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 [salad;]
● 2 ●
사장님의 말을 어기고 나는 가게문을 일찍 닫았다
뭐....한시간 정도 일찍닫은건데 어때~
"공일일 이........."
-여보세요? 야~ 신분홍~ 웬일이야??
-오늘 알바했거든, 야자 제꼈어
-너...아직도 집에 안들어간거야?
-넌 또 그얘기야? 내가 말했지! 나 그집에 있다간 어디로 팔려갈지 몰라~
-팔려간단다........야! 좋은집으로 시집가는게 어때서!!!!!
-후.....말을말자.... 너 우리오빠 힘들어하는거 못봐서 그래??? 나 우리오빠 불쌍해 죽겠어!
-........... 만날래?
-술먹자고, 그래서 전화했어 어차피 내일 놀잖아
-어디로갈까?
-우리 매번 가던곳, 기다릴께
버스를 타고 단풍이네 학교에서 가까운 호프집에 도착했다.
"사랑은~ 떠난후에야 아~ 는지~ 곁에 두고선 헤매는 건지~ 이제야 알겠어~" -보보/늦은후회
호프집엔 애절한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깊숙한곳에 자리를 잡고 익숙하게 술을 시켰다.
곧 문이 열리고 단풍이가 들어왔다.
-단풍아~~!
-분홍아~~! ............... 아까 전화에 대곤 죽일듯이 쏴대드니?
-아잉~!
단풍이와 난 과음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홀짝대며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아까 그녀석이 생각났다.
-나 오늘 가게 보다가 황당한 일 겪었어.....
-무슨일??
-잇잖아...... 어떤놈이 와서는 반말 찍찍까더니 귀뚫고서 아푸면 내일 다시 오겠데드라
-그게 뭐 어때서?
-아냐~! 이상한 놈이야! 귀뚫면 당연히 아픈거아냐? 근데 내일까지 아프면 따지러 오겠다는거야!
-풉........어떤 귀여운 놈이길래
-귀여운놈?..............귀엽진 않지만 한눈에도 쫌 놀겠다 싶었어
-어디학굔데?
-안현.
-내일 또오면ㅋㅋㅋ 너 좋아하는거야
-무슨~! ㅋㅋㅋㅋ
단풍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너무 늦지 않게 들어가기 위해 일찍 호프집을 나왔다
날이 흐렸다. 늦은 밤도 아니였는데 안개가 자욱했다.
-윽.......난 이런날이 제일 싫더라
-나두! 너 오늘도 집에 안들어갈꺼야?
-말하지말라니까....... 나 집얻었어..... 오빠가 얻어줬거든~ 울오빠 돈 많잖아
-뭐라고 해야될지 모르겠다.....그래도 아줌마 걱정하시잖아
-걱정하든말든...... 난 우리엄마도 이해가 안가더라
-왜?
-엄마도 엄연히 아빠랑 집안끼리 맺은 결혼이였거든, 그래서 힘들었을텐데 그짓을 또 나한테 시켜
-넌 아직 어리니까 빨리 니가 좋아하는 사람 찾아서 결혼하겠다고 먼저 해버려
-그게 통할까? 우리 오빠가 왜 율희 언니랑 헤어진건데........
-.....힘내..... 얼른가라! 버스왔다!
-그래, 전화할께, 고마워 오늘~
버스에서도 내내 정신이 없었다.
왠지 사장님한테도 미안하구........
갑자기 오빠 생각도 나구.........
버스가 어느덧 아까 내다 탓던 자리로 돌아왔다.
불꺼진 우리 가게가 보이고 ........어???
-웬 종이???
하얀종이에 휘갈겨쓴듯한 글씨로 무언가 써져 가게문에 붙어있었다.
혹시 사장님이 왔다간걸까...??????????
"야! 너 일부로 나 귀 이따구로 뚫어 놓고 도망간거냐? 내일보자 ㅡㅡ"
-풋.......푸하하하하하! 바보아냐? 어디 무서워서 계속 알바나오겠어? 쿡쿡쿡
아까 그녀석인듯 싶었다
마구마구 비웃어 주고있었다.
