (이유) A: 요한 크루이프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 크루이프는 완전히 신화와 같은 축구 선수였는데, 그의 모습을 TV화면으로 접하는 게 쉽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그는 축구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고 매우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요즘에는 루니를 좋아아합니다. 루니가 최고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마음에 듭니다. 열정과 기술의 축구라고나 할까요? 루니는 경기장에서의 열정을 감추지 않는데, 그러한 플레이를 보는 것은 커다란 기쁨입니다. 상대편에서는 싫어할 수밖에 없는 선수지만, 같이 뛰는 선수들은 모두 그를 좋아할 것입니다. Q: 듀어든님의 개인적인 생각을 여쭤보는 건데요. 우리나라 선수들은 너무 순둥이 같습니다. 인터뷰를 보면 다들 하나같이 팀의 승리만 생각하겠습니다. 열심히 뛰면 되겠지요. 등등 하나 같이 그냥 그저 그런 발언 밖에 없습니다.네티즌이나 일반 시민들을 k리그로 집중시킬 수 있는 자극이 되는 발언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프로정신이란 팬들이 좀 더 재밌있고 볼거리가 많도록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아쉽게도 그런 뉴스메이커는 이천수 선수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천수 선수같은 뉴스메이커가 다섯만 되도 k리그가 훨씬 흥행에 성공했을 것 같은데요. 이런 한국 선수들의 너무 착한(?) 인터뷰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요. (안기헌) A: 매우 흥미로운 질문을 해주셨네요. 안기헌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네덜란드나 프랑스에는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수들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고, 한국에서는 그런 선수를 찾아보기가 힘들죠. 부분적으로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 조금이라도 논란의 여지가 되는 말이 나오면 엄청나게 부풀려 특종을 만들어내니까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부족해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고요. 축구 선수들이 100% 솔직한 이야기를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팀 분위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 관계들이 얽혀있을 테니까요. 사회생활하고 똑같은 것이겠죠. 그러나 선수들이 자신의 생각을 좀 더 과감하게 밝혔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그러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때, 한국 축구도 더욱 건강해질 것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한국 선수들은 전술이나 그라운드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좀더 자유로워지면 축구의 수준도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 한국 선수들은 박지성의 ‘학교 발표’ 인터뷰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낮은 목소리에 강약도 없는데, 그 내용도 너무 당연하고 일반적이어서 듣고 있으면 상당히 지루하지요. 이게 바로 박지성 본인이 노리는 거겠죠? 박주영의 경우도 훈련장에서 보면 동료들과 웃고 떠들고 꽤 활발한 성격 같던데, 카메라만 나타나면 그의 얼굴은 마치 ‘좀비’ 같아지더군요! 저는 이천수와 같은 성격을 더 좋아하고요, 이런 선수들이 축구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천수 같은 논란의 주인공이 너무 많이 나와도 곤란하겠지만, 어쨌든 한국 축구는 그러한 선수들이 좀 더 필요합니다. Q: 이근호, 이천수 이적문제에 비추어 좋은 에이전트의 조건과 한국에서 좋은 에이전트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 롤 모델이 될만한 해외 에이전트에 대해서 알고 싶네요. (권오민) A: 에이전트의 문제는 사실 어디서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도 좋은 에이전트 분들이 계시지만, 부끄러운 실력과 마인드를 갖고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국 에이전트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유럽 구단과 비즈니스를 해본 경험이 부족한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선수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에이전트들이 있는데,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일단 유럽부터 보내려고 하는 태도는 무척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근호와 관련된 상황들은 정말 좋지 않더군요. 파리에 가려다가 실패하고, 딱히 뛰고 싶지도 않는 팀과 연장계약을 하는 처지가 됐으니 말입니다. 사실 에이전트에 관한 문제는 꽤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선까지만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얼마 전 몇몇 에이전트들로부터 ‘당신은 입 다물고 있으라’는 협박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에이전트들도 좀 조용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박지성 에이전트의 코멘트는 기사에 자주 등장하지 않죠? 