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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법원의 전문심리위원이 피해자의 신빙성 있는 진술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광범)는 지난 2007년 경기도의 한 재활작업장 교사로 근무하던 중 자신이 가르치던 지적장애 3급 여성 A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대리운전기사 최모(38)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최씨는 A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면 재활작업장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고, 이에 겁을 먹은 A씨를 여러 차례 성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최씨의 혐의는 입증하기 어려웠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A씨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다고 인정하기 쉽지 않았고, 증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인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를 법정에 불러 A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시 판단했다. 전문심리위원 제도는 심리·의료·공학 분야의 전문가를 법정에 초빙해 이들의 의견을 참고해 재판하는 제도로,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됐지만 널리 활용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 교수와 A씨가 주고받은 문답을 지켜본 뒤 "A씨가 당시 상황을 다소 혼동했다고 해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주변 사실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같은 법원 형사6부(재판장 박형남)도 이 교수의 도움을 얻어 11세 여아를 성추행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목사 B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B씨는 1심에서는 성추행만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 교수의 질문에 따라 피해자는 B씨가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의 무늬, 색깔 등을 자세하게 진술했고, 재판부는 이 같은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강간죄도 인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