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라카미 하루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지 모르게 장황하다는 느낌 때문에 읽다만 책도 여러 권이다.
그런데 이 책 '기사단장 죽이기'는 여러 작가(송재찬 작가, 김경란 작가)가 추천하기에 마음 잡고 읽어보기로 한 것.
근데 놀랍게도 손에서 책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
현실과 비현실이 융합된 모험의 끝을 보고 싶어서이다.
그렇게 하여 식음을 전폐하다시피하며 읽었다.
영화, 음악, 미술 전반에 걸쳐 하루키의 박학다식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책.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어디일까, 나도 모르게 혼란에 빠지는 책.
돈벌이 때문에 초상화를 그리던 36살 '나'가 이혼당한 후
친구의 아버지이면서 저명한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상야릇한 모험담이 숨막힐 듯 전개된다.
아마다 도모히코가 그린 후, 다락방에 감춘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하고
주인공은 그 그림을 내려오고.
칼에 찔린 기사단장(그림 속)이 작은 형태로 나타나고(주인공의 눈에만 보인다고 한다),
그 기사단장이 주인공에게 뭔가를 알려주고, 예언하기도 하고....
솔직히 이런 류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은 정말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내려갔다.
이 책이 무얼 말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앞으로도 잘 모를 것 같다.
하루키가 말하는, 책 속의 '나'가 결국엔 죽이게 되는 '기사단장'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부조리? 폭력? 전쟁?
확실하게 머리에 잡히는 것이 없어서 출판사 리뷰를 아래에 덧붙인다.ㅠㅠ
<출판사 리뷰>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 ‘나’는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고 집을 나와서 친구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천장 위에 숨겨져 있던 도모히코의 미발표작인 일본화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 아스카 시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그림을 가지고 내려온 뒤로, ‘나’의 주위에서 기이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골짜기 맞은편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백발의 신사 멘시키 와타루가 거액을 제시하며 초상화를 의뢰하고, 한밤중에 들리는 정체 모를 소리를 좇아 집 뒤편의 사당으로 가보니 돌무덤 아래에서 방울이 울리고 있다. 멘시키의 도움으로 돌무덤을 파헤쳐보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어놓은 듯한 원형의 석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얼마 후 ‘나’의 앞에 ‘기사단장’이 나타난다. 아마다 도모히코의 그림 속 기사단장의 모습과 똑같은, 수수께끼의 구덩이에서 풀려난 ‘이데아’가.
아내와의 이별, 그리고 고독한 여행, 구덩이와 벽 등의 폐쇄공간, 불가사의한 존재와의 만남,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세계 속 독자적인 요소들이 집대성되어 있다. 오페라, 클래식, 재즈, 올드 팝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인물의 심상을 대변하고, 주인공 ‘나’와 멘시키, 그리고 멘시키와 13세 소녀 마리에의 관계는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영문학 작품으로 꼽았으며 직접 번역까지 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오마주로도 읽힌다. 주인공의 기이한 체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는 에도시대 작가 우에다 아키나리가 쓴 괴이담 『하루사메 이야기』가 직접 인용되는데, 이 역시 하루키가 예전부터 즐겨 읽으며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던 작품이다. 작가생활 초기에 그가 주로 썼던 일인칭 시점으로 돌아온 것도 ‘하루키 월드’의 매력이 한층 짙게 느껴지는 이유다.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모험담은 『태엽 감는 새』부터 『1Q84』까지 기존 장편소설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플롯이지만, 이번에는 그에 더해 현대사 속 실제 사건을 접목시킨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마다 도모히코는 2차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 유학중이었다가 나치 저항운동에 휘말렸고, 피아니스트였던 그의 동생은 난징전투에 투입되어 강압적 명령에 의한 학살을 체험하고 그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어떤 의도로 창작했는지, 왜 발표하지 않고 천장 위에 숨겨두었는지 수수께끼로 가득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에는 그런 거대한 부조리와 폭력에 맞서려한 노화가의 의지가 생생히 드러나 있다. 또한 ‘나’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상실감과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동시에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아마다 도모히코의 의지를 잇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의 유사 부자관계 역시 전작들에 비해 보다 유기적이고 심층적으로 그려졌다.
또한 ‘나’가 집을 나와 한 달여간 정처 없이 여행하는 도호쿠 지방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이 남은 곳으로, 하루키는 재작년 가을 직접 이 지역을 차로 여행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 전반에 치유와 재생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이데아’와 ‘메타포’라는 추상적 개념, 불교적 색채를 지닌 고전소설 등을 주요 모티프로 등장시키면서도 이야기의 골자는 현실의 문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셈이다. “나이에서 오는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첫댓글 저도 기사단장을 빌려왔는데 1.2권 있는줄 모르고 2권을 빌렸네요.ㅠ 저는 하루키를 참 좋아해요. 그의 작품에서 풍기는 분위기며 작가적 영감도 좋아하고 특히 그의 작가정신을 좋아해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라는 산문집도 읽어보세요. 참 멋진 사람이라 생각되더라고요.
멋진 사람이긴 하죠. 샘이 말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얼른 읽어보고 싶네요.
@바람숲 네. ^^ 문단이나 문학상에 관한 소신적 발언들을 보면 우리꽈(^^)라고 느끼실거예요. ㅎ
@하이디 너무 박학다식해서 얄밉다고 할까?ㅋㅋㅋ
@바람숲 세련된 사람이죠 뭐. ㅋ ㅋ 얼마전에 난 기사도 읽고나서 더 좋아지더라고요.