박주영의 에이전트도 과묵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분들은 유럽에서도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Q: 당신이 처음으로 본 한국축구와 현대 한국축구와 수준 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지 알려주세요. (강의환) A: 처음 접했던 한국 축구의 상세한 경기력을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한국 선수들이 더 이상 순진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입니다. ‘거리의 생존 법칙’을 익혔다고나 할까요? 요즘에는 한국 축구도 여러 가지 트릭과 속임수를 많이 씁니다. 유럽 축구는 꽤 오래전부터 이러한 트릭들을 사용해왔지요. 7년 전만 해도 한국 선수들은 그럴싸한 헐리우드 액션을 구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지요. 주심에게 상대방에게 왜 경고를 주지 않으냐며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는 동작을 취하는 선수들도 종종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장면을 너무 싫어하는데, 그래도 한국 선수들은 다른 축구 강국의 선수들에 비해 깨끗한 축구를 구사합니다. ■ EPL에 관한 질문 Q: 듀어든님 제가 리버풀의 광팬이라 그러는데 리버풀의 왼쪽 측면미드필더는 누가 좋을까요? 리에라와 바벨을 제외하고 놓으면...... 로벤 정도?! 너무 비싼가요?^^;; (이치원) A: 로벤이 리버풀에서 뛰어도 멋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로벤과 리버풀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는 않죠? 물론 프로축구에서는 그러한 일들도 쉽게 잊혀질 수 있긴 합니다. 얼마 전 남아공을 방문했을 때 알베르트 리에라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말 멋진 사람이더군요. 성격도 좋고 친절한데다가 말하는 것도 무척 똑똑해보였습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측면에서 보면 리에라가 바벨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함도 갖추고 있고요. 하지만 리에라의 경기력은 리버풀에서보다는 스페인에서 더욱 빛나는 것 같더군요. 로벤은 바벨, 리에라보다 더 나은 선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부상을 너무 자주당하는 것이 문제겠죠. ■ 개인적인 질문 Q: 가족에 관한 질문입니다^^ 축구칼럼은 너무 공감하는 부분이라 따로 질문할 것은 없고 한국에 관심을 갖고 관계를 갖게 된 계기나 이유, 가족관계 등이 궁금하군요^^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삼겹살 같던데 다른 좋아하거나 특히 싫은 한국음식은? (배영춘) A: 가족은 제 아내가 있고요, 아내에 따르면 저는 맵고 강한 음식들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갈비탕과 미역국도 잘 먹지만, 사실 좀 싱거운 느낌이 듭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부대찌개, 감자탕, 닭갈비, 회덮밥, 육개장, 김치참치찌개, 매운갈비찜, 물냉면 등입니다. 삼겹살은 주식이기 때문에 제외했습니다! 냉면의 경우는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먹다보니 점점 맛있어 지더군요. 라면도 즐겨 먹는데, 신라면에 치즈나 참치를 넣는 것을 좋아합니다. 싫어하는 음식은 내장이 들어간 것들이고, 아구찜도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요리도 좀 할 수 있습니다. 김치찌개는 손쉽게 만드는 편이고, 듀어든 스타일 참치죽도 근사하지요. 지난 주 아내의 생일에는 미역국도 직접 끓였답니다. 그래도 제게 있어 최고의 요리사는 역시 아내입니다! Q: 듀어든씨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이유가 뭡니까? 당신을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심상혁) A: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일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협회 분들의 회식 문화는 제게도 좀 버겁더군요!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음.......축구 자체를 너무 좋아하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이 한국이니까요. 제가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땅의 축구에 애정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 축구와 K리그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높은 수준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축구는 여전히 인간적이고 친근한 분위기를 갖고 있기도 하죠.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곳에서는 그러한 미덕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이 글은 [축구전문가 QnA] 듀어든에게 물어보세요 코너를 통해 네티즌들이 올려 주신 질문에 대해 듀어든 기자가 답변한 글 입니다 |
첫댓글 좋아하는 음식은 부대찌개, 감자탕, 닭갈비, 회덮밥, 육개장, 김치참치찌개, 매운갈비찜, 물냉면 등입니다. 삼겹살은 주식이기 때문에 제외했습니다! ㄷㄷㄷㄷ 이사람 한국사람인데 완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협회 분들의 회식 문화는 제게도 좀 버겁더군요! <- ㅋㅋㅋㅋㅋㅋㅋ
회식문화에 잘어울릴듯싶은데 ㅋㅋ
삼겹살은 주식이기 때문에 제외했습니다! ㄷㄷㄷ 군요.
삽겹살이 주식이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삼겹살이 주식 덜덜덜ㄷ
듀어든에게도 히동구처럼 이름이 하나 필요할지도.
두어돈?
박지성의 에이전트사 대표는 박지성의 아버지 아닌가요? 박지성의 아버지가 과묵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