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습니다.
새해라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모습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이겠지만, 그리스도인을 위한 평신도 신학을 그냥 쉽게 써서 홈피에 연재해볼 생각을 했습니다.
(쉽게 쓴다고 하지만 그게 잘 안되기도 합니다.)
신학이란 신앙을 보조하는 학문입니다. 교파나 학파에 따라 다른 신학을 주장합니다만, 저는 장로교회 목사면서 오순절 교회 감독(Bishop)이기도 한 초교파주의자니까 가능하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려고 합니다. 그래도 칼빈주의 개혁신학이 바탕이 될 터이니까 그 점은 참고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예수님은 왜 ‘그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나?> 하는 것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예수님은 2023년 전에 이스라엘의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서 서른 살부터 3년 6개월 동안 그리스도로서 사역을 하셨습니다. 이 기간을 예수님의 공적인 생애 즉 公生涯라고 합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것은 그보다 4년 전이라고 주장하는 신학자들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를 사시다가 유대 달력으로 니산월(1월) 14일 유월절에 십자가에 달려서 죽으셨습니다.
유대력이 태양력보다 두 달 반 정도 늦기 때문에 유대력으로 1월인 니산월은 태양력으로는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 사이가 됩니다.
학자들이 연구한 것을 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해의 유월절 즉 그 해의 니산월 14일은 태양력으로는 3월 25일이었다고 합니다. 그 계산에 따르면, 3월 25일 금요일 유월절에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사흘만인 27일 일요일에 부활하셨습니다. 그 해가 주후 34년입니다.
-부활절은 왜 매년 다른 날인가?
그런데 유월절인 3월25일이 매년 금요일이 되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인 3월 27일이 매년 일요일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부활절을 언제로 할 것인가를 논쟁하다가 서방교회에서는 부활절 계산법을 만들었습니다.
그 계산법은, 매년 춘분이 지난 후에 처음 보름달이 뜨는 날 뒤에 오는 첫 번째 주일을 부활주일로 정한 것입니다.
금년을 예로 들면, 춘분이 3월 21일인데 그날이 음력으로 2월 30일이고 그다음 보름은 4월 5일입니다. 4월 5일 바로 다음에 오는 주일은 4월 9일- 그러니까 금년 부활주일은 4월 9일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부활주일부터 거꾸로 46일을 세면 수요일이 되는데, 그날을 성회 수요일이라고 하고, 그날부터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사순절은 40일이라는 말인데, 왜 46일 동안인가?
사순절은 예수님이 부활하기 전까지 40일 동안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자는 기간인데, 그 기간 안에 들어있는 주일 6번은 부활을 상징하는 날이라서 빼기 때문에 사순절이지만 전체는 46일 동안이 되는 겁니다.
부활주일 직전 주일은 종려주일이고, 종려주일 다음날인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가 고난주간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날의 비밀
(그날이어야 하는 이유)
예수님은 왜 바로 그 해, 그날 잡혀서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까?
아무 날이나 괜찮을 것 같은데 왜 최후의 만찬으로 유월절 음식을 잡수신 후에 잡혀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까?
예수님은 아무 날에나 상관없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조건에 맞춰서 '바로 그날'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겁니다.
첫째 조건은, 유월절 어린양의 죽음은 예수님의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이 죽으시는 날은 유월절 날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다시 살아나시는 날이 안식일 다음 날인 한 주의 첫째 날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식일 후 첫날은 창조의 첫날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므로 영적 새창조를 시작하시는 예수님의 부활은 안식일 다음 날이어야 하고, 그날이 일요일이고 주일인 겁니다. 사흘 동안 무덤에 계시다가 일요일에 부활하시려면 일요일을 포함해서 사흘 전인 금요일에 십자가에 달려 죽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날이 유월절이어야 합니다.
그럼 다시 생각해봅시다.
부활하시는 날은 일요일이어야 하고, 죽으신지 사흘 만에 부활하시니까 십자가에 죽으시는 날은 일요일을 포함해서 사흘 전인 금요일이어야 합니다. 실제로도 이날이 금요일이었다는 것은 [마태복음27장62절] “그 이튿날은 준비일 다음 날이라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함께 빌라도에게 모여 이르되”라는 말씀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준비일’은 안식일을 준비하는 안식일 전날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준비일 다음 날’은 안식일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다음날이 안식일 즉 토요일이니까 예수님이 죽으신 날인 ‘준비일’은 금요일입니다.
-유월절 최후의 만찬은 왜 목요일 밤이었나?
그런데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밤 즉 목요일 밤에 제자들과 유월절 만찬을 잡수신 후에 잡혀서 밤을 지내고 그다음 날에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유월절 어린양이 유월절에 죽어서 장자들의 목숨을 구했기 때문에 그 어린양의 실체이신 예수님은 반드시 유월절에 죽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죽으신 날은 유월절 다음 날이라고 하면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유대인들의 날짜 계산법이 지금 우리들과 다르다는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유대인들은 하루의 해가 질 때부터 다음 날 해가 질 때까지를 하루로 잡습니다. 그러니까 목요일 해가 질 때부터 다음 날 해가 질 때까지가 금요일입니다.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을 잡수시던 날이 목요일이었지만, 그 시각이 목요일 해가 지고 난 후니까 유대인의 시간으로는 이미 유월절인 금요일이 시작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성탄 축하를 시작하는 것도 성탄절을 미리 준비하고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유대 달력으로는 12월 24일 밤부터 12월 25일이 시작되니까 24일 밤이 이미 성탄절이기 때문입니다.
-유월절은 아직도 유효한 절기인가?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것은 유월절 어린양은 죄인들을 위해서 죽으시는 예수님의 모형이었다는 것입니다. 모형인 유월절이나 유월절 어린양은 實體이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시는 순간에 절기와 모형으로서의 그 의미가 없어졌다는 뜻입니다. 안상홍증인회 같은 데서 아직도 유월절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들이 무슨 말로 포장을 하더라고 그들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표시입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이집트)의 종살이를 끝내고 돌아올 때, 애굽의 바로(파라오)가 하나님의 명령을 듣지 않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돌려보내지 않자 열 번째 재앙으로 바로를 비롯한 애굽 사람과 가축들의 모든 장자를 죽이신 날입니다. 그날,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명령대로 어린양을 잡아서 문설주와 인방에 그 피를 발랐고, 그렇게 피가 묻은 집은 죽음의 사자가 그냥 넘어갔다 즉 유월했기 때문에 그날을 유월절이라고 합니다.
유월절 어린양의 피는 죄인을 용서하고 구원하려고 십자가에서 흘리는 예수님의 피의 모형입니다. 너희를 죽음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서 어린양인 메시아가 와서 너희를 위해 이렇게 피를 흘릴 것이디 – 그것이 유월절 어린양의 피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피를 흘릴 예수님이 오셔서 십자가에서 피 흘리고 죽으셨으니까 이제는 어린양을 잡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유월절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말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의미는 하나님께서 우주를 경영하시거나 우리를 구속하시는 사역은 아무렇게나 그때그때 하나님 기분 내키는 대로 하시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세밀하고도 정확한 계획을 세우시고 그 계획에 맞춰서 행하신다는 것입니다.
그 세밀한 계획 속에 여러분과 내가 들어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릅니다.
첫댓글 미처 모르던 내용의 글...감사합니다.
계속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