정말 바보인가...........ㅡ,.ㅡ;
-이러고 가면 누가 무서워 할 줄 알고? 웃긴놈이네ㅋㅋㅋ 요즘세상에 이런놈도 다있고
종이를 떼고 꼬깃 꼬깃 접어서 가게앞 쓰레기 통으로 가져갔다.
-잠깐!!!!!!!!!!!!!!!!!!
-엄마야~~~~~~~~!
누군가 가게 모퉁이에서 돌아나와 소리쳤다.
-그냥 버리기엔 아깝잖아!
-누구야????????? 놀랫잖아!!!!!!!!!!!
취하지도 않앗는데 목소리가 커졌다..............ㅡㅡ; 취했나보다.
-너 나 무서워서 도망 간거지?
-아까 걔야????
치사하게 깜깜한데 숨어서 사람 놀래키기나 하고........바보는 바본가 보다........
-아까 걔???? 왜 반말이야????
-치사하게 거기 숨어서 그러지 말고 나와! 그러는 너는 왜 반말인데???????
뚜
벅
뚜
벅
어둠속에서 그 애가 걸어 나왔다.
여전히 교복차림..........
-킁킁.......너 술마셨냐? 이거이거 안되겠네?
-뭐야
-알바생이 사장몰래 가게 문이나 일찍 닫고.........술이나 마시고........
-그래서?
-그래서? 아쭈...........계속 반말쓴다 이거지?
-근데.......어쩌라고.........?
-근데 어쩌라고???? 야!
-왜!!!!!!!!!! 나 귀 안 먹었어!!!!!!!!!!
-너 내 귀 어쩔꺼야
-니 귀 뭐?
-아프잖아!!!!!!!
-야. 너 바보냐??? 너 넘어져서 무릎 까지면 아퍼 안아퍼?
-아프지!!!!!!!!!!
-야이 빙구야..... 쫌만 까져도 아픈데, 생 살을 뚫었는데 아프겠어 안아프겠어?
-......안아퍼!!!!!!!
-아휴~ 맘대로 생각해라 난 간다~ 내일 가게로 다시와! 그럼 손님대접 해줄께
나랑 장난 하자는 건가..........
안그래도 술기운 때문에 열 올르는데 옆에서 부채질은 못 해 줄 망정.........
-내일 또오라고???????
-그래~
뒤에서 졸졸 따라오며 말을 거는 놈
-귀찮아, 빨리 귀 다시 봐봐, 이상해
-엄마한테 보여줘, 그리고 아프다고해라 ^^
-디질래?
-누나 졸립거든 아가야? 내일 가게로 와라 ~
-이름이 뭐야
-그건 알아 뭐하게
-전화번호는?
-그건 또 왜
-혹시 너 도망가면 어떻해....ㅡㅡ 추적해야지 그땐.
-그럴일 없어, 너 은근 슬쩍 번호딴다?
-미쳤냐........ 술먹은거 같은데 정신은 버리고 왔냐?
-잘가
어느덧 집앞에 다다른 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루고 7층을 눌렀다.
문이 닫히면서 그 놈의 모습이 슬쩍 보였다.
아까보다 키는 더 큰거 같고
얼굴은 ......... 얼굴은 .......... 그래~ 뭐 소설이 다그렇지~! -////-
-훗, 귀엽다고 해야되나..........
"철컹"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후.............아무도 없는 집, 컴컴한 거실
뭐 적응될때도 됬지만 오늘은 새삼 스럽다.
책상위엔 잘 펴보지도 않는 교과서 어질러져있었다.
"30718 신분홍"
고3. 다른 고3이라면 공부하기 바쁘겠지.
하지만 나는 나이 속여가며 알바하기 바빳다.
보통 가게에선 고3이면 공부하느라.. 학원가느라 바쁘다고 알바를 빼먹는 학생이 많다고
잘 시키지 않기때문에 난 언제나 알바자리를 구할때면 2학년이 되곤했다.
-으.........졸려
제대로 씻지도 않고 침대위로 달려 들었다.
내일이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꺼야..........
다 잊어버리고 잠이나 푹 자자.........
핸드폰을 열어 알람을 꺼버리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