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 네명과 어울려 양산 통도사 자장암, 늪새봉 금수암을 둘러 내려왔다.
통도사 경내로 들어오기 전에 안양암으로 거쳐 나왔는데 안양암 입구
넓은 공터에서 서서 병풍처럼 돌러처진 영축산 봉우리들을 쳐다보니
간밤에 내린 허연 눈을 둘러쓴 산봉우리들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듯 하였다.
안양암 안내 표지석이 있는 갈림길 전에 도로가에 연리목이라는 안내판이 붙은 나무가 눈에
띄였다. 연리지(連理枝)란, 이을 련, 이치 리, 가지 지자로 뜻은 뿌리가 다른 나무 가지들이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으로, 원래는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내었으나 지금은 남여간의 사람 혹은 짙은 부부애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나무 가지가 서로 붙은 것도 있고 뿌리가 서로 붙은 것도 있다.
연리지 이야기는 후한서(後漢書) 채옹전(蔡邕傳)에 나오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후한(後漢) 사람 채옹(蔡邕)은 성품이 독실하고 효성이 지극하였는데, 어머니가 병으로 앓아누운 3년 동안 계절이 바뀌어도 옷 한번 벗지 않았으며, 70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집 옆에 초막을 짓고 모든 행동을 예에 맞도록 하였다. 「그 후 채옹의 집 앞에 두 그루의 나무가 자랐는데, 점점 가지가 서로 붙어 하나가 되었다. 원근의 사람들이 기이하게 생각하여 모두들 와서 구경했다.(又木生連理, 遠近奇之, 多往觀焉.)」
여기서 나온 '연리'는 처음에는 지극한 효심을 나타내는 뜻이었으나 훗날 이 말이 부부간의 지극한 사랑을 나타내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은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臨別殷勤重寄詞
詞中有誓兩心知
七月七日長生殿
夜半無人私語時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헤어질 무렵 은근히 거듭 전하는 말이 있었으니
그 말에는 둘이서만 아는 맹서가 들어 있었지
칠월 칠석 장생전에서
깊은 밤 남몰래 속삭인 말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자
장구한 천지도 다할 때가 있지만
이 한은 면면히 끊일 날 없으리라)
여기에 나오는 비익조란 날개가 한쪽뿐이어서 암컷과 수컷의 날개가 결합되어야만 날 수 있다는 전설상의 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